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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07화 (204/729)

# 207

제207장 중주 시련의 시작

천제현이 찻잔을 들고 진지하게 물었다.

“서련 아가씨의 머리에서 이런 기발한 생각이 나오다니요? 설마 뭐에 홀린 건 아니겠지요? 아무래도 이상해요!”

“뭐야! 웬 헛소리야! 너야말로 홀린 거겠지!”

공화련의 우뚝 솟은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녀는 무조건적인 동생 편으로 천제현이 헛소리를 하게 놔두지 않았다.

“얼마나 애를 썼는데! 부지런하게 움직였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겠지.”

‘부지런? 웃기지 마세요. 서련 아가씨를 제가 모르겠어요? 게으르기가 절 따라잡을 정도라고요!’

천제현은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제가 어떻게 공씨 집안에 왔는데요. 다 서련 아가씨가 숙제하기 싫어서 절 사온 게 아닙니까!’

하지만 속마음이 공화련의 귀에 들릴 리가 없다.

“서련이는 거울 정령으로 천서 정령의 학습 능력을 복사하고 나서부터 기적상회의 핵심 기술을 익히고 매일 방에 틀어박혀 수련하거나 책을 팠어. 어디서 통조림을 개발할 영감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최고의 통조림을 만들기 위해 수십 권의 요리책을 살펴봤어. 게다가 열 명이 넘는 요리사를 불러 밤낮으로 비밀리에 연구했지.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공서련은 연약해 보이지만 자존심이 강했다.

그녀는 천제현의 총명함과 언니의 능력, 남궁혜의 강함을 보았다.

혼자만 학식도 낮고 능력도 없으며 싸움까지 못하는 무용지물인데 속이 안 탈 수 있을까.

천제현이 떠나기 전에 당부한 몇 마디가 더욱 그녀의 태도를 북돋았다.

녹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확성기를 들고 들어왔다. 얼굴은 땀범벅이고 하얀 볼이 발그레했다. 그녀는 자랑스럽게 두 사람에 앞에 섰다.

“전부 팔았어!”

달콤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하고 또렷한 게 요정의 목소리처럼 좋은 기분이 들게 했다.

“언니, 뭐 고쳐야 할 점 있어?”

“없어!”

공화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차 한 잔 마시며 쉬어.”

공서련이 히죽 웃었다.

“안 피곤해! 정말 즐겁다고!”

사실 공서련은 천제현이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친한 사람이었다.

처음 공서련이 그를 노예시장에서 데려왔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생겼다. 그래서 공서련은 특별히 보살펴야 하는 존재였다.

설령 무용지물이라 해도 일평생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서련이 소발에 쥐잡기라 할지라도 모두를 놀라게 할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이로써 천제현도 공서련을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다.

공서련은 아직도 상기 된 얼굴로 통조림 판매 결과를 보고했다.

“대장군 댁의 염무기 장군이 사람을 보내서 통조림 20만 개를 주문했어!”

“여러 세도가와 용병단, 상회도 통조림을 사전 주문했어!”

“통조림 공장을 열기도 짓기도 전에 주문이 물밀듯이 몰려드네!”

“대단해요!”

천제현이 칭찬을 금치 못했다.

“서련표 통조림이 세상을 뒤흔들겠네요!”

공서련이 빨개진 얼굴로 다소 민망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의견을 좀 냈을 뿐이야. 통조림을 연구개발하면서 언니가 많이 도와줬어. 지금의 경영 전략도 언니가 도와준 거야.”

공화련이 따뜻하게 말했다.

“네 공은 네 거야! 내가 한 게 뭐 있어?”

“두 자매가 서로 너무 겸손하시네요! 두 분 사이좋다고 선전하는 것 같군요!”

천제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공이 있으면 상을 받아야죠! 통조림의 1년 매출액의 반을 두 분이 가지세요! 통조림을 잘 보급시켜서 마력 식당의 영향력을 확대시키세요!”

‘1년 매출액의 반을 상으로 준다고?’

‘그건 너무 많잖아!’

“그리고 오늘부터 서련 아가씨가 기적요식상회를 전담하세요.”

서련이 놀라서 물었다.

“그럼 혜 언니는?”

“남궁혜 아가씨의 부회장 자리는 일단 놔두세요. 하지만 남궁혜 아가씨는 따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요. 아마 기적요식상회를 돌볼 틈이 없을 거예요.”

남궁혜는 앞으로 기린무도관의 최고관리자가 될 것이다.

패기와 의리 있는 성격의 그녀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큰누님 급의 인물이다.

거기에 운요와 운소가 돕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동생들을 거느리고 중주에 이름을 드높일 것이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아름답고 고귀한 궁중 복장을 한 여인이 다가왔다.

“제현아, 미안해! 늦었네!”

풍채향은 들어오자마자 두 여인을 눈여겨봤다.

녹색 옷을 입은 여인은 귀엽고 깜찍하며 어여뻤다.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은 단정하고 침착하며 절세가인이었다.

둘의 외모가 비슷한 게 친자매임이 분명했다.

“기적상회의 총괄 부회장 공화련이고, 이분은 기적요식상회상회의 회장 공서련이에요. 방금 밖에서 보셨죠?”

천제현이 양측을 소개시켰다.

“이분은 신풍후의 따님인 풍채향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적 있죠!”

“채향 아가씨, 안녕하세요!”

공서련이 따뜻하게 환대했다.

