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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95화 (291/729)

# 295

제295장 약동하는 기적상회(2)

천제현은 별다른 의견 없이 질문을 하나 던졌다.

“큰아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젠간 보급되겠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공화련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송국팀을 만들어야 해. 그러면 시간과 힘도 많이 들지. 팀이 비대해지면 기술이 유출될 위험도 생겨. 그러니 지금은 반대야.”

“그 생각도 맞네요.”

천제현이 잠시 말을 멈췄다.

“제게 팀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어요. 중주성에 한 팀만 있으면 돼요. 방송국은 딱 하나만 세울 거예요.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방송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뭐? 그게 가능해?”

운천학과 공화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음 신호기술은 아주 완벽하지만 자체적인 결함이 있다. 자기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음성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 자음탑이 여러 개 있어야만 한 도시를 전부 감당할 수 있다.

이 시대는 땅은 넓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도시 사이의 거리는 걸핏하면 천 리를 넘었다.

그래서 한 주나 나라 전체에 방송하려면 자음탑 수백만 개가 필요하다. 그건 기적상회의 재력이나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도시 밖 황량한 땅은 마수의 영역이다.

자음탑이 하나라도 마수에 의해 파손되면 신호를 전송할 수 없다.

천제현이 의아해하는 둘에게 설명했다.

“물론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방법은 아닙니다. 초음파수정석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쓸 거예요. 다른 도시에 자음탑을 세워도 됩니다. 이런 초음파수정석을 찾으면 우리 방송국을 개선할 수 있어요. 그러면 방송 시스템이 전국으로 퍼지게 될 거예요……. 어쩌면 우리의 통신기로 다른 주와 통신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주와 통신을 하다니!”

이야말로 완벽한 원격 통신 아닌가.

‘이 기술로 기적상회는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될까?’

“기적상회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최대한 빨리 초음파수정석을 찾아야 합니다. 발견하는 즉시 제게 알려주세요.”

여기까지 말한 천제현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운문의 연구가 생각보다 빠르네요. 마력컴퓨터는 단시일 내에 완성될 것 같지 않으니 다른 연구를 진행하죠.”

‘새로운 연구가 또 있어? 운문연구소에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군!’

그러나 운천학은 연구가 좋았다.

“또 무슨 연구를 생각하고 있는가?”

“물론 돈이 되는 연구지요!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천제현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건…….”

예전의 공화련이었다면 주저 없이 부적과 약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 두 제품은 소모품인데다 마진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상회를 설립한 이후 마력등이나 통조림 같은 상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그녀의 세계관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통신 기술의 앞날도 전혀 예측이 되질 않았다.

“난 모르겠어.”

운천학 역시 대답했다.

“뜸 들이지 말게. 우리가 자네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겠나?”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력 자원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입니다.”

“마력 자원? 무기?”

천제현이 설명했다.

“앞으로 알게 되실 겁니다. 지금의 주 마력 자원은 수정의 눈물입니다. 우리는 대륙의 대다수 세력이 눈치 채기 전에 마력 자원을 선점했어요. 이제 무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 말은 기적상회에서 제기사를 초빙하여 무기를 대량으로 만들겠다는 뜻이야?”

“제기사를 초빙해야겠지요. 그러나 전 기존의 무기와는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요.”

천제현이 공화련에게 말했다.

“운문에는 군수물품 부서를 만들고 무기와 마력 자원에 금화 1억 냥을 더 투자할게요. 이게 당분간 중점 연구입니다.”

기적상회의 실력이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때가 무르익긴 했다.

이제 기적상회는 신형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이 세계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다. 세계를 제패하려면 절대적인 힘이 필요하다. 신형 마력 무기에는 천제현의 야심이 담겨 있었다.

천제현은 무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마력 무기는 기밀 중의 기밀이기 때문에 운천학과 공화련조차도 직접 보기 힘들었다.

중주의 난이 터지고 나서 순식간에 열흘이 지났다.

왕성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식도 없었다. 왕성에서 소식이 없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적상회가 세 가문의 자원을 흡수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련은 소화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전부 인수했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다른 이유로 관리가 어려운 생산시설은 협력자들에게 선물했다.

양씨 가문과 낙씨 가문이 100년 동안 일군 가업은 보름밖에 안 되는 시간에 전부 사라졌다.

천씨 가문의 처지는 세 가문 중에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천씨 가문의 가업이 기적상회에 모두 흡수되었지만 천씨 가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천씨 가문은 천문으로 이름을 바꿨다. 운문이 기적상회의 연구소이자 학자 진영이라면 천문은 기적상회의 무예관이자 문하생 진영이다. 이제 문과 무의 균형이 잡히게 됐다.

세 가문이 완전히 몰락한 후 기적상회에서 민심을 달래는 정책을 편 덕분에 성의 백성들은 많은 혜택을 보게 되었다.

공화련은 천제현의 뜻에 따라 세 가문의 보물창고에서 압수한 자원과 재물의 일부를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또 공적기금에 투자하여 중주 백성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었다.

이전의 세도가들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

중주성 남부지방의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저택, 이곳이 천맹의 본부였다. 임선과 임범 남매와 수백 명의 천맹 회원들이 이 근처에 살았다.

