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9
제289장 천제현 대 천성하(2)
살아남은 검기 천성하의 것이었다.
아직도 날카롭고 흉포한 기세를 유지한 검기가 천제현의 몸에 적중되었다.
순식간에 천제현의 성광체가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검기가 날아오는 도중에 그 기세가 꺾였던 터라 천제현을 단박에 죽일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그래도 천제현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나름대로는 선전한 것이다.
피가 맺힌 천제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필살기 수준이 고작 이거야?”
천제현의 성광불멸체가 단숨에 재생했다.
“필살기? 그럴 리가!”
천성하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백여 마리 교룡이 천성하 등 뒤로 모여들더니 빠르게 합쳐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필살기를 보여주지!”
쾅!
굉음이 터지자 백여 마리 교룡이 서로 합쳐져 십여 장에 달하는 거대한 교룡으로 변신했다.
비늘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날카로운 검날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그리고 하나같이 신랄한 검기를 내뿜고 있었다.
절세의 마수가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장내 사람들은 질식할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금빛 교룡은 그 모습은 물론이고 뿜어내는 기운까지도 진짜 교룡과 흡사했다.
이때 더욱 까무러칠 일이 일어났다.
거대한 용이 천성하 주변을 맴돌더니 돌연 커다란 입으로 천성하를 단숨에 집어 삼켰다.
찰나의 순간에 천성하와 거대 교룡이 하나가 되었으니 사람이 용이고 용이 곧 사람이 된 것이다.
하나가 된 천성화와 교룡은 더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쾅!”
교룡의 힘이 폭발하더니 몸집이 수 장이나 더 커졌다.
그 거대한 꼬리로 바닥을 쓸어내리자 경기장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그 안은 마치 산 하나가 떨어져 나간 듯 깊게 패여 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기술이지?’
“이야! 기가 막힌 걸!”
대방주도 크게 감탄했다.
“이 힘은 현혼기 사람의 것이 아니다. 진혼강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
천제현은 교룡과 합체한 천성하를 보면서 눈빛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일전에 시련탑에서 보았던 신검합일의 경지를 다시 밟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얻은 심득으로 교룡과 완전한 일체화에 성공한 것이다.
검기를 응고하여 만든 교룡의 몸은 강철보다 단단하여 어떤 무기로도 뚫을 수 없으니 제 아무리 현혼급 술사라 하더라도 이 교룡에게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그러니 천성하의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교룡과 일체화된 천성하의 공격력은 몇 배로 증가하였다. 그 전투력은 시련탑에서 보여주던 것과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금빛 교룡이 입에서 검기를 뿜어내니 황량한 기운이 대지를 삼키 듯 매우 빠른 속도로 천제현을 덮쳤다.
팍!
천제현의 성광이 산산이 부서졌고, 경기장 끝까지 나가 떨어졌다.
“어찌 된 것이냐? 마력을 거의 다 소진한 것이냐? 이게 네 전부냐?”
30장이 넘는 거대한 교룡이 하늘가를 유유히 날아다녔고, 위협적인 음성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를 어쩌나, 난 이제 막 시작인데!”
교룡으로 변신한 천성하는 이미 현혼급 실력을 넘어섰다.
삼대 가문의 가주라 할지라도 그와 겨뤄 반드시 이기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교룡의 입에서 나온 검기는 천제현의 방어를 뚫어 버렸다.
이는 천성하가 어떤 힘도 동원하지 않은 채 방출한 공격에 불과했다. 이미 승패는 명확해졌다. 천성하의 마력은 천제현보다 높았고, 무공도 그를 압도했다.
천씨 가문의 혼검결은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무공임이 다시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천성하의 어검화룡검결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전승무공으로 이 무공 자체로 보면 천제현의 유명염화검법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천제현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유명염화검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무공을 수정하고 진화시켰다.
따라서 무공의 질 자체는 어검화룡검결을 능가하였으나, 그래봤자 천제현은 이제 겨우 대성의 경지에 올랐을 뿐이다.
천성하는 두 가지 검결을 완벽하게 녹여 최고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엄청난 차이는 천제현이라 할지라도 쉽게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제 잔재주는 그만 부리고 얌전히 죽어라!”
천성하는 더는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느껴 온 힘을 일격에 담아 전투를 끝내고자 하였다.
천제현이라는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놈을 완전히 뭉개 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금빛 교룡이 울부짖었다.
온몸을 뒤덮은 반짝이는 비늘이 하나씩 날을 곧추세우더니 서늘한 검기를 방출했다.
교룡의 몸에서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막강한 존재가 앞에 서 있어도 이 교룡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가루로 만들어 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격으로 되겠어?”
천제현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이고 있는 천성하를 마주하고 서서 유명검을 하늘 높이 치켜 들었다.
그러자 유명검에 잔류해 있던 마력이 단숨에 터져 나왔고, 광폭하게 타오르는 유명화가 천제현의 몸으로 응집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유명화는 검이 아닌 천제현의 몸에 스며들었다.
이 경악할 만한 광경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천제현이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스스로를 불태우려는 것인가?’
“잘 봐둬! 내가 개발한 무공을!”
순간, 천제현의 몸이 활활 타오르는 화염덩어리이로 변하더니 그 화염덩어리 속에서 음성 하나가 내리꽂혔다.
