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227화 (224/729)

# 227

제227장 첫 탈락자

거울만이 가득한 전당.

정적이 흐르며 기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온통 철재로 만들어진 전당은 마치 무덤처럼 음침하고 답답했다.

사방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거울은 아무리 봐도 기괴했다.

거울의 개수도 개수지만, 무엇보다 하나같이 전부 다 거대했다. 이 거울들은 서로서로를 비춰 한없이 중첩되었고 이어졌다.

사람이 그 중앙에 서면 동서남북으로 수많은 거울에 반사되는 탓에 한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이 되었다.

게다가 이 수백 개의 거대 거울은 어떤 규칙에 따라 배열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오기만 하면 출구도 찾지 못할뿐더러 방향 감각도 쉽게 잃어버리게 설계 되어 있었다.

쾅!

갑자기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곳이 보물창고라고? 이게 보물이고? 퉤! 아무것도 없잖아!”

남궁혜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망치로 땅을 내려친 것이다.

“우리가 엉터리 지도에 놀아난 게 분명해! 아니면 시련탑을 지은 사람에게 놀아났거나!”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자신들이 얻은 보물이라고는 벌집에서 찾은 반성급 만년영밀 한 무더기와 대장장이 전당에서 얻은 우수한 품질의 혼기가 전부였다.

물론 그 동안 얻은 것의 가치 역시 엄청났다. 남궁혜도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보물창고라는 말에 큰 기대를 품은만큼 실망도 컸을 뿐이다.

“온갖 고초를 다 겪고서 마침내 중심으로 들어왔건만, 아무것도 없다니!”

운소도 같이 길길이 날뛰었다.

“보물상자도 없고, 그걸 지키는 괴수도 없고! 거울뿐이라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정말 말도 안 돼!”

일행들이 끝도없이 흥분하자 천제현이 나서서 말렸다.

“지도가 잘못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시련의 공간을 설계한 사람이 이토록 할 일 없는 사람도 아닐 테고요.”

천제현은 다른 사람과 달리 이곳 진열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이렇게 많은 거울이 아무 이유도 없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천제현의 추측도 딱 여기까지일 뿐 자세한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한 번 찾아보죠. 분명 뭔가 특이한 점이 있을 거예요!”

천제현 일행은 각기 흩어져 거울들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소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크게 외쳤다.

“찾았어요! 대장! 이 거울이 좀 달라요!”

운소가 찾은 거울은 외형의 크기가 일반 거울과 다르지 않았지만, 거울의 틀이 자금색을 띠고 있었다.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단히 정교하고 매끄러운 데다 희미한 광채까지 났다.

게다가 거울 뒷면에 흉악한 늑대인간 그림도 없었다.

풍채향이 신기한 듯 자금거울을 만졌다.

그러다 거울 뒷면에서 사각형 모양으로 움푹 파인 곳을 발견했다.

“이거 봐! 여기에 어떤 물건을 끼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풍채향이 발견한 홈을 보고 전당에서 얻은 보물창고 열쇠를 떠올렸다.

천제현 역시 생각이 다르지 않은듯 자금색 보물상자에서 사각형 수정석 열쇠를 꺼냈다.

그러고는 열쇠를 홈에 대고 살짝 비교한 뒤, 더는 생각하지 않고 끼워 넣었다.

수정석 열쇠가 홈에 들어가자 마치 원래 자리가 거기인 듯 순식간에 고대 거울과 하나가 되었다.

곧 고대 거울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떤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한 거울 표면에서 엄청난 힘이 모이더니 심하게 요동쳤다. 단단한 거울 표면은 금세 녹을 것처럼 수많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물결이 점점 커지더니 강렬한 광선을 발사했다.

쾅!

그 광선은 직선으로 날아가 먼 곳에 있는 기둥에 내리꽂혔다.

광선이 발사되며 내뿜은 엄청난 빛에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빛이 가시고서야 사람들은 광선을 맞은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저기 봐! 기둥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

남궁혜의 말대로 광선은 두꺼운 기둥에 큰 구멍을 남긴 상태였다.

천제현 일행은 혹시 기둥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둥 근처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 남궁헤가 또 다른 것을 발견했다.

“잠깐! 저기 좀 봐!”

남궁혜가 가리킨 곳은 기둥 너머에 있는 금속 벽이었다.

광선이 기둥을 관통하고도 6~7리 떨어진 금속 벽에까지 닿은 것이었다. 게다가 금속 벽면은 광선으로 인해 녹아 흐물거리는 상태였다.

정말 엄청난 위력의 광선이었다.

“정말 대단해!”

남궁혜는 그 모습을 보며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흐물거리는 벽면을 한참 바라보던 풍채향이 일행에게 말했다.

“사실 보물창고의 문은 벽면에 있는 게 아닐까? 거울의 광선으로 금속을 녹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거지!”

천제현이 즉답했다.

“불가능해요!”

천제현은 미궁에 들어오자마자 시련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이 시련은 실력과 운을 시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지식과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 보물창고는 시련장의 핵심 구역으로, 1만 년 동안 아무도 푼 사람이 없으니 난이도는 최상일 것이다.

