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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50화 (247/729)

# 250

제250장 상관가문의 상관명

“이 일은 사대 가문과 무관하오!”

운천학이나 심빙우와 싸우고 싶지 않았던 풍운룡은 냉랭한 눈빛으로 천제현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천제현이 시련탑의 비밀을 파헤친 일이 이미 왕성에까지 알려졌소. 왕성에서 특사를 보내 조사하기로 했단 말이오! 특사를 막는 것은 왕성에 반하는 행동이오! 그것을 원하는 거요?”

‘왕성?’

인파 속에 숨어 있던 신풍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풍채향은 더욱 깜짝 놀랐다.

“나쁜 놈들! 왕성의 삼대 가문을 끌어들이다니! 이제 어쩌죠, 아버지?”

신풍후는 남하팔후 중 한 명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왕성 삼대 가문의 굵직한 인물들과 비교해 보면 처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남하팔후 중에는 삼대 가문 출신도 여럿 되었던 것이다.

신풍후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꾸나.”

정말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면 신풍후로서도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었다.

왕성 삼대 가문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신풍후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더더욱 그런 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운천학은 풍운룡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중주탑 시련이 끝난 지 이제 겨우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왕성에서 그 일을 어떻게 알았단 말이오? 이 늙은이를 바보로 아는 거요?”

왕성은 중주성에서 아득히 먼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사흘 만에 어떻게 소식을 전달 받았단 말인가.

특사를 보내다니, 더욱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운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때, 망토를 두른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마른 몸에 새하얀 피부를 지닌 40대 남자였다. 그의 두 눈은 크지 않았지만 안광이 번쩍거렸다.

“공교롭게도 중주성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광경을 보게 되는군요.”

그를 알아본 운천학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관명!”

남하국에는 동방씨, 상관씨, 남궁씨의 삼대 가문이 있다.

이들은 건국 전부터 존재했던 가문으로, 남하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들의 저력은 다른 지역의 가문들이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남궁혜의 부친인 남궁의는 남궁 가의 방계 출신이기는 했지만 남궁 가의 정식 일원이었다.

그는 나이로 보나 천부적인 재질로 보나 모두 흠잡을 때가 없었지만 남궁 가문의 장로가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남궁 가문을 포함한 남하국 삼대 가문에서 장로의 자격을 얻으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혼성 4성의 현혼급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반면에 중주성의 세력가들은 혼성 단계에 오르기만 하면 바로 장로가 될 수 있었다.

중주 사대 가문에서 혼성 4성의 고수가 된다면 핵심 장로 직을 맡아 많은 권리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남하국 삼대 가문은 달랐다.

그들 가문에서는 혼성 4성이 되어야 겨우 가문의 고위층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실력의 차이였다.

상관명은 상관 가문에서 그다지 영향력이 큰 인물은 아니었지만, 혼성 5성의 강력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실력은 중주 사대 가문의 가주들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상관 가문 적계 혈통의 신분 하나만으로도 중주 사대 가문의 가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상관명은 운천학에게 공수를 하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운 어르신의 박학다식함에 대해선 익히 들었습니다. 상관 가문에서도 매우 존경하고 있고요. 허나 이번 일은 왕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섣불리 끼어들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운천학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중주탑은 젊은이들의 훈련장 같은 곳이오. 그곳에서 얻은 것은 모두 술사가 갖는 것이 맞고. 이런 식의 일 처리는 백성들의 반감만 살뿐이오! 장차 상관 가의 명예에 오점이 생길까 두렵구려!”

사실 운천학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고작해야 중주성에 위치한 탑 하나 아닌가. 왕국이 이렇게까지 이 일에 주시할 이유가 없었다.

‘이는 필시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상관 가문의 사람들이 탐욕을 부리는 것이다…… 아니, 상관명 이자의 탐욕이겠지!’

“어르신, 그 말씀은 좀 지나치시군요!”

상관명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중주탑은 본래 왕국의 재산입니다. 그런 것을 중주성에 하사한 것뿐이지요! 보통 물건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숨겨진 보물은 일반적인 물건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르신께서도 마수령들과의 북방 전투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왕국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억지스러운 데가 있었다.

“어르신,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주 풍운룡이 이미 천제현을 손에 쥔 것처럼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상관 나으리는 왕성의 특사시니 선참후주권(先斬後奏權)을 갖고 있소. 그대와 나를 포함한 사대 가문에서는 끼어들 권리가 없소.”

상관명이 진짜 왕성의 명을 받아 중주성에 왔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중주탑 때문은 아닐 게 분명했다.

상관명은 탐욕스러운 얼굴로 천제현을 보며 말했다.

“했던 말을 또 하고 싶진 않다. 시련탑에서 얻은 물건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제가 중주탑에서 가져온 보물이 뭔지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왕국에 헌납하라니요?”

