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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70화 (266/729)

# 270

제270장 잠깐, 내가 졌어! 늦었다!

금전후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사방후는 너무 노골적으로 이 젊은이를 노렸다.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후가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금전후는 사방후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뇌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방후의 도움이 필요했다.

젊은이들은 세상을 경험하려고 온 것이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친다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좋다.”

천제현이 유명검을 뽑아들고 나왔다. 푸른 화염이 휘감았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이를 본 신풍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제현이 다칠까봐서가 아니라 원한이 점점 깊어지는 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잘 들어라. 우리 가문의 천염도법(天炎刀法)은 영화(炎火)를 흡수하여 수련을 하지. 그 엄청난 위력은 남주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다!”

무양이 사납게 외치자 검에서 새빨간 화염이 작열했다.

“내 장도(長刀)에는 지령화(地靈火)가 녹아 있다. 닿는 순간 강철도 녹아 버리지. 위력이 너무 강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불구가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 그때는 내 탓은 하지 말길 바란다.”

천제현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럼 네 장도가 강한지 내 유명검이 강한지, 네 지령화가 뜨거운지 내 유명화가 더 무서운지 붙어보자.”

“겁도 없이 날뛰는군. 그럼 죽어라!”

무양은 이미 지령화를 완전히 응집시켜 순식간에 정령을 방출했다.

장도의 위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무양은 가장 강력한 공격을 날렸다.

“연천지무(燃天之舞)!”

장도는 지옥의 불을 소환한 것처럼 세상을 불태워 버릴 기세로 날아들었다.

“와라!”

천제현의 유명화 역시 유명검에 완전히 응집되었다.

쨍강!

불타는 두 무기가 부딪쳤다.

금전후 저택의 벽이 강력한 힘에 부서졌다. 장도의 기운과 검의 기운이 부딪치면서 강력한 힘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완전히 다른 두 힘은 서로를 거의 상쇄시킨 것이다.

무양은 몹시 놀랐다.

‘이놈이 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막아내다니!’

천제현 역시 깜짝 놀랐다. 무양은 낙강룡도 막지 못한 공격을 받아낸 것이다. 무양은 천제현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두 사람은 비긴 듯했다.

그러나 무양이 조금 더 우세했다. 장도와 유명검이 부딪친 순간 폭발한 화염이 천제현에게 튀었기 때문이다. 불멸체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패했을 것이다.

무양의 장도는 유명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무양의 장도 역시 극강의 무기였다.

“하하하, 이번 공격은 비겼어!”

서로 검을 맞댄 상태에서 무양의 장도가 다시금 불을 뿜었다.

“그렇지만 내 두 번째 공격은 어떻게 막을래?”

무양은 자신의 마력이 훨씬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혼성 4성의 술사는 혼성 3성의 술사보다 마력도 훨씬 강하고 마력을 뿜어내는 속도도 훨씬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양은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한 번 연천지무를 시전할 힘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마력을 모을 시간이 부족했다.

무양이 힘을 반쯤 모았을 때였다. 천제현의 허리춤에 있던 구슬이 빛을 발하더니 엄청난 화염을 솟구치며 유명검에 흡수되었다.

“뭐야?”

무양이 공포에 질려 있는 사이에 천제현이 달려들었다.

“잠깐, 내가 졌어!”

“늦었다!”

타오르는 검광이 장도를 밀어냈다.

무양의 장도가 밀린 탓에 무양은 양팔을 벌린 무방비 상태였다.

그리고 그 틈을 날카로운 검이 헤집고 들어갔다.

일격에 무양의 호신마력을 꿰뚫렸다. 무시무시한 유명화가 몸을 파고들자 무양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었다.

‘또 진 건가?’

게다가 이번에는 완벽하게 졌다.

‘혼성 4성의 기재 둘이 혼성 3성 정점밖에 안 되는 둘을 못 이긴단 말인가?’

상관비진이 마력으로 무양의 상처를 안정시킨 후 그의 몸을 대강 살펴보다 불같이 화를 냈다.

“무양의 경맥과 장기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상등품 성약이 아니면 치료하기 힘들겠어!”

“이럴수가!”

상관홍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천제현을 노려봤다.

“실력을 겨루는 대련이잖나. 게다가 무양은 마지막에 패배를 인정했어. 그런데도 독한 공격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다니, 중주성에 이렇게 악랄한 놈이 있었군!”

“제가 봐주지 않았다면 저놈은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겁니다!”

천제현이 검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아보고 덤비게 하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크게 다칠 겁니다.”

오랫동안 감히 사방후를 도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쨌든 사방후는 남하팔후 중 하나였다.

‘용감한 젊은이군.’

금전후는 천제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요새 젊은이들은 제후들의 위압감조차 당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천제현이라는 청년은 겁도 없이 감히 사방후 앞에서 침착하게 할 말을 다했다.

“너무 하는군!”

상관비진이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나와 붙어보자!”

상관비진은 사방후의 아들로 제후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런 위치의 사람에게 들이는 투자는 상관명 같은 일개 장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상관비진의 능력은 상관명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천성하일지라도 백중지세일 것이다.

신풍후는 천제현이 무모하게 굴까봐 걱정이 되었다.

천제현은 무양을 상대하면서 꽤 많은 마력을 소모했을 것이다.

그 상태로는 절대 상관비진을 이길 수 없다.

“그만하시지요!”

