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266화 (262/729)

# 266

제266장 해적단 인수 작전(2)

오방주가 황급히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이 중주인은 우리 몸에 걸린 저주를 풀 수 있습니다!”

“무엄하다! 감히 호수신을 능멸하다니!”

희끗한 머리에 몸집이 장대한 사내가 나오더니 몹시 노여워하며 외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오방주가 급히 대답했다.

“둘째 형님, 오해십니다…….”

“호수의 신이라고? 하하하하”

천제현이 형제들의 언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큰소리로 웃었다. 또렷한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이 군도와 10만 명 되는 상어해적단을 통치하기 위해 호수신이라는 것을 날조하다니! 가장 가소로운 건 거짓말을 날조한 본인조차도 속고 있다는 사실이지!”

호수신 따윈 없다. 상어해적단은 해적단을 손쉽게 다스리기 위해 호수신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신의 힘을 빌려 해적단의 단원들을 결속시키고 호수신의 존재를 믿게 하여 충성심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상어해적단의 결속력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희끗한 머리를 풀어헤친 사내가 노여워하며 외쳤다.

“호수신을 모욕하다니! 죽어 마땅하다! 저놈을 호수신의 제물로 바치자!”

“호수신을 욕보인 자 죽어라!”

“놈을 죽여라!”

상어해적단 간부들이 들고 일어나자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살기가 퍼졌다.

심빙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동굴은 빛 한 줄기 들지 않아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뿜어져 나오는 기운과 살기로 보아 상어해적단의 간부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았다.

천제현은 여전히 눈 하나 깜짝 않고 계속 비아냥거렸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너희들은 해족의 보물을 얻었을 거야. 그건 아마 고대 해족이 혈맥을 강화시키는데 사용한 제단이겠지. 해족은 제단에 제물을 바쳐서 혈맥에 숨겨진 잠재력을 깨우지. 이건 해족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내려온 보물이야.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키우는데 이걸 이용하고 있어.”

“하지만 모르는 게 하나 있지. 인간의 몸으로 해족의 제물을 강제로 받는다면 결국 인간의 혈맥에 변이가 생겨 조금씩 해족처럼 변해가게 되지. 아가미가 생기는 것은 변화의 일부분일 뿐이야. 이런 변이가 시작되면 멈출 수 없어. 앞으로 너희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어. 게다가 제물을 바치는 것도 멈출 수 없고. 그랬다가는 하루도 못 가 온몸이 찢어지고, 기력이 다해 죽게 되지!”

“물론 계속 제물을 바쳐서 몸 안에 흐르는 해족의 피를 유지한다면 해족의 피가 더욱더 강해지겠지! 그렇게 되면 너희의 몸에 해족의 특징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거야. 그럼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괴물이 되겠지. 인간의 피가 이족의 혈통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도 죽게 돼!”

“즉, 제물을 계속 바치건 안 바치건 모두 죽게 되지. 내 말이 틀렸나?”

목소리가 또렷하게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상어해적단의 기세가 꺾이면서 전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하하하!”

연못에 서 있던 백발의 노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음산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어디에서 온 실력자요?”

“저는 천제현이라고…….”

백발노인의 장대한 몸이 순간 구부정하고 깡마른 몸집으로 변했다.

노인은 얼굴에 어부의 가면을 쓰고 손에 생선뼈로 만든 긴 막대기를 쥐고 있었다.

천제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 백발노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물방울이 천제현을 향해 날아갔다.

‘빠르다!’

천제현이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물방울이 그의 눈앞에서 크게 퍼지면서 천제현을 안에 가두어 버렸다.

천제현은 물방울과 함께 공중에 떠 있었다.

이 물방울은 얇고 가벼워 보이지만 사실 매우 견고했다.

천제현의 마력으로는 깰 방법이 없었다.

백발노인의 푸른 눈동자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신풍후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겁 없이 상어해적단을 흔들어도 될 줄 알았느냐? 신풍후가 직접 온다 해도 난 그와 겨룰 수 있다. 그런데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 따위가 설치는구나!”

심빙우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녀가 오른손바닥으로 엄청난 한기를 백발노인에게 날렸다.

백발노인도 심빙우를 향해 물방울을 날렸다. 심빙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허공에서 한기와 물방울이 만나자 햐얀 빛이 퍼지면서 얼어붙었다.

“흥!”

백발노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얼어붙은 물방울이 갈라지면서 엄청난 힘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동굴 안의 모든 사람이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상어해적단 간부들의 안색이 변했다.

‘저 여자, 마력이 대단하군. 대방주님에 약간 못 미치지만 둘째 방주님과는 막상막하야.’

심빙우가 힘에 밀려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대방주의 실력은 예상 보다 강했다. 그녀의 실력으로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백발노인 역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자신과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데다 남하국 여덟 제후 중 하나인 신풍후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오방주는 무슨 일이 날까봐 황급히 말렸다.

