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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47화 (244/729)

# 247

제247장 천제현 대 양천랑(2)

방금 전 결투는 현혼급 고수의 대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 결투에서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은 채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막은 천제현의 모습은 그가 이미 현혼급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편 양천랑 역시 마력으로 분신을 만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마랑 분신은 본체의 3할 정도 힘밖에 지니고 있지 않았으며, 그의 이번 공격은 단순히 상대의 실력을 시험해 본 데 불과했기에 진짜 실력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사대 공자라는 이름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중주의 젊은이들 중 양천랑과 함께 무공을 논할 수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낙강룡이 지겨운 듯 말했다.

“허혼급 쓰레기한테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려는 건가?”

“서두를 필요가 있나!”

양천랑의 괴이한 눈동자에 잔인한 빛이 스쳤다.

천제현 놈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그새 실력이 3성 정점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현혼 경지에 오르지 않은 이상 정령의 전투력 상승효과가 아무리 크다 해도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몸 풀기에 불과했지. 이제 진짜 경기를 시작해야겠다!”

천제현의 정령은 몹시 강하다.

혼성 3성의 수준으로 4성의 호신마력을 부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게다가 신비로운 혼기에 그 악랄한 검법까지.

“5분의 시간을 주지.”

낙강룡이 조용히 말했다.

“그 안에 저놈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손을 쓰겠다!”

“5분이면 충분해!”

대답을 마친 양천랑의 몸이 화산처럼 타오르더니 머리에서부터 이글거리는 화염이 나타나 온몸을 뒤덮었다.

그 화염은 다시 다섯 개의 기운으로 갈라져 하나씩 거대한 마랑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공서련이 긴장하며 말했다.

“마랑 분신 한 마리만도 어마어마한데 한 번에 다섯 마리의 분신을 만들어냈군요! 놀랍습니다!”

현장에 있는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양천랑의 본체 역시 검은색 화염에 휩싸이더니 체구가 몇 배나 불어나 거대하고 흉악한 마랑의 모습을 띠었다.

본체 하나에 분신 다섯, 똑같이 생긴 마랑 여섯 마리가 천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운천학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늑대 분신은 양씨 가문의 절학 중 하나요. 마력으로 정령의 모습을 복제해 만든 분신은 모두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 다만 힘이 좀 약할 뿐! 무엇보다 무서운 건 본체가 저들 사이에 있다는 거요. 언제든 분신 하나와 몸을 바꿀 수 있거든. 저 많은 분신들 속에서 본체를 잡아내는 건 아주 힘든 일이지!”

공서련이 놀라 물었다.

“그렇다면 거의 무적이라고 봐도 좋은 것 아닌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심빙우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갔다.

“분신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마력이 필요하거든요. 또, 분신은 본체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날 수 없고요. 방어를 하면서 마력을 소진시키면 알아서 무너질 수도 있어요.”

운천학이 탄식하며 말했다.

“말이야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경기장 안에 있으니 거리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을 거요. 게다가 수준과 마력 차이가 크니 소모전을 하는 건 더욱 힘들겠지.”

사람들은 이 둘의 평가를 똑똑히 들었다.

절대 고수인 두 명의 평가는 더없이 이치에 들어맞는 것이었다.

양천랑은 소문보다 더 대단했다. 그의 무공과 절학은 거의 무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를 천제현이 어떻게 상대할까?

모두가 긴장과 호기심에 찬 얼굴로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똑같이 생긴 여섯 마리의 마랑이 사냥감을 앞에 둔 늑대처럼 협공 대형을 갖췄다.

“크허헝!”

마랑들이 동시에 강력한 검은색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화염은 마치 거대한 창날처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일한 목표를 향해 뻗어나갔다.

‘원거리 공격이라.’

공격 궤적을 파악한 천제현이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가 공중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여섯 마리의 마랑들이 일제히 날개를 펼치면서 무서운 기세로 천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분신은 겁낼 것 없다. 본체를 찾아야 해!’

천제현은 심안을 사용해 늑대들을 살펴봤으나 여섯 마리 모두 똑같이 생겨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뭐지? 이상하군! 여섯 마리가 전부 분신이잖아. 그럼 본체는 어디 있지?’

그러나 천제현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마랑들이 천제현을 향해 달려드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화염 창을 날렸다.

천제현이 유명검을 휘둘러 가볍게 화염 창을 쳐냈다.

탁.

천제현이 착지를 하자마자, 마랑들이 천제현 지척에 도착해 그를 둘러쌌다.

하지만 바로 공격할 것 같았던 마랑들은 마력을 모으기만 했다.

곧 어마어마한 마력들이 모이고, 마랑들은 들끓는 마력으로 거대한 불덩어리를 만들고 있었다.

‘분신들을 자폭시킬 셈인가?’

불덩어리는 계속 커지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 일렁거리고 있었다.

천제현은 성광불멸체를 시전하는 한편 포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약하려 했다.

그 순간.

“크허엉!”

불덩어리 안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부짖음이 들리더니 또 한 마리의 거대한 늑대가 화염 속에서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와 천제현의 가슴을 가격했다.

