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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91화 (287/729)

# 291

제291장 중주대란

천씨 가문의 검객은 미친 사람처럼 공격을 퍼부었고, 4형제도 방어만 해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혼성 5성의 마력을 지닌 장로들이 상대적으로 약체인 오방주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오방주를 먼저 처리한 후 바로 천제현을 공격할 셈이었다.

‘이 불길하고 요사스러운 놈 같으니!’

‘반드시 천씨 가문의 검 아래 무릎을 꿇릴 것이다.’

천씨 가문의 고수들이 곧 승기를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때, 눈송이처럼 새하얀 새끼 여우가 튀어나오더니 목각인형을 내뱉었다.

그러자 목각인형이 거대한 지옥 화염으로 변신했고, 곧바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가공할 기운을 발산했다.

이는 최소 진혼급의 기운이었다.

천씨 가문의 장로들이 직접 나서서 일격을 가했으나 지옥 화염을 잠시 주춤하게 한 것에 불과했다.

쾅! 쾅!

굉음이 울려퍼졌다.

지옥 화염에 정통으로 맞은 천가 장로들이 순식간에 오장육부가 타 버려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천제현이 킥킥 댔다.

“실망시켜 미안하군. 난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없어.”

“이건 뭐야?”

지옥 화염이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우자 천씨 가문의 고수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천제현이 온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모두 없애 버려!”

지옥 화염이 천지를 진동시킬 듯 포효하더니 천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점차 장로급 인물들이 죽어나가고, 천씨 가문의 사기가 바닥을 쳤다.

“빌어먹을!”

천시는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그의 선홍색 장검이 마치 교활한 독사처럼 대방주를 피해 천제현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지옥 화염이 화염구 한 개를 떨어뜨렸다. 지옥 화염의 힘은 남하팔후의 수준과 비슷하여 그냥 되는 대로 날린 화염구여도 막강한 살상력을 지녔다.

천시가 검을 들어 화염구를 막았지만 순식간에 그의 호신마력이 증발하고, 천시를 날려버렸다.

‘절호의 기회다!’

대방주가 소환한 거대상어가 천시를 향해 돌진해 그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천시의 호신마력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빌어먹을! 가문의 배신자가 우리 천씨 가문을 멸망시키려하다니!”

천시가 노여움을 주체하지 못한 채 연신 피를 토했다.

‘천씨 가문이 어떻게 지금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

천성하와 같은 인재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수가 운집해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수백 년 동안은 이 영광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천씨 가문의 영광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될 줄을.

게다가 천씨 가문을 멸망시킨 자가 바로 천씨 가문 사람이라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말이 너무 많군!”

대방주가 손에 힘을 주고 휘두르자 손안에 있던 거대한 물방울이 가시처럼 변해 천시의 몸통을 땅에 박아 버렸다.

음혈검이라는 칭호를 얻은 진혼급 강자, 수십 년 전 중주를 뒤흔들었던 초고수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

천씨 가문의 가주가 죽었다.

태상장로도 죽었다.

천씨 가문의 정예 중 사상자의 수가 절반을 넘었다. 이제 천씨 가문에는 희망이 없었다.

경기장은 난장판이 되어 버린 데다 억울하게 목숨을 희생당한 사람들의 피가 강을 이루었다.

“음혈검이 여기에 있다!”

천제현이 천시가 남긴 최상급 혼기인 음혈검을 주워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만 싸우시오! 천씨 가문의 태상장로도 이미 죽었소. 이제 다 끝났단 말이오. 검을 버리고 투항하면 죽이지는 않겠소!”

천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잿빛으로 변했다.

가주뿐만 아니라 태상장로까지 목숨을 잃은 마당에 투항하지 않으면 뭘 어쩐단 말인가.

천씨 가문의 완패였다.

천씨 가문의 정예병들은 잇달아 검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방주 등 다섯 형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투항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검객들은 모두 빼어난 전투력을 지녔으므로, 싸움이 장기화 된다면 다섯 형제 역시 막중한 피해를 볼 것이다.

천씨 가문을 철저히 괴멸시켰다고 해도 진정한 위기는 바로 코앞에 있었다. 중주성의 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낙씨 가문의 태상장로 낙만상과 가주 낙연성이 군대를 소집하여 기적상회를 공격했고, 양씨 가문의 태상장로 양의와 가주 양무도는 운씨 일가의 본부를 공격했다.

중주성 밖에서는 대규모의 살육전이 벌어졌고, 대장군 염무기의 군대는 양씨 가문의 기병과의 전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대 가문에 군벌까지, 모두 이 아비규환에 빠져들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참혹한 살육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세력 교체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야말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중주성 곳곳이 불에 탔고 잿빛 연기가 도시의 반 이상을 덮어 버렸다.

길가 곳곳에서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 사실상 수많은 세력과 고수가 이 전쟁에 휘말려 버린 것이다.

천제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빨리 이 전쟁을 끝내야겠어요!”

