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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45화 (242/729)

# 245

제245장 때 아닌 홍보

운소가 인파를 쓱 훑어보다가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에 잘 띄는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에 있어요. 큰아가씨도 앞에 있네요.”

“근데 저 인간들이 왜 무대에 올라가 있는 거지?”

“이게 뭐하자는 짓이야!”

운소가 다소 당황한 듯 횡설수설을 했다.

오늘 공서련은 특별히 새 옷을 차려입었다. 초록색의 짧은 반바지에 커다란 흰색 망토를 두르고 있어 백옥처럼 흰 허벅지가 드러났다.

아름다운 긴 머리를 어깨 위에 걸친 채 맑고 깨끗한 정령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녀는 뭇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서련은 운요와 운소를 발견하고 앳된 얼굴로 헤헤 웃으며 손짓했다.

“둘 다 왔네요! 어서 앉아요! 어서!”

공서련 옆에는 각각 검은색과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 둘과 흰 도포를 입은 노인이 한 명 있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남궁혜였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은 물론 심빙우였다. 그 옆에 있는 흰 도포의 노인이 운천학인 것은 더 말할 필요 없으리라.

주빈석 자리에 앉은 이들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운소가 짜증이 난다는 듯 물었다.

“누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남궁혜는 기대와 흥분이 어린 표정으로 대꾸했다.

“네가 뭘 알아! 우린 중계하러 온 거야!”

‘중계? 중계라니?’

남궁혜는 조바심이 나는 듯했다.

“서련, 준비는 됐지? 대장이 신신당부한 일이야. 이럴 때 실수하면 절대 안 돼!”

공서련이 구슬땀을 흘리며 설비 하나를 만지작거렸다.

“거의 다 됐어요. 보채지 좀 마요!”

모두가 그쪽으로 다가갔다. 다들 처음 보는 설비였다. 그것은 작은 수정석 기둥 같았는데, 높이가 몇 장쯤 돼 보였다. 그 기둥에는 발광 마력 전지가 끼워져 있었다.

곧이어 공서련이 이상하게 생긴 회로 몇 개를 수정석과 연결한 후, 좌석 뒤쪽에서 사람들 앞으로 끌고 왔다.

“다 됐다!”

남궁혜가 말했다.

“잘 되나 어서 확인해 봐!”

공서련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검은색 수정석 마이크에 대고 테스트를 했다.

“아, 아…….”

“아, 아!”

“아, 아!”

곧바로 대회장 전체로 그녀의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무예 경기장 현장과 중주성 광장은 물론이고 중주성 곳곳의 거리와 술집 등 공공장소에도 방금 판매한 작은 수정통신기를 통해 서련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지?’

도시 곳곳에서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흥분한 남궁혜가 폴짝폴짝 뛰었다.

“세상에! 진짜 되네!”

공서련도 뿌듯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이건 천제현이 발명한 물건이거든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소리 크기를 최대로 올린 공서련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저는 기적상회의 공서련이에요. 오늘, 중주성 전역에 이번 결투를 중계하고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이번 중계는 기적상회와 기적 수정통신기를 통해 송출된답니다! 자기 전, 침상 위에 누워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싶지 않으신가요? 언제 어디서나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를 듣고 싶지 않으세요? 집밖을 나서지 않고도 기린무도관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요? 이 모든 게 가능해졌습니다. 수정통신기 한 대만 있으면 여러분의 생활은 완전히 바뀔 수 있어요…….”

중주 무예 경기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중주성 광장의 행인들은 걸음을 멈췄고, 술집에 있던 용병들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도박장의 도박꾼들 역시 싸움을 멈췄으며, 기루에 있는 난봉꾼들도 하던 일을 멈췄다.

수십만 중주성 사람들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이건 그야말로 마법이야! 수정통신기라고? 그게 대체 뭐지? 기적상회에서 또 뭘 만든 거야?’

“좋았어!”

“그건 그렇고, 기적의 소년 천제현이 더 뛰어날까요, 아니면 잡종 공자와 얼룩 고양이가…… 아, 아니, 천랑공자와 용호공자가 더 강할까요?”

“오늘 현장에 오신 귀빈 중에는 중주학당의 교무 원장이신 운천학 어르신과 내무 원장이신 심빙우 언니, 그리고 기린무도관의 남궁혜 관장과 사대 공자 중 한 명인 자전공자 운요가 있습니다!”

“결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대결을 바라보는 이분들의 예측부터 들어보죠!”

원고를 다 읽은 공서련은 땀을 닦으며 왼쪽에 있는 심빙우에게 얼른 마이크를 넘겼다.

심빙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본디 과묵하고 말수가 적은 그녀였기에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된 말 한마디를 못 했다.

심빙우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신의 목소리가 도처로 퍼져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영 어색하고 떨렸다.

그 모습을 본 공서련이 얼른 눈을 찡긋거리며 손짓을 하고 입모양으로 말을 했다.

“성 전역에 중계 중이에요! 체면상 한두 마디는 해야죠!”

“어머나, 심 선생님이 긴장을 좀 하셨나 봐요.”

남궁혜가 얼른 상황을 수습하며 마이크를 끌어당겼다.