천제현은 검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가슴팍을 얻어맞았다. 그의 몸을 덮고 있던 성광에 균열이 생기며 경기장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결계에 부딪힌 천제현은 다시 경기장으로 내팽개쳐졌다.

공격을 성공한 마랑의 표정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사방에서는 숨 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있었다.

관객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청나다! 너무 엄청나!’

천랑공자의 숙련된 무공 운용과 교묘한 전술에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사실 양천랑은 여섯 개의 분신을 소환하고선 일부러 다섯 마리만 소환한 양 천제현을 속였던 것이다.

그리고 본체는 마랑이 뿜는 화염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양천랑은 다시 한 번 비술을 사용해 눈 깜짝할 새에 본체를 천제현의 근처에 있는 분신과 바꿨다.

그러고는 천제현이 검을 뽑을 틈도 없이 본체의 힘을 모아 번개처럼 내리쳤다.

‘어마어마한 실력에 변화무쌍한 전술이다!’

원래부터 명성이 자자한 양천랑이었지만, 이 일격을 본 관중들은 자기도 모르게 존경심까지 갖게 되었다.

공서련의 목소리가 떨렸다.

“천…… 천제현이 양천랑의 일격을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 일격의 위력은 누구보다도 양천랑이 잘 알고있었다.

양씨 일가에서는 천제현의 방어무공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 성광불멸체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강했고 전투 시 불패의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심지어는 단계를 초월한 방어까지도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방어무공이든 한계가 있는 법.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양천랑의 기습은 불멸체를 산산조각 내기에 충분했다.

원래 양천랑은 천천히 천제현을 괴롭히며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 그러나 천제현에게 몇 번이나 모욕을 당하자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일격에 쓰러뜨리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대로 죽어 버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폐인이 된다면 계속 괴롭힐 수 있으리라.

이렇게 해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천제현은 쓰레기고 자신은 천재라는 것을, 둘 사이의 거대한 차이를.

천랑성에서의 그 치욕의 날 이후, 양천랑은 이를 악물고 복수의 날만을 기다렸다.

“하하하하! 이렇게 별것 아닌 놈이었나?”

양천랑은 땅에 쓰러진 천제현을 바라보며 광인처럼 박장대소했다.

“이 몸의 일격조차 막아내지 못하다니! 너 따위 쓰레기가 감히 사대 공자 둘에게 도전을 해?”

운천학과 심빙우가 벌떡 일어났고, 공서련과 남궁혜의 얼굴엔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공화련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 역시 성광불멸체를 수련한 술사로, 그 방어력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방금 그 공격은 너무나 강했다. 아무리 천제현이라고 해도.

모두가 천제현의 패배를 직감하고 있을 때였다.

휙!

천제현이 허리를 튕겨 한 번에 벌떡 일어났다.

“훌륭하군, 훌륭해!”

천제현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전보다 실력이 는 것 같은데? 꽤 간지러운 일격이었어!”

양천랑의 입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천제현의 온몸에서 유리 같은 성광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최고급 금강석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광채를 냈다.

‘금강체!’

‘금강체다! 저걸 언제 익힌 거지?’

공서련과 공화련은 놀랍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조금 지나니 왈칵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멀쩡하면서 왜 죽은 척 누워 있었단 말인가.

‘우리를 걱정시키려고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

‘따끔하게 혼내줘야 되겠어!’

“천제현이 일어났습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몸을 일으켰다. 임범과 임선은 흥분을 주체 못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천랑공자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맨몸으로 받아내고도 상처 하나 없다니!’

맹세컨대 태어나 지금보다 더 흥분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양천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멀쩡한 거지?”

천제현의 성광불멸체는 오랫동안 소성 단계인 유리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지만, 어느 샌가 금강체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수준이 오르면서 방어력도 동시에 증가한 것이다.

“그따위 애들 장난으로 정말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천제현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그냥 그 못생긴 얼굴, 웃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한 번 받아준 거라고!”

“젠장! 방어무공도 입신 단계에 오른 건가? 흥, 거북이 등딱지가 단단해 봤자지! 내가 그 등딱지를 깨뜨려 주마!”

천제현이 이글거리는 장검을 들며 대꾸했다.

“그래 보시든가!”

“육랑합일(六狼合一)!”

이젠 분신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본체조차 깰 수 없는 방어를 분신이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인가.

차라리 모든 마력을 하나로 집중시켜 입신 경지의 요랑변으로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

분신을 흡수한 본체가 작아지더니 사람 크기 만해졌다. 그 화신은 반인반수의 괴물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아까보다 몇 배나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낭신분(狼神奔)!”

늑대인간 상태의 양천랑은 더 빠르고 더 강했다. 그의 주먹에 공기까지 진동할 정도였다.

그러나 천제현은 숨지도 피하지도 않은 채 말했다.

“이 참에 성광불멸체의 위력을 알아봐야겠군!”

콰광!

양천랑의 공격이 천제현의 몸에 적중하자 순간적으로 강력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주변 지표면까지 박살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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