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
제265장 해적단 인수 작전
기적상회는 아직 운송무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상인들이 기적상회의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높은 가격에 내다 팔고 있었다. 그중 많은 상품들이 사주호를 통해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어해적단에게 약탈당했다.
오방주가 직접 나서서 약탈한 물건도 꽤 되었기에 그는 당연히 기적상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놈은 아무리 봐도 새파랗게 젊은 놈이 아닌가.
‘저런 놈이 기적상회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저놈이 진짜 기적상회 창업자라 한들 뭐가 달라지겠어!’
상어해적단은 해족의 유적을 전승받으면서 많은 이득을 보았지만, 동시에 그들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그 덕분에 자신들은 어마어마하게 강해졌지만, 자유를 잃게 되었다. 본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믿지 못하겠어?”
천제현이 조롱박처럼 생긴 수납공간 안에서 담홍색 액체를 꺼냈다.
“남궁 아가씨, 저자에게 이걸 먹이세요.”
남궁혜가 오방주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는 병에 담긴 담홍색 액체를 오방주의 입에 몽땅 털어 넣었다.
오방주가 몸을 돌돌 말더니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가운데 몸 전체에 옅은 붉은색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내게 뭘 먹인 거야!”
오방주는 이 신기한 약을 먹고 일찍이 차가워진 피가 조금씩 열을 되찾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혈액에 스며드는 어떤 힘이 천천히 융합되다가 사라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천제현은 또 지시를 내렸다.
“저자의 손을 찔러 약효를 보여주세요!”
남궁혜는 비수를 꺼내 오방주의 손을 그으니 피가 조금씩 맺히다가 나무통에 똑똑 떨어졌다.
혈액 색깔이 괴이한 남보라색이 아닌 자홍색으로 바뀌다가 이내 정상인과 같은 색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오방주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자신의 피가 번지는 것을 한참 동안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상어해적단이 생긴 지 20년 동안 이 저주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청년이 먹인 약으로 손쉽게 이 저주를 거의 다 풀어준 것이다.
“물속에서 호흡하는 능력은 계속 유지될 거야.”
천제현은 아까운 마음에 가슴이 쓰렸다. 그 약은 신령의 피를 희석한 것이라 자기 자신도 아직 써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약효의 유효기간은 없어. 그러니 당신은 지금부터 자유야!”
오방주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제현이 상어해적단을 해방시킬 수 있다면, 상어해적단 10만 명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면, 그는 상어해적단의 은인이 될 것이다.
오방주가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제발 저희 좀 구해주세요!”
어느새 호칭이 놈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천제현은 무심하게 답했다.
“너희 패거리들을 철수해라!”
“네! 알겠습니다!”
오방주가 호각을 꺼내 힘껏 불었다. 사방에 수백 명의 인영이 보였다. 이들은 모두 물속에 잠복해 있었는데, 그들의 귀 뒤에도 아가미가 있었다.
“오방주!”
“오방주! 당황해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구해드리겠습니다!”
“썩 물러가라!”
오방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어해적단이 20년 만에 고통에서 해방될 기회를 얻었다. 이건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서 가서 방주들께 귀빈들을 맞이하라 전하라!”
상어해적단 사람들은 모두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귀빈?’
상어해적단은 위대한 호수신의 진노가 두려워 지금껏 외부인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오방주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방주가 크게 호통을 쳤다.
“이놈들, 귓구멍이 막힌 것이냐? 빨리 가라고!”
“네!”
“알겠습니다!”
해적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가라앉더니 수천 명이 금세 사라졌다.
아까 전 그 마른 남자를 쓰러뜨린 후 군함으로 돌아온 신풍후와 심빙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작 몇 분밖에 안 지났는데, 오방주의 태도가 이렇게 변하다니!’
오방주가 공손한 태도로 천제현 앞에 서서 뭔가 간절히 바라는 눈빛으로 안달복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우리 상어해적단을 해방시켜 주십시오!”
“물론 해족의 피가 침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천제현이 잠깐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나도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어째서 너희들을 도와야 하지?
“맞아!”
공서련이 옆에서 거들었다.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걸 보면 나쁜 놈일 텐데 말이야! 너희 같이 나쁜 놈들을 구해 줄 이유가 없다고! 그리고 만약 너희의 저주가 풀린 후 더 많은 사람을 해치면 어떻게 해?”
신풍후도 냉랭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난 몇 년간 상어해적단은 그 죄목만 해도 손에 다 꼽을 수 없지. 뇌주의 일을 일단락 지은 후에 4개 주와 공동으로 토벌대를 보낼 것이다. 네놈들이 계속 날뛰는 걸 보고만 있을 줄 알았느냐?”
오방주가 황급히 말했다.
“그건 저희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요.”
“마마, 서두르실 것 없습니다.”
천제현은 상어해적단의 전승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도 남았다. 그는 오방주에게 말했다.
“이렇게 해! 내가 직접 당신들 소굴로 가서 거래를 하지. 어때?”
“괜찮고말고요!”
“천제현!”
풍채향이 앞으로 나왔다.
