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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30화 (227/729)

# 230

제230장 뜻밖의 협업

딱!

천성하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금색 보검이 천제현 일행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저놈들은 언제라도 없앨 수 있어. 보물을 찾아내게 시킨 다음 없애버리면 된다.”

양천랑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천제현을 찢어버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보물을 찾아내면 천제현은 네가 처치하도록 넘겨주지.”

천성하가 다시 한 번 양천랑을 진정시켰다. 그제야 양천랑도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천성하의 자신감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천성하의 어검화룡결(禦劍化龍訣)은 변화무쌍하여 지친 천제현 일행을 충분히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천제현 일행과 천성하 일행 모두가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가운데, 천제현은 준비할 시간만 충분히 끌 수 있다면 정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천성하가 강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동급 경지더라도 단칼에 천제현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예전에 경험한 바 있지 않은가.

그 당시 천제현은 이 시대로 온 후 사람과 싸워 처음으로 중상을 입었다.

천성하가 힘을 다 쓰지 않아도 대단한 실력자인 데다가 그의 진정한 경지는 혼성 5성에 가깝지 않은가.

그래서 그 실력은 사대 공자 중 으뜸으로 꼽힌다.

게다가 다른 세 공자가 협공을 한다 해도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천제현에게 있는 유일한 기회는 거울이 가진 힘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다.

거울을 완벽하게 부릴 수 있다면, 강력한 광선의 힘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천성하와 한 번 싸워볼 만하다.

물론 냉철하고 영리한 천성하가 천제현의 의도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천성하는 천제현에게 기회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천제현 머리꼭대기에 수많은 비검(飛劍)이 떠다니고 있어, 그가 허튼수작이라도 부릴라 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천제현에게 기회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천성하는 낙강룡, 양천랑과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무공을 숭배하는 그는 천제현과 천씨 가문 사이의 원한은 잠시 제쳐두기로 했다.

그는 이 가문의 원한보다도 시련의 공간에 숨겨져 있는 보물에 구미가 당겼기 때문이다.

보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재산, 자원, 무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실력과 영향력은 더욱 높아지고 커질 기회라는 것이다.

천성하는 혈육의 정이니 우정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가문의 영광마저도 그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다.

그저 그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강력히 원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떤 대가도 아깝지 않았다.

그가 오로지 추구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강한 힘을 소유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이 순간, 천제현만이 유일하게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장내 분위기는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았다.

남궁혜와 운요는 어쩔 도리 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천제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천제현이 제안한 협상으로 잠깐이지만 살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천성하 일행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만약 진짜로 보물을 찾게 되더라도, 그들만 좋은 일 시키는 거 아닌가.

그러느니 그냥 지금 결판을 내고 나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남궁혜의 성정상 이렇게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천제현!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운요의 생각도 남궁혜와 동일했다.

천성하는 이미 충분히 강한 데, 거기다 시련탑의 비밀까지 얻게 되면 중주에서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천제현은 두 사람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물창고의 거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거울의 수는 족히 300개 이상은 되었다.

그냥 보기에는 아무렇게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떤 특정한 규칙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그 규칙만 알아내면,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어떤 규칙이지?’

하지만 천제현도 쉽사리 규칙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광선이 보물을 찾아내는 열쇠인 건 맞는데…….’

천제현은 거울 옆에 서서 곧게 뻗어나가는 광선을 주시했다.

몇 초간 깊은 생각에 빠진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설마 그건가?’

천제현은 고개를 수그리고는 지면을 관찰했다.

보물창고 바닥에는 주문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너무 빽빽하게 새겨져있는 탓에 도리어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문 외에도 바닥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고문, 문구 등이 드문드문 뒤섞여 있어 매우 복잡하였다.

아예 의미를 분별할 수조차 없는 정보들이었으나 천제현은 보자마자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 바닥의 주문들은 하나의 진법을 이루고 있는 거였어! 이 바닥 전체가 거대한 마력진인 거야!’

그렇다면 광선이 하는 역할은 불 보듯 뻔했다. 거울로 반사시키면서 주문을 그리는 것.

즉, 광선으로 부족한 주문을 그려서 불완전한 진법을 보완하는 것이 광선과 거울의 진정한 용도였다.

천제현은 거울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광선을 그냥 쏜다고 진법이 발동될 리가 없었다. 분명 이 거울들을 모두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 보물창고에 있는 300개의 거우들이 장식이 아닌 이상!