오늘은 회원들이 모여 회의를 여는 날이다.

“여러분!”

임범이 누추한 본당에서 낡은 의자를 밟고 서서 다 구겨진 신문을 높이 들고 흥분하여 말했다.

“기적상회에서 사흘 전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통조림 10만 개를 나눠줬대요. 어제는 빈민굴에 사람을 보내 집을 지어줬고요. 오늘은 또 백성들의 건강을 위하여 생활용 치료 약물을 나눠주겠다고 선포했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선이 임범 옆에 서서 몹시 흥분한 상태로 말을 덧붙였다.

“듣자 하니 기적상회에서 금화 2억 냥에 달하는 물자와 현금을 투자하여 중주성에 한미한 가문 출신 술사를 돕는 자선기금을 만든대요. 아무 조건 없이 가능성 있는 가난한 수련자를 양성한다고 하니 우리에겐 복음 같은 이야기입니다!”

“만세!”

“천제현 만세!”

“기적상회 만세!”

소년은 피가 끓어오르면서 자부심이 들었다.

계급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인정이 메마른 시대에 기적상회는 선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어떤 가문이나 세력도 한미한 가문 출신을 돕는 자선기금을 설립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했다.

기적상회는 했다.

2억 냥이나 되는 자원과 현금이라니 이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가.

현재 천맹은 500명의 회원을 지닌 단체로 커졌다. 회원의 평균 연령은 20세 미만이며 한미한 가문 출신부터 귀족 출신 공자까지 구성원이 다양했다.

천제현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여러 계층에 퍼져 있었다. 물론 회원 대다수는 가난한 가문 출신이었다.

임선과 임범 남매의 실력으로는 중주성 하급 술사 외에 고급 술사와는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조직은 매우 젊고 급진적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하여 일부 상인과 재력가들은 이들이 거절하기 힘든 거액을 제시하며 이 조직을 인수하거나 돕겠다는 의향을 밝혀왔다.

그러나 남매는 이런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

남매는 가난하지만 기개가 있었다.

천맹은 단순한 흥미에서 시작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기협회를 설립하고 약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약초협회를 설립한다. 천맹의 본질 역시 이런 협회와 다르지 않았다.

천맹은 꿈과 포부를 지닌 젊은이들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천제현을 우상으로 삼아 서로 격려하고 학습하며 성장했다.

이들은 천제현의 행보를 따르며 기적왕조가 부상하는 것을 지켜보고자 할 뿐이었다.

신성한 신앙은 돈에 물들면 변질된다. 따라서 천맹은 금전의 유혹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다른 회원은 남매의 단호한 결정에 몹시 감동했다. 그리하여 두 지도자를 철썩 같이 따르며 모든 행동에 협조했다.

중주성에 대란이 일어나기 전 천맹은 소식이 잘 전해지지 않는 빈민가에서 기적상회와 천제현의 일을 선전하며 막 부상하고 있는 기적상회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중주의 난이 터지자 임범 남매와 수백 명의 회원들은 조를 나눠 각지를 돌며 민심을 달래고 길을 수리하며 사람들이 기적상회에 호감을 가지도록 힘썼다.

“기적상회가 중주를 위해 이렇게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니 이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맞아요. 우리는 오늘 열 개의 조로 나눠져서 여러 빈민가를 돌 겁니다. 이 좋은 소식을 신문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오늘의 임무입니다. 사람들에게 운명을 바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지요!”

천맹 회원들은 대부분 가난한 처지라 빈민들을 잘 이해했다.

사실 중주성이나 다른 성의 빈민들 대다수는 신문을 읽지 않았다. 돈만 생기면 쓸 곳이 한 둘이 아닌데 신문을 살 여력이 있겠는가.

게다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법이니 빈민들은 대부분은 소식에 어두웠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기적상회는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손이 많이 부족했다. 천맹은 최대한 기적상회를 돕고자 했다.

천맹은 기적상회의 선행을 통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기를 바랐다.

임선 남매가 임무 지시를 마치고 모두 행동을 개시하려던 때였다.

“큰형님, 큰누님! 바깥에 호화로운 마수차가 여러 대 왔어요!”

얼굴에 주근깨 범벅인 허름한 차림의 소년이 뛰어 들어왔다.

임선과 임범은 서로를 쳐다봤다.

‘우리에게 눈독들인 상인이겠지. 정말 귀찮게 구는군.’

‘천맹은 천맹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절대 팔아넘기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남매는 성가셨지만 성질을 참고 마중을 나갔다.

네다섯 대의 마수차가 멈춘 후 가장 앞에 있는 흰코뿔소차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내렸다. 여자아이는 임범과 임선 남매보다도 어려 보였다.

‘와!’

‘정말 예쁘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여자아이는 머리를 산뜻하게 하나로 묶었으며, 봉긋한 가슴이 녹색 옷 위로 솟아 있었다.

짧고 딱 붙는 치마를 걸친 생기 넘치는 허리와 백옥처럼 매끈한 허벅지, 가늘고 곧은 두 다리에서 풋풋함이 느껴졌다.

여자아이 뒤쪽에는 황천용병단 차림의 우람한 사내 둘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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