공화련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가다간 중주성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중주성은 그저 평범한 도시가 아닌 본성이었다. 본성이 파괴된다면 왕국도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기적상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삼대 가문은 100년간 세력을 이어 왔고, 서로의 이익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기적상회가 그들을 괴멸시키려 한다면 반드시 신중해야 할 것이다. 왕성의 수뇌부들을 진노케 한다면 상상도 못 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 중주성은 혼돈의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성이 지어진 후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기적상회는 최대한 신속히 전란을 수습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일은 기적상회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멈출 수 없다. 끝까지 가보자!’

중주 경기장에서 치러진 격전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임목이 피투성이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그는 한눈에 보아도 겹겹이 싸인 포위망을 필사적으로 뚫고 나온 게 분명해 보였다.

“본부가 낙가 정예군 공격에 수세에 몰렸어요. 낙가 태상장로 낙만상이 그들을 진두지휘하고 있고요. 지금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다.

중주성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살생과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기적상회는 전투력 자체가 미비했기 때문에 사람을 구하고 전란을 평정하기는커녕 자기 몸을 건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공화련은 심빙우에게 본부에 남아 그곳을 지휘해 달라고 부탁했다.

본래 기적상회를 지켜야 하는데, 낙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이번 전투에 참여해 사태를 악화시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삼대 가문은 이 기회를 빌려 완전한 숙청을 이루려고 한 것이다.

가장 주요한 목표는 기적상회와 운씨 가문이었으나 기적상회와 관련된 다른 가문과 세력도 이 혼란 중에 화를 면치 못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주성의 손실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천제현이 천씨 가문을 괴멸시킨 게 뭐가 대수겠는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협력한 가문들과 세력들이 하나둘씩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고, 기적상회의 공장은 파괴될 것이니 기적상회가 가진 것이 몽땅 날아가는 셈이다.

결국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기적상회는 지난 몇 달 동안 온갖 풍파를 겪으며 이뤄낸 것들이 깡그리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중주성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만큼, 기적상회가 이 혼란 중에 신속하게 안정을 찾지 못하면 외부 세력에 의해 아예 뿌리째 뽑힐 수도 있었다.

“서련 아가씨 쪽도 분명 위험할 거예요. 이런 소요사태가 들불처럼 번진다면 그 결과는 생각할 수조차 없어요.”

공화련은 중주의 혼란상태가 심각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그녀는 삼대 가문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우리 전투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데 이 일을 어떻게 한담?”

“전투력이 없다고? 아니죠! 중주 선착장에 상어해적단 소속 정예군 3,000명이 있다고요!”

천제현은 대방주에게 말했다.

“이 혼란을 진압하려면 상어해적단의 힘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상어해적단이 이름을 떨칠 절호의 기회가 될 거예요! 중주성의 이 전란을 해결한다면 그 공로가 어찌 가볍겠습니까?”

다섯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어해적단은 기적상회와 함께하기로 결정했으니 공을 세워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쨌든 성의는 보여야지!’

기적상회가 어려움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상어해적단이 나설 차례인 것이다.

이 전투에서 이기기만 하면, 중주성에서 기적상회에 대적할 적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중주성 전체는 기적상회의 놀이터가 되겠지?’

게다가 상어해적단은 줄곧 악당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으니, 이번에 중주성의 난을 평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이자!”

“선착장으로 가자!”

사람들이 이제 막 비무장을 떠나려던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한 정예 기병이 대로를 지나 경기장으로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정예병은 천제현 일행이 있는 경기장을 겹겹이 포위했고, 그들 손에 들린 무기는 하나같이 냉혹한 빛을 뿜어냈다.

이들을 통솔하는 이는 다름 아닌 성주 풍운룡이었다.

‘천제현이 살아 있어? 천시는? 천성하는? 천씨 가문의 정예군 800명은?’

성주 풍운룡은 온통 철갑을 두른 채 천제현을 응시했다.

“반역자, 천제현! 어디 가느냐!”

그의 눈빛은 분노와 살의로 얼룩져 있었다.

“네놈이 중주성을 혼란에 빠뜨려 수만 명의 사람이 화를 당했다! 그 죄 백번 죽어도 갚지 못할 터! 질풍기병단은 들어라! 천제현의 목을 가져와라!”

질풍기병단.

질풍기병단은 남하국은 물론이고, 중주성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정예기병 군단이다. 모든 주와 군에 지부가 설치되어 있어 성주에게 충분한 군사력을 부여했다.

이 군대는 금위군으로 오로지 팔후와 성주만이 움직일 수 있어 대장군인 염무기조차도 동원할 수 없었다.

‘큰일 났다!’

공화련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이 정예부대가 직접 움직였다면, 설령 몇 명이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지나간다고 해도 시간이 크게 지체될 것이다.

‘기적상회가 그 정도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본부의 기반이 무너지면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풍운룡이 장검을 힘껏 휘둘렀다.

“반역자 천제현을 잡아라!”

그러나 질풍기병 수백 명이 서로 얼굴만 멀뚱거리며 쳐다볼 뿐 어느 누구도 명령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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