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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20화 (217/729)

# 220

제220장 여왕벌 사냥(2)

일행이 공격 태세를 갖추자 즉각적으로 눈치를 챈 호위벌들이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날라와 일행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거대 벌은 지능이 매우 낮은 편으로, 사고 능력 없이 오로지 본능에 의존하여 행동한다.

일행에게서 밀랍 냄새를 맡은 놈들은 바로 공격을 하지 않고 경계 신호만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은 금역이다. 다가오면 죽일 것이다!’라는 의미이리라.

운요가 뇌령주를 허공으로 던지자 강력한 번개의 힘이 모여 대포처럼 발사되었다.

힘의 파동을 느낀 여왕벌이 잠에서 깼다.

순간, 소리도 형체도 없는 정신 파동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일곱 명을 스쳐 지나갔다.

위이잉!

날카로운 경계성이 울리자 왕벌 두 마리가 여왕벌 주변으로 다가가 공격 태세를 갖췄다.

호위벌들 역시 적의를 드러냈다. 그놈들은 낫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번들거리며 철옹성 같은 방어 대형을 펼쳤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담은 뇌령주가 고무공처럼 튕겨 다니며 순식간에 강력한 전기장을 만들었다.

그 통에 호위벌 십여 마리가 감전돼 산산조각 났다.

“가자!”

남궁혜가 운소, 임목, 방한과 함께 선두에 섰다. 풍채향은 검기 수십 줄기를 소환해 원거리에서 일행을 엄호했다.

호위벌의 실력은 거인 노예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놈들이 반응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십여 마리가 죽은 후였고 남은 몇 마리의 힘으로는 일행을 막을 수 없었다.

여왕벌은 위기를 느낀 듯 페로몬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내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여왕벌의 부름을 받은 다른 일벌들이 온 것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거대 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예상한 천제현이 미리 입구를 막았으나 얼마 가지 입구가 뚫릴 것 같았다.

가능한 빨리 여왕벌을 해치워야 했다.

“순염참!”

검광이 화려하게 난무하며 적에게 덮쳐 들자 호위벌 몇 마리가 반으로 잘려 땅에 떨어졌다.

전멸될 상황에 놓은 호위벌들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가만히 있던 왕벌 두 마리가 날갯짓을 하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천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시무시한 발톱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천제현을 노리고 있었다.

‘너무 빠르고 강하잖아!’

그 공격을 그대로 받는다면 불멸체고 뭐고 간에 한 방에 두 토막이 나리라.

천제현은 황급히 심안을 써서 벌들의 허점을 찾은 후 입미의 능력을 발휘하며 앞으로 미끄러졌다.

왕벌의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몸을 스치고 땅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놈들의 발톱자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방향을 바꾼 두 왕벌이 발톱을 세우자 날카로운 검기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그 중 하나의 검기를 막은 운소는 순식간에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며 욕지거리를 했다.

“망할 놈의 벌레 새끼! 무공까지 사용할 수 있다니!”

“저들을 막아요! 전 여왕벌을 죽이겠습니다!”

온몸을 성광체로 덮은 천제현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보검을 들고 여왕검에게 달려들었다.

곧 천제현의 전방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무형의 힘이 폭발했다.

정신 파동이었다.

여왕벌이 정신 파동을 고도로 집중해 순수한 힘으로 바꾼 것이다.

그 힘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다. 심안을 사용해야 했다.

정신 파동을 모아 전방위로 방어하는 한편, 안전거리 밖에서 천제현을 죽이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그러나 천제현은 펄쩍 뛰어올라 여왕벌이 발사한 정신파를 피했다.

유명검의 화염이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여왕벌은 천제현의 심안이 자신의 정신공격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공격 방법을 바꿨다.

이윽고 정신 파동이 순수한 힘의 형태로 변해 폭발했다.

이번에는 정신파가 수없이 많은 바늘 형태로 바뀌어 폭우처럼 날아왔다.

십여 개의 무형의 칼날도 뒤이어 날아오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콩 볶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강철처럼 단단한 밀랍 바닥에 갈라진 것 같은 흠집이 생겼다.

그 모습을 본 일행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 엄청난 힘이 흔적을 남길 때까지 어떤 소리도, 조짐도 없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정신 파동을 이용한 공격 방식인 건가?’

여왕벌의 강력한 정신 공격과 비교해 보면 양흔의 능력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일행은 천제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 엄청난 놈을 정말 이길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정신 파동을 담은 침 한 개가 천제현의 가슴팍으로 날아왔다.

그 침을 정통으로 맞은 성광불멸체가 산산조각 나며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그러나 그 조각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빠르게 한데 모이더니 빛의 칼날이 되어 천제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염력?’

여왕벌은 강력한 정신력을 갖고 있었지만, 의식의 부재로 신식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신력을 염력으로 전환하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염력은 물질을 통제할 수 있는 정신의 힘으로 이론상 모든 물체를 조종할 수 있었다.

