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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75화 (271/729)

# 275

제275장 본격적인 전투

전투에서는 선수를 쳐야 유리하다.

신풍후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하늘로 올라간 후, 두 손을 폈다. 곧 신풍후의 두 손에서 무서운 힘이 남김없이 분출되었다.

푸른 회오리바람 네 줄기가 하늘에서 모여들더니 신풍후 몸 주변에 나타났다. 회오리바람은 빠르게 운석 구덩이 주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구덩으를 둘러싼 순간, 바람과 구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폭풍우 정령.

신풍후는 폭풍우를 정령으로 삼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 공격 범위와 맹렬함, 위세 이 모든 것이 8후 중 최고라 할만 했다.

단 하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파괴력이 강력한 만큼 너무 빨리 힘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신풍후는 장시간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상대를 만나도 반드시 전력을 다해 싸워 최단 시간 내에 전투를 끝내야 했다.

신풍후가 손을 들자 회오리바람이 곧 거대한 폭풍우가 되어 구덩이 안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똘똘 뭉쳐진 녹색 화염이 강력한 힘에 의해 하늘로 빨려나오기 시작했다.

청흑색 회오리바람 네 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녹색 불꽃을 품은 회오리바람으로 변했다.

그 괴이한 심연의 녹색 화염이 강렬한 불빛을 방출해 어둡던 천지를 훤하게 밝힐 정도였다.

“가라!”

네 개의 맹렬한 회오리바람이 한데 모여들어 결국 더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형성했다.

폭풍우는 무수한 녹색 화염을 이끌고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내더니, 전방의 수많은 마병들을 향해 돌진했다.

찰나의 순간.

땅 위로 불에 탄 흔적이 흉터처럼 남았다. 곧 셀 수 없이 많은 마병이 화염을 품은 회오리 속에서 산산조각 나고 재로 변해버렸다.

사방후와 금전후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중주에서 오랫동안 은거하던 신풍후의 실력이 오히려 전보다 더 강력해진 듯했다. 하지만 두 제후는 곧 정신을 차렸다.

운석 구덩이의 화염 중 일부를 이토록 쉽게 빼앗았으니, 지금이 바로 요석을 없앨 절호의 기회였다.

‘심안!’

금전후는 심안을 사용해 요석의 위치를 파악하고, 금빛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았다.

녹색 화염은 매우 괴이해서 일반 화염보다 백배는 강렬했다.

보통 불꽃은 물체를 태울 때 정해진 순서가 있다. 가장자리부터 타오르며 점차 물체의 중심을 태운다.

그런데 녹색 화염은 달랐다. 물체가 심연의 불꽃에 둘러싸이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빠르게 해체된다. 그리고 단숨에 타오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철을 그 불 속에 던지면, 표면부터 천천히 녹지 않는다.

우선 강력한 힘에 의해 찢겨지고 분쇄되는데, 안에서부터 시작해 가루가 될 정도로 부서지면서 철저하게 불타는 것이다.

화살이 암석 구덩이로 진입하자, 바로 뜯어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금전후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화살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강력한 힘이 발생하면서 화살을 집어삼키려던 화염이 밀려나고 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운석 구덩이 안의 요석에 꽂혔다.

파팍!

흑녹색 요석의 표면 위로 무수한 균열들이 퍼져나갔다.

“효과가 있군!”

이를 본 사방후 상관홍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 번 더 활을 쏴서, 요석을 파괴시키세!”

금전후가 막 시위를 당기려던 참이었다.

땅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운석 구덩이 중앙에서 무서운 힘의 파동이 흘러 나왔다.

곧 녹색의 화염 충격파가 사방팔방으로 터져 나왔다. 녹색 화염이 닿는 곳마다, 땅, 나무, 돌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조각조각 파괴되고 화염에 의해 불타올라 한줌의 재로 변했다.

“엄청난 힘이다!”

신풍후의 안색이 변했다.

“조심하게!”

“내가 나서지!”

사방후 상관홍이 긴 붓에 마력을 모았다. 본디 창날처럼 날카롭던 붓 끝이 마치 먹을 바른 듯 부드럽게 변했다. 그러고는 허공에 거대한 원호를 그렸다.

녹색 화염이 어떤 강력한 힘에 이끌리듯 이 원호 안으로 모조리 끌려왔다. 사방후의 힘에 의해 봉인된 것이다.

상관가문의 절학 결계, 묵지뢰(墨之牢)였다.

이 묵지뢰는 일종의 결계로 모든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또한 흡수한 힘을 고밀도로 압축시켜 반격도 가능하니 그야말로 엄청난 절학이었다.

바로 이때.

묵지뢰에 흡수된 녹색 화염이 결계 안에서 응집되어 머리만한 크기로 변했다. 표면에는 묵지뢰로 인해 칠흑 같은 먹물이 발라져 있었다.

사방후가 마력을 모아 표출하자 머리 크기만 하던 화염이 주먹만 한 크기로 변했다.

힘의 압축이 최고조에 이르러 밀도가 너무 높아지자, 주변 공기마저 갈라지고 비틀렸다.

사방후는 다시 한 번 마력을 사용해 한바탕 고함을 내질렀다.

“돌아와라!”

칠흑처럼 검은 화염은 너무도 무거웠다. 마력의 영향으로 곧바로 튀어나가지는 못하고, 천천히 몇 척정도 움직이더니 멈췄다.

그러더니 허공에 떠서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염이 갖고 있는 격렬한 힘이 겉을 둘러싸고 있는 묵지뢰를 깨뜨리려는 것이었다.

