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
제269장 통조림 사업이 가장 중요해
위룡은 낙강룡보다 조금 강했다. 천제현은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혼자서 낙강룡과 양천랑을 격파했다.
이는 천제현이 이 정도를 초월하는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천제현이 이 싸움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천제현이 남궁혜에게 눈빛을 보냈다.
남궁혜는 천제현과 함께한 시간이 오래되어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가 엹은 웃음을 지으며 위룡을 쳐다봤다.
“대두, 정말 우리 중에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도전할 거야?”
“물론이다!”
위룡은 말을 마치고 뭔가 꺼림칙한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가장 약한 사람부터 시작하자!”
“좋아, 기다리라고. 가장 약한 사람을 불러올게!”
남궁혜가 곧장 제후의 저택에서 나갔다.
천제현이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
“가장 약한 사람과 붙겠다니 가장 약한 사람을 대령하지. 우리 중에 가장 약한 사람을 이기고 나서 그 다음인 나와 붙으면 되겠다.”
“천제현! 왜 불렀어?”
몇 분 후 녹색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열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어린애 티를 못 벗은 얼굴로 불평했다.
“나는 세 주의 병사들에게 통조림을 줘야 한단 말이야. 아주 바쁘다고!”
“이 대두는 남주 서열 3위의 기재예요”
천제현이 공서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는 공서련이라고 해. 서련 아가씨는 중주에 있는 작은 성의 그저 그런 가문 출신이야. 서열 100위에도 못 들 거야.”
위룡은 모욕을 받았다고 느꼈다.
“대체 무슨 의미지? 중주의 천제현은 싸울 용기도 없나? 여자아이나 앞세우고 말이야.”
상관비진이 매서운 말투로 무시했다.
“이 소식이 퍼지면 중주의 체면이 크게 깎이겠어! 너 자태가 제법 곱구나. 차라리 나한테 오렴. 저런 무정한 놈보다는 나을 거야.”
“흥!”
공서련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남이 천제현을 욕하는 것을 결코 참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욕을 먹는 거나 매한가지였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천제현이 어리둥절해하는 공서련에게 말했다.
“저 대두가 아가씨의 방어력이 궁금한가 봐요. 좀 놀아주는 게 어때요?”
“진작 말을 하지! 그럼 해보자고!”
공서련은 성광불멸체에 정통한 몸이다.
전투력을 겨룬다면 그녀는 1성 단계의 혼성술사에게도 못 이길 것이다. 그러나 방어력이라면 혼성 4성이라도 그녀를 쉽사리 이기지 못한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무양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위룡과 방어력을 겨루려고 하다니? 이렇게 연약한 여자아이가? 그냥 항복해라!”
‘나쁜 놈! 감히 날 얕보다니!’
공서련이 몹시 화를 내며 곧바로 불멸체를 펼쳤다.
몸에서 별빛이 뿜어져 나오자 원래도 옥처럼 반짝거리는 피부가 투명하게 변했다.
투명하게 변한 몸에서 금강석과 같은 광택이 쏟아져 나왔다.
물안개 같은 마력이 머리 꼭대기에 모여 거울 형태의 정령이 되었다.
“천제현에게 도전하려고? 그럼 날 먼저 이겨야 해!”
위룡이 콧방귀를 뀌었다.
산 같은 기운이 몸에 가득 퍼지면서 마력이 웅장한 산봉우리 형태로 변했다. 위룡의 피부는 빠르게 견고한 돌덩이로 덮였다.
혼성 3성 정점에 불과한 여자아이가 어떻게 위룡 같이 유명한 기재의 상대가 되겠는가.
위룡이 포효하자 갑자기 돌덩이가 한층 더 두껍게 오른팔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6~7배 부풀었다.
어느새 위룡의 산의 정령이 타나난 것이다.
위룡은 여자라고 봐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을 자초하다니, 소원대로 해주지!’
건방진 여자를 먼저 처리하면 분명 천제현이 나설 것이다. 이건 상관비진이 지시한 임무이니 사방후의 의중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면 사방후께서 상을 주실 지도 모른다.’
신풍후를 제외한 다른 남하팔후는 그처럼 재물이나 명예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뇌주의 금전후, 남주의 사방후는 관할 주의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본성의 주인이기도 하다.
군권과 정권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뇌주와 남주의 절반이 넘는 자원은 이 두 제후 가문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다른 세도가는 모두 제후 가문의 눈치를 봐야 했다.
두 제후의 아들은 진즉에 혼성 5성을 돌파했다. 천성하보다 마력이 훨씬 높았다.
물론 마력이 천성하보다 높다 해서 실력까지 높은 것은 아니었다. 천성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데다 고대 검법을 계승했다. 혼성 4성 정점의 실력이지만 제후의 자제와 맞붙는다면 천성하의 승산이 더 컸다.
“하압!”
위룡이 거칠게 포효했다!
오른팔을 감싸고 있던 돌덩이가 점점 흑수정처럼 변했다. 수정에서는 신비스러운 노란색 주문이 빛을 발했다.
산붕권(山崩拳).
이름 그대로 산을 무너뜨릴 듯한 힘을 지닌 거칠기 그지없는 권법이었다. 평범한 혼성술사가 이 권법에 당하면 순식간에 피떡이 될 것이다.
남궁혜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위룡의 힘이 이렇게 강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미리 알았다면 그녀가 직접 나섰을 것이다. 아무리 공서련이 금강체를 지녔다고 해도 이 권법에 부상을 입을 지도 몰랐다.