염력 공격은 형체도 소리도 없으며 정신 파동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므로 어떤 물질이든 염력을 침투시키면 바로 조종이 가능하며, 바로 그것 때문에 불멸체가 산산조각 난 후에도 성광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고 한곳으로 모여 천제현을 공격을 하게 된 것이다.

성광불멸체에 침이 박힌 순간, 여왕벌이 염력을 주입해서 껍질을 벗기듯 방어막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비틀거리면서 심안으로 주변을 살핀 천제현은 경악했다.

‘이럴 수가! 주변이 전부 여왕벌의 염력으로 조종되고 있구나!’

천제현은 정신 파동을 이용한 직접적인 정신 공격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여왕벌이 정신 파동을 염력으로 전환해 물체를 조종하는 식으로 간접 공격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여왕벌의 실력이 천제현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지고 만다!’

***

대전은 특수한 밀랍으로 만들어졌다. 이 밀랍은 매우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져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쇳덩이처럼 단단해졌다.

이는 여왕벌의 대전의 모든 것들이 여왕벌의 병기가 되고 방패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이곳은 완전히 여왕벌의 영역인 것이다.

이때, 쇳덩이처럼 견고한 천년밀랍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천제현을 향해 덮쳐왔다.

천제현은 심안으로 힘의 변화를 꿰뚫어보았기에 신속히 위험한 곳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가 피한 곳도 완전히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여왕벌의 염력에 의해 평평했던 땅에서 수백 개의 날카로운 밀랍 가시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가시는 쇠처럼 견고하고,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천제현의 주위가 모두 거대한 가시 숲으로 변해 버렸다.

가시는 가지를 치듯 솟아오르면서 가시에서 또 다른 가시가 솟구쳐 나왔다.

심안은 신식의 한 종류이다.

신식의 강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심안의 통찰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무리 천제현이 심안을 열더라도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제현이 파악하지 못한 공격이 그를 덮쳤다.

가시 숲이 폭발하면서 수많은 가시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방으로 쏘아진 것이다.

천제현의 심안으로 파악하지 못한 공격이었기에, 그 가시들을 모두 피할 수 없었다.

천제현은 간신히 급소만을 피하면서 가시 숲을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또 한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

또 다시 수백 개의 가시가 천제현을 향해 빗발치듯 쏟아졌다.

첫 번째 가시가 쏘아진지 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강철보다 더 단단한 가시들에 여왕벌의 염력이 더해지니, 쏘아지는 가시들은 혼성술사의 호신 마력쯤은 충분히 뚫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제현의 등에 수십 개의 가시가 꽂혔고, 이 가시들은 순식간에 거머리처럼 변해, 꿈틀거리며 그의 상처 속으로 파고들었다.

‘큰일이다!’

가시에는 여왕벌의 염력이 가득했다.

여왕벌은 가시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강철처럼 단단하게도, 액체처럼 흐물흐물하게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가시가 천제현에게 적중되자 여왕벌은 가시를 바로 액체처럼 변화시켜 천제현의 경맥 속으로 침투시켰다.

이 공격이 성공하게 된다면 천제현은 안에서부터 잠식되어 순식간에 밀랍인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하리라.

천제현에게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위기의 순간!

“노염참(怒炎斬)!”

유명검에서 유명화가 뿜어져 나오며 천제현의 몸을 뒤덮었다.

유명화의 화염은 천제현의 몸에 붙어 있는 모든 밀랍 가시들을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모공을 통해 천제현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체내에 있는 밀랍마저 모두 불태워 버렸다.

이번 공격으로 천제현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밀랍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천제현은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여왕벌이 다음 공격을 펼치기 전에 재빨리 가시 숲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유명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불길이 타오르는 검광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수많은 가시들을 베어 버리며 대전을 향해 쏘아져갔다.

쾅!

밀랍 액체가 하늘로 치솟더니 거대한 방패를 만들었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검광이 밀랍액체로 만들어진 방패를 반으로 쪼갰다.

갈라진 부위에서는 유명화의 화염이 불타올랐다.

검광의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고 대전 위의 여왕벌을 향해 쏘아져갔다.

여왕벌은 근접 전투능력이 없었다. 검광과 여왕벌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천제현은 마치 바늘로 뇌를 찌르는 것과 같은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천제현은 여왕벌의 염력 범위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정신력 영향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가시들을 피하느라 정신 방비를 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천제현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왕벌과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다.

천제현은 거대한 공간에 홀로 서 있었고 주위는 수많은 호위벌들로 가득했다.

날개 짓을 하고 있는 벌들의 손에는 네 개의 낫이 들려 있었다.

“어리석은 침입자!”

차갑고 잔혹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 본좌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냐?”

그는 인간의 몸에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곤충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등에는 거대한 곤충의 날개가 달려 있었는데, 몸 전체의 길이는 5장에 달했다.

그는 마치 왕처럼 호위벌들의 가운데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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