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제214장 외눈 거인의 습격(2)
현재 남궁혜는 성광체가 깨진 상태여서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궁혜의 위기를 발견한 천제현과 운요가 곧 대량의 검기와 번갯불을 발사했다.
남궁혜를 둘러쌓던 외눈거인들은 그 공격에 맞고 일거에 쓰러졌다. 남궁혜는 그 틈에 재빨리 외눈거인의 포위에서 빠져나왔다. 다행이 성광체는 절반이나 회복된 상태였다.
그녀는 높이 뛰어오르더니 낙하하는 힘을 발에 그대로 실어 그대로 외눈거인 머리를 내려찍었다. 강력한 일격에 외눈거인의 머리가 몸속에 박히며 죽음을 맞이했다.
“젠장!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어! 너무 많아!”
또 다시 앞쪽 통로에서 외눈거인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아예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외눈거인들은 너무 포악하고 수가 많았다.
지금도 수가 많아 위험한 상황인데 또다시 떼로 덤벼오니, 이대로 가면 모두 다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도망치자니, 퇴로가 없었다.
좌우는 모두 외눈거인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뒤쪽의 통로는 더더욱 갈 수 없었다. 그 안에는 거인 호위병이 있어서, 외눈거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욱 위험할 것이다.
쯔쯔!
새끼 여우가 천제현 품속에서 몸을 훌쩍 날려 솟아올라 회색 안개로 변했다.
회색연기는 사방으로 흩어지며 흔적을 감췄다. 그러더니 곧 새로 몰려 온 외눈거인 앞에 나타났다.
회색연기는 다시 새끼여우의 형상을 취하더니, 네 발로 가장 앞에 있던 외눈거인의 머리 위로 훌쩍 올라탔다.
외눈거인이 괴성을 지르며 손으로 새끼여우를 가격하려 했다. 그러나 새끼 여우의 형상만 취한 것이지 아직 회색 연기인 상태라, 외눈거인의 주먹은 새끼 여우를 통과했다.
결과적으로는 외눈거인은 자기 얼굴을 때리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새끼 여우는 다시 형태가 없는 회색 안개로 변해 사라졌다. 이내 다른 외눈거인 얼굴에 나타나서 발로 외눈거인의 눈을 찔렀다.
크앙!
외눈거인이 격노하여 새끼 여우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탁!
아까처럼 외눈거인의 망치는 새끼 여우를 통과하여 다른 외눈거인의 머리를 가격했다.
망치에 맞은 외눈거인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새끼 여우는 기이하고도 알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해, 외눈거인들을 한 번씩 건드리고 다녔다. 그러자 거인들이 모두 분노하여, 새끼여우의 뒤꽁무니를 쫒기 시작했다.
쯔쯔!
새끼 여우는 자신을 쫒아다니는 외눈거인들을 이끌고,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제현을 향해 빨리 가라는 발짓의 신호를 보냈다.
그 광경을 본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 잘했어! 1분만 더 버텨줘!”
새끼 여우가 추가로 몰려온 무리를 붙들고 있는 동안, 천제현과 남궁혜는 외눈거인 사이로 깊숙이 진격해 들어가 싸웠다.
풍채향과 운요 역시 원거리에서 공격을 가하고, 운소 등 세 사람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외눈거인이 하나 둘 쓰러지고, 사람들이 받는 압박도 순식간에 크게 줄어들었다.
모두 힘을 합쳐 처음에 있던 외눈거인을 모두 쓰러트린 것이다.
새끼 여우를 따라 뱅글뱅글 돌던 외눈거인도 상태가 멀쩡하진 않았다. 새끼 여우를 공격하려다가 같은 외눈거인을 공격하다보니 서로 중상을 입고 입히게 된 것이었다.
천제현은 지금이 기회임을 직감했다.
“모두 공격하죠!”
일행은 천제현의 말에 따라 새끼 여우를 쫒고있는 외눈거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외눈거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거인 노예 소대를 소탕하였습니다! 시련 점수 3점을 획득하여 현재의 총 시련 점수가 148점이 되었습니다!”
“거인 노예 소대를 소탕하였습니다! 시련 점수 2점을 획득하여 현재의 총 시련 점수가 150점이 되었습니다!”
가슴 앞에 건 시련자 목걸이에 표시된 숫자가 불안정하게 떨리더니, 각자 숫자가 몇 개씩 올라갔다.
천제현은 합쳐서 5점의 시련 점수를 획득하였고, 남궁혜는 4점, 운요풍, 채향는 각각 3점을 얻었다. 운소 등 세 사람은 겨우 2점을 얻었다.
자물쇠 해제 점수에 비해 외눈거인 소탕 점수는 너무 인색했다.
하지만 자물쇠의 난이도는 사실 거인 호위병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간단하게 푼 천제현이 대단한 것이지, 난이도를 고려했다면 되레 자물쇠 해제 점수가 낮은 편이었다.
그때.
운소는 갑자기 깜짝 놀라 말했다.
“저길 봐요! 외눈거인의 시체가 사라지고 있어요!”
운소의 말처럼 사방의 외눈거인의 시체들이 하나씩 투명해지더니,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이 시련 공간 안의 것들은 진짜가 아니라, 일종의 환상이었다. 외눈거인뿐만 아니라 호위병까지도 모두 시련의 진법에서 만들어진 환상인 것이다.
“어! 뭔가 남아있는데요?”
운소가 외눈거인들이 쓰러져있던 곳으로 걸어가 구리열쇠를 하나 주웠다.
“여기에도 하나 있다!”