“이 해적들은 악행을 일삼은 잔악무도한 자들이야. 이건 맨몸으로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신풍후 역시 천제현이 모험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심 선생님께서 저를 보호해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는 밖에서 잘 지키고 있으면 되고요.”
천제현이 자신만만해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상어해적단의 수가 이토록 많으니,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풍후는 이미 무슨 계획이 있는 듯 자신만만해 하는 천제현의 모습을 보고는 더는 말리지 않았다.
게다가 신풍후가 이렇게 버티고 서 있으니, 저들도 쉽사리 허튼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천제현은 심빙우와 오방주를 데리고 작은 배에 올라탔다. 배는 상어해적단의 본부로 향했다.
***
사주호 중앙은 대규모 군도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군도 하나하나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한 섬들이 종이를 마구잡이로 찢어놓은 것처럼 호수 가운데 흩뿌려져 있었다. 섬들이 위치한 면적은 수백 리가 넘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섬은 중주성 중심지역의 면적과 얼추 비슷했다. 섬의 생김새가 해골과도 같아서 해골섬이라고 불렸다.
그 해골섬이 상어해적단의 핵심 본거지였다.
천제현과 심빙우, 오방주 세 사람은 배를 탄 채 천천히 군도로 향했다.
모든 섬에는 단출하게 지은 건물이나 물고기, 새우, 게 등을 말리는 등 사람들이 활동한 흔적이 있었다.
상어해적단은 실력이 막강했으나 자금줄이 없었다. 게다가 쪽수가 많아서 늘 생활에 쪼들렸다.
다행히 사주호에는 수산물이 풍부하여 10만 명이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상어해적단 단원들은 수산물로 생계를 유지했다. 정말 힘들 땐 상선을 털어 먹을 것을 구했던 것이다.
배가 해골섬에 도착했다.
오방주가 뛰어 내렸다. 상어해적단에는 부두가 없어서 얕은 곳에서 내려 배를 직접 물가로 끌어야 했다.
“두 분, 절 따라오십시오!”
천제현이 앞서고 심빙우가 뒤를 따랐다.
하얀색 돌을 쌓아올린 거대한 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 뒤는 석판으로 깐 작은 길이었다. 길은 구불구불 섬의 산허리까지 이어졌다.
산허리에는 작은 광장이 있었고, 거대하고 위엄 있는 호수신의 조각상이 몇 개 세워져 있었다.
상어해적단은 오랫동안 고립된 생활을 했다.
외부인 중에 이 군도와 군도의 핵심인 해골섬에 온 자는 거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천제현이 오자 섬의 상어해적단 단원들은 즉시 경계를 하며 무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방주님께서 오셨다!”
“내가 말했잖아. 방주님께서 잡히실 리가 있겠어?”
“방주님, 이 둘은 호수신께 바치는 제물입니까?”
상어해적단 단원들은 모두 괴상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장화와 조끼, 모자, 옷들은 모두 상어와 악어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너덜너덜했다. 마치 재난을 피해 섬으로 도망친 어민의 모습과도 같았다.
이 모습을 본 심빙우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비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지같은 생활을 하다니.’
해적단의 단원 중에는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도 있었다.
상어해적단은 만들어진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규모가 이처럼 크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다. 아마 이들 중 대부분은 후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이들은 왜 이곳에 모여들게 되었을까?’
불 보듯 뻔했다.
상어해적단은 배와 마을을 습격하면서 재물과 사람을 함께 약탈했다. 상어해적단은 상습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하여 포로로 삼았다. 그렇게 되면 이들이 신고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상어해적단 단원수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로들은 강제로 상어해적단의 힘과 해족으로서의 재능, 혈맥을 전수받게 되고, 이로 인한 저주까지도 받게 된다. 그렇기에 사주호를 떠날 수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상어해적단에 남게 된 것이다.
도망? 그건 불가능했다. 상어해적단의 단원은 육지에서 며칠만 머물러도 기력이 쇠하여 죽게 된다.
“꺼져!”
“모두 꺼져라!”
오방주가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물러가게 한 후 천제현을 데리고 산허리에 올라 습기가 가득한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그 동굴은 상어해적단의 진정한 간부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간부들만이 들어올 수 있었다.
“막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쌍도끼를 손에 쥔 깡마른 중년 사내가 안에서 상처를 치료하다가 오방주가 돌아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죽일 놈의 중주 놈들이 널 풀어주었느냐? 놈들이 몹쓸 짓을 하진 않았지?”
오방주가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넷째 형님 전 괜찮습니다…….”
“막내야!”
오방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날카롭고 매서운 음성이 들려왔다.
“어째서 외부인을 데리고 들어왔느냐? 규칙을 잊은 게냐?”
천제현이 음성이 들리는 곳을 쳐다봤다.
어둡고 축축한 동굴 깊은 곳 천연 연못에 갑자기 파문이 일더니 사람의 구부린 그림자가 물속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온몸이 젖어서 물방울이 계속 떨어졌다. 순간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 동굴 전체에 퍼지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큰형님! 제가 해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