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
제239장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우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액체는 여러 해 고대신의 잔해를 감추고 있었던지라 신마의 힘을 녹아 있었다.
천제현이 몸을 회복하기에 딱이었다.
천제현이 성진석을 꺼내 물속에 던졌다.
순간 주변의 물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진석은 옅은 별빛을 뿜어내며 천제현의 몸 주변을 고르게 감쌌다. 별빛으로 천제현은 천신이 하강한 것처럼 보였다.
완전히 새로운 힘을 얻게 된 후 천제현은 이를 폭발시킬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신마의 힘이 녹아든 연못의 물과 수중에 가지고 있던 성진석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이렇게 조용히 힘을 가다듬었다.
하루가 꼬박 지났다.
그는 스펀지처럼 연못물의 거의 반을 흡수했다.
휙!
천제현이 단숨에 연못에서 빠져나왔다. 온몸이 거의 투명해졌고 최상급 금강석 같은 피부에서는 은은한 별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공이다!’
불멸체가 순조롭게 금강체로 진화되었다.
천제현의 수준 역시 가볍게 혼성 3성의 경지를 돌파했다.
천제현의 무공과 수준이 동시에 진보하면서 실력 또한 크게 상승했다.
“명심해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열 번째 눈을 억지로 뜨려고 하지 마라. 너에겐 그 눈을 다룰 힘이 한참 부족하다.”
청동 전당의 음성이 조금씩 작아졌다.
“언젠가 씨앗이 깨어나고 자라고 커질 수도 있겠지. 그때가 되면 모든 신마들이 벌벌 떨게 될 것이다!”
“그 말은 세상에 아직 천마가 존재한다는 뜻입니까?”
“네게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천제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접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천마가 다 죽은 건 아니라는 소리였다. 어쩌면 천마는 이곳을 떠난 것뿐인지도 모른다.
“내 사명을 완수했다!”
“잠깐만요!”
천제현은 고대신의 떠나려고 하는 것을 느끼고 즉시 여우를 잡아 들어올렸다..
“이게 대체 뭔지 알 수 있습니까?”
“나도 모른다. 그것의 혈통에는 강력한 잠재력이 숨겨 있다. 분명 대단한 조상을 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마신일 수도 있지. 그렇지만 기억이 불완전해서 나도 정확히 대답해 줄 수 없다!”
‘그건 다 아는 이야기잖아. 나도 저것의 혈통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안다고!’
신령마저도 여우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이 여우는 대체 뭐하는 놈이야? 무슨 능력이 있긴 있는 거야?’
여우가 의기양양하게 꼬리를 치켜들었다.
이제 내 능력을 알겠지? 알아서 잘 모시라고. 내가 마신이 되면 널 잘 돌봐줄게!
마치 천제현에게 말을 하는 듯했다.
“쳇! 조상이 잘난 게 뭐 대수야?”
천제현이 여우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넌 식탐 많고 게으른 못된 여우일 뿐이야!”
여우는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시련탑 시간이 이제 끝난다.”
청동 전당의 음성은 말을 아끼는 듯했다.
“내 마지막 근심이 해결되었다. 이제 혼돈에서 영원한 잠에 들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네게 작은 선물을 하나 주마……. 이것으로 안녕이다, 계승자여!”
천제현이 급히 외쳤다.
“당신의 이름이 뭔가요? 알려주십시오!”
힘이 쓸모가 있든 없든 어쨌든 상대의 힘을 계승을 했으니 그 이름을 알아야 했다.
그러나 청동 전당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 존재에게 이름 따윈 전 중요치 않았다.
수정 기둥이 완전히 깨졌다.
고대신의 머리에서 검정색의 결정 몇 조각이 떨어졌다.
한숨을 쉬며 결정을 주워서 살펴보던 천제현에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피인가?’
신령의 피는 분명 매우 귀한 것이다. 신의 피는 모두 뭔가에 봉인되어 있어서 시련 공간을 벗어나서 현실로 가져갈 때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분명 고대신이 일부러 남긴 것이리라.
고대신의 잔해는 시련 점수 몇 점에 해당될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신의 피면 충분해!’
천제현이 신의 피를 모두 집어넣고 자리를 떠나려던 때였다.
여우가 몇 번 으르렁대며 흥분한 모습으로 신의 머리 파편 주위를 돌며 계속 뭔가를 찾았다.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이건 가지고 나갈 수 없어!”
여우가 옥처럼 빛나는 커다란 구슬을 들어 올리며 신나서 깡충깡충 뛰었다.
구슬은 여우의 몸집보다 열 배는 더 컸다. 분명 고대신의 눈이었다.
여우는 천제현의 눈앞에서 커다란 눈알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맷돌만한 크기의 눈알은 어떤 힘에 의하여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빠르게 작아지더니 여우가 삼킬 수 있는 크기로 작아졌다.
천제현은 깜짝 놀랐다.
“미쳤어? 어서 뱉어! 이건 신의 유해라고! 마음대로 먹으면 안 돼! 네 몸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고!”
여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제현을 흘겨봤다.
그리고 과자를 먹는 것처럼 고대신의 눈알을 입안으로 넣었다.
말릴 틈도 없었던 천제현은 그저 이마를 칠 수밖에 없었다.
“끝장이다!”
여우가 목구멍을 부여잡고 날카롭게 짖으며 고통스럽게 대굴대굴 굴렀다.
자그마한 몸이 온통 빨갛게 부어오르며 순식간에 공기를 주입한 것처럼 작은 언덕만큼 커졌다.
