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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76화 (272/729)

# 276

제276장 압도적인 지옥 화염

사람 모양으로 변한 요석은 여전히 녹색 화염으로 불타고 있었다. 내부는 고농도의 화염으로 가득하고, 표면은 흑녹색의 돌로 덮여 있었다. 무수한 녹색 화염이 안에서부터 흘러나와 그 기운이 너무나 강렬해보였다.

곧 화염으로 불타는 거인은 세 제후를 발견한 듯 몸에서 강렬한 정신파동이 뿜어냈다.

“비천하고 약해빠진 차원의 생명!”

화염 거인이 두 팔을 휘두르자 수많은 심연의 화염이 수백 개의 검 모양으로 변했다.

“정신 차리세! 다른 차원에서 온 요괴일 뿐이다! 제멋대로 날뛰게 할 수 없지!”

금전후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시위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음에도 빼곡하게 들어찬 화살의 형상이 폭풍우처럼 괴물에게 쏟아져 내렸다.

“죽어라!”

사방후 상관홍도 붓을 들어 파멸의 기운이 가득한 봉인을 그려냈다. 그러고는 녹색 화염 거인의 몸을 향해 날렸다.

“죽음의 인!”

“풍운검가!”

신풍후도 수천 개의 검기를 소환했다. 검기를 모아 거대한 화살을 만들어 화살 끝으로 화염 거인의 머리를 쪼개 버릴 셈이었다.

세 제후는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녹색 화염 거인을 둘러싼 흑녹색의 표면이 부서지자, 거대한 몸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부서진 표면은 빠르게 회복되어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이럴 수가!”

세 제후의 마음이 흔들렸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 먹히지 않자 싸울 의지가 빠르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녹색 화염 거인이 뿜어내는 흉악한 정신파동은 마치 자신들을 비웃고 있는 듯했다.

분명 이 화염 거인은 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이토록 강력했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이 땅의 생명들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사방후는 더 이상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퇴각하세! 이러다간 다 죽겠어!”

금전후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더 좋은 선택은 없는 듯했다.

“이건 3군께서 와야만 해결할 수 있을 걸세.”

“아니 되오!”

신풍후만은 주먹을 불끈 쥐고 천제현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심연의 악마는 차원을 넘어 들어와 아직 완전히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이정도일 뿐, 만약 우리가 더 시간을 줬다간 3군도 상대할 수 없게 될 거요!”

“그럼 우리만으로 어쩌자는 건가!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을 걸세!”

사방후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신풍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적어도 성 밖으로는 빼 내야지!”

그 말에 금전후가 어리둥절해져 물었다.

“무슨 뜻인가?”

“설명할 시간이 없네!”

신풍후가 두 사람에게 외쳤다.

“자, 저놈을 성 밖으로 유인하세!”

***

세 제후가 심연의 악마와 고전을 벌이고 있을 때, 천제현은 백옥성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천제현 일행이 본대로 복귀하려 할 때, 백옥성 방향에서 맹렬한 기운이 터져 나와 밀려드는 파도처럼 일행을 삼키려 들었다.

히히힝!

놀란 전투마들이 말을 듣지 않고 발광하며 날뛰었다. 한참을 고생하고 나서야 간신히 말들을 안정시켰다.

그때 성 쪽에서 녹색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하늘 대부분이 녹색으로 뒤덮였고, 수많은 작은 운석들이 구름층 사이에서 떨어졌다.

먼 거리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두려운 장면에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남궁혜가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요석이 불꽃기둥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외쳤다.

“세상에, 저게 뭐야!”

쿵!

땅이 또 흔들렸다.

아주 거대하고 사악한 힘이 계속 커져가는 가운데, 세 제후가 상상하기 힘든 괴물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틀림없어.”

요석이 떨어지고 온 하늘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본 천제현의 눈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스쳤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지옥 화염이라고 불리는 심연의 악마에요. 심연 세계의 중하등급 악마죠.”

“중하등급 악마?”

운요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중하등급의 악마가 어찌 이렇게 강력하단 말이야!”

“심연 세계의 생명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천제현은 여기까지 말한 후 잠시 말을 멈췄다.

“지옥 화염은 수명이 정말 길기 때문에, 오랜 세월 계속해서 죽이고 약탈하면서 성장해요. 만약 몇만 년 동안 성장한 지옥 화염이라면, 남하국 전체를 쉽게 날려 버릴 수도 있어요.”

운요가 물었다.

“그럼 이 악마의 실력은 어때?”

천제현은 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도 천 년은 안 된 악마일거예요. 게다가 억지로 깨진 차원의 틈을 넘어오다 보니 원기가 많이 상한 상태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린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걸요.”

풍채향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마음이 뜨끔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

“세 제후의 힘으로는 지옥 화염을 이기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잘 버텨서 악마의 힘을 다 소진시켰다면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요!”

천제현은 전투마를 토닥인 후에 바로 동쪽을 향해 전진했다.

“가자!”

몇 분을 달렸을까.

작은 분지가 눈에 들어왔다.

성숙미 넘치는 아름다운 여인이 검은 옷을 입고 오랫동안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 에 몇십 개 되는 길고 긴 군기를 들고 있었는데, 깃발마다 붉은 빛이 나는 물질로 마력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 속에는 강력한 힘이 숨겨져 있어 언제든지 방출할 수 있었다.

“어? 심 선생님 아니야?”

남궁혜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어떻게 여기에!”