“큰형님, 멈추십시오! 저분들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천제현은 물방울에 갇혀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백발노인에게서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 선생님조차 제압하시다니 상어해적단의 대방주께서는 역시 대단하십니다.”

천제현이 물방울에 갇혔지만 초조한 기색 없이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해족의 힘을 너무 깊이 받았습니다.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어르신의 몸은 이미 변이가 시작되었어요. 어르신의 발바닥에는 물갈퀴가 생겼습니다. 몸에는 비늘이 생기기 시작했고 골격까지 바뀌고 있지요.”

상어해적단의 간부들이 놀라서 멈칫했다.

대방주는 오랫동안 가면을 벗지 않고 평소에도 온몸을 싸매고 있었다.

‘그게 설마 변이 때문인가?’

백발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단언컨대 어르신은 반년을 넘기기 힘듭니다!”

천제현이 큰소리로 외쳤다.

“죽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상어해적단 사람들 그리고 어르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형제들을 모두 죽일 셈입니까? 어르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형제들이 어르신처럼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하길 바라십니까?”

백발노인이 온몸을 벌벌 떨었다.

“형님!”

오방주가 급히 앞으로 나왔다.

“천제현 선생님은 우리를 도우러 온 겁니다. 제 몸에 걸린 저주가 전부 사라졌습니다. 못 믿겠으면 보십시오!”

백발노인이 다섯째 동생의 손목을 쥐었다.

노인의 괴이한 푸른 눈동자가 점점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

노인은 두려워하다 놀라면서 마지막에는 미친 듯이 기뻐했다.

“정말로…… 저주가 풀렸단 말인가?”

대방주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정말 믿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대방주는 보물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저 그런 마력을 지닌 평범한 혼성술사였던 그는 별다른 약재의 도움 없이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었다.

수중전이라면 남하 8제후 급의 엄청난 강자라고 해도 대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방주는 보물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했다.

저주의 힘에 완전히 잠식되어 상어해적단에서 악화 정도가 가장 심했다.

그는 꼬박 5년 동안 땅을 밟지 못했다. 해골섬에서도 종일 물속에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급격히 건조해지고 쇠약해져서 10시간 정도면 목숨이 위태로웠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의 몸에 변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의 성격과 습성 모두 영향을 받아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게다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통이 엄습했다.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대량으로 복용하여 고통을 억눌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이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대방주는 아무 희망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희망을 버린 이때 기적이 펼쳐진 것이다.

대방주가 다섯째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저주에서 벋어났구나!”

다섯째 역시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은 정말 저주를 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물방울 감옥이 순식간에 터지면서 천제현은 자유의 몸이 되어 땅에 내려왔다. 심빙우가 부축하려 했지만 천제현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백발노인이 푸른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정말 우리를 도와줄 수 있소?”

천제현이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

“이런 변이는 특수한 저주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제게 모든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깊이 침투한 저주도 풀 수 있지요! 대륙에서 저주를 풀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남하국에서는 제가 유일합니다!”

다섯 형제들은 믿을 수 없어했다.

백발노인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 제발 우리 상어해적단을 구해주시오!”

“천하에 공짜는 없죠. 상어해적단이 해족의 힘을 탐내다 저주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천제현이 매서운 눈빛으로 상어해적단의 간부들을 훑어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난 당신들에게 걸린 피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주를 풀려면 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난 당신들과 아무 관계도 아니고 당신들을 도와야 할 의무도 없지요.”

백발노인이 잠시 침묵하다 쇳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가난해서 재물이 별로 없소.”

“상어해적단의 10만 단원이 재산 아닙니까!”

천제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신들을 구해 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상어해적단은 날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 크게 화를 냈다.

‘겁도 없이 상어해적단을 집어삼키려고 하다니!’

상어해적단은 20년 동안 10만 명의 규모로 커졌다.

진혼급의 강자만도 다섯 명에 현혼급 강자는 수십 명도 넘었다.

그중 여덟아홉은 현혼급 정점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강대한 세력을 새파랗게 어린놈이 집어삼키려고?’

‘꿈도 꾸지 마라!’

게다가 그럴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상어해적단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상어해적단은 그래도 어엿한 문파이다. 독특한 문파이긴 하나 고유한 전통과 힘이 있는 무시 못 할 세력인 것이다.

“저주에서 풀려나도 우리는 거진 노예나 다름 없는 제약에 묶이게 되겠군. 요구조건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백발노인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상어해적단에도 자존심이 있지. 우리는 절대 누구를 위해 움직일 수 없소!”

“맞습니다!”

“저놈이 우리 상어해적단을 삼키려고 합니다!”

“우리 상어해적단이 육지에서 살 수 없다 해도 사주호나 물이 있는 곳에서는 여전히 잘나갑니다. 저런 애송이의 졸개로 전락할 순 없지요!”

상어해적단이 보기에 천제현은 너무 어렸다.

상어해적단의 수많은 강자들이 어떻게 그에게 머리를 숙일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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