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7
제267장 해적단 인수 작전(3)
상어해적단의 반발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문파들은 원래 연배를 많이 따졌다.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놈이 나타나서 이렇게 거대한 방파를 집어삼키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너무 성급하게 거절하진 마세요!”
천제현이 태연하게 웃었다.
“일단 내 말을 다 들어주세요.”
대방주가 쇳소리로 말했다.
“어떤 조건을 더해도 상어해적단은 당신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거요!”
“저를 위해 움직이라는 것이 제 밑으로 들어오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천제현이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종속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를 맺는 겁니다. 이제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천제현은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의 기적상회로는 상어해적단을 합병할 수 없다.
머리가 희끗한 사내가 물었다.
“말장난 칠 생각은 마시오. 그 둘이 무슨 차이가 있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천제현이 둘째 방주에게 날카롭게 대꾸했다.
“협력은 평등한 관계입니다. 상하 관계가 아니지요. 기적상회를 도우면 상어해적단도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뿐입니다!”
셋째 방주가 물었다.
“기적상회에서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소?”
천제현이 셋째 방주를 똑바로 응시했다.
“상어해적단에 부족한 게 뭡니까? 돈? 명예?”
상어해적단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상어해적단은 확실히 가난했다.
“기적상회에서 상어해적단에 금화 1억 냥을 투자하지요!”
1억 냥이라는 말에 상어해적단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넷째 방주가 다소 불만스럽게 말했다.
“상어해적단은 10만 명이나 되는데 금화 1억 냥으로 되겠소?”
“그것도 그렇군요!”
천제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2억 냥을 투자하지요!”
모두 말이 없었다.
“부족합니까? 그럼 4억 냥은 어떻습니까?”
모두 크게 놀랐다.
‘이놈은 눈도 하나 깜빡하지 않고 두 배를 부르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4억 냥이면 상어해적단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겁니다.”
천제현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러나 상어해적단이 진심으로 나와 협력할 마음이 있다면 반년 안에 기적상회를 대표하여 10억 냥을 투자하겠습니다!”
‘뭐라고?’
‘10억 냥을 더 투자한다니!’
탄탄한 기반을 지닌 중주 사대 가문이라고 해도 이 금액은 몇 년 치 매출액에 해당된다.
상어해적단은 금화로 만든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없었다.
대방주 역시 몹시 놀라서 물었다.
“그 말이 정말이오?”
“제가 돈 빼면 시체죠!”
천제현이 자신 있게 말했다.
“전 한 번 뱉은 말은 지킵니다! 신풍후 마마를 모시고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기적상회에서 반년 안에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약속을 어긴 셈이니 상어해적단은 완전히 독립된 조직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지불한 돈은 위약금이 되고요!”
상어해적단은 해적에 불과했다.
상선을 납치하거나 육지의 마을을 약탈하는 것이 주요 수입원이다. 그걸로 얼마나 벌겠는가.
약탈한 재물은 제물로 바치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써야 해서 많이 쪼들렸다.
‘금화 10억 냥이다!’
상어해적단이 정신줄을 놓기 충분한 액수였다.
기적상회에서 정말로 약속을 지킨다면 상어해적단의 95%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기적상회에서는 10억 냥을 투자할 뿐만 아니라 상어해적단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드리지요. 여러분께 살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물론 상어해적단의 지분 50%는 기적상회의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윤분배만 함께할 뿐 관리에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 상어해적단 내부의 일은 완전히 자체적으로 결정하십시오.”
상어해적단을 투자 대상으로 보다니 대단한 놈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적상회에서 일하고 싶으면 적당한 임금을 드리겠습니다.”
천제현이 잠시 멈췄다 말을 이었다.
“약속드리지요. 진혼급 술사에게는 매년 금화 5000만 냥 이상을 드리겠습니다!”
상어해적단 사람들은 다시 뭔가에 얻어맞은 듯 어지러워졌다.
천제현은 말끝마다 ‘난 돈이 많아, 난 돈밖에 없다고, 나를 따르면 호강시켜주지‘ 하고 외치는 것 같았다.
상어해적단의 표정을 보니 완전히 천제현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사실 기적상회는 자금이 다소 쪼들리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금화 10억 냥을 내놓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기적상회는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조금 무리가 가긴 하나 상어해적단을 인수하는 것은 아주 의미 있고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투자였다.
상어해적단은 강하다. 아주 강력한 무장 세력이다. 상어해적단을 얻게 되면 기적상회의 세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사실 10억 냥도 상어헤적단의 무력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금액도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어해적단이 강에서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사주호는 사주군(四州郡)과 경계가 분명한데다 강줄기가 각 주, 군과 연결되어 있어 여러 도시로 통할 수 있었다.
사주호를 장악하면 기적상회는 방대한 수상 운송로를 손에 넣게 된다.
공화련은 원래 정예 선단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선단을 인수하기 보다는 상어해적단에 거액을 투자하는 게 나았다.