‘만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비밀을 푸는 방법이 고작 그런 거라고? 그럴 리가 없지!’

천제현이 지형을 관찰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거울에서 연기가 나!”

빽빽하게 들어찬 거울에서 하나둘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거울 뒷면에 그려진 늑대인간 그림이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점점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수의 늑대인간들이 전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늑대인간이다!”

“그림이 튀어나왔어요!”

운소가 소리쳤다.

“괴수가 너무 많아요. 어떻게 하죠?”

천제현이 곧장 답했다.

“어떻게 하다니? 없애 버려야지!”

족히 1장이 넘는 늑대인간들은 천제현 일행을 발견한 듯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일시에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뭐지!”

망치를 잡고 공격하려던 남궁혜가 놀라 외쳤다.

남궁혜의 의문은 곧장 해소되었다.

공중으로 뛰어로는 늑대인간이 분해되더니 검은 안개로 변한 것이었다. 검은 안개는 순식 천제현 일행 쪽으로 달려들었다.

일행은 당황하지 않고 꼭두각시로 날아오는 안개를 공격했다.

쾅!

꼭두각시가 검은 안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철권에 새겨진 파멸의 부적 문양이 번쩍이니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운소가 설레발을 치며 기뻐했다

“별거 아닌데요?”

남궁혜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니야! 그리 간단할 리가 없잖아!’

남궁혜 말대로 흩어졌던 검은 안개 중 일부가 다시 모이더니 거대한 삼지창으로 변해 풍채향의 꼭두각시 거인의 가슴을 찔렀다.

키기깅!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푹!

결국 삼지창은 꼭두각시의 가슴을 뚫고 등까지 관통하며 꼭두각시 거인을 땅에 박아버렸다.

꼭두각시 거인은 몹시 단단하여 현혼급 수련자라 해도 쉬이 파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안개는 어렵지 않게 꼭두각시의 몸을 관통한 것이다.

풍채향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제 꼭두각시를 움직일 수 없어요!”

다른 일행은 풍채향을 도우려고 삼지창을 공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검은 안개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잠시 흩어질 뿐, 다시 빠르게 모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풍채향을 돕는 사이 허공에 남아있던 검은 안개들이 운소의 꼭두각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운소의 꼭두각시 거인은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검은 안개에 의해 조각조각 잘렸다.

“으악 이 빌어먹을 안개들아 제발 좀 꺼져!”

꼭두각시 거인을 잃은 운소는 그의 패도를 꺼내더니 무작정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꼭두각시의 공격도 통하지 않는 안개에게 운소의 공격이 먹힐 리 없었다.

운소가 열심히 패도를 휘두르는 동안 검은 안개의 일부가 화살로 변해 운소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푹.

무엇인가를 꿰뚫는 소리가 작게 울려퍼졌다.

“아……!”

운소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가슴에는 검은 안개로 만들어진 화살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운소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애타게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천제현의 얼굴을 발견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넀다.

“대, 대장…… 나…….”

하지만 운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

운소의 시련자 옥패에서 하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얀 빛은 이내 운소를 감쌌고, 운소는 그 하얀 빛과 함께 시련의 공간에서 사라졌다.

운소가 탈락한 것이다.

천제현 일행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첫 탈락자가 나왔다.

천제현은 새끼 여우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것들은 그냥 늑대인간이 아니라, 요마 생명체인 것 같아. 저것들을 흡수할 수 있겠어?”

새끼 여우가 고개를 흔들더니 발을 휙휙 내저었다.

요마라고 해도 새끼 여우가 느끼기에는 뭔가 좀 달랐다.

어떤 힘이 보호하는 듯했는데, 그 힘은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시련 공간에 저런 괴물이 나타날 수 있지? 뭔가 좀 이상해!”

새끼 여우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이런!”

“막을 수 없어요!”

수십 마리의 괴물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고, 임목과 방한의 꼭두각시가 잇달아 파괴되었다.

꼭두각시가 파괴된 이상 다음 목표는 임목과 방한 그 자신들이었다.

검은 안개는 신출귀몰하게 임목과 방한을 공격했다.

두 사람 역시 운소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결국 시련의 공간에서 사라졌다.

‘너무 빠르다!’

늑대인간 요마는 공격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투력까지 막강했다. 게다가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으며, 이미 완벽하게 주변을 포위하고 있엇다.

이를 본 남궁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제 망했어!”

남궁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마들이 하나로 뭉치더니 검은 회오리바람이 되어 일행을 향해 돌진해왔다.

‘어쩌지? 물리공격, 원소공격 모두 소용없다!’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서 천제현이 기지를 발휘했다.

“아! 방법이 있어요!”

천제현은 거울 쪽으로 냅다 달리면서 외쳤다.

“어서요! 거울로 저것들을 비춰요!”

남궁혜, 풍채향, 운요는 그 말뜻을 단박에 알아들었다.

‘맞아! 거울이 있지!’

거울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풍채향이었다.

그녀는 거울 쪽으로 달려가 거울을 단단히 잡고는 앞에 있는 검은 안개를 정조준했다.

곧 거울에서 아까와 같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광선은 그대로 검은 안개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