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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61화 (257/729)

# 261

제261장 뇌주로 향하다

천제현은 희석시킨 신령의 피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저주를 푸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악마와 요마를 대적하는 데 상당히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땅에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심연의 악마가 대단해야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지금까지 천제현이 허투루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가겠다고 결정한 이상, 그녀는 절대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공화련은 현명한 여인이었다.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응원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준비해둘게.”

“상등품 마수 가죽이랑 미스릴로 만든 깃대를 좀 준비해 주세요.”

공화련은 천제현의 뜻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는 진법을 위한 준비물이다. 기적상회의 능력으로 이 물건들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화련은 바로 사람을 시켜 준비토록 했다.

“천제현! 천제현!”

공서련이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

“공고 봤어! 너 뇌주에 가려는 거지?”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출발할 거예요!”

공서련이 서둘러 말했다.

“나도 갈래!”

“공서련아!”

공화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서련을 꾸짖었다.

“방해하지 마!”

“방해하려는 게 아니야!”

공서련이 천제현의 팔을 잡으며 요리조리 흔들었다.

“나도 너희랑 같이 가고 싶어. 난 본성보다 먼 곳에 가본 적이 없단 말이야. 뇌주는 만 리나 떨어진 곳이라면서?! 견문도 넓힐 겸 나도 가면 안 돼?”

“안 돼!”

공화련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부드러웠으나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천제현은 중요한 임무 수행 차 가는 거야. 놀러 가는 게 아니라고. 네가 가서 방해만 되면 어떻게 할 거야?”

“나…… 나도 할 일이 있어!”

공서련이 공화련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천제현 뒤에 숨어 얼굴만 삐죽 내밀었다.

“우리 대장군과 함께 통조림 공장을 준비 중이잖아. 기적상회 통조림 생산량이 폭증할 것 같단 말이야. 언젠가는 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팔릴 거란 말이지! 이번에 각 주의 장군들이 뇌주로 집결하잖아. 이때가 바로 판로를 넓힐 절호의 기회라고! 그렇지 않아? 천제현!”

공서련이 천제현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동생이 뭐라고 말하든 공화련은 절대 동의할 수가 없었다.

공화련에게 동생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이다.

그러니 그녀가 동생을 위험한 곳에 가게 내버려둘 리 없지 않은가.

“큰아가씨, 너무 걱정 마세요. 공서련 아가씨의 수준은 이미 혼성 3성의 정점에 달했잖아요. 성광불멸체도 금강체까지 수련했고요. 이 정도의 방어력이면 공서련 아가씨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천제현은 공서련 대신 말을 이었다.

“공서련 아가씨가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하니 이번에는 보내주세요. 제가 임목, 방한에게 공서련 아가씨를 보호하라고 지시해 둘게요. 재난구역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 후방지원만 한다면 문제없을 거예요.”

공서련의 전투력은 평범했지만, 성광불멸체를 연마하여 방어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따라서 혼성 4성의 술사라도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공서련에게 후방지원만 시킨다면 딱히 위험할 것도 없었다.

공화련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건…….”

천제현이 말했다.

“공서련 아가씨를 영원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가게 할 수는 없어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난을 직접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무엇보다 제가 있잖아요. 별일 없을 거예요!”

공화련은 입을 굳게 다물고 동생을 흘겨보며 말했다.

“천제현의 말을 잘 듣도록 해!”

“네! 천제현 만세! 이렇게 금방 허락 받다니!”

공서련이 신나서 깡충깡충 뛰었다.

“그럼 난 갈 준비를 해야겠어!”

공화련은 근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연습이라고 생각하세요.”

천제현은 별로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언제까지 중주에만 있을 건 아니잖아요. 남하국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많은 시련을 겪게 될 거예요.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공화련은 할 말을 잃었다.

용병을 데리고 후방을 지원하는 임무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공서련이 방금 말한 것처럼 이번 재난은 상업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기회를 통해 통조림을 3개 주에 진출시킬 수만 있다면 기적상회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중주를 제외한 지역으로 판로를 넓힐 수 있다.

“열여덟 강시는 아가씨 호신용으로 남겨둘게요.”

공화련이 사양했으나 천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게는 심 선생님이 있잖아요.”

공화련은 이미 강시 조종을 위한 진법을 배워둔 상태다.

신혈강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천제현이 발명한 진법이 더해진다면, 혼성 5성의 고수는 물론, 혼성 6성의 술사를 만나도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화련 역시 성광불멸체를 익힌 상태이니, 열여덟 신혈강시가 그녀를 보호한다면 자신의 몸 하나 지키는 것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이번 임무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천제현의 계획대로라면 7~8일 이후면 돌아올 수 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삼대 가문도 이때에 공격할 정도로 막무가내가 아닐 것이다. 설령 정말 공격을 한다고 해도 중주에 운천학과 염무기가 있으니 단시간 내에 목적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수련실에 있는 심빙우에게 갔다.

