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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52화 (249/729)

# 252

제252장 연구의 시작

이 시대는 힘이 제일인 약육강식의 세계다.

무공을 폐하는 건 차라리 죽이는 것만 못했다.

성주 풍운룡은 어쩔 줄 몰랐다.

이번 일은 전부 그가 꾸민 짓으로, 상관 가문에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천제현이 중주성에서 상관명의 무공을 폐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즉시 전국이 떠들썩해지리라.

게다가 상관명은 특사였다.

풍운룡이 고의로 그를 이 일에 끌어들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성주라 할지라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모두의 앞에서 또다시 상관명의 팔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상관명의 마력을 없애 폐인으로 만들려고 할 때였다.

“멈추게!”

신풍후가 몸을 날려 경기장에 착지했다.

“상관명은 이미 상응하는 벌을 받았으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신풍후의 신분과 지위면 훗날 상관 가문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중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천제현이 정말 상관명의 무공을 폐해 버리면 만회할 길이 없었다.

중주성의 세도가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라의 삼대 가문과 척을 지는 건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신풍후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상관명의 얼굴에 화색이 떠올랐다.

“허나 마력을 폐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가를 받아야겠습니다.”

상관명이 다시 겁에 질렸다.

‘저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천제현이 다리를 들어 올려 상관명의 다리 사이를 짓밟았다. 상관명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고 졸도했다.

부러진 팔다리는 영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부위는…… 논할 필요도 없다!

이제 상관명은 남은 평생 오늘 일을 후회하며 살아가리라.

천제현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 자를 발가벗겨서 밖에 버려!”

강시 두셋이 속옷 하나만 남기고 그의 옷을 홀딱 벗겼고, 그가 지니던 모든 물건도 빼앗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애송이가 저렇게 대담한 짓을 하다니!’

‘어떻게 신풍후가 직접 나서 말렸는데도 저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지?’

신풍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는 천제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천제현은 한 번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그러니 상관명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이다.

‘어쩔 수 없지!’

이 일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가리라.

신풍후가 직접 왕성에 서신을 보내 삼대 가문에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상관명이 왕명을 어기고 중주성에 찾아와 엉뚱한 일에 끼어든 덕분에 중재의 여지가 있었다.

신풍후가 직접 나서 중재하면 상관 가문도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 중주성 사람들은 천제현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천제현은 순도 100%의 미친놈이다!’

중주 사대 가문은 물론이요, 남하국 삼대 가문, 아니 세상 그 누구라도 이 미친놈을 건드려선 안 될 것이다.

삼대 가문은 경악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양천랑, 낙강룡이 목숨은 부지했을지언정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나중에 상처가 회복되더라도 그 여파는 남아 있을 테니 크게 되긴 글렀다. 두 가문이 후사가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 가문의 흥망성쇠는 현재의 세력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뛰어난 후계자의 존재 여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게 없다면 지금 아무리 강력한 세력일지라도 계속 그 힘을 유지할 수 없을 테고, 나아가 다른 세력과의 동맹과 신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낙씨, 양씨 가문은 이런 면에서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니 한동안은 천제현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 천씨 가문은 어쩌고 있느냐고?

천성하는 중주 시련에서 유명화가 모든 근맥에 파고드는 중상을 입었다. 폐인이 된 건 아니었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게 분명했다.

그 이후로 천성하는 사람들의 시야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많은 문객들이 천씨 가문을 떠났다고 한다.

천씨 가문도 다른 가문과 다를 게 없었다. 그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천검공자 천성하였는데, 그가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지 않았는가.

천씨 가문으로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가문을 찾아온 문객들이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천검공자의 미래였다. 그가 더 강해져서 제후에 봉해지면 함께 부귀를 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천성하는 중상을 입었고 반짝거리던 미래도 빛을 잃은 상태였다.

그를 따르던 자들의 믿음이 흔들리는 게 당연했다.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천성하는 전투의 신이 아니며, 그 역시 질 때가 있다는 것을. 또한 높이 올라갔기에 떨어질 때는 더욱 처참하다는 것을…….

그러나 천제현은 그와 정반대였다.

지금의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열여덟 강시의 실력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빙설여왕 심빙우가 옆에서 그를 지켜주지 않는가.

그 정도의 호위 진영이면 그 아무리 뛰어난 암살자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하리라.

만약 암살을 시도했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엔 천제현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관명을 불구로 만든 미친놈이다.

그런 작자가 뭔들 못 하겠는가.

게다가 운천학 일가가 그를 지지하고, 신풍후가 그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천제현의 명성만 높아진 게 아니라 기적상회 역시 일거에 이름을 알렸다.

천진상회도 기적상회를 위해 여섯 개의 자음탑을 짓는 등 천제현의 영향력이 중주성 곳곳까지 미치고 있었고, 기적상회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 천제현에게 문객이 찾아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공화련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경씨 가문을 위시한 상업 가문들을 포섭했다.

