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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16화 (213/729)

# 216

제216장 위기 그리고 위기

시련탑 안의 괴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고 해도 단계가 있을 것 아닌가.

지금 이 노예들은 마약이라도 복용한 것처럼 180도 변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설마 성진석을 가져갔기 때문인 걸까?’

성진석은 매우 진귀한 재료였고, 보통 귀한 재료들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곤 했다. 그러니 성진석을 가져갈 경우 노예들이 강해진다는 설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재 노예들은 혼성 3성을 넘어 혼성 4성 현혼 경지에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기초적인 무공까지 깨우친 듯 전투력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400~500명의 외눈 거인들은 모두 키 10척 이상, 체중 500관의 거구였다. 그런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수만 병력이 밀려오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줬다.

저놈들에게 포위당하면 절대로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때, 남궁혜가 희색을 띠며 말했다.

“찾았어!”

대전 안쪽 벽에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금색 선이 있었다.

마치 벽에 강철을 박아놓은 것 같은 형태였는데 멀리서 볼 때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금속 가장자리에 틈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이 분명했다.

남궁혜는 숨을 들이마신 후 힘차게 문에 부딪혔다. 그러나 문이 열리기는커녕 그녀만 튕겨나갈 뿐이었다.

“바보, 힘으로 열릴 리가 없잖아요. 이건 비밀 문일 텐데!”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본 천제현은 문에 밀 수 있는 정사각형 칸 수십 개가 있는 걸 발견했다. 칸 하나하나에는 복잡한 부적 주문이 새겨져 있었다.

“또 주문 맞추기인가? 엄호 부탁할게요!”

풍채향이 기세등등하게 달려오고 있는 외눈 부대를 보며 외쳤다.

“안 돼! 시간이 없어!”

“10초면 충분해요!”

천제현이 마력을 사용해 금색 칸들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정해진 횟수 안에 칸을 이동해 완벽한 마력 진법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만 하면 분명 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하려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일단은 원래 그림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주문 맞추기라고 해도 참고 그림 정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게 전혀 없는 데다 한 칸 한 칸이 복잡한 그림과 주문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규칙을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동 횟수를 초과하면 칸들이 재배열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이걸 중주성으로 가져가도 풀어낼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천제현은 그런 것을 몇 분 안에 맞춰야 했다. 등 뒤에 거인 노예라는 엄청난 적을 둔 채로.

‘일종의 마술 같은 건가? 대체 어떻게 맞춰야 하는 거지?’

이제 거인들과의 거리는 몇십 장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활을 들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막아!”

남궁혜가 불덩이를 날려 화살을 요격했다.

곧이어 보라색 번개도 하늘을 뚫고 나타났다.

뇌령주가 잔영만 남기고 사라져 주위를 돌더니 수백 줄기의 번개로 촘촘한 번개망을 만들었다. 그 번개망에 닿은 거인들은 감전되어 날아갔다.

“풍운검가!”

이어 풍채향이 수십 개의 검기를 만들어 냈다. 그 검기들은 푸른색 파도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거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거인들은 계속해서 천제현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이대로는 곧 저놈들과 부딪히게 될 텐데…….’

거인들이 3장의 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순식간에 일행 전체를 박살낼 것이다.

천제현은 모든 정신력을 총 동원해 비밀문을 노려봤다. 시끄러운 주변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사각형 칸 위에 새겨진 주문과 도안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문에서 떨어져 허공에 둥둥 뜬 채 꼬리를 물고 움직이고 있었다.

휙휙휙휙!

천제현이 재빨리 사각형 칸들을 움직이며 조합하자 차츰 완성된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 칸을 움직였을 때.

작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마력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부적 주문들이 빠르게 퍼져나가 거대한 문을 덮었다. 이윽고 철컥하고 기관이 작동하며 금속 문에 틈이 생겼다.

머릿속에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꼭두각시 비밀문 개방 성공! 시련 점수 20점 획득! 현재 점수 170점!”

“문이 열렸어!”

운소, 임목, 방한이 달라붙어 그 육중한 문을 밀기 시작하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천제현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서둘러!”

일행이 황급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거인들이 일제히 문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때 운요의 뇌령주가 번쩍였다. 그리고 강력한 번갯불이 거인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운소와 임목, 방한은 죽을힘을 다해 무겁고 거대한 금속 문을 닫았다.

“십 년 감수했네!”

새끼 여우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다시 천제현의 어깨 위에 올라가 앞발을 핥았다.

“수고했어!”

천제현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번에 네가 큰일 하나 했네!”

그러자 여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헛수고를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운소는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괴물들이 강해지기 시작했어요. 이 속도로 가다간 얼마 버티지 못할 거에요. 사흘을 견디라니 말도 안 돼요!”

그 말에 일행 모두가 침울해졌다.

