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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06화 (203/729)

# 206

제206장 공서련의 발명품 (3)

하도 소리를 질러서 공서련은 목이 쉴 지경이었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녀는 확성기를 들고 계속 외쳤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통조림은 매진되었어요. 구입하지 못하신 분은 내일 이곳에 줄을 서세요. 수량이 정해져 있으니 선착순입니다!”

“뭐야!”

“이렇게 빨리 매진이야?”

“줄을 한 시간이나 섰다고!”

공서련이 사람들의 불평에 다시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기적상회는 먼 곳에서 오느라 통조림을 많이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걱정 마세요. 기적상회는 중주성에 통조림 가공 공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적상회는 마수고기를 높은 값에 대량 매입합니다. 용병 여러분께서는 마수고기를 낭비하지 마세요. 저희 매입처에 오시면 양에 상관없이 모두 매입할 겁니다! 기적상회는 성 밖의 초원에 축사를 열 거예요. 기르기 적합한 새끼 마수를 잡아오시면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겠습니다. 절대 손해 안 보실 거예요!”

용병과 상인들이 모두 몹시 기뻐했다.

‘이건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기적상회는 중주성에 마력 식당을 열고 고기 통조림을 대량 생산할 것이다.

필요한 재료는 마수고기이다. 별로 값어치가 없던 마수고기는 앞으로 값이 크게 뛸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는 마수가 사람보다 많다.

인간의 활동 범위는 대륙의 총 면적에 수천만 분의 1에 불과했다.

인간의 활동 범위가 아닌 곳의 대다수는 마수의 영역이었다. 따라서 마수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문제가 될 지경이었다.

중주성처럼 번화한 도시조차도 마수의 위협을 받거나 안전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상당수의 용병과 자유 수련자는 마수 사냥을 업으로 삼았다.

그런데 마수 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가장 값없는 부분이 바로 마수고기였다.

기적상회가 등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돌변했다.

마수고기의 가격은 상승할 것이며 마력 요리가 보급됨에 따라 마수고기의 수요도 훨씬 늘 것이다.

마수 사냥을 생업으로 삼은 자들은 별도의 두둑한 수입원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좋은 일을 누가 마다할까.

이제부터 너도나도 마수고기를 들고와서 기적상회에 팔려고 할 것이다.

통조림이 매진되자 추첨 행사가 시작되었다.

“축하드립니다. 3등에 당첨되셨어요. 상품은 기적상회에서 제작한 1급 부적 하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2등에 당첨되셨어요. 상품은 기적상회에서 생산한 물약 한 병입니다!”

“…….”

통조림을 구매하면 추첨에 응모할 수 있었다.

당첨 확률은 매우 높았다.

가장 안 좋은 상품은 강철로 만든 비수와 단검이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부적과 물약 같은 값나가는 상품에 당첨되었다.

기적상회는 매일 수많은 선물을 무료로 증정할 것이다.

이렇게 통 큰 태도에 성의 백성들이 몹시 흥분했다.

이 행사는 공화련이 기획한 것으로, 성의 백성에게 기적상회의 재력과 실력을 과시하고 빠른 속도로 기적상회의 제품을 성에 보급시키기 위함이었다.

대주점은 아무리 빨리 개업한다 해도 수 일이 걸린다.

기적상회는 무료로 음식과 특별한 통조림, 각종 푸짐한 상품으로 백성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축하드립니다. 1등에 당첨되셨어요! 상품은 기적상회에서 생산한 연기단 한 알입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기적상회의 다른 제품은 잘 모르지만 연기단은 아주 유명했다.

지하시장에서 값이 껑충 뛰기 때문에 큰돈을 벌 수 있다.

“축하드립니다! 행운상에 당첨되셨어요! 상품은 기적상회의 한정판 1세대 축음기 한 대입니다! 별도로 기초 과정 자음석판도 한 장 드려요. 연속으로 열 번 틀 수 있어요!”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 높아졌다.

‘축음기?’

‘그건 기린무도관의 물건이잖아!’

‘게다가 기초 과정 자음석판까지 주다니 이거 대단하군! 최하급 입문 과정도 값을 매기기 힘든 보물인데!’

현장의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었다.

맛있는 음식 시식과 대량의 통조림 판매, 진귀한 상품 증정 행사를 마력 식당 정식 개업까지 계속하면 엄청난 유명세를 떨칠 것이다.

사업이 안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항호가 땀을 흘리며 돌아왔다.

“아가씨! 저 왔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통조림이 다 팔렸잖아요!”

“어쩔 수 없었어요. 사람이 너무 많은데다 새치기도 할 수 없어서요. 제 차례까지 오기도 전에 매진되었어요.”

풍채향이 답답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항호가 품에서 통조림을 꺼내는 모습을 보며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실망하지 마십시오. 열 배를 더 주고 용병에게 통조림을 몇 통 사왔습니다.”

풍채향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리 주세요!”

기적상회에서 만든 통조림의 겉포장은 동을 직접 압연하여 원통형으로 만든 용기였다.

