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제231장 홀로 남은 천제현
게다가 언제 더 강한 괴물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따라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므로 1~2시간 이내에 완성해야 한다.
약간의 실수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천제현에게 그럴 시간이 있겠는가.
즉, 약간의 실수도 없이 단 한 번에 성공해야한다는 말이었다.
당장 천성하가 아니더라도 갈수록 강해지는 괴물들이 그 시간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일거에 성공하거나 모든 것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천제현은 복잡하고 심오하게 배치된 거울 앞에서 오랜만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무서워하거나 동요하기는커녕 짜릿함과 전율을 느꼈다.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천제현이 심등을 켜고 신식을 통해 수백 개에 달하는 거울을 뒤덮었다.
거울의 위치, 배열, 각도, 보물창고의 크고 작은 모든 부분이 천제현의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어느 한 곳도 놓치는 법 없이 전체를 감지하는 이 능력은 심안으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제현이 심등의 능력을 얻지 못했다면 거울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보물창고의 현묘함을 통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심등은 의식을 심지로 삼고 정신력을 기름으로 쓴다.
심등은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 탁월했으나 정신력을 빠르게 소모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천제현의 신식이 이미 경지에 이른 수준이라도 장시간 심등을 켤 수 없다.
끊임없이 신식을 소모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한다!”
천제현은 약 15분 간 거울의 배열을 관찰했다.
300개 이상의 배치된 거울의 위치, 각도 등을 모두 파악했다. 이때 천제현은 신식을 전면적으로 개방했다.
끽끽!
새끼 여우가 깜짝 놀라며 울음소리를 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거울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조금씩 위치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열의 거울들이 완전히 회전한 후 두 번째 열에 있던 거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열을 모두 움직였다.
천제현은 신식을 이용하여 거울을 정밀하게 움직였다.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거울들이 어떤 순서와 각도에 따라, 별자리처럼 정교하게 배치되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천제현의 신식이 심등급에 도달하였으나 아직은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그에게 엄청난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팍!
거울이 절반 정도 배치되었을 때, 심등이 소멸했다.
이내 천제현의 눈앞의 모든 것들이 어둠에 휩싸였다 심등을 유지하느라 막대한 정신력을 소모한 탓이었다.
천제현이 곤란에 처하자 새끼 여우가 옥처럼 밝은 눈동자를 빙글 돌리더니 갑자기 눈을 감았다.
이내 여우의 미간에 어떤 문양이 떠오르더니 보이지 않는 힘이 천제현의 몸속으로 천천히 흘러들어갔다.
“어? 이 힘은? 설마 네 신식이야?”
천제현은 믿을 수 없었다.
“이 녀석! 생각보다 쓸모가 있는데!”
새끼 여우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새끼 여우는 자신의 신식을 천제현과 공유할 수 있었다.
천제현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새끼 여우가 나눠주는 힘이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라는 것이었다.
천제현의 심등이 다시 타올랐고 신식을 다시 시작됐다.
이 신식은 다시금 보물창고를 뒤덮었고, 거울이 잇달아 최상의 각도로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 진법이 완성되었다.
천제현은 옅은 미소를 띠우며 새끼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새끼 여우는 약간 지친 듯했지만 무척 흥분해 있었다.
어서 진법을 열어!
새끼 여우가 발을 동동 굴리며 그렇게 말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아마 새끼 여우도 이 전대미문의 진법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안달이 난 모양이다.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마! 이제 시작할거야!”
천제현이 자금색 틀로 장식된 거울 옆으로 갔다.
‘성공 여부는 이번 한 번에 달려 있다!’
천제현은 오른손으로 거울의 각도를 천천히 조절했다. 아주 세심한 손놀림이었다.
곧 천제현이 각도 조절을 마치자 거울에서 눈부신 광선이 맹렬히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광선은 앞에 있는 거울에 도달했고, 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거울로 연이어 반사되었다.
‘이토록 빠르고 맹렬하다니!’
보물창고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천제현이 이번에 준비한 반사진은 거대 늑대거인을 해치울 때보다 사용했던 반사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반사된 광선은 굵기, 각도 등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마지막이다!’
우르르……쾅쾅!
광선이 하나의 거대한 주문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팔각형의 거대 입체 주문이 보물창고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 주문이 바닥에 있는 다른 주문에 힘을 실어 넣자, 바닥에 새겨져있던 주문들도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공중에 떠오른 주문들이 어떤 힘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 한 점에 몰려들어 주문을 이루고 있는 광선에 융합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고대의 힘이 보물창고에 깔렸다.