시련의 탑은 사흘 동안 개방된다. 들어온 지 세 시간 만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노예들을 보라.

여기서 이틀이 더 지나면 어떻게 변하겠는가? 게다가 저놈들보다 더 강력한 괴물들도 많을 것 아닌가.

몇십 장 밖에 있는 저 거인들은 사흘이 지나면 도검불침의 몸에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리라.

“여길 설계한 인간은 뇌가 없나 봐!”

남궁혜가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30세 미만의 혼성술사만 들어올 수 있게 해놓고 이게 뭐야? 옛날이라고 여기 들어온 수련자들이 전부 진혼급 고수들은 아니었을 거 아냐? 아니, 진짜로 진혼급 고수들만 들어왔다고 해도 멀쩡히 살아나가지 못했을걸! 거인들이 진혼급 파괴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여기서 열 시간만 더 지나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지도 몰라!”

“아뇨.”

천제현이 대꾸했다.

“이 비경은 참가자들의 종합적 실력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져요. 중주의 사대 공자는 지금까지 시련탑에 들어왔던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강할 거예요. 그러니 난이도가 올라간 거겠죠. 다시 말해, 진혼급 수련자 10명이 들어왔다고 해도 우리보다 쉽게 통과하지는 못할 거라는 얘기예요. 우리보다 훨씬 강한 적들을 만날 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시련의 의미가 없잖아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더 많은 괴물들이 주변으로 몰릴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이동해야 돼요.”

천제현이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왜 그래?”

천제현이 모두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비밀통로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지형도, 지명도 나와 있지 않아요.”

“그 말은, 지도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야?”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돌아갈 길은 없으니까요!”

천제현이 지도를 접자 일행은 다시 긴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때,

콰과광!

사방이 진동하며 흔들렸다.

통로 양쪽을 살펴본 운소가 욕지거리를 했다.

“이런 망할! 여기도 거인들이 우글우글하잖아!”

그러고 보니 이 거대한 통로는 일행이 처음 들어온 미궁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좌우 양쪽이 벽으로 막혀 있고 중간 중간에 아치형 방들이 보였으며, 그 안에는 거대한 거인들이 봉인되어 있었다.

누군가 통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거인 호위병들이 눈을 뜨는 구조였다.

게다가 이 통로의 거인 호위병들은 처음 만났던 거인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깨어나고 있었다.

“뛰어!”

장난이 아니었다.

거인 하나하나가 일행을 족히 전멸시킬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도망가는 수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천제현 일행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 심정으로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통로가 다시 한 번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일행이 통로 중간까지 달려갔을 때, 가장 앞쪽에 있던 거인 호위병 몇 명이 튀어나왔다. 15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덩치는 보기만 해도 모공이 송연해지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엄마야! 깨어났잖아!”

“더 빨리!”

일행의 뒤에서 하나 둘씩 몸을 일으킨 거인들이 엄청난 보폭으로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통로의 반까지 달려왔다고는 하지만, 이 호위병들은 아까 만난 호위병들보다 훨씬 빨랐다. 게다가 덩치가 커서 한 걸음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따라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천제현이 급히 소리쳤다.

“얼음! 빨리 빨리!”

제일 뒤에서 달리던 방한이 얼음 거인 정령을 소환했다.

흰 서리 같은 마력이 지표면을 향해 쏟아지자 방한이 지나간 땅에 거울처럼 매끈하고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섯, 열, 스물!

잠에서 깬 거인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일곱 명은 죽어라 달렸지만, 운소를 비롯해 마력이 약한 몇 명은 체력이 소진되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 위기일발의 시점에 일행의 앞에 거대한 문 하나가 나타났다.

문 안쪽에서 빛이 보이는 게 또 다른 통로 같았다.

“다 왔다!”

“운요와 채향 아가씨가 먼저 들어가서 문을 닫아요!”

사실 거인들에게 그 통로는 그리 길지 않은 것이었지만, 달리는 게 인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곱 명은 십여 분간 미친 듯이 뛰어 겨우 출구까지 온 것이었다.

풍채향과 운요가 그나마 빠른 편이라 다른 다섯 명보다 앞서 있었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그 거대한 문을 닫았다.

두껍고 무거운 문이 닫히기 직전, 나머지 다섯 명이 문틈으로 몸을 날렸다.

쾅쾅!

문 바깥쪽에서 굉음이 들리며 주변이 진동했다. 거인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문은 매우 견고해 한 번 닫히고 나니 거인들조차 열지 못했다.

일행은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천제현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시련에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건 내분이었다. 시련장은 일행의 종합적 능력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되므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천성하 등 세 명의 적대심으로 인해 열 명으로 구성된 팀이 분열되었고, 그들보다 약한 천제현 등 일곱 명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제 살았네!”

“문제는, 여기가 어디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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