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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34화 (231/729)

# 234

제234장 승패가 갈리다

즉, 광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천제현이 신호를 보낼 때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천성하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천제현이 손가락을 튕기려하는 것을 보고 바로 몸을 피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이 손가락을 튕긴 소리가 천성하에게 닿기도 전.

음속을 가뿐히 뛰어 넘은 진정한 광속.

천성하의 인지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

그 속도를 가진 광선은 이미 천성하의 몸을 관통하고 땅속에 아주 깊은 구멍을 만들어낸 후였다.

따악!

피슉!

그리고 나서야 소음들이 들려왔다.

대단하기로 소문난 천성하의 호신마력은 마치 종잇장처럼 쉽게 뚫리고 말았다.

그의 몸이 털썩 쓰러졌다.

‘탈락시킨 건가?’

만약 그렇다면 천성하의 명성도 한낱 운으로 얻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광선이 천성하를 관통한 후에도 하늘 가득히 수놓은 금색 비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힘이 점차 집중되더니 한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천제현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정중앙의 검광이 번쩍이더니 천성하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머리에 비취로 만든 관을 쓰고 녹청색 도포를 입은 채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럼 저건 뭐야!’

천제현의 공격을 받은 천성하의 몸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천제현이 급히 천성하가 쓰러진 자리를 봤다.

그곳에는 그의 몸 대신 부러진 보검 한 자루만 남아 있었다.

‘속임수? 술수에 빠진 건가?’

사실 천성하는 천제현이 공격을 막는 사이 한 가지 계책을 준비해두었다.

그는 비기를 사용하여 보검을 자신으로 변신시키고, 자신은 보검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고 64개의 금빛 교룡 속데 교묘히 숨어 있었다.

이것은 결코 천제현의 공격에 대비한 것이 아니었다. 천성하는 꿈에도 천제현이 자신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다만 방어막이 쉽게 뚫리지 않자, 교룡으로 변신하여 천제현 주변으로 다가간 후 직접 공격하려던 것이 그 목적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계책이 천성하를 구했다.

실제 천성하의 몸은 천제현의 위에 줄곧 떠있었다.

천성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느꼈다.

의도치 않게 천제현의 허를 찌른 덕에 그는 지금 당황을 한 상태였다.

“만교입체(萬蛟入體)! 신검합일(身劍合一)!”

하늘에 떠 있던 수십 개의 교룡이 천성하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신검합일.

천성하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무공이었다. 물론 진정한 신검합일은 아니었다. 그저 무공의 한 초식일 뿐.

그러나 위력은 감히 신검합일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이내 천성하의 손에서 빛으로 된 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검은 마침내 온전한 하나의 검 형상을 이루어냈다.

“혼검결 참천식.”

천성하는 그 검을 느슨하게 쥐고는 검을 아주 천천히 휘둘렀다.

천제현은 재빨리 피했다.

아직 천성하는 검을 다 휘두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천제현이 가진 육감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샤악!

그리고 천제현의 감이 맞았다.

굉음은 울리지 않았다. 다만 무엇인가 날카롭게 자르는 듯한 소리만 났을 뿐이다.

천제현이 고개를 돌리니 자신이 있던 자리가 횡으로 십 여 장이나 길게 베여져있었다.

천성하는 이제야 검을 다 휘두른 상태였다.

검법.

제 아무리 뛰어난 검법이라도 검을 휘두른다는 행위 없이는 펼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천성하가 보인 것은 그 행위를 어느 정도 생략한 것이다.

심검(心儉).

생각만으로 베는 것.

신검합일과 동시에 천성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천성하는 원래 태생적으로 도전에 임할수록 실력이 막강해졌다. 그러나 그의 지위와 실력 상 도전에 임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제현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처음으로 천성하는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천성하가 방금 보여준 위력은 상대가 혼성 급에 있다면 그 누구라도 일검에 죽일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게 진혼 급의 고수라고 해도 말이다.

‘과연 이게 바로 천성하인가! 천씨 가문 역사상 제일로 꼽히는 천재!’

천성하는 다시 검을 높게 들었다.

‘제기랄!’

천제현은 체면이고 뭐고 없이 보물창고 바닥을 구르며 허공에 떠 있는 진법 밑으로 재빨리 피했다.

그러나 천성하는 그 모든 것을 예상한 것 같았다.

샤악!

천성하가 휘두르는 검이 그의 눈높이 정도에 있을 때,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파캉!

진법이 허공에서 산산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법에는 진법을 보호하는 주문도 걸려있었다. 그러나 천성하의 공격 앞에서는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유리처럼 간단히 부서질 뿐이었다.

진법과 함께 천제현의 몸도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본래 천성하의 공격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반쪽이 났을 테지만, 진법을 베고 날아온 터라 간신히 몸의 형체는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깊게 베인 것이 딱 봐도 치명상이었다.

이내 거울들은 연달아 어지럽게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진법이 깨지고, 천제현 마저 쓰러지자 통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쨍그랑!

보물창고에 있는 거울들도 일시에 모두 깨져버렸다.

천성하는 창백하게 변한 얼굴로 파괴된 진법을 바라보았다.

“쿨럭! 큭…….”

아무리 불완전한 심검이라고 해도, 천성하의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힘이었던 것이다.

