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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21화 (218/729)

# 221

제221장 풍성한 수확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결국 정신력을 겨루자는 거야?”

“너의 정신력은 매우 보잘 것 없구나. 너 따위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여왕벌은 근접 전투능력이 없지만, 정신공격의 고수였다.

그는 모든 벌들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거대 벌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여왕벌의 정신력은 양흔보다 수십 배나 강했다. 설사 진혼의 강자라 할지라도 여왕벌의 정신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죽어라!”

수많은 벌들이 천제현을 덮쳐왔다.

“너의 정신력은 확실히 강하군.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거대한 솜 덩어리로밖에는 안 보여.”

천제현이 손을 모으며 차갑게 말했다.

“나는 불꽃이다!”

순간, 고대의 거대한 기운이 검은 연기처럼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신마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수많은 호위벌들은 천제현의 몸에 부딪히자 모두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검은 화염이 그들의 몸을 집어삼키더니 검은 화염 덩어리가 되어 허공에 떠 있었다.

여왕벌은 마신을 보며 경악하였다.

“어찌 이럴 수가…… 네가 정신력으로 본좌의 정신력을 태워 버리다니!”

검은 화염 덩어리가 높이 치솟더니 폭발하였다.

그러자 수많은 불꽃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 주위의 호위벌들을 모조리 태워 버렸다.

벌들은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그들을 태운 불꽃은 다시 화염 덩어리가 되어 다시 폭발했다.

결국, 그 많았던 호위벌들이 모두 화염 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만약 나와 정면으로 정신 대결을 하지 않았다면 너에게도 승산이 있었겠지. 하지만 정면으로 정신 대결을 한순간 너의 패배는 정해진 거지. 너의 장례식을 화려하게 치러주마!”

천제현이 웃으며 두 손으로 허공에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마염송장(魔炎送葬)!”

여왕벌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수많은 화염 덩어리가 모두 여왕벌을 향해 날아갔다.

검은 화염은 순식간에 여왕벌의 몸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정신의 공간이 붕괴되었고, 천제현은 다시 벌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눈앞에 여왕벌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실, 천제현은 여왕벌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여왕벌에게 위험을 느끼게 하여 정신공격을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여왕벌이 검에 맞든 안 맞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제현의 계획대로 여왕벌은 천제현에게 정신 공격을 가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일단 정신 대결이 시작된 이상 여왕벌의 죽음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왕벌을 죽였습니다! 시련 점수 20점을 획득하여 총 시련 점수가 190점이 되었습니다!”

옥패에 새겨진 점수가 계속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20점이 상승하였다.

천제현은 답답해졌다.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이렇게 강한 놈이 겨우 20점이라고? 자물쇠랑 똑같단 말이야?’

천제현이 여왕벌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신마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히려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여왕벌의 정신력은 진혼의 강자라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점수였다.

왕벌들은 여왕벌이 죽자 당황하여 도망치려 했다.

그 뒤를 남궁혜, 운요가 따라가 두 왕벌을 죽이고 각각 10점의 시련 점수를 획득했다.

이렇게 모두가 조금씩 점수를 나눠 갖게 되었다.

천제현은 여왕벌의 시체 주변에서 반짝이는 네모난 금괴 모양의 물건을 발견했다.

“찾았다!”

금괴 모양의 물건은 제법 무거워 보였다.

금괴에는 향기로운 액체가 묻어 있었는데, 그 향이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이건 만년영밀(萬年靈蜜)이에요!”

남궁혜가 황급히 다가왔다.

“이건 몇 급 재료지? 2급? 3급인가?”

“2급 재료에요! 하지만…….”

천제현은 금괴 모양의 물건을 가볍게 던졌다.

“이건 이제 영약이라고 볼 수 없어요. 괴이한 성질을 갖게 되어서 반성급(半聖級)의 보물이 된 것 같아요!”

“반성급이 존재한다고?”

뜻밖에도 여왕벌의 시체 주변에는 이 금괴와 같은 물건들이 100여 개나 쌓여 있었다.

남궁혜와 운요 뿐만 아니라 수많은 보물들을 보아온 풍채향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

“세상에! 우리 횡재했어!”

반성급 재료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일반적인 재료들은 약초, 영약, 성약, 선약, 신약순이었다. 그러나 선약 이상의 것들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사실상 성약이야말로 사람이 구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약재인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성약은 아니지만 반성급의 약재도 엄청난 보물임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황금 수천만 냥은 될 것이다. 게다가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이 어마어마한 가치의 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사용하지?”

“마력으로 녹이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천제현이 금괴 모양의 물건을 남궁혜에게 던졌다.

“이 만년영밀은 밀도가 매우 높아요. 아마도 녹여서 통에 넣을 수 있을 거예요. 이걸 먹으면 마력이 크게 향상될 거예요! 한 번 먹어보지 않겠어요?”

와그작!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엇인가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천제현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새끼 여우가 등 뒤에 몰래 숨어서 만년영밀을 먹고 있었다.