결국 검은 칠흑빛에 하나, 둘 금이 가더니 결국에는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압축이 풀리면서 화염의 크기는 다시 비대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표면에 무수한 돌기들이 솟아올라 있었다.

금전후가 당황하여 사방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

그러나 사방후도 당황한 상태라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화염은 점점 더 커졌고, 마치 나무가 갈라지듯 화염의 겉부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유리에 금이 갈 때 나는 소리보다 조금 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균열은 더욱 커져갔다. 동시에 강력한 힘의 파동이 몰려와 세 제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큰일이다!”

신풍후가 고함쳤다.

“어서 물러나시오!”

신풍후가 두 손으로 긴 바람채찍을 만들어 순식간에 금전후와 사방후를 잡아 끌어냈다.

콰앙!

무서운 폭발 소리가 들렸다.

상관홍은 채찍에 끌려가는 순간 재빨리 결계를 다시 펼치고 온 마력을 다한 덕분에 간신히 화염을 땅에 처박을 수 있었다.

화염은 엄청난 기세로 폭발했다. 폭발의 여파로 지면이 깊이 파이고 주변의 돌 조각들이 휩쓸리면서 가루가 되더니 결국에는 잿더미만 남았다.

심지어 폭발로 뿜어져 나온 흑녹색의 화염은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거대한 버섯 모양이 되어 백옥성 상공으로 퍼져나갔다.

상관홍과 신풍후의 재빠른 대처 덕에 세 제후는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폭발의 충격으로 밀려났다. 허공에 뜬 세 사람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어어어어어!

이때, 운석 구덩이에서 분노에 찬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곧 거대한 녹색 불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좀 전보다 열 배나 크고 강력한 화염이었다.

그 불기둥은 순식간에 낮은 구름층을 뚫고 올라갔다. 하늘도 불에 타고 있는 듯이 녹색 빛으로 변했다.

‘큰일 났다!’

세 제후의 낯빛이 변했다.

악마의 힘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단순히 강력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이 맞설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혼성급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악마다!’

남하팔후의 실력은 혼성 9성에 불과했다.

만약 악마의 힘이 혼성 경지를 넘어섰다면 3군 정도는 되어야 맞설 수 있다. 그런데 이 악마가 보여주는 위세와 힘은 어쩌면 3군보다 더 강할 지도 모른다.

쉬이이이익!

하늘을 가득 채운 불 구름 가운데서 뭔가 뚫리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

불기둥이 하늘 위로 치솟으며 수많은 바위들도 모두 고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바위들은 녹색 화염에 오염되어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불기둥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있던 기병들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땅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곧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기병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10척 크기의 거대한 불타는 바위가 바로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전투마도 말을 듣지 않았다.

‘도망갈 방도가 없다!’

쿵!

땅이 크게 흔들린 후, 큰 구멍이 생겨났다. 기병들은 도망갈 틈도 없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위가 만들어낸 거대한 구멍 가운데서 괴물들이 차츰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은 모두 화염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화염 이외에는 몸을 구성하는 어떤 물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들은 순식간에 가까이 있는 기병에게 다가와 말과 병사를 모조리 불사르고 재로 만들어 버렸다.

이 와중에도 불타는 바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불타는 바위가 떨어지고, 애써 피한다고 해도 떨어진 자리에서 화염 악마가 나타는 상황.

심지어 화염 악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무기로 공격해도 소용이 없었다.

“제기랄! 어쩔 수가 없군!”

신풍후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화염 악마 서넛을 찢어발겼다.

그러나 회오리바람이 흩어지고 나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고 허공에 떠돌던 일부 화염들은 다시 뭉쳐서 화염 악마로 변했다.

“요석이 아직도 악마를 소환하고 있소!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요석을 없애 버려야 해! 아니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걸세!”

‘무시무시한 악마가 이렇게 많다니!’

세 제후의 힘으로도 어쩌기 힘든 상황이었다. 만약 뇌주에서부터 이 악마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면, 정말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다.

신풍후가 방출한 네 개의 회오리바람은 세 사람 주변을 계속 맴돌며, 다가오는 녹색 화염 악마들을 다 조각조각 냈다.

금전후는 활을 당겨 요석을 부수려했다.

‘요석을 파괴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운석 구덩이 속에 요석이 없던 것이다.

“머리 위다!”

세 제후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집채만 한 흑녹색의 요석이 세 사람의 머리위에서 나타났다. 불기둥이 나타났을 때 하늘로 올라간 게 분명했다.

온통 부서진 흔적으로 가득한 요석은 화염에 휩싸여 있어 마치 녹색의 태양 같았다.

요석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물러서!”

세 제후는 온 힘을 다해 물러섰다.

요석이 쿵하고 땅에 떨어지자 온 땅이 흔들렸다. 지면에는 직경 십몇 장이나 되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동시에 요석이 강렬한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녹색 화염이 폭발하자, 그나마 남아있던 백옥성의 잔해들이 모두 불타버리고 평평한 공터만 남았다.

화염의 충격은 세 제후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힘에 의해 적잖은 부상을 입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석이 떨어진 곳에서 또 다시 엄청난 힘의 파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요석 안에서 쿵쿵거리며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흑녹색의 거대한 요석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몸체가 생기더니 머리, 팔, 다리…… 종국에는 인간의 형태가 되어 땅에 발을 딛고 일어섰다.

먼지투성이가 된 얼굴로 이 상황을 바라보던 세 제후는 완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 거대한 바위는 꼿꼿이 서 있었다. 키는 거의 4장은 될 정도로 커서, 그 앞에서 선 세 제후는 너무나 작아 보였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이다!’

‘이것이 바로 심연의 악마의 진면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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