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
제224장 대장장이 거인들
60여 마리의 대장장이 거인들이 남궁헤의 뒤를 미친 듯이 쫓아왔다.
그들은 거인 호위병들보다 훨씬 빨랐지만 꼭두각시 거인보다는 느려서 따라잡히는 일은 없었다.
“빨리! 시간이 없어!”
남궁혜가 거인들을 절반이나 유인하자 갈림길에 숨어있던 이들은 얼른 대장장이의 전당으로 들어섰다.
천제현의 전략은 절묘했다. 남궁혜가 거인들을 절반이나 유인한 덕에 전당 안에는 거인들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
“빨리 저놈들을 처치해야 해요!”
“그래!”
모두들 무서운 기세로 대장장이 거인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거인 대장장이들은 매우 강했다. 파괴력만 놓고 본다면 현혼 정점의 실력이었다. 하지만 거인 호위병보다는 약했다.
전당 내에는 원래 100마리가 넘는 대장장이들이 있었는데, 남궁혜가 60여 마리를 유인해 갔기 때문에 천제현 일행은 각자 5~6마리만 처치하면 됐다.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죽어라!”
운소가 소리를 지르며 돌진했다.
“내 주먹맛을 봐라!”
펑!
꼭두각시 거인의 무쇠 주먹이 대장장이 거인의 몸에 꽂혔다.
다른 일행들도 대장장이 거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땅!
풍채향의 꼭두각시 거인이 망치에 가격을 당했다. 대장장이 거인의 벌겋게 달아오른 쇠망치가 꼭두각시 거인의 갑옷을 박살내는 바람에 꼭두각시 거인의 등이 움푹 들어갔고, 주위가 검게 그을렸다.
“이런!”
어차피 꼭두각시 거인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없다.
풍채향은 이를 잘 알았지만 꼭두각시 거인이 손상되자 가슴이 아팠다.
대장장이 거인의 망치는 파괴력뿐만 아니라 강렬한 불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강철은 이 망치에 맞으면 바로 녹아 버렸다.
단단한 꼭두각시 거인도 망치에 맞을 때마다 맞은 자리가 움푹 파일 정도였으니, 그 파괴력을 알만했다.
하지만 대장장이 거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아니, 사실 이 시련에 있는 괴물들 모두가 가진 약점이었다.
모두 머리가 나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협공이란 걸 몰랐다. 오직 눈에 보이는 적만 쫓아갈 뿐이었다.
그러니 어찌 천제현 일행의 상대가 되겠는가?
일행은 50분도 안 돼서 40여 마리의 대장장이 거인들을 모두 처치했다.
남궁혜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적들을 다 처치하고 한시름 놓고 있는데, 돌연 대전의 가장 위쪽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심해요! 위에 하나가 더 남았어요!”
천제현 일행이 몸을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슈욱!
하늘에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거대한 망치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쾅!
망치가 운소의 꼭두각시 거인 머리에 박혔다.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꼭두각시 거인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 버렸다. 운소도 충돌의 여파에 충격을 입은 듯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충격보다 분노가 더 컸는지 금세 일어났다.
운소는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외쳤다.
“망할! 어떤 놈이 내 꼭두각시의 머리를 박살 낸 거야!”
그때.
운소의 꼭두각시 거인을 박살 낸 철망치가 공중으로 다시 떠오르더니 어디론가 날아갔다.
운소는 분노가 여전히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눈으로 망치의 궤적을 좇았다.
그리고 기겁했다.
어느새 망치는 한 대장장이 거인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다만 그 대장장이 거인은 다른 대장장이 거인들과 달랐다.
거인의 피부는 붉은색이었고, 피부에 많은 균열이 있었는데, 그 틈에서 마치 피처럼 보이는 붉은 용암이 흘러내렸다.
용암이 어찌나 뜨거운지 대장장이 거인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화로와 같았다.
수염, 머리카락, 눈도 모두 빨갰다.
임목이 놀라 소리쳤다.
“저놈이 대장인 것 같군!”
방한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봤자 혼자서 우리 6명을 이길 수 있겠어?”
“맞아! 저 망할 대장장이 따윈 한 방에 없애버리겠어!”
운소도 정신을 차린 듯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는 자신의 꼭두각시를 바라봤다. 머리의 절반은 부서져 버렸고, 남아 있는 절반도 거의 다 녹아 버렸다.
다행인 것은 꼭두각시에게는 급소 같은 것이 없어서 심장만 무사하다면 계속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놈을 없애 버리자!”
운소는 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소리쳤다.
이때, 대전이 크게 흔들렸다.
남궁혜가 매우 낭패한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꼭두각시 거인의 몸은 망치에 맞아 여러 군데 움푹 파여 있었고, 그 주변은 검게 그을려 연기가 나고 있었다.
“다 처리한 거야? 난 더는 못 버티겠어!”
운소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젠장! 엎친 데 덮친 격이군!”
***
온몸에서 불을 뿜고 있는 대장장이 거인은 열화신장(烈火神匠)이란 놈으로 다른 대장장이보다 몇 배는 강했다.
전투력은 이미 진혼급에 도달했으며 특수한 무공까지 익혔으니, 그 강력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천제현이 다급히 외쳤다.
