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
제242장 복수를 꿈꾸는 자들(2)
천랑공자와 용호공자는 말끝마다 천제현이 그들을 기습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천제현을 한시라도 빨리 죽이지 못해 안달이지 않았던가. 천제현을 몹시 아니꼬워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잘됐다!
천제현이 기회를 주지!
천제현은 오랫동안 중주에서 명성을 누린 두 기재에게 곧바로 대결을 청했다.
그의 말은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이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친 듯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귀가 번쩍 뜨이고 눈앞이 아찔해졌다.
소년은 수수하고 낡은 푸른 도포 차림이었으나 두 눈만은 별처럼 형형히 빛났다.
별빛처럼 빛나는 두 눈은 감히 똑바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소년이 위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해라. 싸우겠느냐, 안 싸우겠느냐?”
두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예전의 천제현이 그리 말했다면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을 터.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세 가문은 각기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기고만장한 그의 말이 세 가문을 동요시킬 정도였다.
천제현의 수준으로는 양천랑과 낙강룡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왜 이렇게 자신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은 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였고, 사람들의 예상은 늘 빗나갔다. 정말이지 약간은 겁이 날 정도였다.
만약 가문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3세대 자손들에게 또다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세 가문의 다음 세대 영광은 그대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대 공자의 명성은 말할 것도 없고 중주성의 엄청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방금 전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세 가문이, 이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천제현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기세등등하게 물었다.
“중주 사대 공자라더니, 지금은 일전을 겨룰 용기도 없나 보군?”
“싸우면 될 거 아니냐!”
양천랑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내 기필코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양천랑은 이미 호되게 한 번 당한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복수심이 가득했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설욕뿐이었다.
모두의 앞에서 천제현을 갈기갈기 찢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천제현은 당초 천남성에서 그에게 수모를 안겼고, 그 일은 양천랑의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다. 이 원한을 갚지 못한다면,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아무 성과도 이루지 못하리라.
“네놈을 내 손으로 친히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양천랑은 낙씨 가문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쪽 낙씨 가문은 가담하기 겁나면, 한쪽 옆에서 구경이나 하든가!”
“누가 겁을 낸단 말이냐!”
낙강룡에게도 불같은 면이 있었다. 더구나 그는 애초에 천제현 따위는 자신에게 감히 맞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천제현이 제아무리 뛰어난 보물을 손에 넣었다 해도, 현혼에도 이르지 않은 놈 아니던가.
혼성 초기의 술사가 어떻게 혼성 중기의 술사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단 말인가.
천제현이 시련 공간에서 삼대 공자를 일거에 격파한 것은 순전히 엄청난 위력을 가진 꼭두각시와 광선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없는 지금, 무엇을 믿고 저리 기고만장한단 말인가.
낙씨 가문의 가주인 낙연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 있는 거냐?”
“저런 놈 따위에게 겁낼 게 뭐 있겠습니까!”
낙강룡의 두 눈에서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양천랑 녀석까지 저놈과 맞서는 마당에, 제가 나서지 않는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 녀석이 먼저 도전을 한 이상, 제가 저놈을 바로 죽여 버린다 한들 신풍후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낙연성은 몇 초간 침묵하다 말했다.
“낙씨 가문은 참전하겠소!”
천제현이 손가락을 뚝뚝 꺾으며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덤벼라!”
“공개 도전인 이상 중주성 사람 전체가 증인이 되어야지!”
낙연성은 몹시 신중했다.
시간을 벌면서 천제현의 저의가 무엇인지 살피는 한편 천제현을 반드시 죽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사흘 후 중주 대경기장에서 생사의 결전을 치르자!”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좋을 대로!”
양천랑은 빨리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데 낙씨 가문이 굳이 결전을 미루니 열 받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하려고 할 때.
“설욕을 하는데 증인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양무도가 옆에서 말했다.
“사흘이면 되오. 양씨 가문은 끝까지 함께하겠소!”
양쪽의 의견이 일치했다.
극심한 충돌은 일단락이 됐다.
천제현이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다급히 물었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진기한 고대 보물이라도 얻은 거요?”
“아니요!”
“실력을 급상승시키는 비결이라도 전수받았소?”
“아니요!”
“그럼 뭘 얻은 거요? 어떻게 그렇게 전투력이 급상승했지?”
“시련탑 안에서 물건을 하나 얻긴 했는데 지금은 전혀 쓸모가 없어요.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죠. 운에 맡기는 수밖에.”
“그럼 미친 거야?”
남궁혜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턱대고 둘에게 도전을 하다니, 자신은 있는 거야?”
“몰라요!”
천제현이 태연하게 씩 웃었다. 일대일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덤빈다면 승산은 더 낮아질 터였다.
“한번 해보죠, 뭐!”
모두들 기막혀 쓰러질 지경이었다.