아주 오래된 옛날 세상을 지배했으나 줄곧 잠들어 있던 힘이 천지의 법칙을 간직한 채 깨어난 것이다.
가장 먼저 고대의 힘을 느낀 것은 괴물들이었다.
벌떼처럼 몰려든 괴물들은 보물창고에 나타난 압도적인 힘을 느끼고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나, 둘 썰물처럼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갑자기 왜 저래?”
“천제현이 성공했나?”
“빨리 가보자!”
남궁혜와 운요는 재빨리 보물창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주문들이 마치 유성처럼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거미줄처럼 서로서로 얽히고설키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거대한 빛의 문을 만들어냈다.
약 20장 높이의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솟은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보물창고의 문을 열었습니다!”
“시련점수 200점을 획득하였습니다!”
천제현이 거울의 비밀을 풀고 보물창고의 문을 연 순간 가슴팍의 옥패에서 숫자가 떠오르더니 200점이 추가되었다.
시련의 공간에 들어온 후 가장 높은 보상이었고, 이는 보물창고의 난이도가 자물쇠를 푸는 것보다 10배 이상에 어렵다는 의미였다.
‘천제현이 정말 성공했다!’
중주탑에서 억겁의 시간을 보낸 비밀이 천제현의 손에 풀렸다.
운요와 남궁혜는 이 광경에 넋이 빠져 보물창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안심할 수 없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빨리 들어와요!”
천제현은 남궁혜와 운요가 보물창고 입구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금빛을 띤 광선 세 줄기가 보물창고의 허공을 가로질렀다.
“조심해!”
천제현이 한 발 늦었다.
금색 보검 3개가 공중에서 나타난 것처럼 순식간에 운요와 남궁혜의 곁으로 날아갔다.
운요와 남궁혜는 아직도 웅장하고 거대한 문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푸욱!
무엇인가 찔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제현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장, 표정이 왜 그래. 이따 보자고…….”
남궁혜가 가슴을 관통한 검날을 꽉 잡으며 간신히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하얀 광채에 휩싸여 사라지고 말았다.
천제현이 뭐라 말하려는 순간, 그에게도 금색 보검이 날아들었다.
보검은 천제현의 몸도 단숨에 관통하려고 빠른 기세로 그의 가슴께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옥 부적이 순식간에 깨지면서 보검을 튕겨냈다.
“빌어먹을!”
천제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천성하는 아직 보물창고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누구도 천성하가 이렇게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그 때문에 남궁혜와 운요도 이를 방비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 것이다.
천제현도 이제 막 진법을 완성한 터라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에게 미궁에서 얻은 호신부가 없었다면 천제현 역시 이번 천성하의 공격으로 탈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왜? 놀랐나?”
공중을 떠돌던 보검에서 천성하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보검은 내 몸과 같다! 내가 자리를 떠나면서 이 검 3개를 놔둔 이유도 이 검을 통해 보물창고 안의 상황을 지켜보기 위함이었지! 그러니 너의 경솔함을 탓해라!”
‘역시 교활한 놈이군!’
하지만 그 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제현이 진법에만 신경 쓴 탓에 천성하가 보물창고에 검을 두고 간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그 검이 천성하의 눈이었을 줄이야.
남궁혜의 실력이 세 공자와 싸울 때는 큰 도움이 될 만큼 강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녀의 꼭두각시의 위력은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또한 운요의 수준은 낙강룡, 양천랑과 비슷하여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천성하의 기습공격으로 둘 다 탈락해 버리고 말았다.
이는 천제현이 이 강적들을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하하! 정말 하늘이 날 돕는군!”
이때, 낙강룡이 돌아왔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쳐들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중주성에서 시련탑과 관련하여 전설이 전해지는 데, 이는 바로 시련탑에 평생 쓰고도 남을 금은보화가 있다는 것과 만고유제를 푸는 사람이 모든 것을 전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유제를 발견했지만 풀 수는 없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금 천제현이라는 이 애송이가 푼 것이다.
그러니 낙강룡이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양천랑의 눈빛도 탐욕스럽게 변했다.
‘시련탑에 숨겨져 있는 고대의 보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동안 받았던 치욕을 말끔히 씻을 수 있겠지!’
천성하만이 눈을 감고 침묵한 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하늘을 떠돌던 검 3개가 천성하에게 돌아가더니 빨려 들어가듯 천성하에 몸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눈을 떴을 때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으며, 엄청난 살기가 가득했다.
사실 낙강룡과 양천랑보다 천성하가 훨씬 더 위험했다.
천성하는 천제현이 진법을 배치하는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다.
‘천제현…… 저녀석은 정말 위험한 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