재료 자체는 별로 신기한 게 아니었다. 포장 위에는 무늬나 그림 없이 그저 상표와 제조상회, 그리고 ‘돼지족발 통조림’이란 글자만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풍채향이 작은 글씨로 쓰인 글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통조림의 종류와 사용방법, 조리 과정에서 사용한 약재와 향료, 마력 식품의 장점들이 쉽게 쓰여 있었다.

‘포장이 매우 소박했지만 정말 창의적이야! 사람들도 아주 좋아하네!’

풍채향은 참지 못하고 통조림을 열었다.

안에는 큰 족발 세 개가 걸쭉한 국물에 절여져 있었다. 통조림 측면에 적힌 소개에 따르면 이 국물은 여섯 가지 약재와 아홉 가지 향료를 족발과 함께 졸인 것이다.

내용물을 확인한 풍채향은 통조림에 쓰여 있는 글씨를 다시 살펴보았다.

‘자체적으로 상하지 않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1년 정도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건더기는 이미 다 익힌 것이라 통조림을 열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통조림을 가열해주세요.’‘

통조림 설명을 다 읽은 풍채향은 양손으로 통조림을 쥐고 마력을 조금씩 주입했다.

통조림 바닥에서 간단한 주문 몇 개가 떠오르며 걸쭉한 국물이 자동적으로 풀어지더니 막 요리한 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와아! 정말 뜨거워지네!”

풍채향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족발 통조림의 냄새를 맡았다. 향이 깊고 그윽한 게 식욕을 잔뜩 돋게 했다.

풍채향은 이미지를 팽개치고 족발 한 조각을 집어 한입에 물었다.

그녀의 눈이 삽시간에 휘둥그레졌다.

풍채향은 세상 물정을 잘 알고 미식이란 미식은 다 섭렵했다. 그런 그녀였지만 통조림에 든 게 마수고기임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수고기는 요리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족발은 아주 질긴 부위이다 그런데 통조림 속의 족발은 안팎으로 골고루 푹 조려져 있었다.

또한 살점이 탱탱한 게 식감이 최상이었다. 더불어 보조 약재와 향료는 더욱 믿기 힘든 맛을 냈다.

풍채향이 한입 먹어보더니 참지 못하고 남은 족발을 깨끗이 비웠다.

‘이건 보통 음식이 아니야! 믿기 힘든 미식의 향연이야! 이 통조림 하나로도 기적상회는 엄청나게 유명해질 거야!’

통조림 맛을 본 풍채향은 멈출 수가 없었다.

“기가 막히는 맛이야! 더 없어요?”

항호가 민망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먹었어요!”

실망한 풍채향이 그를 가볍게 흘겼다.

“어쩔 수 없죠. 천제현과 아는 사이니 통조림을 따로 주문해야겠어요. 이거 정말 너무 맛있어요. 게다가 몸과 마력까지 강하게 만들어주잖아요. 수련자에게 가장 적합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안성맞춤인 간식이에요!”

사실 간식으로 하기에는 통조림의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다.

가장 보편적인 1급 마수고기 통조림은 한 통에 금화 10냥이었다. 가열 마력진 기능이 탑재된 통조림은 최소 금화 20냥이었다.

물론 귀족의 자제에게는 별거 아닌 가격이었다.

풍채향이 입을 깨끗이 닦고 자신의 신분을 보이며 단장 중인 대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천제현은 한가롭게 주점 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새끼 여우가 주인의 꼰 다리 위에서 똑같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표정과 자태 역시 주인과 똑같았다.

게다가 주인처럼 두 발톱으로 옥으로 만든 찻잔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까지.

심지어 차도 주인과 같은 속도로 마셨다!

‘별꼴이네!’

근묵자흑이라더니 귀여운 여우가 천제현과 며칠 지내더니 주인의 나쁜 버릇을 똑 닮아갔다.

천제현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건 운천학 어르신이 보낸 정령녹차예요. 큰아가씨도 한 잔 하시죠!”

공화련이 차를 따르자 상큼한 향기가 퍼지며 몸이 편안해졌다.

마력을 깨끗이 씻은 것처럼 기묘한 청명감이 온몸에 퍼지는 게 역시 명차였다.

“서련이는 수줍음이 많고 천진해서 현 상태에 만족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최근에 매진하는 일이 생겼어.”

공화련이 봄물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천제현을 응시했다.

“그렇지만 가끔 그 애가 매일 고생하며 동분서주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아. 이렇게 변하는 게 그 애한테 좋은 건지 모르겠어.”

공화련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는 한편으로 공서련이 분발하기를 바랐다.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킬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련이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살면서 영원히 세속적인 싸움이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말려들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고생하는 서련 아가씨가 즐거워 보이세요? 아니면 예전에 걱정 근심 없던 모습이 즐거워 보이세요?

공화련이 밖을 쳐다봤다.

동생이 아담한 몸으로 높은 단 위에 서서 한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한 손은 춤을 추듯 휘두르고 있었다.

온통 구슬땀을 흘리며 양 볼은 벌개져서 목청 높여 소리를 치는 게 무척 자신감 넘치고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큰아가씨는 이 일이 좀 수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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