천제현은 조금도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건 조금 우스운 것 같은데요?”

천제현을 쉽게 요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상관명은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널 왕성으로 데려가서 심문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중주탑의 보물이 뭔지 사실 상관명도은 모르는 상태였다.

중주성 같은 곳에 보물이 있어 봤자 얼마나 대단한 보물이 있겠는가.

그러나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천제현은 달랐다.

성주인 풍운룡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놈은 이용 가치가 아주 높아 보였다.

‘저놈의 무공을 폐하고 옆에 두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천제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만약 제가 거절한다면요?”

상관명은 박장대소를 하며 대답했다.

“그건 너한테 그럴 능력이 있는지에 달렸지!”

천제현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

“특사께서는 이 어린 백성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풍운룡과 중주 삼대 가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천제현이 상관 가문과 척을 지게 된다면 그들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 아닌가.

저 거물 앞에서 천제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하고 대결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천제현이 빈들거리며 말했다.

“특사님이 이기신다면 군말 않고 따라가죠!”

운천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관명은 혼성 5성의 술사 아닌가.

양천랑이나 낙강룡 같은 젊은이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천제현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운 원장님, 심 원장님, 그리고 삼대 가문과 성주님 모두가 끼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특사님이 저와 제 부하들의 공격을 막아내신다면 잠자코 따라가겠습니다!”

“하하하하!”

상관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물 안 개구리로다! 좋다. 내가 오늘 너에게 상관 가문의 힘을 보여 주마!”

그러자 천제현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방울 한 개가 들려 있었다.

천제현이 그 방울을 흔들자 경기장 아래에서 검은 옷을 입은 거구 십여 명이 뛰어올라 천제현의 주변을 둘러쌌다.

상관명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고작 저 십여 명의 부하로 날 상대하겠다고?’

천제현이 뭘 모르는 게 분명했다.

상관명은 혼성 5성의 실력자다.

저 부하들 틈바구니에서 천제현을 빼내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다.

상관명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진심이냐?”

“전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천제현이 질문을 덧붙였다.

“그런데 특사님이 지면 그땐 어떻게 하죠?”

“그럴 리가 없다! 허나 만에 하나 내가 진다면 특사 신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중주성을 떠나마!”

그러든 말든 그건 천제현의 관심 밖이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중주성에 더 큰 화제를 던져주는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크게 일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중주성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상회의 힘을 보여주지! 이 나라의 삼대 가문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음을!’

경기장에 올라왔던 사람들이 하나씩 내려가고 천제현과 상관명만 남았다.

물론 침묵을 지키는 열여덟의 부하들은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천제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저 호위들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상관 가문의 고수를 상대한단 말인가?”

“중주성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는데 이렇게 상관 가문에 의해 꺾이고 마는 건가?”

관중들이 불평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중주성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재고, 기적상회 또한 중주성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회였다.

그런 자가 상관 가문의 권세에 의해 죽어 버린다면 중주성으로서는 손실이 막대할 것이다.

상관명이 갑자기 두 손을 한 데 모았다. 그러자 거대한 마력이 흘러나오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그의 몸 주변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기류가 먼지를 일으키며 경기장을 휩쓸었다.

이윽고 거대하고 붉은 붓 하나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서련은 경악한 듯 말했다.

“붓?”

“상관 가문의 붓 정령이오!”

어느새 해설자석으로 올라온 운천학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상관 가문의 무공은 생사필(生死筆)이라는 것이오. 붓으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더군. 상대하기가 몹시 어렵다고 들었소!”

운천학의 해설은 다른 사람들 귀에도 들어갔다.

‘붓 형태의 정령을 갖고 있는 술사가 있다니.’

‘상관 가문은 정말 특이하군!’

하지만 왕국의 삼대 가문 중 하나라는 점만 봐도 그들의 강력한 실력을 알 수 있다.

이어 상관명의 소매에서 거대한 붓 하나가 빠져 나왔다.

그 붓의 길이는 3척으로 짧은 창과 비슷했고 차가운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붓은 화염 속성 정령의 힘을 흡수할 경우 위력이 더욱 무궁무진해지는 특성을 가진 붓이었다.

“목숨만은 살려 주마. 꽤 재능이 있는 청년이라 들었다. 이렇게 죽여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상관명은 긴 붓을 들어 천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가닥 하는 것 같다만 중주성에서나 인정받을 뿐이다. 상관 가문의 힘은 너 같은 애송이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마. 내게 복종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야!”

“전 확실히 중주성에서 인정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당신은 저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죠? 왕국의 특사라고요? 나이는 4, 50이나 먹어서 중주성에서 인정도 받지 못한 주제에! 유치하기가 어린애와 다를 바가 없군요!”

“네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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