그렇다면 각도를 완벽히 조절해야 진법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300개의 거울들의 각도를 하나하나 완벽하게 조절해야 했다.

그러면 광선이 반사와 굴절을 통해 주문과 문양을 그려낼 것이고, 이 주문과 문양이 결합되며 보물창고의 진법을 완성할 것이다.

거울이 붓이고, 빛이 먹물인 셈이다. 이 둘이 어우러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진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진법을 만드는 방법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으니, 시련의 공간 설계자는 분명 평범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필시 그려야하는 주문도 평범한 주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순서로 광선을 반사시키고, 어떤 주문을 그려야하냐는 것이다.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아득한 경우의 수가 존재했다.

천제현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시련장은 본래 단련장으로 제공되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복잡한 진법이 있는 것일까?’

이토록 어렵고 거대한 진법을 완성하려면 진법학 분야에서 초월적인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가진 인물이 시련탑에 들어올 리가 없다.

‘과연 만년 동안 남겨진 문제라 이건가! 흥미로운 도전이 되겠어!’

천제현이 이 시대에 온 후 맞닥뜨린 문제들은 항상 뻔해서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문제다운 문제를 만났으니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보상도 많아질 것이다.

물론 천제현이 보물을 찾아내도 반드시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보물을 찾으면 저 교활한 세 공자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더 컸다.

그건 천제현에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보물을 찾는 것 외로 저 세 사람을 처치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천제현은 떠다니는 보검을 감지하고는 순간 결심했다.

이 거대 진법에 대하여 그는 3할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승리 여부는 누구의 동작이 더 빠른가에 달려 있다.

천제현이 거울 몇 개를 조절하고 공세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보물창고 통로 양옆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괴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괴물들을 막아! 진법을 깰 때 방해 받으면 안 돼!”

천성하의 입가에 냉소가 서렸다. 그가 천제현의 의도를 모를 리 있겠는가.

지금 천제현은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들을 따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지! 열심히 준비해 보라고!’

보물을 열수만 있다면 그의 능력쯤이야 뭐가 대수겠는가.

어쨌든 지금은 내부적으로 힘을 뺄 때가 아니었다. 괴물이 쏟아져 나오니 양측 모두 대단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보물창고에는 입구가 2개 있는데, 천성하 일행이 한쪽을 수비하고 남궁혜와 운요가 다른 한쪽을 수비했다. 이때만큼은 양측 모두 한마음이었다.

“천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운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물을 얻을 수 없을지언정 저들이 갖게 할 순 없어!”

남궁혜는 미간을 찡그리며 걸어갔다.

“하지만…… 대장은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잘 알아! 확신이 없는 일은 아예 하지 않을 사람이야!”

“천제현이 아직 천성하를 몰라서 그래!”

운요가 잔뜩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

“천제현은 저 세 명을 과소평가한 게 분명해. 낙강룡과 양천랑은 그렇다 쳐. 근데 천성하는 절대 상대할 수 없다고!”

“천성하가 그렇게 대단해?”

“그걸 말이라고 해! 내가 그와 싸울 때,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1초식에 질 거고, 3초식 이내에 날 죽일 수 있어!”

남궁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3초식 이내에 죽인다?’

이래봬도 운요도 천성하처럼 유명한 인물이었다. 운요도 말석이긴 하지만 사대 공자에 속하지 않는가.

게다가 뇌령주까지 지닌 지금은 다른 두 공자와 비등하거나 더 앞설지도 모른다.

‘그런데 천성하의 공격을 단 하나도 막아낼 수 없다고? 그럼 천성하는 얼마나 강한 거야? 대체!’

잡념은 거기까지였다.

남궁혜는 복도에 몰려온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망치를 힘껏 돌리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300개가 넘는 거울을 주변에 놓았고, 거울 수십 개를 벽면, 그리고 천장에 배치했다.

거울 대부분이 360도로 회전할 수 있었고, 위아래로 90도씩 기울어질 수 있었다.

모든 거울의 위치는 미세한 오차도 있어선 안 되고 거울의 각도도 완전무결해야 하며 광선도 정확한 순서대로 거울을 한 번에 통과해야 했다.

착오도 교란도 없어야 한다. 화가 날 정도로 완벽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확실하게 보물창고를 열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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