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
제283장 인수 성공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상관홍은 뇌주에서 꺼져라!”
“꺼져!”
“뇌주에서 사라져!”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다 함께 고함을 질렀다.
상관홍은 남하팔후 중 한 명이다. 백성들의 눈에 제후란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제후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남하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금전후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구려. 천제현이 악마를 해치웠는데, 사방후의 후계자는 그런 그를 죽이려 했다는 게 말이오. 그 결과 오히려 중상을 입게 된 거겠지. 이 일은 상관비진이 자초한 일이니 목숨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사방후의 체면을 봐 줬다고 할 수 있소! 사방후께서 그래도 천제현을 죽이겠다고 고집을 부리신다면 먼저 나를 쓰러뜨려야 할 거요!”
“자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걸 느낀 사방후는 이를 악물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천제현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혼자 힘으로 금전후와 신풍후 둘을 상대할 수도 없지 않은가.
성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천제현을 칭송했다. 뇌주의 재앙이 이렇게 막을 내린 것이다.
***
그 일이 있고 며칠 동안 연이어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옥 화염이 죽은 뒤 심연의 마병 세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으며, 반대로 뇌주군은 파죽지세로 위용을 떨쳐 빠르게 난을 해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백성들은 이제야 실감이 났다.
중주에서 온 소년 한 명이 세 제후도 하지 못한 일을 기적처럼 해냈다는 것을.
아무도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천제현은 그 일을 해냈다.
이제 천제현은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의 이름은 삽시간에 뇌주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는 수천만 뇌주 백성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가 중주성에서 겪은 일련의 성장 과정이 뇌주의 각 신문을 장식했고, 수많은 뇌주 백성들이 경탄과 숭배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천제현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기적상회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남하국에 괴물 같은 천재가 나타났다!’
천제현은 금전후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이제 뇌주성을 위협하던 세력은 사라졌으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심연의 기운으로 오염된 땅은 최소 백 년 동안은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금전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소!”
“제게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들어보고 마마께서 직접 결정하십시오!”
“그대가 오염된 땅을 정화할 수 있단 말이오? 빨리 말해 보시오!”
후속 처리는 현재 금전후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였다. 오염된 땅에는 어떤 농작물도 심을 수 없었고, 심지어 생명체의 서식도 불가능했다. 심연의 기운에 잠식될 경우 마수들이 변이하거나 공격성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천제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사실 천제현은 뇌주성으로 올 때부터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는 금전후에게 문제 해결법이 상세히 적힌 두루마리 두 개를 꺼내 바쳤다.
“첫 번째 방법은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겁니다. 흔한 재료들만 있으면 오염 면적을 줄이고 대부분의 손실된 땅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오염된 땅을 정화하지 않는 겁니다. 대신 제가 아주 특별한 약재의 재배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재료들은 심연의 기운이 있는 땅에서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귀한 재료들이지요. 뇌주성에서 그 약재들을 키워 판다면 죽은 땅을 천혜의 요지, 뇌주 특색의 약재가 자라나는 귀한 땅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좋구려! 좋아!”
감격한 금전후는 다시 한번 천제현을 향해 예를 올렸다.
“그대는 하늘이 내려준 천재요. 뇌주에 머물러 주시오! 내 그대에게 뇌주성의 성주 자리를 물려주겠소!”
성주, 그것도 본성의 성주. 그것은 누구라도 탐낼 만한 자리였다.
“마마의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제 뜻은 벼슬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천제현은 금전후의 요청을 거절하며 말했다.
“임무를 마쳤으니 전 이제 다시 중주성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마마들께서는 속히 왕성에 가셔서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중주에서 이런 천재가 나다니, 남하국의 복일세. 여봐라, 금고에서 금화 2억 냥을 가져다 천제현 선생께 드려라!”
그러면서 금전후는 미안한 듯 천제현에게 말했다.
“뇌주가 난을 만나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라 이 정도 성의밖에 보이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오.”
금전후는 신풍후와 반목하고 싶지 않았다. 천제현이 거절했으니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즉시 수하를 불러 금화를 가져오게 한 후 그것을 건네며 말했다.
“이번에 왕궁에 가게 되면 반드시 무안군 마마께 그대의 업적에 대해 전하겠소!”
금화 2억 냥,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물론 그가 뇌주를 위해 한 일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뇌주성은 원체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였고, 또 악마의 습격으로 인해 돈 들어갈 데가 많은 상황 아닌가. 그런 뇌주에서 2억 냥이라는 돈은 최대한의 성의였다.
신풍후와 금전후, 사방후는 뇌주를 떠나기 전에 먼저 왕성에 가서 보고를 해야 했다.
신풍후는 길을 나서기 전, 중주 기병을 천제현에게 맡기며 중주성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차피 뇌주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던 천제현은 바로 배를 타고 중주성으로 향했다.