천제현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 망할 놈!”

천제현이 새끼 여우의 꼬리를 잡고 집어 들며 말했다.

“이 못된 놈! 또 주인의 물건을 몰래 먹다니! 맞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냐?”

새끼 여우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덩어리를 얼른 입속에 집어넣고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주인 어르신께서 먹어보라고 하지 않았나요? 혹시 독이 있을지 몰라 제가 시험 삼아 먹어본 거예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천제현은 기가 막혀 쓰러질 지경이었다.

새끼 여우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 듯 했다.

여우의 표정은 ‘겨우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쩨쩨하게 굴어? 아직 제대로 맛도 못 봤구먼. 하나 더 먹어봐도 될까?’라고 하는 것 같았다.

“꿈 깨!”

새끼 여우가 목에 있는 옥패를 가리키며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반을 긋는 동작을 취했다.

천제현이 순간 멍해져서 말했다.

“시련점수 반과 바꾸자고?”

새끼 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았다.

“좋아. 그럼 하나 줄 테니 아껴 먹도록 해. 이제 안 줄 거야!”

새끼 여우는 매우 기뻐하며 만년영밀을 받았다. 이번에는 한 입에 삼키지 않고 아주 조금씩 혀로 핥으며 맛을 음미했다.

새끼 여우는 매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풍채향이 웃음을 참으며 걸어왔다.

“그냥 놔둬, 어차피 이렇게 많은데 새끼 여우가 한두 개 먹어봤자 티도 안 나잖아!”

새끼 여우가 감동한 얼굴로 풍채향을 바라봤다.

‘좋은 분이시군요! 주인을 잘못 택한 날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어요! 하필이면 저렇게 폭력적이고 인색한 놈을 주인으로 선택하다니!’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새끼 여우의 표정을 본 천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놈을 만났을 때, 풍채향도 옆에 있었다.

‘그때 저놈을 풍채향에게 줘버렸어야 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신풍후는 아마 저놈의 먹성 때문에 파산했을 거야!’

사람들은 주위에서 그릇을 주어와 만년영밀을 녹여 그곳에 담았다.

그후 액체가 된 만년영밀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임목, 방한, 운소는 만년영밀을 3할 정도 마시자 마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력이 한계점에 도달하자, 이들은 감히 더 마시지 못하고 서둘러 좌선을 했다.

천제현, 남궁혜, 풍채향, 운요도 각각 절반 정도를 마셨다.

“한계를 넘어설 것 같아!”

남궁혜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화염이 크게 일더니 그녀의 수준이 혼성 2성 정점에서 혼성 3성으로 올라섰다.

풍채향, 임목, 방한도 순조롭게 혼성 3성에 도달했다.

이 중 실력이 가장 약한 운소는 혼성 2성의 정점에 도달했다.

뜻밖에도 혼성 2성 정점에 있었던 4명의 수준이 모두 혼성 3성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혼성 4성의 운요는 비록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마력이 크게 증진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반성급 재료다웠다.

지금까지 이렇게 효과가 빨랐던 영약은 본 적이 없었다. 풍채향과 운요는 이와 동급의 보물을 본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보물은 이것이 처음이다.

모두의 마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본 천제현은 매우 만족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이때 천제현은 여왕벌의 시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옅은 남색의 동그란 구슬이 있었다.

“정신 구슬인가?”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런 종류의 보물은 매우 희귀한 것으로 정신력을 증가시켜줬다.

천제현은 만년영밀과 정신 구슬을 함께 녹인 후 한 입에 마셔 버렸다.

그러자 뱃속에서 거대한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어찌나 강하게 요동치는지 모든 경맥이 다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천제현은 얼른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력을 제련시키기 시작했다.

만년영밀의 마력은 무궁무진했다.

거대한 힘이 체내에 흡수되어 마력으로 전환되자 천제현의 경지가 혼성 2성의 정점에 도달하게 됐다.

바로 이때, 정신구슬의 순수한 정신력이 천제현의 체내로 조금씩 흡수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정신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돌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천제현은 의식의 깊은 곳에서 등불 하나가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불빛이 그를 중심으로 육체와 영혼의 속박을 뛰어 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남궁혜가 놀라 소리쳤다.

“이 힘은…… 심안?”

운요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냐! 심안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아. 아마도 새로운 영역에 들어선 거 같아!”

그렇다.

흡수된 여왕벌의 정신력이 천제현의 정신력과 완전히 융화되어 거대한 신식의 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천제현의 신식의 힘은 입미와 심안의 경지를 넘어서 제2의 영역인 심등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심등이 켜지게 되면 만물을 꿰뚫어보고, 단번에 요마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다.

심등 영역의 힘은 신식의 범위를 더욱 광범위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살상력을 갖추고 있었다.

남하국에 심안을 가진 자는 몇 없다.

천제현은 심안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심등의 단계까지 들어선 것이다.

이제 남하국 전체에서도 그의 신식을 능가할 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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