남궁혜도 두 번째 외눈 거인 무리 가운데에서 고풍스러운 구리열쇠 하나를 주웠다.
모두가 구리열쇠의 정체를 두고 아리송해하고 있을 때, 운요가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헀다.
“전리품이야! 시련 공간에서 전투를 완수하면, 일정 확률로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데, 영약 재료일 수도 있고, 무기 장비일 수도 있어. 그 외 시련 공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일 수도 있고.”
“이 열쇠는 어디에 쓸 수 있지?”
“시련 공간에 수시로 보물상자가 나타나! 구리열쇠는 구리로 된 보물상자를 열 수 있어.”
남궁혜는 신기한 듯 열쇠를 들어올렸다.
“여기는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우리 서둘러 가자.”
모두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이동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천제현 일행에게는 두 갈래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외눈거인이 몰려온 곳이고, 또 하나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천제현 일행은 간단히 상의를 하더니, 외눈거인이 나타난 통로로 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외눈거인은 분명 사납고 흉악했지만, 맞설 수 없는 존재는 아니었다.
어차피 시련장 안에는 안전한 곳이 없었고, 미지의 통로로 갈 경우 변수가 너무 많았다. 차라리 외눈거인의 소굴로 가는 것이 나았다.
일행은 외눈거인의 소굴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거대한 전당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전당의 규모는 중주성 광장과 거의 비슷할 정도였다. 여기저기에 석재와 목재들이 널려 있고, 수백 마리의 외눈거인들이 재료들을 전당 가운데로 옮기고 있었다.
재료들을 옮겨서 무엇인가를 짓고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 탑같았다.
그 탑은 절반 정도 완성된 상태였는데, 천제현이 그 탑을 보더니 갑자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성진석! 저 탑에 성진석이 박혀 있어요!”
천제현의 말대로 탑에는 보석 덩어리들이 몇 개 박혀있었다.
그 보석은 찬란한 별빛을 빛내고 있었는데, 이런 종류의 보석이 가진 효과를 남궁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성초에서 추출한 성분들이 성진석과 같은 색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저 성진석 하나가 대략 10만 개의 유성초와 효과가 비슷해요!”
천제현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저 성진석만 있으면 성광불멸체를 유리체에서 금강체로 진화시킬 수 있어요!”
남궁혜가 온몸을 흠칫 떨었다.
만약 정말 그러하다면, 저 보석 덩어리들은 그들에게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이었다.
이번 시련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몇 덩어리의 성진석만으로도 풍성한 수확을 거둔 셈이었다.
***
외눈거인, 인간보다 큰 몸에 눈이 하나 달려있어서 붙은 명칭이다.
하지만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다.
거인 노예.
천제현 일행이 선택한 시련에서 최하급의 마수면서 동시에 수가 많아서, 상위의 마수들에게 노예로 부림당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수백 명의 거인 노에들이 철광석과 돌, 목재 등을 옮기고 있었다.
그들은 돌과 나무를 쪼개고 쇠를 녹이느라 정신이 없는 데다,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져 대전에 침입한 외부인들을 눈치조차 못 챈 것 같았다.
구리로 만들어진 등잔은 무척 어두웠지만, 높은 탑 꼭대기에 걸려 있는 성진석이 대전 전체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남궁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성진석을 캐내고 싶었다. 그러나 거인 노예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한꺼번에 덤비면 골치 아파질 테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때, 새끼 여우가 자기에게 맡기라는 듯한 몸짓을 했다.
천제현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정말 가능하겠어?”
새끼 여우는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 세웠다.
자신에게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녀석은 맑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앞발을 내밀어 몇 번 비빈 후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뭔가 잔뜩 기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본 남궁혜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물었다.
“걔가 뭐래?”
“먹이가 떨어져 간다고 이번 일을 성공하면 먹이를 채워 달라네요.”
‘조건을 제시했다고? 저 여우, 대체 지능이 얼마나 높길래!’
“걱정 마!”
천제현이 새끼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너 굶긴 적 있어?”
그러자 새끼 여우는 사람처럼 눈을 흘겼다.
그 모습을 본 운소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대장, 평소에 이 여우한테 정말 못해주나 봐요!”
“웃기시네!”
천제현은 고개를 돌려 운소의 머리를 한 번 쥐어박고는 말했다.
“이 녀석을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이놈 때문에 돈이 모이질 않는다고!”
만시고묘에서 가져온 강시 내단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한 개도 남지 않았다!
그 중에는 천 년 묵은 강시의 내단도 있었다.
그 강시는 혼성 경지 이상의 존재였으니 그 내단을 가져다 팔았으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 염귀 형제의 약재와 교환하고 남은 강시 내단은 전부 이 새끼 여우의 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까지 새끼 여우가 어떤 존재인지 밝혀진 바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일단 뭐든 보이기만 하면 입에 넣을 정도로 먹성이 좋은 데다가 한 번 입에 넣은 건 절대 놓지 않는다는 것만 확실할 뿐.
천제현은 새끼 여우의 머리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빨리 다녀와!”
끼잉!
여우는 알았다는 듯 몇 번 소리를 내고는 펄쩍 몸을 날려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곧 수십 장 앞에서 나타난 새끼 여우는 다시 한 번 펄쩍 몸을 날려 수십 장을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운소 등 일행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야말로 순간이동인데요! 전투력은 어떨지 몰라도 움직임 하나는 끝내 주네요!”
‘이 새끼 여우는 대체 뭘까.’
새끼 여우에 대해서는 천제현조차 확실히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