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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40화 (237/729)

# 240

제240장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우(2)

천년 지장과는 2급 중등품 성약으로 220점이 필요했다.

지장과는 매우 희귀한 2급 약재로 생장 토지 요건이 무척 까다로웠다. 깊숙한 땅에서 자라며 싹을 틔우면서부터 영약으로 천 년이 지나면 성약이 되었다.

이런 약재는 대지의 기운이 가득하여 마력을 올려주며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

성약 역시 품질로 구분했다.

중주탑 보상 공간에 있는 것은 대부분 하급 성약이었다. 하급 성약들은 시련 점수 100여 점이면 교환할 수 있었다.

혼성 3성 정점에서 혼성 4성이 되려면 하등품 성약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천제현은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하여 중등품 성약을 선택했다.

보상을 고르면서 천재현은 공씨 자매를 잊지 않았다. 그래서 통 크게 660점을 지장과 세 개와 맞바꾸었다.

가장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나서도 절반의 점수가 남아 있었다.

천제현은 무슨 상품으로 바꾸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무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무공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단약의 조제법이나 고서적 같은 것은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고 천제현에게 별 가치가 없는 물건이었다.

“어? 저건 뭔데 점수가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천제현이 큰 조롱박을 발견했다.

그 조롱박은 사람 절반만 한 크기에 온통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표면에는 빛이 나고 심오한 비밀이 숨어 있는 듯 음양무늬가 은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롱박에 관심을 보이자 머릿속에 조롱박에 대한 설명이 울려 퍼졌다.

“무극조롱박, 선천적인 보물로 품질은 불명확하고 단약이나 기계 제조, 물품 보관, 마력 흡수 기능 보유. 교환하려면 650점이 필요!”

650점. 정말로 막대한 점수였다. 얼핏 보면 그냥 큰 조롱박일 뿐인데, 650점이나 필요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 수록 이 커다란 조롱박의 비범함이 눈에 띄었다.

조롱박 표면에는 인공으로 만든 흔적이 전혀 없었다.

즉 이건 선천적인 보물이라는 뜻이었다. 선천적인 보물이라는 것은 자연계에서 탄생하는 물건을 뜻한다.

천제현의 유명화나 눈앞의 조롱박이 바로 선천적인 보물이다.

‘이건 상고시대에 사용하던 물건을 저장하는 도구인가?’

사실 천제현이 살던 시대에 저장 도구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반지나 팔찌, 옷의 주머니, 공간 보물상자, 공간창고까지. 차고 넘쳤다. 충분한 재료만 있다면 천제현은 곧바로 저장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단순한 저장도구라면 천제현이 대량의 점수를 사용하여 구매할 가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명에서 말했듯이 조롱박이 평범한 저장도구처럼 일반적인 물품을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약을 만드는 화로로 쓸 수도 있고 무기나 술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한 점이었다. 게다가 조롱박은 마력을 모아 중요한 순간에 공격을 방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저장도구이면서 휴대할 수 있는 단약, 무기 제조 화로에 술까지 빚을 수 있고 방어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니.

천제현은 조롱박을 다시 천천히 살펴보다 뭔가를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조롱박에는 왕성한 생명력이 담겨 있었다.

‘이걸 제대로 키우기만 한다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 할 거야! 이게 최종 형태가 아니야!’

보면 볼수록 조롱박은 심상치 않았다.

비록 점수가 많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희귀한 선천적인 보물은 원한다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이를 대체할 물건을 찾기 어려울 게 뻔했다.

‘무기나 장비, 무공은 이거에 비해 다 시시해!’

천제현이 과감하게 조롱박을 선택했다.

이제 점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쓸모 있는 물건 몇 개와 평범한 물건을 교환하여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괜찮겠지!’

천제현은 구음빙박(九陰氷魄)이라는 무공을 발견했다. 대략의 소개를 들어보니 꽤 쓸 만한 무공이었다.

‘이걸 좀 수정해서 심빙우의 무공과 결합한다면 더 높은 급의 무공이 탄생하겠어!’

아무리 박학다식한 천제현이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몹시 어려웠다. 그러나 기존의 무공을 고쳐서 융합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걸로 바꾸자! 저걸 재료로 삼아야겠어!’

천제현은 시련 공간의 저장부적에 저장한 물건을 모두 꺼냈다.

그러고는 시련 공간에서 획득한 장비 재료와 진귀한 만년벌꿀, 무공, 지장과 성약을 모두 방금 교환한 조롱박 속에 넣었다.

그리고 조롱박을 등에 짊어졌다.

‘괜찮군! 정말 좋은데! 이거 참 요긴하군!’

천제현은 다시 몇 가지 괜찮은 물건을 발견했지만 이미 시련 점수를 다 사용해서 얻을 수 없었다.

‘시련 점수가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부족하구나!’

고대신의 머리에 봉인된 힘이 천제현의 몸 안으로 순조롭게 전이되었지만 그는 이 힘의 사용 방법을 몰랐다. 게다가 이 힘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걸 제외한다고 해도 이번 시련 공간 여정에서 엄청난 수확을 올렸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겠어. 도처에 유적과 숨겨진 보물이 깔렸으니 말이야. 아무 곳이나 골라 개발해도 놀랄만한 수확을 얻을지도 몰라.’

천제현은 시련 공간에서 떠날 차비를 마쳤다.

“여우아, 대성공을 거두었으니 이제 가…….”

마지막 말을 마치기도 전에 천제현은 뭔가에 얻어맞은 듯했다.

“그걸 잊고 있었네! 너도 시련 참가자잖아!”

얼렁뚱땅 들어오긴 했지만 여우도 시련자 옥패를 받았다.