두 번. 딱 두 번의 검격을 날렸을 뿐인데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사실 천성하는 첫 검격을 날렸을 때 이미 혼절 직전이었다. 그러나 천제현에 대한 분노와 집념이 두 번째 검격까지 가능케 한 것이었다.

천성하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내가 저놈을 과대평가한 거로군!’

천성하는 냉철하고 오만하며 독단적이다. 그만큼 상대를 평가하는 데에 인색하다. 하지만 그런 천성하도 천제현을 내심 대단하고, 동시에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고 여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천제현은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비록 이곳이 중주 시련이라서 천제현의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었으나,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로써 자신의 강력함을 천제현 마음속에 깊이 박아 넣었다.

앞으로 천제현은 천성하를 두려워하며, 그를 넘을 수 없는 산이자 이길 수 없는 존재로 여길 것이다.

목적을 이룬 천성하는 신검합일을 해제하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돌연, 그는 괴이하고 날카로운 힘을 느꼈다.

그 힘은 놀랍게도 그의 뒤에서 커지고 있었다.

‘이런 젠장!’

천성하가 칼자루에 집어넣은 보검을 다시 꺼냈다. 그렇지만 그가 검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활활 타오르는 검광이 천성하의 가슴을 꿰뚫어 등으로 관통했다.

“유명노염참!”

천성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제현은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은 모양새였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앞에 서서 조롱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

천제현의 얄미운 인사와 함께 유명검이 천성하의 사지와 뼈 사이사이로 유명화를 주입했다.

“설마…… 말도 안 돼!”

천성하는 천제현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현혼 정점의 고수조차 베어버릴 수 있는 일격이었는데! 어떻게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수 있지?’

하지만 천제현은 천성하에 의문에 답해줄 생각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천성하를 조롱할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사람이야! 내가 직접 널 탈락시키겠다고 했잖아!”

천성하는 분노가 일었으나 반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유명화는 반항하지 않는 천성하의 몸을 순식간에 잠식했다.

곧 천성하의 영패에서 하얀 빛이 나와 그의 몸을 감쌌다.

하얀 빛이 사라졌을 땐 천성하의 몸은 온데간데없고 유명검만 남아있었다.

천제현이 오른손을 흔들자 유명검이 칼자루에 꽂혔다. 그는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문 쪽으로 걸어갔다.

천제현의 뒤편에서 회색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새끼 여우로 변해 그의 어깨에 앉았다.

새끼 여우도 조롱 섞인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천제현을 향해 역정을 냈다.

끼익! 끼익!

“그래, 그래. 고생했어!”

하지만 새끼 여우는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앞발로 자신의 꼬리를 가리켰다.

꼬리 위쪽의 털이 잘려나가 새끼 여우의 피부가 드러난 상태였다.

안개로 변한 상태였음에도, 천성하의 공격이 먹힌 것이었다.

“괜찮아. 금방 자랄 거야!”

끼이익!

“알겠어, 돌아가면 만년영밀 줄게!”

그제야 새끼 여우는 화가 조금 풀린 듯 조용해졌다.

***

중주성의 유적지 폐허.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침묵이 깔린 대지에 백옥처럼 하얀 중주탑이 폐허 가운데 고고히 솟아 있었다. 중주탑은 수천 년의 시간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원래의 모습이었다.

사대 가문에서는 중주탑 주위에 각기 진영을 구축했다.

각 세도가의 정예병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면서 각 진영에 긴장과 불안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고대 유적은 대륙에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유적들은 하나같이 위험했고, 그중 중주탑 같은 모험 유형이 그나마 가장 덜 위험했다.

이런 유형은 만시고묘처럼 마력이 봉인되지 않는다. 금지처럼 위험천만하지도 않다. 따라서 시련에 참가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매우 낮았다.

중주가 개발된 이후 수백 년 동안 시련으로 사망한 선례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련탑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시련탑 사망률이 낮은 주요 원인은 시련규칙이 시련자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시련탑에서 중상을 입어 일정 상한선에 도달하여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련자는 자동으로 부상자가 되어 밖으로 보내진다.

이로 인해 시련자의 생명이 지켜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순간적으로 입는 치명상만 포함된다.

만약 반복된 상처로 시련자의 상태가 위중한데 시련규칙이 정한 사망 기준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련자가 밖으로 내보내진다 해도 묵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직접 사망한 선례가 없다고 해도 중상으로 인해 시련탑에서 내보내진 이후 부상 후유증으로 마력이 크게 떨어진 선례가 간혹 있긴 했다.

그래서 사대 가문은 1초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문의 정예병들이 중주탑 주변의 진영에 속속들이 주둔했다. 또 약사와 의원들도 배치되었다.

가문의 일원이 시련탑에서 사고를 당하면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염무기는 장군 갑옷을 걸치고 병사들을 인솔하여 유적 주변을 지켰다. 그의 임무는 질서 유지였다.

사대 가문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으니 충돌이 발생하면 군대에서 개입하여 중재해야 했다.

염무기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시련자 실력이 양극화라서 금방 탈락자가 나올 줄 알았는데…… 10여 시간이 지났는데도 탈락자가 나오지 않는군. 정말 의외야!”

“그렇습니다!”

염무기의 부장도 몹시 의아해하며 말했다.

“예전에는 반도 넘게 탈락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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