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
제246장 천제현 대 양천랑
기적상회는 이번 결투에 대해 별거 아닌 양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관중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숨을 멈추고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생사가 걸린 전투의 막이 올랐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 결투로 인해 중주성의 세력 구도가 바뀔 수도 있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꼬리를 말고 도망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양천랑의 요사스러운 눈동자에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가 거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죽을지는 생각해뒀나?”
“아이고! 이게 누구야? 잡종 공자님께서는 며칠 못 본 새에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그려? 못 알아볼 뻔했네요!”
입가에 조롱의 미소를 띤 천제현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죽을지는 아직 생각 못 했는데요? 좋은 의견 있으면 잡종 공자님께서 좀 말씀해 주시죠!”
“흥!”
양천랑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나가며 낙강룡에게 말했다.
“낙강룡 넌 구경이나 해라. 미꾸라지 한 마리 잡겠다고 우리가 동시에 손을 쓰면 체면 구기지 않겠어?
“좋지!”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낙강룡은 팔짱을 끼고 구경할 태세를 갖췄다. 황금색 완갑이 눈부시게 번쩍거렸다.
“그럼 네 실력을 구경이나 해볼까?”
양천랑의 기괴한 얼굴에 늑대처럼 야만스럽고 잔인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실실거렸다.
“네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주마! 어떠냐! 마음에 드나?”
곧이어 맹렬한 힘을 담은 마력 파동이 퍼져나가자 주변 공기가 조금씩 진동했다. 야생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압!”
용의 날개가 달린 마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마랑은 어찌나 큰지 양천랑의 육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윽고 양천랑의 육신이 사라지고 한 마리의 거대한 늑대가 나타났다.
태곳적 야수의 기운이 주변을 휩쓸자 관중들은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
질식할 것 같은 엄청난 위압감이 경기장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순간 공서련의 얼굴이 화색을 잃었다.
‘양천랑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이야!’
“공격! 공격!”
말문을 잃은 공서련을 본 남궁혜가 급히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잡종 공자가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령을 소환했는데요! 이게 그 유명한 용익마염랑이군요! 등에 난 두 개의 날개하며, 지옥의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육신하며! 어마어마한 위력입니다! 더 놀라운 건 양천랑의 기운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겁니다. 정령과 하나가 되자 누가 사람이고 누가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네요!”
운소도 맞장구를 치며 소리 쳤다.
“저건 양씨 가문의 무공인 요랑변입니다. 정령과 하나가 되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무공이지요! 일격에 승부를 낼 모양인데요?”
심빙우와 운천학이 미간을 찌푸렸다.
양씨 가문의 특수 무공인 요랑변을 입신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인간과 정령이 물아일체를 이룰 수 있다.
‘양천랑이 벌써 저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양천랑의 실력은 원래부터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요랑변이 입신의 경지에 올랐으니 전투력이 두 배 이상 올랐을 것이다.
“하하하하!”
그 무시무시한 마랑은 키가 1장, 몸 길이는 2장에 달했으며 온몸에서 지옥의 검은 화염을 뿜고 있었다.
물론 그건 실제가 아니라 환상이겠지만, 그 표정과 위엄은 아무리 봐도 살아 움직이는 마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마랑의 거대한 발톱이 땅을 디디자 경기장 바닥에 순식간에 균열이 생기며 화염에 탄 흔적이 남았다.
“어떠냐? 이것이 바로 입신 경지의 요랑변이다!”
마랑은 양천랑과 똑같이 요사스럽고 잔인해 보이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한기를 느낄 때, 마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양씨 가문의 진정한 절학을 보여 주마! 마염의 기습!”
마랑이 발로 땅을 박차고 달리자 지표면이 폭발했다.
전신이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뒤덮인 마랑이 화살처럼 천제현을 향해 달려나갔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보통 혼성술사였다면 방어는 고사하고 마주할 용기조차 잃었으리라.
마랑은 천제현에게 다다가며 날개를 펼쳤다. 그러자 지옥의 화염이 비처럼 사방을 뒤덮었다.
“양천랑의 화신, 마랑이 정면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남궁혜가 놀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단 마염으로 천제현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봉쇄했습니다!”
도망칠 곳을 차단한 마랑이 거대한 몸을 펄쩍 뛰어 이글거리는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랑상혼조(魔狼喪魂爪)!”
공포스러운 늑대의 발톱이 횡으로 휘둘러지며 천제현을 향해 날아왔다.
과연 사대 공자였다.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폭발적인 공세를 펼치다니. 관객들조차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천제현은 당황하지 않고 심안을 사용해 발톱을 꿰뚫어 봤다. 그러고는 입미의 능력을 사용해 눈 깜빡할 새에 유명검을 뽑아 들고 마검 정령을 소환했다.
챙!
자흑색 검광이 번쩍하며 나타나 마랑의 날카로운 발톱과 부딪혔다.
유명검과 발톱이 팽팽하게 서로를 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검날에 의해 잘리고 말았다.
게다가 유명검은 처음 휘두르던 기세를 그대로 간직한 채 거대한 마랑을 향해 나아갔다.
