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
제212장 호위병 석상의 습격(2)
천성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의 힘을 합해도 저것을 쓰러뜨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게다가 여기서 너무 많은 마력을 낭비하게 되면 앞으로의 시련이 어려워진다. 우리는 다른 길로 간다!”
양천랑은 천성하의 말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
“설마 그것들을 그냥 놓아주라는 건가?”
천성하가 냉정하게 말했다.
“어차피 시련 속에 있으니, 언젠가 다시 그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여기 다른 호위병들이 깨어나려고 하니,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철수해야 돼!”
사실 천성하는 천제현 일행의 실력으로 이 시련에서 생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을 쫓아가 죽이겠다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분별없는 행동이었다.
통로 주위에는 호위병 몇 백 명이 포진하고 있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뿐이지, 저 호위병들을 모두 깨어난다면 탈출마저 불가능해질 것이다.
게다가 세 사람이 눈앞의 호위병을 피해서 천제현 일행을 쫒아간다 한들 또 어쩔 것인가.
이 호위병은 분명 세 사람을 맹렬히 쫓아올 것이었다. 게다가 천제현의 교활함으로 볼 때, 중간에 또 몇 마리의 호위병을 깨웠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때는 앞뒤로 협공을 받게 되어, 세 사람은 필시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었다.
“좋다! 가자!”
낙강룡, 양천랑도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었다.
비록 달갑진 않았지만, 분노에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세 사람은 즉시 천제현 일행이 향한 곳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통로는 너무 길어서, 세 공자가 통로를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양 측에서 호위병들이 계속 깨어났다.
호위병들이 깨어나는 속도가 모두 달라, 어떤 호위병은 일찍 깨어나 세 사람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세 공자는 간신히 깨어나는 호위병들을 피해 계속해서 통로를 내달렸다.
그때.
천성하는 곁눈질을 하더니 뭔가를 발견했다.
천성하가 손짓을 하자 보검이 하늘 높이 솟았다가 바위 무더기를 베어냈다.
바위 무더기 안에는 몇 가지 물건들이 있었다.
‘지도와 열쇠다!’
천성하는 검을 이용해 지도와 열쇠를 회수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미궁 지형을 완벽히 표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위에 표시된 글자들은 고대 문자여서,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리할 것이다..
세 사람은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통로를 내달렸다.
참으로 고약했다.
이것이 바로 시련장의 본질이었다.
시련장에는 기본적으로 진혼 수준의 호위병들이 사방팔방에 널려있었다.
시련자들이 호위병을 하나라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어떤 수련자가 진혼 실력에 도달하였다 해도, 그 많은 호위병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호위병을 부수기 위해서는 일격에 처치해야 했다. 호위병은 자동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생존하는 것.
이것이 중주 시련의 첫 관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련은 가장 낮은 난이도가 아닌가.
시련 공간 환경은 작동을 시작한 이후, 결코 그대로 있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시련의 난이도는 올라가서, 깨어나는 호위병과 괴물의 수가 많아지질 것이다. 또한 함정이 더 빈번하게 작동할 것이었다.
게다가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호위병과 괴물의 수준마저 올라갈 것이다.
최후에는 호위병들이 진혼을 초월하는 수준에, 지금처럼 느리지도 않고 날랜 몸놀림으로 더 풍부한 기술을 구사하며, 절세의 무공까지 사용하여 시련자를 공격해올 것이다.
그 외에도, 호위병보다 10배 이상 강한 존재가 수없이 나타날 것이다.
한마디로 시련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그 끝이 어딘지 모를 만큼 상황은 시련은 계속해서 어려워질 것이다.
한편, 천제현은 일행을 데리고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통로가 너무 길어요. 금방 나가지 못하겠어요.”
운소가 달려가며 외쳤다.
“저들이 이 기회를 틈타 쫓아오겠죠!”
“그럴 리 없어!”
천제현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들은 분명 다른 방향으로 갈 걸. 꾸물거리고 있으면 안 돼. 지금은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야! 그렇지 않으면 아주 골치가 아파 질 거야!”
천제현 일행은 마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채 최대 속도로 통로를 지나쳤다. 하지만 통로가 너무 긴 탓에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쿵쿵쿵쿵!
한바탕 엄청난 기세의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그러더니 전방에 몸집이 거대한 갑옷 거인이 머리로 하늘을 이고 발을 땅에 딛은 듯한 자세로 천천히 일어섰다.
온몸을 새까만 갑옷으로 뒤덮어 마치 거대한 통조림 같았다.
밀폐형 투구에 난 십자형의 틈으로 파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손에는 기다란 거대 망치를 쥐었다.
남궁혜가 깜짝 놀라 말했다.
“저 거인은 또 뭐야?!”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놀라 아연실색해졌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중주성 부두의 가장 큰 화물선도 이보다 거대하지 않을 것이다.
거의 건물 몇 채를 연결한 규모만 했다. 손가락 하나가 보통 사람보다 크고, 그저 서 있을 뿐인데,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을 내뿜었다.
거인 호위병은 온몸에 차갑고 무거운 갑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갑옷을 녹이면 대규모 부대가 사용할 병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거랑 어떻게 싸우지?”
운소가 크게 외쳤다.
