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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63화 (259/729)

# 263

제263장 사주호의 해적들(2)

회오리바람이 맹렬한 기세를 뽐내며 전함 한 척과 부딪히더니 곧바로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회오리바람은 전함 열 척을 차례로 삼켜 버렸다.

전함 열 척이 몇 초 만에 공중분해 되었다.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고 해적들은 끊임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공서련이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

“저 커다란 해적선들을 마마께서 순식간에 산산조각 내셨네! 대체 힘이 어느 정도인 거야?”

다른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중주성 일인자다웠다.

이 가공할 폭풍으로 온통 쑥대밭을 만드는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는 천제현은 호수의 급류를 느끼고 있었다.

공서련이 말했다.

“저놈들 물에 빠져 죽었겠지?!”

천제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기괴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물에 빠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유물을 찾게 마련이다. 특히 이토록 거센 물보라가 이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해적들은 부유물을 잡아 생존하기는커녕 오히려 다 같이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전함에 있던 사람들조차도 무기를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천 명이나 되는 자들이 전부 물속에 뛰어들어 보이지 않았다.

신풍후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는 폭풍을 잠재웠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전방에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감히 누가 우리 상어해적단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호수신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모든 것을 삼킬 듯한 우렁찬 음성이 들렸다.

심빙우는 본래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이때만큼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에도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저 해적들 가운데 진혼급 강자가 있어!”

‘설마! 그럴 리가!’

진혼급 강자는 중주성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정말 진혼급 강자가 있다면 어째서 해적질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남하국 어디를 가더라도 만인의 존경을 받을 텐데.

건장한 사내 한 명이 파도를 타고 다가왔다. 그는 삼지창을 등에 지고 머리는 산발해 있으며 얼굴에는 온통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벌어져 있는 가슴 부위에는 청색 문신이 가득했고, 복장은 야만인과 다를 바 없었다.

“오방주!”

“오방주께서 저희를 구하러 오셨군요!”

진혼급 마력을 지닌 사내가 도착하자 앞서 사라졌던 해적들이 수면 위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해적들은 익사한 게 아니라 모두 수면 아래로 몸을 감춘 것이었다.

남궁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놈들 다 익사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 있잖아?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지?”

풍채향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상어해적단 놈들 모두 구식공(龜息功)을 익힌 게 아닐까요? 그러니 장시간 숨을 참을 수 있는 거죠!”

“무공이 아니야. 저 해적들 자체에 뭔가가 있어요.”

천제현은 뭔가 실마리를 찾은 듯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러니 사주호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활개 칠 수 있었겠죠. 토벌대도 소용없었을 거구요! 상황이 재미있어지겠는 데요? 남궁 아가씨, 저랑 같이 준비 좀 하죠. 뭔가를 좀 시험해 봐야겠어요. 제 추측한 바가 맞는다면, 저놈들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을 거예요”

오방주가 지나간 자리에 물보라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오방주는 거대한 상어를 밟고 서 있었다.

상어는 물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수중에서 이동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열 척의 선박이 산산조각 났고 천여 명의 해적들도 물에 빠졌으며 사상자도 속출했다. 오방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 참담한 광경을 쳐다보았다.

문득 우아한 청색 도포를 입은 중년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는 장포 자락을 흩날리며 회오리바람을 밟고 서 있었다.

엄청난 위엄으로 적을 압도하였고, 그 실력은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구지? 어쨌든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오방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호수신의 금지구역에 난입해서 우리 제자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대화로 풀 생각은 없었나 보지?”

“대화?”

신풍우가 이죽거렸다. 이윽고 사방에서 거센 바람이 불고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좌중을 압도할 정도의 기운을 내뿜었다.

“사주호는 남하국 국왕의 관할지역이다. 허나 네놈들이 겁도 없이 이곳에 세력을 만들다니! 뭐 그것까지는 따지지 않겠다. 그러나 네놈들은 수시로 상단의 물건을 약탈하고 심지어 도시로 들어와 강도짓을 일삼았어! 게다가 이번에도 네놈들이 먼저 습격을 하지 않았느냐!”

“설마, 당신…… 당신은 남하 팔후? 바람의 힘을 관장하는 걸 보니 중주성의 신풍후겠군!”

오방주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풍후는 남하국에서 모르는 자가 없는 인물이 아닌가.

그가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하자 거대한 상어는 몸을 돌리더니 그를 태운채로 쏜살같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오방주!”

상어해적단 무리들은 모두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가공할 실력을 가진 오방주가 싸움도 한 번 안 해보고 꼬리를 말고 도망가다니.

“어딜 가는가! 기왕 이렇게 왔으니 나랑 같이 차나 한 잔 하지!”

신풍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쫓아가 오방주 앞에 섰다. 신풍후의 오른손에 청색의 마력이 담기더니 오방주를 잡아 옥죄기 시작했다.

“젠장!”

오방주도 어쩔 수 없이 삼지창을 꺼내 들고는 마력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하기도 전에 신풍후가 그의 삼지창을 부러뜨려 버렸고, 오방주를 수십 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오방주는 남보랏빛을 띤 피를 토했다.