천제현이 물었다

“군기는 잘 묻어두셨지요?”

심빙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했어.”

군기란 군대에서 진을 칠 때 사용되는 깃발로, 몇 천 년 후 미래에서야 널리 사용되는 물건이었다.

군기 안에 미리 마력진을 봉인한 후, 필요할 때 그 깃발을 땅에 꽂기만 하면 군기 안에 봉인된 힘이 해제된다.

마력진 하나가 순식간에 나오기 때문에, 마력진을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그래서 군기를 포진하는 것은 정말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었다. 원하는 대로 꽂으면 바로 마력진이 나오고, 지형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다. 다만, 군기와 주문은 대부분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이었다.

천제현은 총 14개의 군기를 만들었다. 4개의 대형 군기는 산골짜기 네 군데에 꽂아 두었고, 나머지 10개의 소형 군기는 심빙우가 몸에 지니고 있었다.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자, 이제 싸우러 나갈 준비를 합시다. 진법이 효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운요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심연의 악마가 이렇게 강한데, 진법 하나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 진법은 신혈로 만든 거예요. 신령한 힘을 조금 빌려서 쇠약해진 심연의 악마를 치는 거죠. 분명 효력이 있을 거예요.”

천제현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하늘을 뒤흔드는 백옥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옥 화염은 세 제후와 겨루면서 분명 많은 힘을 소진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어요!”

풍채향이 물었다.

“이곳은 백옥성하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악마를 유인할 수 있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벌써 미끼를 보냈으니까.”

“미끼?”

세 사람은 그제야 천제현의 어깨에서 떨어질 줄 몰랐던 새끼 여우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챘다.

***

쿵!

쿵!

지옥 화염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공격할 때마다 지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3주 연합군은 이미 완패하였다. 기병들은 거의 대부분 혼란 속에서 마병과 화염 악마에게 몰살당했다. 단지 소수의 병력만 운 좋게 성 외곽으로 도망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묵지뢰!”

지옥 화염이 세 제후를 추격하던 중 잘못해서 먹물 같은 물질을 밟았다. 그 검은 먹물 같은 것은 순식간에 개미처럼 온몸으로 기어오르더니 올챙이처럼 작은 주문이 되었다. 지옥 화염의 몸에 타오르던 화염이 잠시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봉인의 힘에 의해 짓눌리는 듯했다.

“하압!”

금전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푸른빛을 여러 차례 쏘아댔다. 섬광 같은 빛줄기가 지옥 화염의 거대한 몸에 떨어지자 잠깐 사이에 두꺼운 얼음과 엄청난 한기가 퍼져나갔다.

으어어어어!

지옥 화염이 울부짖었다.

그러자 온몸의 녹색 화염이 더욱 거세지고, 두꺼운 얼음이 갈라지며 검은색 주문들이 모두 증발했다.

그러고는 오른쪽 주먹에 화염을 압축하더니, 세 사람을 향해 거대한 화염구를 던졌다.

“크윽!”

신풍후가 다급히 두 손을 들어 맹렬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냈다.

화염구는 곧장 날아오다가 회오리바람에 삼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화염구의 기세는 전혀 줄지 않았고, 도리어 회오리바람을 흩어놓은 채 세 제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다행히 회오리바람이 화염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 듯, 화염구는 세 제후의 앞부분에 떨어졌다.

그러나 화염구가 터지는 기세에 세 제후는 날려졌다. 세 사람의 부상은 더욱 심각해진데다가 마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심연의 악마가 아무리 나약해졌다 해도, 여전히 혼성을 뛰어넘는 실력이었다. 아무리 강한 초식을 써도 악마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눈앞의 적은 세 제후의 힘으로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좀 더 힘을 내게!”

신풍후의 청색 도포는 이미 검게 타들어갔고, 두 팔도 불에 타 피부색도 변해 있었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 모양새하며, 전에 본 적 없는 참으로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 악마를 소멸시키지 못한다면 남하국은 영원히 뇌주를 잃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심연의 악마는 지혜도 있고, 잔인하며, 약탈과 살육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 남겨두었다가는 엄청난 재앙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이다.

사방후와 금전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풍운천, 자네 대체 뭘 하자는 겐가!”

상관홍은 분노 섞인 말투로 나무랐다.

“이 괴물은 너무 강해. 3군께서 친히 오셔야만 승산이 있다고!”

“퇴각하세!”

금전후도 후퇴할 생각이었다.

“무의미한 희생이 있어서는 안 돼!”

신풍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가게, 난 반드시 저놈을 유인해야겠어!”

말을 마친 후, 신풍후는 하늘로 올라 바람의 칼날 여러 개를 지옥 화염에게 날렸다.

지옥 화염은 분노로 고함을 내질렀다.

지옥 화염은 이 나약한 차원의 생물들에게 짜증이 났다. 원기를 회복하는 걸 방해할 뿐 아니라 파리 떼처럼 계속 달려들다니.

설마 차원의 생물들은 모두 다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아무리 공격해 봤자 방어막을 뚫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리 노력해도 헛수고라는 걸 알면서도, 지치지도 않고 계속 괴롭히다니.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아닌가.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네놈들 몇 명의 힘만 삼켜도, 난 더 강해질 테니!’

지옥 화염은 더 강력한 힘을 분출하며, 폭풍우 같은 기세로 사납게 공격해갔다.

“안 되겠어!”

“퇴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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