세력도 키우고 생산 공장도 늘리자는 생각이었다.

수정통신기와 축음기, 통조림 등을 대량 생산해야 했으니까.

천제현의 기발한 결투 생중계는 삼대 가문의 기세를 꺾어놓는 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도 엄청났다.

기적상회의 수정통신기와 축음기가 불티나게 팔렸고, 재고까지 높은 값에 소진되었다.

며칠 동안 수십만 개의 주문이 들어왔는데도 주문 요청은 끊이질 않았다.

수정통신기와 축음기의 현장 판매만으로도 금화 1억 냥 이상의 이윤이 날 정도였다.

한편, 기린무도관은 또 한 번 대대적인 수강생 모집을 했다.

강의를 녹음한 판과 향후 개발될 유료 학습에서도 1억 냥 이상의 이윤이 예상되었다.

이밖에도 기적상회의 통조림 식품은 중주성의 각 군대와 용병단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용병들이나 군에게 통조림은 그야말로 최고의 상품이었다.

1년의 품질보증기간을 명시한 마수식품 역시 작은 부피에 긴 보존기간으로 군대의 비축식량이나 용병들의 비상식량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저가에 구매해 고가에 팔 수 있는 그 상품은 상인들에겐 금광과도 같았다.

현재 기적상회의 통조림은 품귀 현상을 빚어 거의 사치품 수준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일부 지방의 귀족들 사이에선 연회를 하면서 통조림을 대접하는 게 능력과 신분의 상징처럼 회자될 정도였다.

이렇게 인기 많은 상품이 안 팔릴 리가 있겠는가.

각 성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인들에게 높은 값을 지불하고 중고 통조림을 사야 했고, 큼직큼직한 주문서들이 밀물처럼 중주성으로 밀려들어왔다.

통조림 식품은 기적상회를 빠르게 확장시켰고, 축음기나 수정통신기에 고객들의 이목이 집중되도록 돕는 역할도 했다.

한편, 각 지방 성주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통에 기적상회의 문지방은 닳아 없어질 정도였다.

그들은 기적상회가 자신들의 성에 공장을 세우고 자음탑과 방송설비를 구축해 주길 원했다. 이렇듯 기적상회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발언권도 커지고 있었다.

공화련은 이 기회를 틈타 성주들과 협상을 한 후 먼저 각 도시에 무역상사를 설립했다.

화련은 중주성, 나아가 남하국 전체에 완벽한 판매망을 구축하고 싶었다.

기적상회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미 돈을 수레로 퍼 나를 지경이었다.

사업 이윤 또한 사대 가문 같은 오랜 세력과 맞먹을 정도로 커가고 있었다.

이런 결과에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 천제현이었다.

그동안 최고급 단약을 만드느라 줄곧 자금난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이제야 겨우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단약 재료들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천제현에게는 그 돈으로 해야 할 중요할 일이 있었다.

바로 본사에 연구실을 만든 후 누구도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대우를 제공하여 각 분야의 인재와 전문가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운천학 등 수십 명의 저명한 학자들도 포함되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실, 현재 천제현이 만든 물건들은 품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향후 기적상회가 점점 더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상품들을 만들어낼 때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천제현은 연구소 안에서 모든 연구원들을 불러 모았다.

“회장님,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신 겁니까?”

연구실 안에는 염천웅과 장립청 등 초창기 멤버들뿐만 아니라 운천학 등 최고의 학자들도 모여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머리칼이 하얗게 센 노인들이었다.

천제현은 그 학자들 앞에 서 있었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차가운 미인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바로 빙설여왕, 심빙우였다.

심빙우에 대해 말하려면, 천제현의 사기 계략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빼놓을 수 없었다.

지금 심빙우는 중주학원 부원장 직을 사퇴하고 기꺼이 천제현의 경호원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엔 천제현의 경호원을 하는 게 겉만 번지르르한 부원장을 맡는 것보다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심빙우는 가족 한 명 없는 혈혈단신이었다. 그래서 운천학처럼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성격 때문에 신풍후조차 그녀를 잡지 못했다.

결국 신풍후는 어쩔 수 없이 풍운호를 시켜 심빙우를 휴직 처리하도록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명목에 불과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심빙우로서는 천제현을 따라다니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물론 천제현은 두 손 두 발 들어 그녀를 환영했다.

먼저 심빙우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공화련, 공서련, 남궁혜, 풍채향 등과 다른 것이었다.

그런 경국지색의 미녀가 옆에 있겠다는데 세상 그 어떤 남자가 거절하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진혼급의 초절정 고수 아니던가.

“모두 앉아 주십시오!”

천제현이 손을 휘두르며 말하자 학자들이 하나씩 자리에 앉았다.

“연구소는 설립되었지만, 아직 직무를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모두에게 연구 개시를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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