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
제223장 꼭두각시 거인의 위력
‘시련 점수가 그렇게 귀한 거라니.’
성약이라는 말에 잠시 흔들릴 뻔했지만, 천제현은 다시 마음을 잡았다.
그는 이것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했다.
천제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시간이 없어요. 제가 일단 꼭두각시를 활성화할게요. 나중에 시련 점수 얻는 거나 좀 도와주세요. 여러분들이 있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천제현은 시련 점수 120점을 사용하여 꼭두각시 거인 여섯 구를 더 활성화했다. 그 많던 천제현의 시련 점수가 50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일곱 구의 꼭두각시를 데리고 다니면 생존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곳에서 또 20분 정도를 소비했네요. 이렇게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면 안 돼요. 시련 공간의 규칙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골치 아픈 일을 만나게 될 거예요. 시간낭비하지 말고 빨리 가요!”
천제현이 지도를 살펴보면서 다음 목적지를 생각했다.
“꼭두각시 밀실 통로 뒤에 여러 개의 길이 있는데, 길마다 여러 개의 길로 나누어져서 매우 복잡해요. 그 중 미궁의 중심과 연결되어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네요.”
“미궁의 중심이 뭔데?”
천제현이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지도에 표기된 걸 보면 미궁 중심에는 거인 보물 창고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요. 분명 시련의 탑 안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일 거예요.”
“보물 창고! 그럼 더 물을 것도 없네!”
꼭두각시 거인을 얻은 남궁혜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이름만 들어도 빨리 가고 싶어지는군.”
“그럼, 거인 보물 창고로 가요!”
그는 지도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장인의 전당이라는 곳을 지나가게 될 거예요.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풍채향은 머리가 아파왔다.
천제현 일행은 각각 거인의 심장을 들었다.
거인의 심장은 사용자의 감각기관과 꼭두각시를 하나로 연결시켜 일정 범위 내에서 정신력으로 꼭두각시를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조종법도 매우 간단해서 생각만으로도 거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정말 최고의 전투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천제현 일행은 그렇게 각자 꼭두각시 거인을 하나씩 조종하여 꼭두각시 밀실을 나왔다.
“아니, 저건 또 뭐야!”
운소가 또 다시 아연실색했다.
복도에는 괴물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던 것이다.
마치 기사처럼 육중한 갑옷을 입은 괴물들이 끝도 없이 열 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손에 긴 창을 들고 철마(鐵馬)에 앉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돌격해올 기세였다.
아마 꼭두각시 밀실에 머무는 시간 동안 와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리라.
하지만 남궁혜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롭게 외쳤다.
“두려워할 게 뭐 있어? 죽여!”
철갑기사들이 흉맹하게 돌격해오자, 일곱 구의 꼭두각시 거인들도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철갑기사는 현혼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즉, 이 철갑기사의 전투력은 노예 감독보다 조금 더 강하다는 뜻이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꼭두각시 거인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꼭두각시 거인은 거대한 몸집과는 달리 매우 민첩했다. 시뻘건 두 거대한 주먹을 내리칠 때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주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주문이 빛을 발하며 3~4명의 철갑기사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팅!
철갑기사의 굵고 긴 창이 맹렬한 기세로 꼭두각시 거인의 몸을 찔러왔다. 하지만 꼭두각시의 강철과도 같은 몸에 방어 주문이 떠오르자 철갑기사의 긴 창이 방어막에 조그만 흠집만을 낼 뿐이었다.
“하하!”
운소가 꼭두각시 거인을 조종하여 철갑기사 세 마리를 발로 밟자 6점의 시련 점수가 올랐다.
“아주 좋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지? 너희를 모조리 밟아 죽일 것이다!”
일곱 구의 꼭두각시 거인에 의해 철갑기사의 공격이 모두 막혀 버렸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천제현 일행의 시련 점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철갑기사 한 명당 시련 점수는 2점이었다.
일행은 대략 100여 마리의 철갑기사들을 부셔 버려 200점 이상의 시련 점수를 획득했다. 그 중 천제현이 50여 점을 획득했다.
철갑기사를 죽이고 얻은 점수만 놓고 본다면 이미 꼭두각시를 활성화시킨 본전은 찾은 셈이다.
다소 아쉬운 점은 철갑기사에게서 특이한 전리품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보통 재료였고, 간혹 희귀 금속 등의 귀한 재료가 있긴 했지만, 모두 바깥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운소가 신나서 외쳤다
“이렇게 가다간 시련 점수를 1,000점도 쉽게 벌겠어!”
모두들 운소처럼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다.
시련 공간의 환경은 계속 악화된다. 꼭두각시 거인은 현 단계에서만 활개 칠 수 있을 뿐.
5시간, 10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괴물들을 처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철갑기사 더 없나?”
“어째서 안 보이는 거지?”
“아직 제대로 몸도 풀지 못했는데!”
모두들 투지가 불타올랐다. 하나를 죽일 때마다 2점을 받기 때문에, 몇 마리만 죽여도 영약 몇 개를 구입할 수 있는 점수를 벌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어디 흔히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갑기사들이 더는 공격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몇 남은 철갑기사들도 일행을 보더니 말을 돌려 도망갔다.