신풍후는 이미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사방후께서는 정말 이렇게 집요하게 구실 거요? 차라리 나와 붙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신풍후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가문과 배경으로 볼 때 상관홍은 신풍후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천제현 때문에 제후 중 하나인 신풍후와 원한을 살 필요는 없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상관홍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아들을 꾸짖었다.

“너는 장차 제후를 이어받을 몸으로 어떻게 비천한 일개 술사에게 도전하느냐? 어쨌든 진 건 진 거지. 위룡과 무양은 저자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대련은 여기서 멈추어라!”

상관비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금전후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 뇌주를 도우러 왔으면서 왜 일을 이렇게 벌이십니까? 강산, 저 두 젊은 기재를 대접해라. 난 두 제후와 함께 재난을 구제할 전략을 세워야겠다.”

강산의 안내에 따라 천제현 일행과 상관비진이 따라 나왔다.

“뇌주의 명주는 무척 유명합니다. 여러분과 취할 때까지 마시고 싶군요!”

“됐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관비진은 천제현과 함께 있으려 하지 않았다.

“위룡과 무양이 중상을 입었으니 상처를 치료해주어야 합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남궁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밴댕이 소갈딱지군. 남자가 뭐 저렇게 속이 좁아!”

강산은 또 말썽이 벌어질까봐 사람들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강산의 일행 셋과 천제현의 일행 셋이 주점으로 들어갔다.

“천형의 실력을 다시 봤습니다!”

금전후의 아들 강산은 자리에 앉자마자 껄껄 웃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난 상관 가문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듭니다. 출신이 좋다고 뻐기는 거 아닙니까? 뇌주에 도착한 후부터 우리 부자를 지휘하며 상전 노릇을 하고 있어요! 이제 혼쭐이 좀 났을 겁니다. 하하하하!”

“천형이 무양을 이길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염파군은 얼굴에 수염이 무성하여 스물예닐곱 밖에 안 되지만 서른 중반정도로 보였다.

“내가 싸운다면 승산이 반 밖에 안 될 겁니다. 내 마력은 진즉에 혼성 4성 정점을 돌파했지요. 그런데 천형은 허혼 경지의 실력으로 정말 대단합니다!”

임장과가 감격하며 말했다.

“천씨 가문에는 천성하가 있는데 이제 천제현까지 있군요. 모두 제후가 될 재목입니다. 중주는 대단하군요! 중주의 천씨 가문은 정말 만만치가 않습니다!”

“틀렸어요!”

남궁혜가 즉시 반박했다.

“천성하는 천성하고 천제현은 천제현이지요. 둘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게다가 천제현이 천씨이긴 하나 중주의 천씨 가문과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강산과 염파군, 임장과는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렇게 강한 잠재력을 지닌 천제현이 중주 천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니.

풍채향이 사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사실 천성하와 낙강룡, 양천랑이 이번 임무에서 빠진 건 모두 천제현 때문이에요.”

“맙소사!”

염파군의 입에서 흥분에 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말 천형이 그 셋을 묵사발로 만들었습니까?”

임장과 역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강하군요! 너무 강해요!”

“신풍후께서 천형을 아끼시는 이유가 있었군요! 천형과 함께 북방의 전장으로 달려가 마수령들과 한판 붙고 싶군요!”

강산이 말을 하며 호탕하게 술잔을 치켜들었다.

“나 강산은 인연을 가장 중시합니다. 오늘 중주에서 온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 것도 다 인연입니다. 이제 친구인 셈이니 사양 말고 마음껏 드십시오!”

사실 금전후도 남하국의 대단한 인물이었다.

금전후는 보잘것없는 가문 출신이긴 하나 천부적인 재능과 행운이 따라 고대 궁술을 전승받았다.

그리고 반평생을 전장에서 보내며 혁혁한 전공을 세워 결국 금전후에 봉해졌다. 지금까지도 왕국의 군권을 쥐고 있으며 뇌주가 바로 그의 군영이었다.

이제 직접 전장을 누비지는 않지만 북방 전선에서 마수령과 교전하는 부대의 1/3은 뇌주에서 훈련을 받는다.

금전후는 행군과 전투 분야에서 남하국 군신으로 불리는 무안군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으나 군사 훈련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금전후는 독특한 방식으로 군대를 훈련시킨다. 하지만 훈련의 결과만큼은 대단했다. 따라서 그에게 훈련을 받은 군대는 모두 남하국의 정예병이 된다.

더욱이 뇌주 사람들은 군사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호방하고 노련하다.

강산과 염파군, 임장과도 모두 군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었다. 늘 군영에서 병사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여 뇌주에서 명망이 높았다.

강산은 존귀한 신분이었지만 여타 다른 귀족처럼 거만하지 않았다. 염파군과 임장과도 유서 깊은 세도가 출신이었지만 제멋대로 굴지 않았다.

이들은 벗으로 사귈만한 가치가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모두 거나하게 취했을 때 공서련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조수인 임목과 방한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통조림 100상자를 세 주의 병사들에게 모두 나눠줬어요. 병사들이 통조림을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여기 좀 남았는데 다들 드셔보세요!”

강산이 몹시 궁금해 했다.

“통조림이 뭡니까?”

“중주 기적상회에서 개발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이에요!”

풍채향이 세 사람에게 통조림을 나눠줬다.

“사실 천제현이 바로 기적상회의 회장이에요. 맛이 괜찮으면 주문하세요!”

“기적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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