“천제현 대인, 앞쪽에 보이는 게 바로 상어해적단의 소굴입니다!”
“이렇게 빨리 도착했다고?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하군. 한번 들어가 봐야겠어!”
그 말을 들은 운요가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천제현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사주호의 무풍지대로 들어선 군함은 즉시 상어해적단의 눈에 띄었다.
곧이어 거대한 검은색 거북이가 천천히 군함을 향해 다가왔다. 그 거북이 위에는 두 명이 서 있었는데 한 명은 덥수룩하게 수염이 난 거친 사내였고, 또 한 명은 깡마르고 키가 큰 중년 남자였다.
진혼급의 고수인 그 둘은 다름 아닌 사방주와 오방주였다.
상어해적단의 태도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그 둘은 군함을 보자마자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예를 갖췄다.
“기다린 지 오래입니다.”
“어떻게 됐소?”
팔짱을 끼고 갑판에 선 천제현이 물었다.
“대방주께서는 생각 좀 해보셨소?”
“며칠간 신중하게 생각하신 결과, 천제현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오방주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고, 천제현에게 경외심마저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천제현이 뇌주성에서 보여준 행적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 일단 섬으로 올라오시지요!”
그러나 천제현은 바로 수락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군함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있소.”
“함께 섬으로 올라오시지요.”
상어해적단이 이 젊은이와 운명을 함께할 것임을 직감한 사방주 역시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여 줬다.
“상어해적단이 연회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일행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며칠 전에 신풍후가 오방주를 잡아 왔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안하무인 아니었나? 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다니!’
사방주도 마찬가지였다. 거만하기 그지없던 자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설령 신풍후가 나섰대도 천성이 거친 해적들을 이렇게 바꿔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건 천제현의 계획대로 이뤄진 결과였다.
상어해적단의 근거지인 사주호에는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 문제의 주범인 해적들을 남하국의 백성으로 만들어 남하국에 봉사하게 만들었으니, 보통 큰 공이 아니었다.
“대방주께서는 영명하신 분이니까. 그럼 잠깐 들렀다 갈까?”
천제현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말했다.
“배를 돌려라! 돌아가기 전에 잠깐 상어해적단에 들러서 배 좀 채우고 가자!”
“만세!”
“만세!”
중주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중주의 일천 정예기병 중에 남은 병력은 300여 명 정도였다.
얼마나 격렬한 전투를 벌였는지 알 수 있는 숫자였다. 이제 이들이 중주에 돌아가면 큰 상과 함께 진급과 봉급 인상이 이뤄지리라.
이 모든 게 천제현 덕분이었다.
천제현이 지옥 화염을 처치하지 않았더라면 살아서 중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목숨을 건졌다 할지라도 패잔병 아닌가.
그러니 그들이 천제현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천제현이 탄 군함은 대형 거북이 몇 마리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상어해적단의 섬으로 진입했다. 이미 부두에는 수천 명이 넘는 해적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중주 병사들이 섬에 내리자 게, 새우, 조개 등 각종 산해진미가 끊임없이 나왔고, 해적들은 매우 열렬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상어해적단의 천여 명 정예병들은 산채 입구에서부터 산 중턱까지 두 줄로 가지런히 서서 천제현이 지나갈 때마다 공손히 예를 올렸다. 그 엄청난 인원이 천제현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상어해적단이 만들어진 이래, 이렇게까지 열렬한 환영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천제현은 가까운 일행 몇 명만 데리고 상어해적단 정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산채 안으로 들어갔다.
해적단의 다섯 방주는 연회를 열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제현 일행은 즉시 상석으로 안내되었다. 대방주는 직접 몸을 일으켜 술을 올리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중주성의 군사들에게 이 술을 올리는 바요. 이번에 뇌주에서 대승을 거두고 큰 공을 세웠다 들었소이다!”
상어해적단의 다른 방주들도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들의 눈에는 승리를 거둔 군사들, 특히 천제현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했다.
남궁혜를 비롯한 일행은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들이 어떻게 뇌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까?’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라 아직 여기까지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 텐데?’
그때, 뚱뚱한 삼방주가 몸을 일으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이곳을 떠난 후로 저희 해적단에서는 형제들 몇을 뇌주로 보내 소식을 알아오게 했답니다. 그래서 뇌주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알게 되었지요.”
뇌주성에서의 일을 들은 상어해적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제현 일행이 물리쳐야 할 상대는 다른 차원에서 온 무시무시한 악마였다.
그리고 세 제후조차도 어쩌지 못한 그 악마를 천제현이 단번에 해치웠다.
그로인해 천제현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으니 왕성에서 큰 상을 내려 그 공을 치하할 것이고, 그럼 그는 빠르게 위로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