일행은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돌격해오는 적이 아닌 도망가는 적은 죽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사냥 효율이 떨어졌다.
천제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련을 설계한 자가 바보도 아니고, 이런 방법으로 계속 점수를 벌 수는 없겠죠. 만약 그게 가능하면 이게 시련으로 불릴 이유가 없죠. 자, 이제 점수에 그만 연연하고, 보물창고로 가죠. 그게 더 급하니까!”
운소와 남궁혜가 한숨을 쉬었다.
“아까워라!”
간신히 꼭두각시 거인을 조종하여 점수좀 벌어보려 했는데, 뜻처럼 되지 않았으니 이 어찌 아쉽지 않단 말인가.
미궁의 갈림길은 모두 궁전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도를 보고 가지 않으면 보물창고가 있는 정전(正殿)에 갈 수 없었다.
물론 꼭두각시 거인이 있기에 정전이 아닌 편전(偏殿)에 들려 괴물들을 죽이고 대량의 시련 점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그 무엇보다도 귀하기 때문이다.
편전에서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정전으로 바로 가는 게 더 효율적이다.
정전에는 분명 더 귀한 보물이 많이 있을 것이니.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금, 서둘러 정전으로 향하는 게 여러모로 더 좋다.
시련에 들어온 지 벌써 6시간이 넘어섰을 테니까.
천제현은 다른 여섯 명을 이끌고 기괴한 괴물들을 물리치며 정전을 향해 달려갔다. 가는 도중 천제현 혼자서 무려 90점의 시련 점수를 획득했고, 잡다한 재료와 전리품을 챙겼다.
그리고 마침내 중간지점인 대장장이의 전당 앞에 도착했다.
“앞에 전당이 보여요!”
천제현이 가장 앞에서 대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앞에 새로운 대전의 모습이 드러났고, 모두들 경악했다.
지금껏 이렇게 큰 규모의 대전은 본적이 없었다.
중주성 광장의 4~5배는 되는 것 같았다. 곳곳에 거대한 용광로가 있었고, 10장 정도 되는 거인들이 무리지어 쇠망치를 휘두르며 병기와 갑옷을 제조하고 있었다.
거인 대장장이들은 거인 호위병들보다는 훨씬 작았고 갑옷이나 투구 같은 것들을 착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강암과 같은 검푸른 피부, 심지어 수염과 머리카락에서조차 매우 강인한 기운이 풍겼다. 마치 돌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거인 대장장이의 몸은 근육으로 울퉁불퉁했는데, 손에 들려 있는 거대한 망치에서는 붉은 부적 주문이 번쩍이면서 끊임없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망치를 내리찍을 때마다 쇳조각에서 붉은 불꽃이 튀어 올랐다.
용광로와 거인 대장장이들이 뿜는 열기가 대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으아, 뜨겁다!”
운소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대장, 저 대장장이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싸워야 하나요?”
천제현이 거리를 대충 재보았다.
상황이 매우 난처했다.
꼭두각시 거인 때문에 그들 몰래 조용히 이곳을 지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저 많은 거인들을 처치해야 하는 건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저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거인 호위병보다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법이 없군!”
천제현이 결정을 내렸다.
“싸우자!”
정전을 가기 위해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중을 기해 싸워야 한다.
“모두, 잘 들으세요. 이곳은 넓으니 거인을 미궁 안으로 유인해서 하나씩 각개격파 하는 게 좋겠어요!”
천제현이 신속히 전략을 세웠다.
“우선 남궁혜가 거인들을 유인하면 우리가 저 갈림길에 숨어 있다가 거인이 지나가면 대전 안으로 들어가서 남아 있는 놈들을 처리하도록 하죠.”
“알았어!”
작전에 따라 일행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로 갔다.
홀로 남아있던 남궁혜는 모두 갈림길에 숨은 것을 확인한 후 꼭두각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장 가까이에서 무기를 제조하고 있는 대장장이 거인을 향해 다가가 냅다 주먹을 갈겼다.
대장장이 거인이 막 고개를 들려는 순간 거대한 주먹이 그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꼭두각시 거인의 거대한 주먹 위에 새겨진 부적 주문이 밝게 빛났다.
쿵!
거대한 소리를 내며 대장장이의 몸이 땅에 고꾸라졌다.
“죽어라!”
남궁혜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꼭두각시를 조종해 두 팔로 고꾸라진 대장장이를 내려친 후, 대장장이의 몸 위로 뛰어 올라가 발로 밟았다.
대장장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머리가 박살 났다.
“대장장이 거인을 처치하여 시련 점수 5점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시련 점수 55점입니다!”
남궁혜가 대장장이의 머리를 부수자 점수가 올랐다. 대장장이는 1명 당 시련 점수 5점이었다.
그러나 남궁혜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시련 점수가 높다는 것은 적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침입자다!”
“죽여라!”
다른 대장장이들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대장장이들이 손에 벌겋게 달아오른 쇠망치를 들고 달려들었다.
‘젠장! 정말 소름끼치는 장면이군!’
분노한 대장장이들이 망치를 들고 떼를 지어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저 대장장이들에게 잡힌다면 끔찍하겠는걸!’
남궁혜는 황급히 꼭두각시의 어깨에 올라탄 후 통로 안으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