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제233장 격돌(2)
16개의 금색 보검은 크기, 외관 모두 각기 다 달랐다. 하지만 모두 검날은 유리처럼 매끈하고 광택이 났으며 교룡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하늘을 덮칠 듯한 검기가 폭풍처럼 격렬하게 일렁였다.
“주제도 모르는군!”
천성하가 눈을 번뜩였다.
곧 보검들이 공작새의 날개를 펼치듯 그의 뒤에 펼쳐졌고 화려한 금빛이 번쩍였다.
보검들은 쏜살같이 아래로 떨어졌고, 떨어지는 순간 수많은 금빛 검기를 둘렀다.
“검인풍폭(劍刃風暴)!”
촘촘하게 늘어선 모습이 마치 거세게 쏟아지는 검의 비(劍雨) 같았다.
천성하가 펼친 검인풍폭은 고대의 전승 검술로, 천리 밖에서도 손쉽게 사람의 머리를 벨 수 있는 무공이었다.
무공이 펼쳐낸 검의 비는 고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획! 획! 획!
‘과연, 중주제일검이라고 불릴 만 하네!’
확실히 천성하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저 보검들에 살과 뼈가 찢길 것이다.
천제현은 하늘을 메운 보검들을 보며 심등을 사용했다. 무형의 손이 거울을 살짝 뒤틀었다.
곧, 광선이 베틀을 짜듯 가로 세로로 쉼 없이 오고가더니 천제현을 둘러싸고 거대한 보호막을 형성했다.
쾅!
보검과 보호막이 충돌했다. 그 여파가 얼마나 강한지 보물창고 전체가 흔들렸다.
‘큰일 날 뻔 했네!’
천제현이 진땀을 흘렸다.
천성하가 펼친 검인풍폭의 위력은 엄청났다. 물론 천제현이 직접 막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돌아오는 충격은 없었다.
다만 보호막과 보검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여파가 거울을 뒤흔들어 놨다.
만약 천제현이 심등으로 거울들을 꽉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광선들이 제멋대로 쏘아지며 보호막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천제현 주변에 생긴 깊은 흔적들이 천제현 몸에 생겼을 것이다.
“내가 바보처럼 네놈들을 위해 보물창고를 열어준 줄 알아?”
천제현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였다.
“난 이제 이 진법으로 모든 거울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어. 네 검술이 얼마큼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날 어쩌진 못할걸?”
천제현은 이미 이 공간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의 눈에는 이 공간들이 각각의 좌표축으로 갈라져 보였다.
그래서 천성하가 어디서 나타나든, 어디서 공격하든 다 막아낼 수 있다.
“흥! 곧 죽을 놈이 입만 살았구나! 외부의 힘을 빌렸을 뿐이거늘,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자!”
천성하가 다시 공격했다.
“삼십이유룡진(三十二遊龍陣)!”
16개의 보검이 땅에서 튕겨 오르더니 광채를 띠며 32개로 늘어났다.
검들은 다시 춤을 추며 천제현을 뒤감기 시작했다. 천제현 주변으로 엄청난 검기가 날아들었다.
마치 폭풍우가 불어 닥치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딱!
천제현이 손가락을 튕겼다.
거울들은 동시에 더 강한 광선을 방출하여 서로 얽히고설키더니 커다란 보호막을 형성했다.
동시에 공격이 거센 곳이 더 두꺼워지는 등 시시각각 그 모습을 조금씩 바꿨다.
천제현은 광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실수 한 번 없이 모든 검기를 튕겨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방어만 할 수 없는 법. 방어가 길어지면 언젠간 뚫리게 마련이다.
천제현은 이제 공격할 때라고 생각했다.
따악!
그가 손가락을 튕겨 거울을 조종했다. 광선 하나가 앞으로 뻗어나가 수차례 반사되기 시작했다.
점차 속도가 빨라지더니 이내 지나간 궤적만 확인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몇차례 다시 반사되던 광선은 천성하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하지만 천성하는 몸을 날려 피했다.
‘피해?’
천성하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빛보다 빠를 순 없다. 천제현이 공격하기 전에 이미 피할 준비를 했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 많은 거울 중 어디서 광선이 날아올지는 육안으로 절대 구분할 수 없다.
“심안을 깨우친 건가? 하지만 별 상관 없지!”
천제현이 거울을 탁 치자 광선이 뻗어 나가 연이어 몇 개의 거울을 거쳤다. 뒤이어 광선이 여러 개로 갈라지더니 거울에 끊임없이 반사되었고, 이윽고 일시에 천성하를 향해 발사되었다.
“능력 있으면 전부 피해 봐!”
천성하도 천제현도 심안을 가지고 있었다.
천제현의 심안은 이미 최고 경지에 도달했지만, 심안이 가진 특징 자체가 신식을 집중시키는 것이므로 심등처럼 여러 개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몇 개의 광선으로 공격하면 천성하가 심안을 열었다 해도 이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뜻밖에도 천성하는 이미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용검의 방패!”
금색 보검이 천성하 앞에 꽂히더니 바람 하나 통할 수 없는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냈다.
보검이 내뿜는 검기와 광선의 팽팽한 공방전이 오갔다. 하지만 아무리 천성하라고 해도 빛의 광선을 막을 순 없었다.
천천히 검기가 광선의 맹렬한 힘에 의해 녹기 시작했다.
파지직!
마침내 검기가 다 녹아내리고 보검들은 광선에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검 조각들이 하늘에서 흩날렸다.