“남궁혜를 도와주세요! 저 놈은 제가 처리할게요!”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행은 즉시 꼭두각시를 조종해 남궁혜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꼭두각시가 뒤로 빠지자마자 대장장이 두목, 열화신장은 울부짖으며 그들의 뒤를 뒤쫓으려 했다.
한편, 천제현은 열화신장을 상대하기 위해 기둥 뒤에서 심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빨리! 시간이 없어!’
일 분, 일 초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천제현이 열화신장을 상대하는 게 늦어진다면 일행들은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젠장! 빨리!’
하지만 심등을 깨우친 지 얼마 안 된 터라 마음처럼 빨리 시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심등이 시전되자 천제현의 주변에 매우 심오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신식이 심등의 경지에 오르면 통찰력이 극대화되는 건 물론이고 물질, 심지어 마력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으악! 젠장! 대장 뭐하고 있는 거예요!”
열화신장이 일행을 쫓으며, 가장 뒤쳐져있던 운소의 꼭두각시를 잡으려는 찰나.
천제현의 심등이 열화신장을 비추었다.
그러자 열화신장은 마법처럼 운소의 꼭두각시 바로 뒤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 틈을 타서 천제현의 꼭두각시 거인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영문을 몰라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열화신장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차츰 열화신장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열화신장은 분노에 찬 포효를 외치며 망치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줄기 붉은 화염이 망치를 뒤덮었다.
열화신장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망치를 그대로 천제현의 꼭두각시를 향해 던졌다.
슈웅!
천제현이 일행이 시련에서 만난 그 어떤 괴물보다 빠른 공격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꿰뚫어 본 천제현은 바로 꼭두각시의 이동 경로를 바꿔 망치를 피하게 했다.
콰앙!
거대한 망치가 꼭두각시가 있던 자리에 떨어지자 땅에 기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망치의 온도로 인해 구덩이의 흙이 녹아 용암이 되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필시 저 망치에 맞았다면 일격으로 꼭두각시의 기능이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천제현의 꼭두각시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열화신장에게는 빈틈이 생겼다.
천제현의 꼭두각시 거인은 천제현의 조종에 따라 펄쩍 뛰어올라 열화신장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엄청난 두 거구가 부딪히자 산이 충돌한 듯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미처 방어하지 못한 열화신장이 2보쯤 뒷걸음질 쳤고, 다시 꼭두각시가 두 주먹을 이용해 거인의 가슴팍을 내리쳤다.
꼭두각시의 팔에 파멸의 주문이 번쩍였다.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열화신장의 가슴팍이 움푹 파였고 10장이 넘는 거구가 그대로 날아가 기둥에 부딪혔다.
우르르!
기둥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 순간. 어느새 불타는 망치가 등을 덮쳐왔다. 열화신장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심등을 펼치고 있는 천제현은 이미 그 공격을 파악하고 있었다.
심등은 심안보다 상위의 신식이다.
비록 통찰력의 세심함에 있어서는 심안만 못했지만, 심안보다 훨씬 광범위한 범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꼭두각시 거인은 천제현의 몸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몸처럼 조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꼭두각시 거인을 다급히 옆으로 피하게 했지만 날아오는 쇠망치에 어깨를 맞고 말았다.
살짝 스치듯이 비껴 맞은 것임에도 꼭두각시 거인이 밀려났고, 어깨는 검게 그을렸다.
열화신장은 그 틈을 타서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쇠망치가 다시 열화신장의 손으로 돌아갔다.
쇠망치를 잡자 열화신장의 기운이 순식간에 몇 배나 강해졌다.
열화신장의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땅이 흔들릴 정도로 무섭게 달려온 열화신장은 꼭두각시의 머리통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열화신장의 위력을 꿰뚫어 본 천제현은 그 공격을 그대로 맞을 경우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천제현은 급히 꼭두각시를 조종해 뒤로 물러나게 했다.
꼭두각시가 피하자마자 원래 있던 곳에 쇠망치가 떨어졌고, 망치의 열기가 꼭두각시 거인 대신 주변 공기와 함께 꼭두각시 밑의 지면을 불태워 버렸다.
지면이 순식간에 녹으며 용암으로 변해버렸다. 천제현이 채 반응할 새도 없이 꼭두각시의 몸이 용암 안으로 빠졌다.
사실 열화신장의 망치가 가진 순수한 힘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시무시한 불의 힘을 발생시켜 순간적으로 지면을 녹여 버린 것이다.
꼭두각시의 몸이 고밀도 금속으로 이뤄져 있기에 망정이지,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일반 생명체였다면 진혼급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고수더라도 바로 즉사했을 것이다.
꼭두각시는 재빨리 몸을 뒤집어 용암에서 벗어났다.
고밀도 금속 구조라고는 해도 오랜 시간 용암 안에 있으면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관절 기관 중 하나라도 녹으면 분명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꼭두각시가 나오는 순간.
열화신장은 다시 쇠망치를 들어 꼭두각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열화신장의 망치가 스치는 곳마다 주변 공기가 불타올랐다.
마치 열화신장의 망치 안에서 거대한 화룡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머리, 가슴, 어깨, 다리.
열화신장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꼭두각시의 전신을 공격해왔다.
천제현은 심등으로 계속 공격을 파악하며 꼭두각시를 조종해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간격을 두고 피하느라 반격의 기회를 도통 잡을 수가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할 경우 방금처럼 지면이 녹으며 용암에 빠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