여우 역시 시련 점수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여우는 보물창고가 열리기 전에 수백 마리의 요괴를 죽였다. 요괴를 한 마리 죽일 때마다 시련 점수가 크게 올라간다.

여우는 전투에서 최소 7~800점의 시련 점수를 받았다. 게다가 마지막 시련 공간을 통과하면서 보상으로 200점을 받았으니 이것만 해도 거의 1000점이다.

거기다 여기가지 오면서 계속…….

‘이 자식의 총 점수는 나보다 낮지 않을 수도 있겠군!’

천제현이 한쪽 어깨를 더듬는데 여우가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조용하다 했어. 이 자식이 진즉에 어디론가 내뺐군!”

천제현은 여우의 나쁜 습성을 꿰고 있었다. 여우가 무슨 생각일지는 뻔했다.

천제현은 화가 나서 폭발할 지경이었다.

‘제기랄! 나쁜 여우새끼!’

“이녀석, 나와라!”

천제현은 포상 공간을 돌아다니며 여우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하지만 공간이 워낙 넓어 여의치 않았다.

“새끼 여우야, 여우 새끼야. 경고하는데, 그동안의 양육비인 셈치고 순순히 시련 점수를 내놓는 게 좋을 거야! 혼자 꿀꺽해 버리면, 네게 결코 좋지 못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새끼 여우는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곤란해지는데.’

새끼 여우는 신의 뼈를 삼킨 후로 병을 앓아 초주검 상태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달아난 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천제현은 퍼뜩 깨달았다.

‘정말로 이 여우 새끼가 초주검 상태가 된 걸까? 어쩌면…… 연기를 한 것이 아닐까? 아니, 그 여우 새끼라면 연기를 한 게 분명해!’

실로 교활한 놈이 아닌가.

곤경에 빠진 주인이 자신을 협박할 걸 짐작하고 힘이 빠진 척 꾀병을 부린 거였다.

그리고 포상 공간에 들어온 후 천제현이 잠시 한눈을 팔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도망쳐 버린 것이다.

“망할 놈! 기가 막혀서 원!”

천제현은 씩씩거리며 이를 갈았다.

“네놈이 숨으면 못 찾을 줄 알아?”

천제현은 마침내 신식을 시전, 심등을 펼쳤다.

천제현은 포상 공간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심등으로 포상 공간을 두루두루 살폈다. 그러자 새끼 여우는 더 이상 몸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에게 끌려 나오느니, 순순히 자수하는 게 낫지.

흡사 솜뭉치 같은 새하얀 형체 하나가 구석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천제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가져와!”

새끼 여우는 목걸이를 풀더니 가련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두 발을 들고, 시련자의 옥패를 천제현 앞으로 가져왔다.

“진작 그럴 것이지!”

얼른 옥패를 받아 힐끔 보던 천제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 여우 새끼가!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네 점수는?”

시련자 옥패엔 커다랗게 0이라 쓰여 있었다.

‘이놈이 언제 시련 점수를 써 버린 거지?’

새끼 여우의 눈에 교활한 빛이 언뜻 스쳤다. 여우는 어슴푸레한 하늘을 흘끗 보더니, 자신은 아무것도 몰라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앞에서 시치미 떼지 마!”

천제현이 꼬리를 확 낚아채 들어 올린 다음, 엉덩이를 때렸다.

“벌집에서 나한테 점수를 절반 떼어주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뭐로 바꾼 거야? 토해 봐, 나도 좀 보자!”

손아귀에 거꾸로 들린 새끼 여우는 두 눈을 영롱하게 빛내며 주인을 쳐다봤다. 반짝이는 눈은 얼핏 비웃는 듯하면서도 무엇인가 말하는 것 같았다.

이 몸을 안 게 하루 이틀인가? 약속을 안 지킬 때도 있다는 걸 알 법도 한데? 게다가 그깟 영밀 한 덩어리를 누구 코에 붙이라고!

폭력과 협박이 먹히지 않자 천제현은 곧바로 회유책으로 작전을 바꿨다.

“주인을 뭐로 보는 거야? 네 주인인 난 정이 많고 선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작은 동물은 괴롭히지 않는다고!”

천제현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번에는 빙긋 웃는 표정을 지었다.

“넌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글자도 얼마 없잖아. 가짜로 위조한 물건이면 어떡해? 학문이 깊은 네 주인이 꼼꼼히 살펴봐야지. 어서 꺼내봐, 이리 달라니까! 뭐로 바꾼 거야?”

얼굴은 웃고 있어도 눈빛은 사악했다.

좋은 뜻일 리가 없지.

새끼 여우는 얼굴을 한쪽으로 홱 돌렸다.

천제현 이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녀석은 못 들은 척했다. 무슨 물건으로 바꿨는지 죽어도 못 밝히겠다는 꼴이었다.

“잘났다, 이 배신자 녀석아!”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을 곤경에 빠뜨린 적은 있어도, 본인이 남의 함정에 빠진 적은 없었던 천제현이었다.

하물며 한낱 동물에게 당하다니.

“나한테 점수를 절반 주기로 해놓고, 혼자 꿀꺽하다니! 만년영밀 어서 토해내!”

못 토한다!

새끼 여우는 끝까지 진상을 부릴 작정이었다.

“어쭈, 이 녀석이 요즘 매를 안 맞았더니 슬슬 기어오르는구나.”

천제현은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새끼 여우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얻은 시련 점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단언컨대 천제현에 근접한 수치거나 천제현 이상일 수도 있었다.

그 정도면 성약 7~8개와 바꾼대도 충분한 양이 아닌가.

먹기 좋아하는 새끼 여우의 천성으로 보아 십중팔구 먹는 것과 바꿨으리라. 하지만 부피가 큰 재료와 맞바꿨다면 천제현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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