여우의 몸이 점점 팽창하고 뱃가죽은 불룩해져서 머리와 사지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계속 부풀어 오르더니 직경이 5장이 넘는 공처럼 변했다.
‘저놈의 몸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러모로 신기한 여우였다.
‘주먹보다도 작은 크기에서 순식간에 3~4층 높이 건물만큼 거대해졌는데도 몸이 터지지 않다니.’
천제현은 어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니 벌을 달게 받아야 했다. 여우가 이런 꼴이 된 것은 전부 욕심 때문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신의 시체를 삼키려고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천제현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지는 전부 여우 자신에게 달렸다.
여우의 몸은 멈추지 않고 계속 팽창하여 이미 10장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젠 새끼 여우가 아니라…… 돼지 여우네!”
여우는 하늘을 보며 길게 울부짖더니 입에서 뭔가를 한가득 토해냈다.
그 후 여우의 뱃가죽에 복잡한 주문이 나타나더니 배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툭툭 잡다한 물건들이 땅에 떨어졌다.
반쯤 먹은 강시 내단에 한입 베어 먹은 만년영밀 등 여러 가지 약재에 금은보화까지 비가 내리듯 땅으로 떨어졌다.
이를 본 천제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 자식이 내 물건을 이렇게 많이 훔쳐 먹다니. 게다가 뭔가 방법을 써서 소화도 안 시키고 뱃속에 감춰두었어!”
금화만도 수십만 냥이다.
“어쩐지 금화가 이상하게 부족했어! 이 도둑놈이 훔쳐 먹은 거였군. 대체 네놈에게 금화가 왜 필요한 건데?”
천제현은 떨어진 물건들을 거둬들였다.
‘압수야! 반드시 압수해야 해!’
그때. 긴 포효소리가 들리며 전당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집이 10장이 넘는 거대한 여우가 사납게 날아와 발톱으로 토해낸 물건을 끌어안았다.
이건 여우가 영리한 주인 몰래 힘겹게 모은 것들이었다.
이 금화들은 간식을 사먹기 위해 모은 비상금이었다.
천제현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녀석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건가?’
그러나 여우의 몸은 여전히 10장이 넘고 공처럼 빵빵했다.
천제현이 툭하고 발로 차자 정말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 모습을 보고 천제현은 한참을 낄낄 웃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천성하에게 잘린 털은 어느새 다시 자라나있었을 뿐만 아니라, 꼬리가 아홉 개로 늘어나있었다.
“꼬리 아홉 개가 달린 뚱뚱한 여우? 이게 저놈의 원래 모습인가? 이게 대체 뭐야?”
쉬이이이!
천제현이 한참 어이없어 할 때, 여우의 몸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우의 거대한 몸집이 점점 작아졌다. 8장, 5장. 3장, 2장. …….
결국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고 꼬리도 다시 하나가 되었다.
여우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는 기쁜 얼굴로 주인을 향해 달려왔다.
천제현도 내심 새끼 여우를 걱정한 터라 달려오는 여우를 반갑게 안아주려고 팔을 벌렸다.
끼잉!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려는 찰나.
새끼 여우는 그대로 천제현을 그대로 지나치더니 황급히 자신이 빼돌린 것들을 다시 집어삼켰다.
여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복슬복슬한 꼬리를 흔들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보라고! 신의 시체가 뭐 대수야? 평소대로 삼켰다고!
무안해진 천제현은 여우 곁으로 다가가서 꿀밤을 한 대 날렸다.
“아주 대단하셔!”
여우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고대신의 눈을 소화시키지 못하자 방법을 써서 몸 안에 보존한 것 같았다.
‘이녀석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 그럼 나머지 파편도 삼키게 해볼까?’
여우가 천제현의 마음을 읽고 급히 발톱을 휘두르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꿈도 꾸지 마! 때려 죽여도 난 못 해! 눈을 삼키는 것도 정말 괴로웠다고!
천제현은 당근과 채찍을 모두 동원하여 여우에게 갖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여우는 파편을 더 삼켜보기로 마음을 돌렸다.
여우가 파편을 한참 뒤적거렸다. 그 결과 옥처럼 반짝이는 뼈를 발견했다.
‘고대신의 척추 뼈인가?’
천제현이 여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뼈를 집어삼켰다. 방금 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가 10여분 지나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우는 기력이 다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모든 일은 억지로 강요할 수 없지.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잖아.’
천제현도 여우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잘했어! 큰 공을 세웠네!”
천제현이 여우를 안고 청동 전당 밖으로 향했다.
청동 전당을 빠져나가자 천지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며 어떤 음성이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생존시간 40시간, 추가 보상 200점!”
천제현이 가슴의 옥패를 잡아 쳐다보았다. 1352점이라는 점수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게 천제현의 최종 성적이었다.
“이제 보상 공간으로 진입한다!”
주위의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천제현은 허공에 서 있었다.
땅도 하늘도 없는 혼돈의 세상 같았다. 주변에는 여러 보물들이 한가득 떠있었다. 모든 보물은 빛이 나는 덮개에 덮여 있었다.
‘정말 많다!’
천제현은 이미 혼성 3성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이제 혼성 4성을 돌파해야 했다.
혼성 4성과 3성 사이에는 정체기가 있다.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몇 년이 걸려도 돌파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천제현에게는 성약이 필요했다.
중주탑에는 보물이 무척 많았지만 대부분 2급 물품이었다. 가끔 3급 보물이 나타나긴 했지만 아주 드문 일이었다.
천제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괜찮은 약재를 발견했다.
용처럼 똬리를 튼 오래된 덩굴줄기 위쪽에 과실이 세 개 맺혀 있었다.
“천년 지장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