심빙우는 천제현을 따라 한동안 수련에 임했었다. 무공의 결함은 전부 개선되었고, 이에 따라 무공의 질도 훨씬 높아졌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단점들을 머지않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심빙우는 어느덧 혼성 8성 정점의 술사가 되었다.

그런 심빙우가 자진해서 천제현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천제현도 의아해했다. 아마도 이 엄청난 미녀는 자기와 함께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싶다.

뭐 어쨌든 이토록 막강한 호위무사가 곁에 있으니 최악의 상황이 온다 해도 최소한 빠져나가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다.

***

당일 저녁

중주성 선착장에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공화련이 부탁한 재료를 보내왔다. 천제현은 배가 도착할 때까지 며칠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공서련은 황천 용병에게 통조림 100개를 담으라고 지시했다. 이는 기적상회가 지원하는 전달품이었다.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기적 통조림처럼 비싼 음식을?’

통조림은 중주성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구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지하시장에서 암암리에 판매되는 통조림은 그 가격이 정상가의 4~5배나 뻥튀기 되었으나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그러니 일반 사람들이 어디서 이 통조림을 맛볼 기회가 있겠는가.

공서련이 제공하는 통조림 덕분에 병사들은 기분이 고조되었고, 이는 곧 사기로 이어졌다.

이 재난구제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속도였다.

군서에서는 신속히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지원군들은 실력이 출중했으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신풍후는 1,500명의 기병 선봉대를 선발했고, 보급 물품 없이 며칠 동안 먹을 식량만 지급해서 최대한 빨리 뇌주의 재난 지역에 도착하도록 했다.

천제현의 제안에 따라, 선봉대는 재난지역의 핵심지역으로 바로 향했다.

뇌주에는 일반 군대를 집결시켜 군수물자 운송과 후방 방어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난지역에 있는 선봉대에게 빠른 지원과 호응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신속히 후퇴를 할 수 있게 된다.

“군함이 도착했어요!”

함선 다섯 척이 선착장에 정박했다.

천제현도 처음으로 이 시대의 전함을 본 것이다.

천제현이 보기에 이 전함은 옛날 조선방식으로 만들어 졌으며 목재 범선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함선의 몸체와 범포에 그려진 진법으로 보아 진법을 통해 선체 무게를 덜고 속도를 높이고 몸체를 단단히 한 것이 분명했다.

군함 5척은 외관 상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길이는 17장에 너비가 4장으로 모두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돛대만 해도 그 높이가 10장에 달했다. 얼핏 봤을 때 배수량만 200관가량 되는 것 같았다.

군함 안에 격벽으로 열네 개의 단독 선실을 만들었고, 상·하층으로 나누었다.

하층 선실 아홉 개를 마수 선창으로 만들어 기병이 타는 것들을 넣어 두었다. 상층 선실 다섯 개는 일반 선창으로 썼다.

군함 매우 컸지만 400명이라는 인원과 그들이 타고 다니는 마수까지 태워 금세 정원에 다다랐다.

남궁혜는 답답해하며 물었다.

“뇌주에 가는 데 꼭 배를 타고 가야 해?”

“네! 배를 꼭 타야 해요!”

운요가 설명했다.

“뇌주는 중주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어. 중주의 동부지역은 수천 리나 이어진 원시 산맥과 연결되어 있고 북쪽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지. 우리 부대는 동쪽에서 서식하는 마수의 군산을 넘을 수 없어. 그곳에는 중주보다 더 많은 마수가 출몰하는 데다 산세도 몹시 험해 그나마 수로로 가는 게 나아!”

“이 군함이 중주성에서 가장 빠른 배에요!”

풍채향 역시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는 터라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선박 몸체는 보통 단단하고 가벼운 특수 목재로 만든 다음 가장 선진화된 진법인 ‘우락진(羽落眞)’을 써요. 이 진법은 선박의 무게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죠. 선박 위에 있는 ‘취풍진(聚風眞)’은 바람이 없는 곳을 지날 때 바람의 원소를 소환하여 속도를 높여준답니다.”

공서련은 이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별 탈 없이 순항하면 이틀 내에 뇌주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거네요?! 와! 정말 빠르다!”

‘이것이 가장 선진화된 군함이라는 건가?’

천제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신풍후는 안내자 몇 명을 특별히 모집했는데, 이들 모두 운항 경험이 풍부한 선장들이었다.

게다가 다들 10~20년 동안 사주호(四洲湖)를 운항하였으므로 사주호의 환경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출발 준비!”

천제현 일행은 군대를 따라 군함에 올랐다.

공서련이 상기된 얼굴로 갑판에 섰다. 양손을 높이 들고는 선착장을 향해 소리쳤다.

“언니! 걱정하지 마! 나 무사히 잘 갔다 올게! 이 공서련이 다른 지역에도 통조림을 널리 알리고 올 거야! 그러니까 언니도 걱정 말고 선박을 사서 통조림 운송으로 돈 벌 생각이나 하고 있어!”

공화련은 점차 멀어지는 군함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갈수록 대책이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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