“염마변(炎魔變)!”
천제현의 이글대는 몸이 끝도 없이 팽창하기 시작하더니 3장을 훌쩍 넘는 거인으로 변했다.
몸 전체가 화염으로 둘러싸인 이 거인은 거친 발과 더불어 커다란 날개도 있었다.
마치 심연의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처럼 음산하며 냉랭한 기운을 숨김없이 내뿜었다.
온몸을 휘두른 유람화염(幽藍火焰)은 마치 수정처럼 단단하게 응집되어 있었다.
이 초식은 그 모습만으로도 장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천제현은 대체 이걸 어떻게 해낸 것인가?’
천제현이 변신한 염마(炎魔)는 영기인 유명을 몸 안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최고 무공인 마신구변을 통해 사용법을 익혔다.
하지만 이 무공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무공을 시전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천제현도 유명화에 내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악마의 심장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악마의 심장은 지옥 화염의 생명이자 의지이자 핵심으로, 천제현은 이를 가공하여 몸에 착용한 덕분에 자신이 염마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다.
악마의 심장이 천제현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검의 기령인 유명의 힘은 천제현의 실력과 몸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유명이 강해질수록 천제현의 마력도 강해진다. 그리고 이 유명은 소환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다.
천제현이 혼성 3성의 정점에서 유명을 소환했을 때, 혼성 5성에 가까운 힘을 발휘했고, 기습 공격에도 일거에 상관비진을 격퇴했다.
지금의 천제현은 그때보다 실력이 더 늘었으니 유명의 힘도 자연히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천제현은 기령인 유명을 소환하여 비법을 사용하여 그를 자신의 몸 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3장이 넘는 거구의 염마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크아아!
염마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활활 타오르는 새까만 화염을 이글거리며, 막강한 힘이 응축된 흑검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
신마의 기운이 담긴 검은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궤멸시킬 것처럼 공명하기 시작했다.
검을 한 번 휘두르자 금룡의 검기는 발산되는 순간 바로 깨져 버렸다.
태연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천성하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교룡이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염마가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
손에 들린 흑색의 신마검에 엄청난 힘이 실리더니 순식간에 금룡을 베어 버렸다.
어떤 무기로도 뚫지 못할 것 같던 금룡의 몸이 갈라졌고, 마치 일개 뱀 마냥 그 자리에 힘없이 곤두박질쳤다.
교룡이 떨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움푹 파였다.
쿵!
경기장 전체가 흔들렸다.
염마의 검이 재차 공격하려던 그때, 분노한 금룡이 꼬리를 말아 올려 광폭한 검기를 발산했다.
염마가 서둘러 방어했으나 결국 몇 걸음 밀려나고 말았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을 전율케 했다.
하나는 금빛 교룡으로 변했고, 다른 하나는 화염의 악마로 변했다.
이 전투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마치 신들의 전쟁과도 같았다. 고작 혼성 경지에 이른 술사 두 사람 간에 벌어지는 전투가 말이다.
금빛 교룡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더니 마치 거대한 송곳 모양을 하고선 미증유의 검기를 폭발시켰다.
화염의 악마가 타오르는 흑검을 손에 쥐고 천지를 벨 듯한 기운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죽어라”
금빛 교룡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거대한 황금검으로 바뀌었다.
교룡의 몸에 붙어 있던 금빛 비늘도 하나씩 떨어져 나와 검이 되더니 염마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그러나 흑검이 쓸고 지나가자 날아드는 검들이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어 버렸다.
염마는 불타오르는 흑검의 힘을 다시금 궁극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천제현은 육신, 기령, 정령의 힘을 모두 일검에 쏟아 부었다.
이 일검에 생과 사가 결정될 것이다.
승리, 아니면 패배. 다른 것은 없다!
천성하도 천제현의 생사를 건 일격의 기운을 느끼자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런 전투에서는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게 된다.
금빛 교룡이 완전히 황금검으로 변했다. 수많은 검기가 장관을 이루며 검신으로 모여들었고 천지를 쪼갤 듯한 예리한 기운이 발산되었다.
이윽고 황금검이 엄청난 기세로 염마를 향해 뻗어 나갔다.
“참천식!”
“유명귀참!”
천제현은 압도적인 힘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이것은 천제현이 자신의 힘과 정령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자 기령인 유명의 힘까지도 최대치까지 방출한 것이었다.
이번 공격이 끝나면, 유명의 힘은 크게 약해져 한동안 깊은 잠에 빠질 것이다.
두 개의 검기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경기장의 지면 곳곳이 갈라졌고, 경기장의 보호 장치조차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렸다.
무시무시한 마력의 파동이 거센 폭풍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 경기장에 근처에 있던 관중들을 날려 버렸다.
너무 강했다.
이 둘은 정말 괴물과도 같았다.
한편,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천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누가 이겼는지 판단할 틈도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
“어서! 천제현을 죽여라! 기적상회와 연관된 놈들도 모조리 다 죽여라!”
인파 가운데 몸을 숨기고 있던 천씨 가문의 검객들이 가면을 벗어던지고는 보검을 높이 빼들었다.
이 순간!
장내는 혼란에 휩싸였다.
“죽여라!”
“죽여라!”
“천씨 가문 형제들이여! 죽여라!”
천시는 아주 악독하게도 기적상회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