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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19화 (216/729)

# 219

제219장 여왕벌 사냥

천제현의 유명검에 청백색 화염이 불타올랐다.

그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검을 긋자 그 화염이 반투명한 막에 달라붙어 순식간에 그 알 수 없는 물질을 태워 버렸다.

“푸아!”

자유의 몸이 된 남궁혜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저 끔찍한 막은 대체 뭐야!”

풍채향도 평소와 달리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항상 자기 관리에 철저하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온몸에 그 괴상한 물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운소는 더욱 엄살을 부리며 소리쳤다.

“아이고, 꼼짝도 못 하겠다!”

“거대 벌의 분비물이에요. 사냥감 체내의 마력을 조금씩 흡수해 봉인 효과가 있는 물질로 바꾸는 거죠. 그대로 있었다면 그 막 안에서 천천히 죽어갔을 거예요. 온몸의 힘과 정수가 빨려서요. 그리고 결국에는 벌꿀로 바뀌는 거죠.”

“대장, 의리 있는데? 이대로 죽는 줄 알았더니만!”

남궁혜가 감격해서 천제현을 덥석 끌어안았다.

하지만 천제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중요한 게 남아 있어요! 일단 가요!”

“그게 뭔데?”

“여왕벌을 죽이는 거요!”

“뭐? 여왕벌을 죽인다고?”

경악한 일행이 걸음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이 벌집 안에 있는 거대 벌은 최소한 십만 마리가 넘을 것이다. 그런데 여왕벌을 죽이겠다고? 그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저도 시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갈 수는 없죠.”

천제현이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상급 벌꿀은 여왕벌이 갖고 있을 거예요. 그걸 손에 넣게 되면 수련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죠. 몇 입만 마셔도 바로 효과가 나타날걸요!”

“그 정도란 말이야?”

“거대 벌의 꿀은 각종 영약과 생명체들의 정수로 만들어져요. 이 시련 공간은 까마득한 옛날에 생겼으니 벌꿀도 그만큼 오래됐겠죠. 만 년 묵은 최상급 꿀이라면 환골탈태는 물론이고 불로장생까지 가능하게 해줄 거예요!”

“정말?”

일행은 놀라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운요가 제일 먼저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의 연로한 할아버지가 이 만년벌꿀을 마시고 장수할 수 있다면 운씨 가문에 큰 도움이 되리라.

그녀가 물었다.

“여왕벌을 처리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겠지?”

“준비 없이 간다면 십중팔구 죽게 될 거에요. 여왕벌은 정신 공격을 할 수 있거든요.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바로 목숨을 잃게 될 걸요.”

“그럼 어쩌자고?”

“일단 여왕벌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모두에게 주문을 걸어서 정신 파동을 약하게 만들게요. 그렇게 하면 여왕벌이 제일 먼저 저를 공격하게 될 거에요.”

남궁혜가 말했다.

“말도 안 돼!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공격을 받을게! 대장은 우리 팀의 대장이라고! 대장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정신 공격으로는…… 절 어쩌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 없다면 이런 모험 자체를 안 할 거니까 안심해요!”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운요와 풍채향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얼마 전 중주성 대회에서 양흔이 천제현에게 정신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던가. 그때 쓰러진 건 양흔이었다.

‘설마 천제현에게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정신 피해를 반사한다든가 하는?’

“여왕벌은 제가 상대하겠지만, 그렇다고 구경만 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천제현이 정중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여왕벌 주변에는 분명 여왕을 호위하는 왕벌들이 있을 거예요. 여왕벌은 정신 공격만 할 수 있지만, 왕벌은 다르죠. 왕벌의 전투력과 방어력은 상당해서 상대하기가 무척 힘들 겁니다! 제가 여왕벌과 대치하게 되면 여러분은 왕벌을 잡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전부 헛수고가 될 테니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제일 무시무시한 놈을 네가 상대하겠다는데 왕벌쯤은 우리가 해결해야지!”

천제현 일행은 작전을 세운 뒤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눈에 터질 듯이 튀어나온 배를 안고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는 새끼 여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놀란 남궁혜가 물었다.

“쟤, 왜 저래?”

천제현이 여우에게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왜 저러긴요. 너무 많이 먹은 거죠!”

하지만 그 역시 신기하긴 했다. 배부른 새끼 여우의 모습은 처음 보는 거였으니까.

운요, 임목, 방한 세 명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십여 개의 꿀 웅덩이가 전부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생명체의 정수와 영약으로 만든 꿀물 한 방울은 그 어떤 묘약보다도 뛰어난 힘을 지니고 있을 텐데.

풍신후 정도 되는 최강자도 그 힘의 1/10조차 흡수하지 못하리라.

그런 것을 저 작은 새끼 여우가 전부 먹어 치우다니.

‘괴물이다!’

‘주인이고 애완동물이고 할 것 없이 전부 괴물이야!’

“그만 일어나!”

천제현이 새끼 여우의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빨리 여왕벌이 어디 있는지 찾으라고!”

새끼 여우가 거하게 트림을 하자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터질 것처럼 빵빵했던 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새끼 여우는 여왕벌이라는 말을 듣고 또 식욕이 돌았는지 벌떡 일어나 눈을 반짝였다.

