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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37화 (234/729)

# 237

제237장 시련탑의 진정한 보상

천산하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성하!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천성하의 안색이 계속 이상했다.

발걸음을 멈춘 그의 눈빛에는 평소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망연자실한 멍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제가 졌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하늘을 향해 피를 토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천성하를 구해라!”

깜짝 놀란 천씨 가문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를 들어 올렸다.

천성하는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그는 탑에서 나올 때 이미 중상을 입은 몸으로 그저 가까스로 여기까지 걸어왔던 것이었다.

“큰일 났다!”

고위급 장로가 천성하의 맥박을 짚어보더니 다급한 얼굴로 외쳤다.

“도련님의 경맥이 유명화에 화상을 입었다! 전부 타고 있어! 마력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

천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굳어졌다.

그들이 놀란 건 천성하가 입은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

그 상처는 중주성에서 오직 한 사람, 천제현의 유명검법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순간이었다.

최후의 희망이 사라졌다.

천씨 가문 사람들은 잔인한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던 사대 공자의 우두머리가 천제현에게 당했다.

“천성하는 여태까지 진 적이 없잖아!”

“천제현이 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

운천학과 심빙우, 염무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 결과에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다!”

“반드시 놈을 죽이자!”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해!”

세 가문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건드린 건 괴물이다.

그 괴물은 아직 그렇게 강하진 않지만 계속 성장하게 두면 세 가문을 먹어치울 것이다.

거대한 나무 위에 신풍후가 온몸에 칠흑처럼 까만 망토를 감고 서 있었다.

그 역시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버틴 사람이 고작 혼성 2성에 불과한 천제현이란 말인가? 말도 안 된다! 믿을 수 없어!’

그렇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이었다.

***

천제현이 어떻게 천성하를 이길 수 있었을까.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천성하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자신은 천제현의 모든 것을 간파할 수 있고, 천제현은 자신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제현이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시킨 보검을 공격했을 때만 해도 속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천성하는 천제현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천제현은 대장장이의 전당에서 교체부적 두 장과 변신부적을 찾아냈다. 교체부적을 사용하면 위치를 원하는 사물과 교체할 수 있다.

그래서 천제현은 처음부터 부적을 거울 뒤쪽에 하나, 새끼 여우에게 하나 붙인 후 일부러 허점을 노출시켰다.

천제현의 의도대로 천성하는 천제현을 속였다고 여기며 가장 강한 최후의 일격을 가해 천제현을 단칼에 죽이려 했다.

그러나 천제현은 공격을 받은 순간 교체부적을 사용하여 천성하의 배후로 돌아간 것이다.

동시에 변신 부적으로 미리 상처 입은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 시킨 새끼 여우를 자신이 있던 자리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바꿔치는 때가 살짝 어긋나는 바람에 새끼 여우의 털이 잘린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천제현은 천성하가 완전히 방심하기를 기다리다가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찌른 것이다.

천성하는 무척 강하다.

그건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천성하의 수준은 혼성 4성이지만, 동급의 평범한 시련자나 혼성 5성, 심지어 혼성 6성의 실력을 지녔다 해도 그를 당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심검을 흉내낼 때는 천제현도 놀랐다. 하지만 천성하의 성격에는 결점이 너무 많았다. 그는 너무 거만하고 맹목적이다.

그런 사람은 겉보기에 강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나약하다.

그는 자신이 최강자라 굳게 믿으며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런 신념이 그를 빠르게 성장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실패를 겪자 바로 깊은 좌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천제현의 일격은 오랜 기간 완치되지 않을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오만한 자존심과 나약한 정신을 붕괴시킬만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는 당분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천제현은 빛을 발하는 거대한 문으로 들어섰다. 그가 지나자마자 문이 바로 닫혔다. 이제 천제현은 미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들어간 곳은 매우 기이한 공간이었다.

금으로 된 벽이 휘황찬란한 궁전이었는데, 천제현이 몇 걸음 걷자 발밑에서 금은보화가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발밑이 무수한 금은보화로 된 작은 산이었다. 그 찬란한 빛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눈을 들어 보니 어느새 궁전은 온통 금은보화로 가득 쌓여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장관이었다.

엄청난 무기들과 세상을 뒤져도 없는 성약, 천하에 희귀한 최상품 자재,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위력이 무궁한 무공이 믿기 힘들 정도로 온통 깔려 있었다.

‘보물창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창고다!’

이곳에서 아무거나 한 움큼 가져가도 어마어마한 재물과 바꿀 수 있었다.

여우의 눈은 더욱 휘둥그레졌다. 금은보화와 보물, 진귀한 성약이 산더미처럼 쌓인 이 보물창고를 옮겨가면 백 년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엄청나게 먹어대는 그 여우가 백 년을 먹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궁전 안에는 막대한 금은보화가 있었다.

“축하하네, 젊은 인간이여.”

