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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48화 (245/729)

# 248

제248장 낙강룡의 개입

천제현은 엄청난 충격파로 인해 몇 보 뒷걸음질을 했다. 금강체의 빛도 아까보다 훨씬 옅어져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양천랑이 반동으로 인해 뒤로 날아갔다. 늑대인간 상태가 아니었다면 진동파 때문에 중상을 입었으리라.

“네 실력도 겨우 이 정도구나!”

천제현이 유명검에 정령의 힘을 불어넣자 날카로운 칼날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화염이 칼날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유명순염!”

순간 검광이 번쩍였다.

양천랑은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어깨를 찔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붉은 선혈이 옷을 적셨다.

유명불꽃이 근맥을 뚫고 들어가자 팔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전투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천제현이 상황을 역전시켰네요!”

남궁혜가 마이크에 대고 해설을 했다.

“이제 양천랑이 수세에 몰렸습니다!”

공서련이 이어 말했다.

“지금까지는 계속 양천랑만 공격을 했습니다! 이제야 천제현이 공격을 하네요!”

***

천제현의 마력은 어느 정도인가.

혼성 3성에 불과하다.

승원단을 먹어 잠시 마력을 높였지만 기껏해야 혼성 3성 정점 정도일 것이다.

천제현은 허혼 단계, 상대는 현혼 단계다.

즉, 한 명은 혼성 초기, 다른 한 명은 혼성 중기라는 뜻이다.

언뜻 보기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제현이 이렇게 강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양천랑이 그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거라고는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공화련의 날렵한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옷 위로 폭포수 같은 머리를 드리운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놀라움의 빛이 서려 있었다.

‘이게 바로 천제현의 진짜 실력이라고?’

시련탑에서 나온 후로 급성장한 걸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결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양천랑은 양씨 가문의 절학을 전부 시전하며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천제현 또한 방어에만 전념하지 않고 공격을 하였다.

유명염화검법을 시전한 그의 몸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그가 한 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이글거리는 검광이 허공을 갈랐다.

강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바닥의 돌들이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승부는 단번에 날 것 같지 않았지만, 천제현이 양천랑을 압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오른 공서련이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격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이크에 외쳤다.

“천제현이 유명염화검법을 시전한 후로 양천랑의 각종 절학이 모두 봉쇄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들으셨나요? 그야말로 봉쇄! 완벽한 압도입니다. 천제현의 엄청난 실력 앞에서 잡종공자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네요. 어떻게든 포위를 뚫어보고자 고군분투 중이지만 모든 움직임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아아,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잡종공자!”

남궁혜도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 쳤다.

“이대로 간다면 50합 이내에 천제현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경기장 한쪽에서는 큰 망토를 두른 풍채향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천제현, 저 청년 말이다. 언뜻 보기엔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사실은 행동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있더구나. 자신이 없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야.”

신풍후도 망토의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주변 사람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천제현을 살려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해서 왔더니만, 누굴 살려주란 말이냐? 너 설마 저 녀석을 마음에 두기라도 한 건…….”

풍채향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우린 그냥 친구라고요!”

“하하, 너무 흥분하는구나. 진짜 친구 맞는 것이냐?”

“당연하지요!”

신풍후 풍운천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경기장을 지켜보던 그의 호수처럼 평화로운 눈동자에 이채 어린 불꽃이 일었다.

도저히 저 소년의 행보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낙강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시련에서 천성하를 굴복시킨 건 우연이 아니었나보군!’

천제현을 이대로 두면 언젠가 천성하를 넘어서는 강자가 될 것이다.

‘그리 되기 전에, 오늘 반드시 죽여 버려야 한다! 양천랑이 곧 무릎을 꿇을 것 같으니 지금 움직여야겠군!’

낙강룡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한꺼번에 힘을 방출하자 순식간에 정령이 소환되었다.

“사호쌍상!”

그가 황금색 완갑에 마력을 주입하자 사자와 호랑이의 우렁찬 포효성이 울려 퍼졌다.

울부짖는 소리가 어찌나 폭발적인지 현장에 있는 모두가 귀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체력이 약한 일반인들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광수붕(狂兽蹦)!”

낙강룡이 몸을 돌리며 오른팔을 휘둘러 땅을 내리쳤다.

그러자 금색 완갑에서 나온 힘이 육안으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앞을 향해 질주했다.

황금색 에너지가 평평하던 땅에 긴 구덩이를 만들며 천제현의 발 앞까지 빠르게 뻗어나갔다.

쾅!

천제현이 공격을 눈치채고 피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황금색 힘이 화산처럼 지면을 가르고 나와 황금 사자로 변했다.

“칫!”

피하는 게 무리라면 막아낼 수 밖에.

천제현은 유명검을 수직으로 세워 황금 사자를 막아냈다.

황금 사자의 엄청난 힘이 유명검과 부딪히자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관중들이 보기에는 천제현이 갑작스러운 기습을 잘 막아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 초 후.