‘나쁜 자식, 여자아이를 이렇게 거칠게 상대하려 하다니!’
하지만 공서련은 당황하지 않고 거울 정령을 가동시켰다. 산의 정령이 거울에 거꾸로 비치면서 점점 또렷해졌다.
공서련은 순간 강력한 힘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마력의 성질이 급변하면서 견고하게 변했다.
“내 차례다!”
공서련이 가냘프게 소리를 질렀다. 암석 같은 물질이 빠르게 그녀의 표면을 덮었다!
“복제 정령?”
친풍후와 금전후, 사방후 모두 깜짝 놀랐다.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여자아이에게 이런 희귀한 특수 정령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무공을 복제했다고?”
공서련이 오른팔을 들자 가녀리고 하얀 손목 표면에 수정 같은 물질이 응집되었다.
주먹을 휘두르자 산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힘이 뿜어져 나왔다.
위룡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모양만 흉내 내봤자 소용없다. 죽어라!”
크기와 힘, 기세, 속도가 전혀 다른 두 주먹이 거침없이 충돌했다.
두 주먹이 순식간에 부딪쳤다.
쾅!
공서련이 복제해 만든 암석 갑옷이 깨지기 시작했다.
위룡의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배어났다.
“그러면 그렇지! 건방진 계집!”
하지만 까만 암석이 갈라지자 그 안에 나타난 것은 금강석 같은 빛을 발하는 피부였다.
쾅!
산붕권은 공서련의 금강불멸체에 막히고 말았다. 게다가 단순히 방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서련을 공격해오던 힘을 튕겨냈다.
“크헉!”
위룡의 힘이 곧바로 튕겨나갈 때 공서련은 자신의 마력을 운용하여 그 힘을 배가시켰다.
그 위력은 심히 강대해 위룡의 두꺼운 암석을 완전히 쪼개고 더 나아가 그의 오른팔 뼈까지 부러트렸다.
위룡은 하늘을 향해 피를 뿜으며 금전후 저택의 벽을 뚫고 나가 정신을 잃고 길거리에 쓰러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모두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천제현 역시 크게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성광불멸체는 공격을 반사시키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그 힘이 이렇게 강한 건 말이 안 된다.
여우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입을 삐쭉거렸다.
공서련이 멍하니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말했다.
“어머나, 내 주먹이 이렇게 강하다니!”
공서련이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더니 품에서 오래된 청동거울을 꺼냈다. 거울 표면의 광채는 힘을 써 버린 것처럼 어두웠다.
“그래, 바로 이 거울이 힘을 발휘한 거야!”
공서련이 흥분하며 거울을 들어 올렸다.
“이 거울이 반사의 힘을 증폭시켜준 거야. 여우야, 이렇게 유용한 거울을 줘서 정말 고마워!”
여우가 입을 삐쭉 내밀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앞발을 저었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천제현도 공서련이 위룡을 이길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둘이 서로 비겨 서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최선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공서련의 주먹 한 방에 위룡은 저세상에 갈 뻔 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남주에서 온 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위룡은 남주 서열 3위의 천재였다.
그와 맞붙은 여자아이의 마력은 고작 혼성 3성 정점에 불과하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남주에서 명성을 날리는 천재가 중주의 무명 여자애한테 일격에 패한 것이다.
이로써 남주 사람들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진 것이다.
상관홍 부자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위풍당당한 위룡이 애송이 계집애에게 패하다니. 이건 씻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이 소식이 뇌주에 퍼지면 두 사람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가도 되지?”
공서련이 초조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통조림을 나눠주러 가야 해!”
“여기 일은 다 끝났어요.”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세요!”
위룡의 패배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공서련은 복제 능력을 써서 무공을 복사하는 과정에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했다. 만약 위룡과 차근차근히 맞붙었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위룡은 잔인하게 가장 강한 초식을 사용하여 공서련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도리어 자신의 힘에 공서련의 공격까지 더해져 견고한 방어력이 일순간에 무너져 중상을 입게 되었다. 단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다.
금전후 강웅이 웃음을 터트렸다.
“대단하군! 신풍후 자네 덕에 좋은 구경을 했네!”
신풍후 역시 체면을 세웠다고 느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위룡처럼 이름이 자자한 천재가 보잘것없는 공서련에게 패한 일로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금전후의 아들 강산 역시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중주에는 역시 인재가 많군요. 사대 공자 중 세 명이 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중주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염파군과 임장과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은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천제현의 마력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혼성 5성의 운요도, 성격이 불같은 남궁혜도, 심지어 신풍후의 외동딸 풍채향도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주 부대는 표면적으로 운요가 이끌고 있었지만 진정한 대장은 천제현이었던 것이다.
‘저자에게는 분명 뛰어난 뭔가가 있다.’
“난 인정 못 해!”
무양이 상관비진의 은근한 부추김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룡은 방심했을 뿐이야. 진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남주의 기재가 중주에 뒤쳐질리 있겠어? 나 무양이 남주의 명예를 되찾겠다!”
무양이 칼을 뽑아들고 천제현을 향해 외쳤다.
“남자라면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와 붙자!”
신풍후는 조금 언짢았다.
“사방후께서는 꼭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시겠습니까?”
사방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남주는 경쟁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일에는 끼어들지 않지요. 저들이 알아서 하게 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