“정말 미인이세요. 어쩐지 어떤 나쁜 놈이 계속 언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천제현은 조금 머쓱했다.

‘내가 언제 계속 이야기했어? 한 번밖에 안 했다고!’

풍채향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처음 만나는 자린데 변변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풍채향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항호가 서둘러 상자를 옮겨왔다.

풍채향이 상자를 열며 옥으로 된 정교한 약병 10개를 보여주었다.

“이 단약은 내게 아무 효과가 없어요.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단시간 내에 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받아주세요.”

공화련은 깜짝 놀랐다.

“이 선물은…… 너무 귀하잖아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풍채향이 매우 점잖게 말했다.

“여러분의 도움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디 거절하지 마세요.”

그래도 공화련 자매는 머뭇거렸다.

이를 본 천제현이 곧바로 대답했다.

“채향 아가씨의 성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두 자매에게 전투력을 기대할 수는 없어도 마력은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

풍채향이 선물을 두 자매에게 건넨 후 정중한 얼굴로 천제현에게 말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만나러 왔어. 중주탑 일을 논의하자.”

‘중주 시련 말인가?’

천제현은 이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관심도 갖지도 않았다.

‘시련이잖아! 다 젊은 사람들을 단련시키는 거지. 그런 곳에 뭐 볼 게 있겠어?’

천제현은 중주 시련에 대해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천제현의 생각을 모르는 풍채향은 중주 시련에 대해 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륙의 역대 문명이 남긴 무수한 유산이 있는데 시련 장소도 그중 하나야.”

풍채향은 여기까지 말을 한 후 갑자기 반문했다.

“시련 장소가 왜 만들어지는 줄 알아?”

천제현이 어찌 모르겠는가.

“고대 가문과 왕국에서 가장 우수한 젊은이를 단련시키기 위해 장소를 만들지요. 젊은이들의 실력을 높이려고요.”

“그 뿐만이 아니야. 일부 시련 장서는 고대 문파에서 만들었어. 시련자 중 가장 적합한 전승자를 찾기 위해서! 멸망하기 직전의 모든 심혈을 기울여 비경을 만든 거야! 그러니 우습게 볼 게 아니야.”

“그래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중주탑은 예전과 달라!”

천제현은 다소 놀랐다.

“뭐가 다른데요?”

“이 기회를 과소평가지 마!”

풍채향이 가장 걱정하는 건 천제현의 성격이었다.

아무것도 관심 없다는 듯하다 엄청난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우선 중주탑은 인간이 건조한 게 아니야. 역사가 아주 깊어! 또, 고대 문명의 유물이 남아 있을 지도 몰라. 그 안에는 믿을 수 없는 보물들이 매장되어 있을 거야! 역대 시련자들은 모두 아주 큰 보상을 받았어! 중주 사대 가문과 풍씨 가문에서조차 모든 노력을 다해 염치불구 하더라도 참가 자리를 얻으려 했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건 그렇군!’

풍채향이 잠시 망설이다 보통 사람은 모르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아버지께 들은 비밀이 있어. 예전에 어떤 학자가 폐허를 발굴하면서 중주탑에 관련된 전설을 찾아낸 적이 있대.”

천제현의 눈이 번뜩였다.

“그게 뭔데요?”

“중주탑 안에 만고유제가 있대!”

“만고유제요?”

풍채향이 어깨를 으쓱했다.

“응, 그렇지만 만고유제라면 분명 무척 어려울 거야. 고금을 통틀어 푼 사람이 없으니 지금까지 내려왔겠지! 전설에 따르면 누군가 그 문제를 풀면 고대의 진귀한 보물을 얻게 되거나 생사를 초월하게 된다던데…….”

쨍그랑!

옥 찻잔이 천제현의 손아귀 힘을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공화련과 공서련은 깜짝 놀라 자리에 굳어 버렸다.

이 둘은 천제현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천제현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전설일 뿐이라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지. 그러나 전설이 아무 근거 없이 전해 내려오지는 않았을 거야.”

풍채향도 천제현이 이런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질지 몰랐다.

“답을 찾고 싶다면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겠죠?”

천제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좀 재밌네요!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요! 그럼 시련 규칙은 뭔가요?”

“생존!”

풍채향이 말을 이었다.

“시련자는 가혹한 도전을 받게 돼! 시련 중에 생존 기간이 길수록 마지막에 받는 보상은 훨씬 풍성하지.”

풍채향이 소매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이건 50년 동안 열 번의 시련 참가자들이 남긴 기록이야. 도움이 되면 좋겠네!”

천제현은 말 없이 풍채향에게 책을 건네받았다.

풍채향은 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전 사람들의 경험은 참고만 해. 시련 환경과 자형은 끝없이 변하니까. 매번 개방되는 시기도 다 달라. 그러나 실력과 지혜, 운명을 시험한다는 것은 변함없지!”

시련탑 건조 기술은 만만치가 않았을 것이다.

남하국 같이 영기가 부족한 곳에는 이런 오묘하고 이상한 시련 장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륙의 영맥의 위치는 늘 바뀌는 것이라 고대시기까지 거슬러갈 수 있다면 이 땅의 영기도 지금처럼 부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련이 곧 시작 돼! 기록을 잘 연구해 봐. 이제 긴말은 않겠어! 그럼 이만!”

풍채향은 떠나기 전 신풍후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다며 공서련에게 통조림이 있는지 물었다. 공서련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곧바로 한 상자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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