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
제225장 대장장이 거인들(2)
열화신장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망치가 땅에 닿으면 땅이 순식간에 용암이 되어 흘렀고 망치가 기둥을 때리면 기둥이 녹아 내렸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천제현조차도 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신식으로 전투 국면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한편, 입미의 능력으로 신중하게 꼭두각시를 조종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것들 중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얼마 싸우지도 못하고 꼭두각시는 녹아내렸을 것이다.
그때.
열화신장이 다시 한 번 강하게 망치를 휘두르자 지면에 거대한 용암 웅덩이가 생겼다.
“젠장! 이제 그만 좀 해!”
계속 공격당하던 천제현의 꼭두각시가 열화신장의 망치를 발로 밟으면서 놈의 오른쪽 어깨에 주먹을 날렸다.
쾅!
제대로 맞은 듯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동시에 열화신장의 어깨가 산산조각 났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천제현은 재빨리 꼭두각시를 조종해 열화신장의 오른팔을 내리쳤다.
또 다시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리면서 놈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이번엔 발차기다!’
열화신장이 꼭두각시 거인의 발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날아갔다.
“망치 없이 어떻게 싸우나 볼까?”
꼭두각시 거인이 열화신장의 잘린 팔을 들어 멀리 집어 던졌다.
열화신장은 연속된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쯤 엎어진 상태였다.
천제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열화신장을 높이 들어 기둥에 내팽개쳤다.
오른팔과 망치를 잃은 열화신장의 전투력은 급하락했다.
그 상태로 어떻게 천제현의 꼭두각시와 겨룰 수 있겠는가.
그 순간.
크어엉!
정신을 차린 열화신장이 길게 울부짖었다. 이내 열화신장의 온몸에서 파멸의 주문이 떠오르더니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자폭인가?’
천제현은 신식으로 놈의 체내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열화신장은 힘을 모두 몸 가운데로 응축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온몸에 주문이 떠오른 걸로 봐서 패배를 직감해 자폭을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천제현은 재빨리 꼭두각시 거인을 움직여 거대한 기둥을 끌어안게 한 후, 심등을 시전해 신식의 범위를 일행 전체로 확대했다.
이윽고 일행의 머릿속에 같은 목소리 하나가 울러 퍼졌다.
-빨리 피해요! 두목이 자폭하려고 해요!
천제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화신장의 몸에 거북이 등 같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용암과 화염이 치솟는 것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모습이었다.
“제길, 끝까지 성가시게 구는군! 꺼져!”
천제현은 꼭두각시를 이용해 거대한 기둥을 뽑아서 열화신장을 향해 휘둘렀다.
자폭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던 열화신장은 그 기둥에 맞고 야구공처럼 대장장이 무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남궁혜가 자신의 꼭두각시를 조종하며 소리 쳤다.
“내가 도와줄게!”
그녀의 꼭두각시 거인이 날아오는 열화신장을 바라보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근처로 다가온 순간.
꼭두각시 거인 오른 발이 가동범위 한계까지 올라가더니, 날아오는 열화신장의 복부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열화신장은 그대로 땅에 틀어박혔다.
“빨리 피해!”
일행은 맞서 싸우던 대장장이를 뒤로한 채 몸을 날리며 납작 엎드렸다.
콰과광!
엄청난 파멸의 힘이 대전을 휩쓸고 지나가자 대전의 반이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그 통에 대장장이 거인들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한바탕 대전에 충격이 휩쓸고, 열기가 슬쩍 가실 때쯤 천제현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화신장을 처치했습니다! 시련 점수 30점을 얻었습니다!”
“대장장이 거인을 처치했습니다! 시련 점수 4점을 얻었습니다!”
“대장장이 거인을 처치했습니다! 시련 점수 4점을 얻었습니다!”
“…….”
옥패에서도 빠르게 올라가는 시련 점수가 보였다.
순식간에 100점이 올라간 것 같았다.
원래 대장장이 거인 한 명을 처치하면 시련 점수 5점을 얻게 된다. 그런데 남궁혜의 마지막 내려찍기가 공로로 인정되어 대장장이 한 마리 당 1점씩의 점수가 그녀에게 주어졌다.
“멋져요! 적들을 한 번에 해치우다니!”
운소가 엎드린 채로 신이 나서 외쳤다.
대장장이 전당에는 대장장이 두목 한 마리와 대장장이 거인 100여 마리가 있었다.
겨우 일곱 명이 그 많은 적들을 다 소탕한 것 아닌가. 전투력만 놓고 봤을 때, 꼭두각시 거인은 대장장이 거인보다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승리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실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장장이 전당을 소탕했습니다! 시련 점수 30점을 얻었습니다!”
덤으로 일행 전부의 시련 점수가 올라갔다. 거인을 소탕한 데 대한 추가 점수였다.