“저게 한숨이라도 쉬면 우린 날라갈 거고, 엉덩이로 깔고 앉으면 우리는 흔적도 안 남겠어!”
운소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거인의 몸으로 내리 누르면, 혼성 4성 수련자라 해도 버티고 있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거인 자체가 가진 힘도 무척 막강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주위 아치형 문 안에서 굵고 커다란 손이 하나 뻗어 나왔다.
더 많은 거인들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곧 이곳은 거인 호위병으로 포위될 것이었다.
운요를 제외한 천제현 일행은 모두 시련에 처음 참가한 것이다.
그래서 중주 시련이 어렵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실제 겪어본 적은 없었다.
‘이게 바로 중주 시련이란 말이야?’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시작한 지 한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생존이 어려울 정도의 난이도였다.
‘과거의 시련자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시련에서 100시간이나 견딘 거지!’
운요만이 시련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가 겪은 시련에 비해 이번 난이도가 특별히 높았지만, 운요는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침착한 편이었다.
“모두 당황하지 마요! 이제 시련 시작인만큼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거인들이 비록 매우 크고 막강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속도가 매우 느리니,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분명히 피해갈 기회가 있어요!”
분명 시련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 거대 망치를 든 호위병은 시련이 설정한 반드시 거쳐야 할 도망 시련인 것이다.
도망쳐 나오는 속도와 상관없이, 반드시 이 거인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고, 오직 이 거인 호위병을 통과해야만 완전히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지에 난입했다!”
“죽여라!”
목소리의 음파가 세차게 밀려왔다.
주위의 벽이 진동하고, 온 대지의 먼지가 허공에 떠올랐다가 다시 크게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거인 호위병이 굵고 단단한 거대 망치를 손에 쥐고,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뛰어 나왔다.
망치에 맹렬하게 힘이 모이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의 기혈이 요동치며, 숨을 못 쉴 정도의 압력을 느꼈으나,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했다.
‘과연, 그렇게 빠르지 않아!’
행동이든, 마력을 모으는 속도이든, 매우 느려 보였다.
이것은 거인 호위병의 공격에 반응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운요는 뇌명주를 들어올렸다.
이내 거대한 번갯불이 거인의 머리를 공격했다.
번갯불이 거인의 머리에 닿자 커다란 불꽃이 튀며 투구를 녹였다.
남궁혜가 기뻐하며 말했다.
“머리가 폭발했어! 해치웠어!”
운요는 역시 혼성 4성의 수련자였다. 그 파괴력은 다른 6명과 비견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천제현이 무공을 개량해준 뒤, 그녀의 수준이 올라 예전에 비해 번개 정령의 살상력이 대폭 증가했다. 거기에 뇌령주의 효과까지 더해졌다.
그녀의 일격에 담긴 파괴력은 심지어 낙강룡, 양천랑의 전력을 다한 공격의 일격과 비교해도 3할은 더 강했다.
거인은 맹공을 받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긴 했으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천제현이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되었다.
“뭔가 잘못 됐어요! 조심해요!”
거인 호위병의 머리가 절반이 폭발했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거대한 망치를 휘둘러 지면을 내리쳤다.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바닥 전체가 산산이 갈라지고 깨졌다.
무시무시한 충격이 맹렬한 기세로 천제현 일행을 삼켜 버렸다.
천제현과 남궁혜는 재빨리 성광불멸체를 펼쳤지만, 유리 성광이 눈 깜짝할 사이 크게 균열이 생기며 거의 박살이 났다.
충격을 막지 못한 풍채향, 운소, 임목, 방한은 피를 토했다. 운요 역시 마력을 모두 공격에 사용하느라 갑작스러운 충격에 방어하지 못하여 그대로 충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다.
‘이 녀석, 너무 강하다!’
쇠망치로 땅을 한번 쳤을 뿐인데, 그 충격력으로 몇 사람이나 죽일 뻔 했다.
운소는 힘겹게 기어 일어나면서 온몸의 뼈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인 호위병은 망치를 다시 천천히 들어올렸다. 어느새 뇌령주의 공격을 받았던 머리는 천천히 치유되어 회복된 상태였다.
운요의 공격도 거인 호위병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거인 호위병의 망치에서 우렁차게 들끓는 마력이 조금씩 응집되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다급히 외쳤다
“빨리 도망쳐요!”
천제현 일행은 거인의 발밑으로 가로질러 가는 방법을 감행하기로 했다.
이것은 가장 빠른 속도로 거인에게서 도망치는 방법이었다. 다행히 거인은 매우 굼떠서, 마력을 응집시키는 속도가 느렸다.
천제현 일행은 긴장하면서도 재빠른 속도로 거인의 발밑으로 지나갔다.
거인이 천제현 일행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20여 장 멀리 도망친 상태였다.
쿵!
거대 망치가 다시 한 번 대지를 내리쳤다.
맹렬한 충격파가 엄청난 기세로 그들을 쫓아왔다.
“제길! 살려 둘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 시련은 너무 심하잖아!”
충격파가 순식간에 그들을 따라잡아 공격해왔다.
천제현 일행은 충격파에 의해 순간적으로 높이 날려 올라갔다가, 몇 십 장 거리를 날아가 통로 안 여기 저기 내팽개쳐졌다.
거리가 첫 공격에 비해 비교적 멀었지만, 그래도 충격파는 여전히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