“저는 기적상회의 남궁혜랍니다. 기린무도관을 관리하고 있지요. 우선 운 원장님의 말씀부터 들어 볼까요?”

‘뭐라고?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운천학의 늙은 얼굴이 벌게졌다. 그러나 남궁혜는 그가 미처 거절하기도 전에 마이크를 건네 버렸다.

어쨌거나 운천학은 학자였다. 발표회에 자주 참가했으니 무대에서 주눅이 들 위인은 아니었다. 그는 어색해하면서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양쪽에 다 승산이 있습니다. 함부로 승부를 점치기보다는 우선 구체적인 추이를 지켜보고 말씀드리도록 하죠.”

운천학의 목소리가 중주성 전역으로 퍼져 나가자 사람들은 흥분하여 환호성을 내질렀다.

“진짜 운천학의 목소리잖아!”

“너무 신기해!”

중주 운씨 가문의 가주이자 운문의 장문인인 그였다. 평민들은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운 그의 목소리를 이렇게 쉽게 들을 수 있다니.

반면 낙연성과 양무도의 낯빛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이 중요한 결투를 장난처럼 여긴단 말이지?’

‘빌어먹을! 광고까지 삽입하다니, 이건 대놓고 비웃는 꼴이 아닌가!’

이 황당한 일의 주동자는 천제현이 분명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그가 이번 대결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는 걸 뜻했다.

‘이 몸한테 너희 두 가문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부분은, 무료 광고에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이란다!’

어쩐지 천제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양무도는 욱해서 홧김에 난간을 잡아 박살 내버렸다.

낙연성 역시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곧 죽게 될 줄도 모르고! 중계라고? 좋다! 할 테면 해! 네놈이 무예 경기장에서 얼마나 잔인하게 죽는지 온 중주성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라!’

대결 시간이 다가오고, 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입장입니다! 입장!”

또 다른 마이크를 든 공서련이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주빈석 오른쪽에서 입장하는 사람은 기적상회의 핵심 인물이네요. 그렇습니다.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 내고, 상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 분이죠. 젊고 잘생긴 꽃미남, 어둠의 세력에게 용감히 도전장을 내민 기적의 소년, 천제현입니다!”

공서련은 본인이 말하면서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웩! 소름! 이게 대체 뭐야? 천제현 이 망할 왕자병 말기 환자 같은 놈! 이런 글을 직접 썼단 말이지?’

공서련은 천제현이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부분을 뭉텅이로 생략해 버리고, 말투를 바꿔 혐오스러운 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리고 주빈석 왼쪽에서 입장하는 사람은…….”

“흉악한 면상의 두 놈입니다. 딱 봐도 착한 놈은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면서도 도무지 배운 게 없는 천랑공자 양천랑과 용호공자 낙강룡입니다! 이 인간들이 이번엔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요? 글쎄, 어려워 보이는데요!”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사대 공자 중 두 공자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방하다니!’

‘기적상회는 정말 두려울 게 없단 말인가!’

생사가 걸린 치열한 대결 현장이 기적상회의 몇 사람이 끼어들면서 대중오락으로 바뀐 듯했다.

생사가 걸린 긴박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천제현에게 더 깊은 흥미를 보였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천제현을 좋게 보지 않았다. 천제현이 사대 공자를 몇 차례 이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의 도움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번엔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데도 이토록 여유롭단 말인가?’

‘기대되는군!’

공서련과 남궁혜는 임시로 만든 중계 사회자석에서 끊임없이 해설을 했고, 두 사람의 목소리는 순조롭게 중주성의 각 공공장소에 방송되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기적상회의 수정통신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리라.

공화련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최근 그녀는 신문사 몇 개를 인수하는 한편, 민간에서 시인, 음악가 등을 모집한 바 있다. 수정통신기 공급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기적상회는 즉시 언론 매체형 상회를 설립하여 방송의 형식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으리라.

그렇게 되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중주성에서 일어나는 각종 대소사를 모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 및 오락을 즐길 수도 있다.

기적상회는 유료 채널을 만들어 더 유용한 정보나 지식, 심지어 기린도관의 수업까지 방송할 예정이었다.

수정통신기를 만들려면 많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기적상회의 경제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실 자금 부족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공화련은 이번 사업이 중주성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만 하면 돈이 밀물처럼 몰려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그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이번 결투였다.

공화련은 경기장 근처에서 망토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서 있었다. 수수한 차림새였으나 날렵한 몸매에 유려한 움직임, 비범한 분위기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열여덟 명의 거구들이 서 있었다. 공화련의 충성스러운 호위병들이었다.

그 호위병들이 살기나 흉흉한 기운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압박감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공화련은 모자 안쪽에서 호수 같은 눈망울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먹을 꽉 움켜쥔 채로…….

‘천제현! 절대로 지면 안 돼!’

천제현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천랑공자와 용호공자의 기운이 화련의 예상보다 훨씬 더 엄청났던 것이다.

‘저게 바로 현혼급 고수의 힘인 건가? 정령을 소환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강력한 위압감을 줄 수 있다니!’

천제현은 경기장 한쪽에 선 채 그 둘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나온 무거운 분위기가 경기장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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