동시에 상어해적단에게 이건 큰 기회였다.
우선 천제현은 그들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상어해적단에서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그 다음으로 10억 냥을 쏟아 부으면 상어해적단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게다가 10억 냥을 아무렇지도 않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천제현은 신풍후 같이 최고의 권력을 지닌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형제들의 생활이 너무 고되긴 했어.’
‘어쩌면…… 변화가 필요할지도 몰라.’
“할 말 다 끝났습니다.”
천제현이 칼같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심빙우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여러분께 생각할 시간을 좀 드리죠. 며칠 후에 다시 올 겁니다. 그때 여러분의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군요.”
천제현이 떠났다.
그는 동굴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상어해적단 사람들은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겨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떠나가는 천제현의 뒷모습을 보며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에게 가늠할 수 없는 깊이가 느껴졌다.
“큰형님, 신풍후가 우리를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섯째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이번 기회에 해적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신풍후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신풍후는 상어해적단을 토벌하러 온 게 아니었지만 상어해적단은 신풍후를 건드렸다.
고로 신풍후는 앞으로 상어해적단이 사주호에서 활개 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상어해적단은 남하 8제후와의 충돌을 결코 원치 않았다.
대방주의 마력은 신풍후에 못 미쳤다. 설령 신풍후를 이길 수 있다 해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신풍후는 남하 8후 중 하나이다. 그가 나서서 4개 주와 함께 연합군을 결성하여 해적을 토벌한다면 제후 넷을 상대해야 한다.
상어해적단에서 감당이나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남하삼군을 건드리게 된다면 결과는 더욱 참혹할 것이다.
대방주가 명을 내렸다.
“다섯째는 저들의 뒤를 밟아라. 저들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살펴보아라. 넷째는 수하 몇을 데리고 중주로 가거라. 가서 기적상회가 협력할 가치가 있는 세력인지 자세히 알아보아라.”
‘이번 일은 아주 중요하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
***
천제현이 해골섬에 가있는 동안 신풍후는 군함의 수리를 지시했다.
그리고 군함 다섯 척의 수리가 완료될 쯤 천제현이 돌아오고 있었다.
“천제현이 돌아왔다!”
공서련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다 천제현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다.
“천제현, 정말 해적의 본거지에 갔다 온 거야? 거기 어때? 재미있었어?”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공서련은 정말 철이 없었다.
천제현이 상어해적단의 본거지에 간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남궁혜가 급히 물었다.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어?”
“잘 됐어요.”
천제현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공서련에게 말했다.
“두고 보세요. 공서련표 통조림이 곧 남하국 전체로 팔려나갈 거예요.”
신풍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잠깐 사이에 설마 그 흉악한 해적들과 무슨 합의를 한 건가? 정말 그렇다면 이건 무척 대단한 일이다!’
신풍후는 상어해적단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게 놔둘 수 없었다. 반드시 해적을 전부 소탕해야만 했다.
“급선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 없습니다.”
천제현이 신풍후에게 말했다.
“해적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전속력으로 뇌주로 가시죠.”
신풍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지!”
군함 다섯 척이 다시 위풍당당하게 무풍수역을 지나 안개가 자욱한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갔다.
상어해적단의 습격이 사라지자 이따금 물에 사는 마수의 공격을 받을 뿐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다음날 저녁.
군함이 뇌주의 부두에 도착했다.
뇌주는 독특한 자연 환경으로 뇌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곳은 천둥번개와 비가 잦으며 운석이 자주 떨어지고 기후가 변화무쌍했다. 천제현은 뇌주의 상공 대기 구조가 불안정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환경은 차원의 열극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전군 하선하라!”
군함의 갑판이 열리자 정예 기병이 군마를 끌고 육지에 올랐다.
중주성 최정예 기병부대는 보통 연체 8~9성의 실력을 지녔고 1급 상등품 마수인 질풍청구(疾風靑駒)를 탔다.
질풍청구는 머리에 외뿔이 달려 있고 몸이 푸른 비늘로 덮여 있다. 강한 인내력과 폭발력을 지니고 있으며 바람으로 적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이 말은 남하국 정예 기병에게만 주어지는 전용 군마로 바람 속성에 속한 힘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 속도는 1시간에 1,000리를 가고 전력질주하면 그 이상을 가기도 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면 평범한 사람은 무기를 휘두르며 전투에 임하기는 고사하고 숨을 쉬기도 힘들다.
따라서 질풍 기병의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최소한 연체 7성이 넘어야 하고 창법을 익혀야 한다. 하루에 수천 리를 달려도 신속하게 전투에 임해야 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기동력을 지닌 부대였다.
그런 기병 1,000기가 뭍에 올라 일렬로 번개처럼 지나갔다.
공서련도 질풍청구 한 마리에 늠름하게 올라탔다. 말에 채찍질을 하여 전방에 우뚝 솟은 성으로 달려가서 감격스러워하며 외쳤다.
“천제현, 천제현, 우리 뇌주의 본성에 도착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