시련의 탑 설계자는 대장장이 전당을 소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경우에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자물쇠 푼 천제현 덕분에 일행은 시련 점수 100점을 얻었고, 그 덕분에 꼭두각시 거인을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편전이 아닌 정전으로 곧장 오면서 최단 시간에 대장장이 전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시련의 존재들이 더 세질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만약 시간을 더 끌었더라면 일행 일곱 명의 능력으로 소탕은커녕 이 대전을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는 눈부신 승리였다.
대장장이 전당 소탕 점수까지 올라가자 천제현의 시련 점수는 284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점수였다.
천제현이 지금 여기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기록을 시련의 탑에 들어온 지 8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세웠다는 것이다.
천제현은 재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어 주변을 살폈다.
아직 공기가 뜨거워서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살짝 쓰라렸다.
전당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격렬한 전투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모두 괜찮아?”
남궁혜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아름다운 붉은 머리칼은 제멋대로 삐죽삐죽 서 있었고 예쁜 얼굴에는 여기저기 검댕이가 묻어 있었다.
평소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풍채향 또한 굴뚝 청소부 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살아 있어!”
운소, 임목, 방한 세 명도 몸을 일으켰다. 폭발이 일어난 순간 방한이 얼음벽을 만든 덕분에 화염의 충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운요는 더욱 말할 나위 없었다.
천제현보다 훨씬 마력이 강한 그녀였기에 폭발로 인해 목숨이 위험해질 리는 없었다.
“우린 멀쩡하지만…….”
운요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꼭두각시들은 피해가 심각해. 전투력이 많이 떨어졌을 거야. 아직 보물창고에 가지도 않았는데 손해가 막중한걸.”
꼭두각시 거인들은 전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심각하게 파괴된 놈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별게 다 걱정이야!”
남궁혜가 재빨리 말했다.
“빨리 전리품이나 확인해 보자고!”
운소도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엄청난 놈들이었으니 전리품도 엄청나겠죠?”
그 말을 들은 천제현이 열화신장이 폭발한 자리로 다가갔다.
뭔가 발견한 듯 그의 눈이 반짝였다!
‘하긴 그렇게 사람을 귀찮게 굴었으면 전리품이라도 많아야지!’
그렇게도 강했던 여왕벌을 죽였을 때, 시련 점수 20점을 받았다. 그런데 열화신장을 처치하자 30점의 시련 점수가 주어졌다. 열화신장의 수준이 진혼급 고수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즉, 열화신장에게 더 큰 보상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이리라.
남궁혜가 가장 먼저 열화신장이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나머지 일행도 뒤쳐질세라 빠르게 남궁헤의 뒤를 따랐다.
바닥에는 자금색 열쇠 하나와 거대한 망치 하나, 그리고 붉은색 서적과 갑옷 한 개가 있었다.
열화신장이 남긴 전리품이었다.
자금색 열쇠는 보물상자를 여는 데 사용하는 것 같았고, 붉은색 서적에는 비급이 적혀 있는 듯했다.
그리고 갑옷과 망치는 모두 강력한 무기로 추측됐다.
천제현은 앞으로 다가가 7척 길이의 망치를 들어 봤다. 매우 묵직해서 제대로 들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엄청나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이 무기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시련자의 옥패를 통해 관련 정보가 뇌리에 입력되었다.
천제현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용암 망치라…… 최상품 혼기네요!”
신풍후의 신풍검에도 뒤지지 않는 무기였다.
이번에는 붉은색 갑옷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피화주? 특이한 방어구네요. 각종 화염의 힘을 흡수해서 저장하는 기능이 있대요. 이걸 갖고 있으면 화염의 피해를 입지 않겠어요.”
그 갑옷 역시 용암 망치에 버금가는 진귀한 보물이었다.
망치와 갑옷을 다른 일행에게 넘긴 천제현은 붉은색 서적을 훑어보았다.
“이 책에는 무공이 적혀 있네요. 무공의 이름 ‘용암의 힘’이네요. 아! 열화신장이 순식간에 이글거리는 화염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거네요!”
천제현은 서적을 다시 덮은 후, 망치와 함께 남궁혜에게 넘겼다.
“이 보물들은 남궁혜가 쓰는 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남궁혜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녀는 좋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역시 두목이야! 이렇게 많은 보상을 남기고 죽다니! 기특한 녀석인데!”
남궁혜는 거대한 망치를 손에 들었다. 망치는 사람 허리보다도 굵은 원기둥 모양이었고 암홍색을 띠고 있었다.
금속 재질 위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주문이 새겨져 있어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했다.
주문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일행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망치를 밖에 가지고 간다면 최소 금화 수천만 냥은 하리라.
모두가 감탄하는 동안 운소는 홀로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남궁혜 대장은 원래가 폭력 성향이 강했는데 이제 저런 무시무시한 망치까지 손에 넣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