공서련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빠른 전개에 넋이 나가 해설조차 못 하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급히 몸을 축소시킨 마랑이 반인반수 늑대인간 형태로 천제현의 일검을 피했다.
그리고 발로 땅을 디디며 두 팔을 뻗어 천제현의 가슴팍을 내려쳤다.
“어린애들 장난 같군!”
천제현은 코웃음 치며 예상했다는 듯 도리어 유명검으로 양천랑이 뻗은 두 팔을 사선으로 올려 베었다.
샤악!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일검에 늑대인간의 두 팔이 잘렸다.
“크아아아악!”
늑대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순순히 양천랑을 놓아주지 않았다.
천제현은 늑대인간의 팔을 베느라 높게 치솟은 유명검의 손잡이를 역수로 잡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늑대인간의 가슴팍을 향해 내리찍었다.
늑대인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유명검을 보며 두 팔을 휘둘러 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공격을 쳐낼 두 팔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결국 유명검이 늑대인간의 가슴팍을 찔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제현은 언제 가슴을 찔렀냐는 듯 곧장 유명검을 빼내었다.
그 후 유명검을 높이 치켜세운 후 마력을 담아 강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검을 피하지 못한 늑대인간은 그대로 둘로 갈라져 버렸다.
지표면에는 굵은 검흔이 남았다.
“무시무시합니다! 정말 잔인하네요!”
남궁혜가 흥분해서 소리 쳤다.
“천제현의 군더더기 없는 검술! 네 번! 단 네 번의 공격으로 양천랑을 두 동강 냈군요! 훌륭합니다!”
그때 공서련이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양천랑이 저렇게 약했던가요?”
그 순간, 둘로 갈라진 늑대인간이 괴이하게 웃더니 폭발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셀 수 없이 많은 불화살로 변해 천제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천제현은 순간적으로 심안을 열어 불화살의 궤적을 확인하고 검을 들어 막아냈다.
천제현의 주변은 검은 화염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엄청난 기세의 불길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 귀를 찢을 듯한 울부짖음이 들리고, 천제현이 서 있던 자리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거대한 흑색 화염이 하늘을 뚫고 치솟아 올랐다.
경기장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망할, 일부러 천제현에게 불화살을 날려 화염을 흩어놓은 후, 비술을 사용해 폭발시킨 겁니다!”
남궁혜가 분통을 터뜨리며 외쳤다.
“화염 한가운데 서 있으면 피할 데가 아무 데도 없거든요. 그대로 불길에 휩싸여 버리는 수밖에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검은 화염의 힘은 현혼 이하의 고수 그 누구도 태워 버릴 정도였다.
쉴 새 없이 불화살을 퍼부은 것은 천제현을 공격하려는 의도보다 화염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 후 흩어진 화염의 힘을 중앙으로 밀집 시켜 강력한 폭발로 상대를 처치하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양천랑의 작전은 성공했을까?’
현장에 있는 관중들뿐만 아니라 중주성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결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바람이 한 줌 불어와 연기를 흩어놓았다.
그러자 거대한 구덩이 한가운데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은 채로 서 있는 천제현의 모습이 보였다.
성광이 그의 몸을 덮고 있었고 손에 든 유명검에서는 만년설과 같은 한기가 흘렀다.
“천제현은 멀쩡하군요!”
공서련이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천제현이 성광불멸체를 시전했어요! 양천랑의 공격이 조금도 먹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남궁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격렬한 공방이 오갔지만 아직 승부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잠시 대치중인 상황입니다!”
숨도 못 쉬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 역시 겨우 긴장을 풀었다.
이렇게 격렬한 결투가 될 줄이야.
“흐흐흐, 꽤 하는걸!”
양천랑이 원래 서 있던 자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격렬한 전투를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내 분신은 내 진짜 힘의 3할 정도밖에 안 갖고 있지만, 그래도 그 공격을 막아내다니 칭찬해 줄 만하구나. 시련탑 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으니 말이야! 오히려 잘됐다.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면 재미가 없겠지.”
천제현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공서련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둘 모두 처음 상태 그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요랑의 분신이었소!”
운천학의 낮은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양천랑의 요랑변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거요. 양씨 가문의 절학 요랑분신을 사용해 처음부터 진짜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분신만 내보낸 거지. 천제현을 공격하던 마랑 역시 마력으로 만들어낸 분신에 불과했던 거요!”
심빙우가 보충 설명을 했다.
“천제현의 실력을 시험해 본 거로군요!”
그 말을 들은 관중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렇게 현란하고 무시무시한 공격이 시험에 불과했다고?’
그러나 천제현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성광불멸체만 사용한 상태였다.
‘엄청나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강해!’
‘괴물 같은 인간들이다!’
세 사람은 시작점에서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땅에 생긴 거대한 구덩이와 검은 화염이 아니었더라면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걸 믿을 수 없었으리라.
천제현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양천랑의 실력 또한 사대 공자의 명성 그대로였다.
공서련은 천제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정말 쟤들을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