신풍후가 뒷짐 지고 서서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혼성 7성이면 진혼급이 아닌가? 그런데 전투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

“네놈이 감히 날 무시해!”

오방주는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정령이 완전히 소환되며 거대한 은빛 상어로 변했다.

오방주가 양손을 들자 거대한 은빛 상어 정령이 물속을 뚫고 들어갔다. 그는 마력을 전부 호수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방의 물이 들끓었다.

곧 물의 힘으로 만들어진 상어 수백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각각의 상어는 모두 혼성 술사도 단번에 집어삼킬 듯한 흉포한 기세를 내뿜었다.

“호수의 신이 우리에게 선사하신 힘을 보여주마!”

상어 떼가 매섭게 돌진하니 이번에는 신풍후도 짐짓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방주의 실력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공격만 봐도 일반 진혼 강자라면 결코 막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남하 팔후의 강자라면?

이런 공격으로는 턱도 없다.

“풍운검가!”

신풍후 주변에 무수한 검기가 나타나 폭풍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오방주의 거대 상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파괴되었고, 이내 자잘한 물방울이 되어 되어 떨어졌다.

“아직 안 끝났어!”

오방주가 포효했다.

“호수의 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주시오소서!”

무수히 떨어지던 물방울이 상공에서 멈추더니 크기가 어마어마한 거대 상어로 변했다.

그 거대 상어는 힘이 형상화된 것이지만 살아 있는 생물과 다름없어 보였다. 은백색 빛을 띠고 있어 피부결 하나하나까지도 너무 잘 보였다.

거대 상어는 맹렬한 기세로 신풍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흥!”

신풍후가 손가락을 튕기자 검기가 생성되어 상어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에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거대 상어가 완전히 두 동강이 났고, 오방주 역시 그 여파로 물수제비 마냥 수면 위로 튕겨져 저 멀리 날아갔다.

“대단하다!”

“역시 남하팔후야!”

오방주는 도망가려고 수면 아래로 깊숙이 내려갔다.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신풍후가 작은 회오리바람를 일으켜 물 위에 떨어뜨리니 호수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더니 수십 장 내의 호수가 휘말려 올라가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에서 오방주의 모습이 보였다.

신풍후가 손을 휘저어 오방주를 끌어다 그의 목을 한 손으로 꽉 쥐었다.

“이거 놔!”

오방주는 진혼급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신풍후 손에서 맥을 못 췄다.

신풍후는 오방주의 몸에 몇 군데 혈을 찍어 오방주의 마력과 봉인했다.

오방주의 마력과 실력 모두 약하지 않은 걸로 보아 분명 우두머리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생포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오방주가 잡혔다!”

“큰일 났어! 다른 방주들께 알려!”

해적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에 허둥대며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신풍후는 저런 졸개들에게는 관심 없는 듯 빠르게 군함으로 돌아온 후 오방주를 갑판에 던져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풍후의 가공할 마력과 실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시무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방금 전투를 본 사람은 정말 진귀한 경험을 한 것이었다.

오방주의 얼굴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엉켰다.

“내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상어해적단이 네놈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남하 팔후가 대단하다고? 우리 큰형과 둘째형을 건드리면, 그땐 너희도 끝장이야!”

오방주는 진혼급 강자이긴 했지만, 그의 수준은 이제 막 혼성 7성에 도달했다.

그러므로 신풍후는 물론이고 심빙우와 비교해도 한참 실력이 모자랐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상어해적단에 저놈보다 더 강한 자가 있는 것 같았다.

남궁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보다 더 강한 자가 있다고?”

“네놈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오방주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상어해적단은 10만이나 된다, 게다가 그 가운데 난 겨우 다섯 번째에 불과하다! 큰형, 둘째 형, 셋째 형, 넷째 형, 모두 나보다 훨씬 강하지! 네놈들이 호수신의 금지구역을 침범한 데다 신의 종을 다치게 했으니, 그분들의 분노가 너희에게 임할 것이다! 네놈들은 처참하게 죽게 될 거야!”

‘진혼급 강자가 다섯이라고?’

남궁혜는 순간 멍해졌고, 신풍후의 미간은 더욱 좁아졌다.

퍽 유쾌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나저나 저놈은 잡혀 와 놓고 왜 이리 오만방자한 거지? 심문해 봤자 순순히 대답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죽여 버릴까?’

그러다 신풍후는 생각을 바꿨다. ‘이놈이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상어해적단에 정말로 5명의 진혼급 강자가 있다면 가공할 세력임이 분명하다.

신풍후는 그들이 무섭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해야 할 임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발이 묶여 있을 시간이 없다.

상어해적단과 마찰이 생기면 이놈을 잡은 것처럼 쉽게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

쾅!

군함 바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병사들이 급하게 뛰어와 보고했다.

“마마! 큰일 났습니다! 군함 바닥이 파손되었습니다! 저희 배가 곧 침몰할 것 같습니다!”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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