낮고 엄숙한 음성이 궁전에서 울려 퍼졌다.

“마지막 시련을 통과했군. 자네에게 시련탑의 마지막 보물을 얻을 자격이 주어졌네.”

여우가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음성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보물이라는 게 다 이렇게 뻔한 것들입니까?”

“아니, 두 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네! 첫째, 이곳에서 무엇이든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게. 여기 있는 걸 가져가면 일생을 아무 근심걱정 없이 제왕처럼 풍족하게 보낼 수 있네.”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만!”

천제현이 말을 잘랐다.

“난 두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

“뭐라?”

궁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다소 놀란 기색이 묻어 있었다.

“두 번째 보상이 뭔지 모르지 않는가! 정말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허무하고 아득하며 위험으로 가득 찬 기회를 잡을 생각인가? 그건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네!”

‘부귀영화?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

여우가 머리와 귀를 긁적이며 주인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천제현은 결연하게 말했다.

“난 두 번째를 선택하겠습니다!”

궁전 안의 목소리가 몇 초 동안 조용하더니 묵직한 음성이 천천히 들려왔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오랜 세월 무수한 인재들이 갈구하던 기회를 갖게 되네. 그러나 이 기회에는 위험이 따르지…… 죽을 수도 있네. 자네의 지혜와 포부, 이상이 전부 사라질 수도 있네! 자네의 가족, 친구, 애인을 영원히 잃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고집하겠는가?”

천제현의 눈빛이 뜨거운 열정으로 타올랐다.

“쓸데없는 소리 마십시오. 위험을 무릎쓰지 않고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천제현의 말이 끝나자 금으로 된 벽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궁전이 사라졌다.

여우가 급히 발을 뻗어 움켜쥐었지만 스치는 것들이 전부 사라졌다.

금은보화로 된 산이 사라졌다.

최강의 무기들도 사라졌다.

성약과 보물이 전부 모습을 감췄다.

궁전에서 뿜어내는 빛이 혼돈으로 빨려 들어가며 소박하고 오래된 청동 전당이 나타났다.

청동 전당은 규모가 매우 컸지만 몹시 낡았다.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다니 그대의 능력을 보였군!”

“진법을 깨뜨리다니 그대의 지혜를 발휘했군!”

“유혹을 이겨내다니 그대의 의지가 드러났군!”

“모든 기준에 부합하니 그대는 계승자가 될 자격이 있다!”

여우가 천제현의 어깨에 앉아 화가 난 듯 으르렁거렸다.

이 자식이 날 무시하는 거야?

난 그 보물들이 필요하다고!

여우가 도끼눈을 뜨고 주위를 한참 두리번거렸으나 말을 하는 사람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어쩌면 말을 하는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그저 의식의 외침일 뿐인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 걸렸지!”

의식의 외침은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듯했다.

“그대는 처음으로 여기까지 온 자다!”

천제현은 속으로 욕이 치미는 것을 애써 참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시련탑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다 참가자의 연령과 수준까지 제한해놓고!’

원래 천제현이 살았던 시대에도 통과할 사람이 몇 없을 정도였다.

청동 전당의 음성이 말을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경고하겠다. 계승 자격을 얻었으나 그것이 널 거부할 수도 있다. 그것과 융합할 수 없다면 네 몸은 가루가 될 것이다!”

천제현이 인상을 찌푸렸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요? 대체 뭐가 날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지 한 번 봐야겠군요!”

청동 전당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신비롭고 거대한 힘이 전당에 강림했다.

굉음과 함께 앞쪽의 땅이 좌우로 갈라지며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액체로 가득한 연못이 나타났다.

그 액체는 생명수 같았다.

맑고 투명하며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지만 강력한 힘이 숨겨져 있었다. 평범한 생명수보다 품질이 월등했다.

연못의 신비로운 물에서 천제현은 옛날 혼돈시대의 기운을 느꼈다.

‘설마 혼돈시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물건인가?’

이게 어떤 물인지를 떠나서 그 안의 흐르는 혼돈의 힘만으로도 이 물의 가치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여우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연못을 쳐다보며 침까지 흘렸다.

천제현이 말리기도 전에 여우는 물을 마시러 단숨에 뛰어들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여우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깜짝 놀란 여우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천제현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여우를 놀라게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곧 연못 중앙에 소용돌이가 일더니 5장이나 되는 수정 기둥이 천천히 천제현의 눈앞에서 솟구쳤다.

‘헉!’

천제현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새끼 여우 역시 털을 바짝 세우며 강렬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수정 기둥이 솟구치면서 고대 신령의 힘이 순식간에 온 전당으로 퍼졌다.

천제현은 마음 깊은 곳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주 정령이 마치 도발을 당한 것처럼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날뛰었다.

“이건…….”

천제현의 서서히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고대 신의 유체인가?”

5장이 다 되는 수정 기둥에 거대한 머리가 봉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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