못된 주인 같으니라고!

태어나서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 참에 즐기게 좀 놔두지! 먹는 얘기 들으니까 다시 배가 고파졌잖아!

여우의 턱을 긁던 천제현은 살짝 놀랐다.

새끼 여우가 그새 살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놈이 섭취한 영약들의 마력이면 진혼급의 고수라도 열 번은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걸 배불리 먹을 수 있었으니, 새끼 여우로서는 여간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천제현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시련의 공간에 들어온 이유는 보물이나 돈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기적상회를 만든 이후로 재물은 점점 풍족해졌고 이제 진귀한 보물이나 약재도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가 시련탑에 끌린 것은 아무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또는 생사를 초월한 비밀 때문이었다.

여왕벌은 그 비밀로 가는 길에 처리할 작은 문제일 뿐.

그저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넣자는 생각이었다.

그가 새끼 여우를 땅에 내려놓자 녀석은 즉시 방향을 잡고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새끼 여우의 몸놀림이 훨씬 민첩해져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낸 새끼 여우는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신법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공중에 뿌연 안개가 나타나자 여우는 순식간에 다시 몇십 장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천제현은 급히 심안을 사용했지만, 심안으로도 새끼 여우의 움직임을 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빨랐던 것이다.

지금 이 속도라면 천성하 같은 고수를 만나더라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도망갈 수 있으리라.

전투력은 별볼일 없었지만 속도와 민첩성이 뛰어나니 정찰이나 탐색 업무에 최적화됐다고 할 수 있었다.

벌집의 구조는 미궁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천제현이 지닌 지도에도 벌집의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사실 거대 벌집 자체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표시도 뜨지 않았을 것이다.

비밀 장소이니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으리라.

“여…… 여기가 어디지?”

“전부 곤충 알이잖아! 징그러워!”

새끼 여우를 따라 또 다른 방에 들어간 일행은 놀라서 말문을 잃었다.

거대한 방 안에 벽이며 바닥 할 것 없이 하얀색 알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만 개 이상은 될 것 같았다.

하얀 옥처럼 둥글고 번들거리는 알들은 사람 키만큼 컸으며 안쪽으로 희미하게 유충의 윤곽이 보였다.

일행의 정면에는 거대한 유충 배양지가 있었다.

희고 튼실한 유충 수천 마리가 배양지 안에서 뒹굴 거리고 있었는데, 사람의 아이가 칭얼거리듯 쉴새없이 끽끽거려 머리털이 곤두설 것 같았다.

배양지 주변에는 일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유충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었다.

“거대 벌 유충은 몹시 위험해요! 체내에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잘못 건드렸다간 자폭하거든요. 한두 마리 정도야 폭발해도 별문제 없겠지만 수백, 수천 마리가 동시에 폭발하면 엄청날 거예요. 그러니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말도록 하세요.”

천제현의 말에 일행들은 유충을 피해 조심조심 방을 지나기 시작했다.

새끼 여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뒤를 따라간 일행은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장소 앞에 서게 되었다.

그곳은 벌집의 가장 아래층이었다. 사방팔방이 통로로 뚫린 다른 방과 비교했을 때, 그 방은 훨씬 면적이 크고 점액이나 분비물이 전혀 없어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였다.

또한, 벼벽도 강도가 매우 높은 암금색 밀랍으로 만들어진 듯 일반적인 무기로는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신비로운 지하 궁전이었다.

여왕벌의 방은 가장 안쪽에 위치했는데, 밀랍을 층층이 쌓아 만든 꽃송이 모양의 자리 위에 희고 뚱뚱한 거대 여왕벌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여왕벌 양쪽에는 산처럼 거대하고 새까만 거대 벌 두 마리가 버티고 있었다. 그놈들의 크기는 4장이 넘었고, 금속처럼 단단한 외형을 자랑했으며, 앞다리에는 낫처럼 생긴 긴 발톱이 차갑게 번쩍이고 있었다.

‘왕벌이군!’

지금까지 봤던 벌 중에서도 가장 큰 놈으로, 바로 왕벌로 불리는 호위벌들이었다.

그 두 마리의 왕벌 외에도 대전에는 수십 마리의 강력한 벌들이 있었다.

그 호위벌들은 왕벌의 축소판이었는데, 말이 축소판이지 그 벌들의 크기도 2장이 넘었다.

그 벌들이 바로 여왕벌의 가장 충성스러운 친위대였다.

특히 두 마리의 왕벌은 현혼급인 운요조차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

이래서야 여왕벌을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여왕벌이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천제현이 일행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말했다.

“일단 입구를 봉쇄하죠!”

그의 말에 임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땅에 가져다 댔다.

그의 손에서 푸른 마력이 나오더니 단단한 밀랍을 뚫고 나무줄기가 뻗어 나왔다.

나무줄기는 천천히 자라며 서로 얽히고 설켜 입구를 막았다.

그러자 방한이 두 손으로 한기를 뿜어 그 나뭇가지 위에 단단한 얼음벽을 만들었다.

일벌들이 그 얼음벽에 닿기라도 하면 바로 얼음이 되어 버리리라.

“그럼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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