“넌 매사에 너무 감정적이야!”
운천학은 무거운 낯빛으로 말했다.
“낙씨와 양씨 모두 유서 깊은 가문이니, 이번 싸움에 전력을 다하겠지. 승리를 위해 가문의 비장의 무기까지 동원할 것이야. 낙연성이 사흘이라는 시간에 동의를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천제현인들 그것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어차피 닥쳐올 일이었고, 뒤로 미룰수록 더욱 해결하기 힘든 법이다.
그럴 바에야 우선 닥친 것부터 먼저 해결하여 두 가문의 콧대를 꺾어 버리면 될 것이다.
물론 양씨 가문과 낙씨 가문은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은 놀고만 있겠는가.
***
양씨 가문.
양무도는 시련탑 안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소상히 물어봤다.
양천랑은 솔직하고 상세하게 모든 일을 낱낱이 밝혔다. 조금도 누락시키지 않았다.
“천제현 그놈은 정말 괴물같은 놈이구나!”
양무도는 칼자국이 있는 무서운 얼굴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자가 고대 진법으로 너희 셋을 모두 무너뜨렸다니. 비록 본인의 힘은 아니라고는 하나 그런 일을 행한 것만 봐도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스물이 채 안 된 소년이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은 거지?”
“그래서 그게 뭐요?”
양천랑이 말했다.
“그자가 시련 공간에서 진법으로 승리를 거뒀다 해도, 중주 경기장에서 고대 진법을 또 사용할 순 없을 겁니다!”
“적을 가볍게 보지 마라! 이번 싸움은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고, 반드시 이겨야 해!”
양무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 어린 살기가 대청 전체를 휘감았다. 지붕을 뚫고 올라가 높은 하늘까지 치솟을 듯한 기세였다.
“물론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그놈을 죽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문에 큰 우환거리가 될 게야!”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리고 승리보다 더 중요한 건, 천제현을 죽이는 일이다.
양천랑은 부친의 표정을 보고 결심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
“반드시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양무도가 양천랑을 양씨 가문의 밀실로 데려갔다.
그 밀실은 양천랑도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밀실의 정중앙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제단이 있었는데, 태고의 기운이 감돌았다.
“이건 태상장로께서 양씨 가문을 떠나기 전 특별히 너를 위해 남기신 거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거라고요?”
양천랑은 흠칫 놀랐다.
태상장로는 양씨 가문의 선대 가주였다. 양무도가 가주가 된 후에 가문의 권력층에서 물러나 태상장로로 남았다.
천씨와 낙씨, 양씨 삼대 가문의 태상장로는 모두 중주에 있지 않았다. 전부 다른 성으로 가서 가문의 이익을 도모했다.
태상장로는 가문 최후의 방패였다.
“원래는 네가 좀 더 실력을 키운 후에 주려고 했다.”
양무도의 낯빛이 어두웠다.
“허나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됐으니 미리 제단을 열어보도록 해라!”
양천랑이 물었다.
“이 제단 안에 뭐가 있는데요?”
“양씨 가문의 선조께서 임종하시기 직전 정령에서 추출한 힘이 이 전공 제단 안에 봉인되어 있다. 오직 가주 후계자만이 열 자격이 있지. 너의 요랑변은 이미 대성의 절정에 이르렀다. 이 힘을 얻게 되면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가문의 절학 10여 종을 터득할 수 있게 될 것이야!”
양천랑이 감격스럽고 흥분되는 표정을 드러냈다.
‘우리 가문에 이리 좋은 게 숨겨져 있었단 말인가!’
자신이 이 힘을 얻는다면, 천성하와 비교한다 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양무도가 말했다.
“이제 제단을 열어라! 명심해라. 양씨 가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넌 이미 양씨 가문에 수모를 안겼어. 이번에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받아내지 않으면, 양씨 가문에는 네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양천랑은 한기를 느꼈다.
“네!”
“시작해라!”
양천랑이 제단 앞으로 걸어갔다. 불안함이 가득한 마음을 안고 두 손을 제단 위에 천천히 올려놓았다. 태고의 기운이 순식간에 제단 위에 자욱해졌다.
양천랑은 문득 보이지 않는 힘이 몸 안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양천랑에게 환각이 보이는 듯했다. 양천랑 앞에서 요랑변 무공을 연습 중인 사람의 형체가 몇 개 보였다. 상대의 구체적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양천랑은 대대로 전해지는 혈맥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양씨 가문의 선조가 틀림없으리라.
그 신기한 경지와 무학이 양천랑의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주입되면서 양천랑은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천제현이 자신에게 안긴 치욕을 떠올리자 강력한 투지가 샘솟아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끝까지 받아들였다. 양무도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심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법!’
이번 일로 양천랑은 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양씨 가문의 3세대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