갑작스러운 방어를 하느라 유명검에 힘을 싣지 못한 탓에, 유명검은 곧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금 사자는 기세 몰아 유명검을 쳐내고 천제현에게 도달했다.

쾅!

엄청난 힘을 몸으로 받아낸 천제현이 몇 장을 날아갔다.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저 정도 공격이면 혼성 4성 술사 누구를 갖다 놔도 일격에 목숨을 잃었으리라.

천제현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양천랑이 몸을 날리더니 눈 깜짝할 새에 공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 다리를 직각까지 올린 후 거세게 천제현의 복부를 내리찍었다.

천제현의 몸이 유성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비겁한!”

화가 치밀어 오른 공서련이 탁자를 치며 말했다.

“낙강룡이 약속을 어기고 가장 중요한 시점에 천제현을 기습했습니다! 소인배나 할 법한 비열한 짓이네요! 사대 공자라는 이름이 아깝습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둘이서 한 사람을 공격하는 건 누가 봐도 불공평했다.

게다가 낙강룡은 5분 후에 공격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바 있다.

천제현과 양천랑의 결투는 3, 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천제현이 우위를 점하고는 있었지만, 대치 상태라 당장은 결과가 나지 않을 승부였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기습을 하다니.

그러나 낙강룡에게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낙연성이 당부하지 않았는가.

전투에서 이기는 건 다음 문제고 제일 중요한 건 천제현을 죽이는 거라고.

비난이든 뭐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강자는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다.

이 세상은 강자를 위한 것이다.

기습이든 뭐든 천제현을 죽인 후 욕 몇 번 먹으면 그만이다.

‘저놈을 그냥 놔두면 또 한 명의 천성하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게 놔둘 바에야 욕 좀 먹는 게 낫지 않겠는가.

“노수료원(怒兽燎原)!”

낙강룡이 고개를 들고 울부짖자 그의 두 팔에 있는 완갑에서 황금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지표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이 땅을 칠 때마다 거대한 충격파가 일렁거리며 생성되었다.

천제현은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한 번 그 충격파를 맞고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 기회를 놓칠 양천랑이 아니었다.

그는 10개의 잔영으로 변해 현란한 공격을 퍼부었다.

“마랑약식(魔狼掠食)!”

낙강룡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양천랑의 속도가 더해지자 천제현은 일시에 수세에 처했다.

낙강룡의 맹렬한 연타로 인해 금강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세가 너무 강력하고 공격 속도 역시 너무 빠른 탓에 불멸체의 회복 속도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천제현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뻔했다.

‘일단 낙강룡부터 처치해야겠어!’

천제현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충격파 하나를 피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유명에 숨어 한 줄기 이글거리는 검광의 모습으로 낙강룡을 향해 날아갔다.

퍽!

검광이 완갑에 부딪히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천제현은 완갑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몇 장 뒤로 날아가 비틀거렸다.

검날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웅웅거렸다.

‘제길! 유명검의 위력에 뒤지지 않는 완갑이구나!’

낙강룡의 마력은 양천랑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 둘이 힘을 합쳐 정면에서 공격해 오면 천제현으로서도 어쩔 방법이 없다.

낙강룡이 주먹을 움켜쥐자 황금색 완갑이 다시 한 번 번쩍거렸다.

“이것은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구사구호(九獅九虎) 완갑이다. 주인에게 사자 아홉 마리와 호랑이 아홉 마리의 힘을 주지. 거기다 낙씨 가문의 무공은 원래부터 강력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근거리에서 공격하면 날 벨 수 있을 것 같았나? 기회를 주마. 네 스스로 마력을 폐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늑대인간 상태의 양천랑은 천제현의 뒤에 서 있었다.

몸 서너 군데에 검상을 입고 있었지만 전투력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앞뒤에서 공격하는 건가? 또 위험해지겠군!’

천제현은 단약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단약으로 마력을 보충하지 않았다면 마력이 반은 소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의 강도가 너무 높은 관계로 단약이 버텨주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 둘은 모두 손색없는 혼성 4성의 강자들이었으니까.

마력의 총량으로 보면 천제현이 한 수 아래였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천제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천제현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천제현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푸른 장포는 이미 여기저기 찢겨 바람이 숭숭 통하는 상태였다.

엉망인 모습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패기가 치솟는 것 같았다.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동자에도 생기가 넘쳤다. 곧이어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둘이 같이 덤벼라. 한 번에 처리하면 시간도 아낄 수 있겠지!”

저 패기와 저 기운, 저 자신감.

임범과 임선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양천랑과 낙강룡이라는 중주 최고의 기재들이 합공을 하는데도 물러서지 않는 건 물론이요, 얼굴빛조차 변하지 않다니.

‘이게 바로 천제현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천제현! 우리가 숭배하는 천제현!’

중주성의 관중들도 전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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