하지만 방패 뒤에 있던 천성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검의 방패는 천성하가 마력을 모을 시간을 버는 용도였다.
“육십사유룡검진!”
16개, 32개. 이번에는 64개의 검이 하늘을 뒤덮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정령까지 소환하여 모든 검에 교룡의 힘을 불어넣었다.
64개의 검은 빛을 발하더니 흉폭한 교룡 64마리로 바뀌었다.
단순히 수만 늘어난게 아니라 위력 역시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과연 천성하는 천씨 가문 생긴 이래로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자였다.
수준은 4성 정점에 불과하지만, 전투력만큼은 중주성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고수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외부의 힘을 빌려 기고만장하는구나! 그렇다면 그 광선을 못 쓰게 되면 어떻게 되나 보자!”
천성하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을 친 상태였다.
천성하가 손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자 64마리의 금빛 교룡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보물창고 진법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천성하는 힘으로 진법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진법의 힘이 없는 천제현은 양천랑조차 이길 수 없는데, 사대 공자 중 으뜸인 천성하를 이길 수 있겠는가.
천제현은 신식을 완전히 개방하여 거울 수십 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울이 한꺼번에 흔들렸고 빛들이 모여 화살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빛의 화살들은 여러 거울에 반사되더니 하늘을 향해 발사되기 시작했다.
금빛 교룡이 화살과 부딪히며 하나둘씩 폭발했다.
천성하는 잔뜩 가라앉은 표정으로 교룡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광선들은 거울에 반사되지 않는 이상 직선으로만 날아가기에 교룡을 조종해서 그 광선들을 피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천제현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심등이 미치는 범위는 겨우 수십 장에 불과했으나 범위 내 신식의 힘은 강했기 때문에 교룡의 위치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천제현은 심등을 통해 거울과 금빛 교룡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천제현은 거울을 조종하여 광선을 계속 반사시켰다.
거울이 쏘아내는 광선들은 단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금빛교룡들을 요격했다.
쾅!
광선과 금빛 교룡이 부딪히더니 공중에서 부서져 금색 조각이 되어 흩날렸다.
천제현의 계산 능력은 가공할 수준이었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천검공자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어?”
천제현의 도발에 천성하의 살기등등한 눈빛이 더욱 흉흉해졌다.
그는 현혼급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애송이가 그의 어검화교검결(禦劍化蛟劍訣)의 위력 앞에서 이토록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혼성 5성의 술사라 해도 천성하의 육중한 검진 앞에서 잠깐도 버티지 못한다.
‘그런데 저 빌어먹을 놈 하나를 어쩌지 못하다니!’
천성하는 자신의 검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벨 수 있으며, 누구도 막아낼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찌 겨우 혼성 2성의 술사가 하나를 못 벤단 말인가.
“신교천강(神蛟天降)!”
남아있는 30여 마리의 교룡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천제현의 머리 꼭대기에 모여들었다. 그러고는 동시에 천제현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 건가?’
천제현이 오른손으로 거울을 탁 치자 광선이 주변 거울로 뻗어 나갔다.
여러 차례 반사된 광선은 막강한 방어막을 엮었다.
콰앙!
천성하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저 빌어먹을 광선들!’
천성하는 마력을 급격하게 끌어 모았다.
“모두 파괴하라!”
방어막과 충돌로 인해 찢겨진 금빛 교룡들이 다시 원형으로 회복되었다.
‘제길! 이대로 가다간 내가 불리해질 게 뻔하다!’
천성하는 계속해서 자신의 마력을 막대하게 쏟아붓고 있지만, 천제현은 진법의 힘을 이용해서 미미한 양의 마력만을 사용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분명 자신이 불리해질 것이다.
천성하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단기전으로 끌고 가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성하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만만치 않은데…….’
천제현은 심등을 시전하고 있어서 막대한 정신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천성하의 공격이 사방팔방에서 날라오기 때문에 그는 심등을 이용해 계속해서 교룡의 위치를 파악하고 거울을 조종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정작 불리한 것은 천제현이었다. 천제현은 심등을 깨우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렇게 오랜 시간 광범위하게 심등을 소모하는 것은 그의 정신에 엄청난 부하를 주고 있었다.
‘빨리 끝내야겠어……!’
서로가 단기전을 원하는 상황.
그렇다면 귀결되는 결과는 하나뿐이다. 공격하는 것.
천성하가 재차 천제현을 공격하려고하다가 황급히 검을 가로 세워 막아냈다.
가공할 힘이 천성하의 보검을 분질렀고, 그를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이제 내 차례야!”
광선이 수십 차례, 수백 차례 반사를 거듭했다.
천성하 역시 신식을 익히고 있다.
비록 심안 단게이지만, 광선의 공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결국 이전처럼 몇십 번의 반사로는 공격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빠르게. 파악을 해도 피할 수 없게.
진정한 빛의 속도를!
반사가 되면 될수록 광선의 속도는 빨라지고, 광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반사되는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게다가 천제현은 일부러 가장 가까운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해서 광선이 최단거리를 오가며 반사되게 만든 상태였다.
두 거울 사이를 왕복하는 거울은 이제 두 거울을 잇는 것처럼 보였다.
천제현이 손가락을 튕겼다.
사실 천성하는 심안으로 거울이나 광선을 파악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던 것은 천제현이었다.
아무리 빠른 광선이라도 천제현의 신호를 받고서 발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