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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05화 (202/729)

# 205

제205장 공서련의 발명품 (2)

풍채향은 계속 무우곡에 은거했기 때문에 바깥소식에 어두웠다.

기적상회에 대해서는 조금 들은 바가 있으나 구체적으로 뭐가 특별한지는 잘 알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제현은 분명 최고의 재능을 지녔는데 어째서 식당을 여는 걸까?’

이런 식당이나 여관 같은 사업은 중하급 상인들이 하는 일이다.

사대 가문이나 지위가 높은 가문에서는 이렇게 급이 낮은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

풍채향은 의문을 가득 안고 중주성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냄새가 났다.

여태까지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였다.

풍채향뿐만 아니라 거리의 많은 행인들이 모두 매료되었다.

“형님, 냄새 나죠?”

“나네. 뭔데 이렇게 향기로울까?”

“그러게요. 정말 이상하네요. 어디에서 나는 냄새인가요?”

“아버지! 밖에서 뭘 파는데 왜 이렇게 고소한 냄새가 나죠?”

“가자. 가보자!”

“…….”

모두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았다.

냄새의 발원지는 기적대주점이었다. 그리고 냄새를 맡고 온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듯 기적대주점 문 앞에는 이미 긴 줄이 형성 되어있었다.

최소 팔구백 명은 되었다. 용병과 자유 수련자, 귀족군관, 평민사병에 시녀와 집사까지 줄을 선 게 장관이었다.

‘이 주점은 얼마 전 기적상회가 인수하지 않았나? 주점을 새롭게 단장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영업을 개시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줄이 길지?’

풍채향이 사람들 틈을 지나치며 기적대주점을 바라봤다.

기적대주점 문 앞에는 커다란 솥이 10여 개 걸려 있었다.

모든 솥에는 기름이 한가득 끓고 있었다. 각종 조미료가 들어가 있고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가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는 그 솥에서 풍기는 것이었다. 솥 앞에는 기적상회 직원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서서 긴 국자로 잘 튀겨진 고기 덩어리를 건져내고 있었다.

대주점 입구에는 10여개의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원통 형태의 깡통이 들어 있었다.

기적상회 직원들이 바쁘게 깡통을 옮겼다. 엄청난 열기 속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모두 줄을 서세요!”

“한 사람 앞에 하나씩입니다. 새치기하지 마세요!”

이때 녹색 옷차림의 아리따운 소녀가 나무의자 위로 올라가 양손에 거대한 확성기를 들고 청아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건 기적식음료상회 개업 준비 행사예요!”

“여러분이 보고 계신 건 마력 요리 기술을 이용한 음식입니다. 재료는 전부 1, 2급 마수고기와 약재예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지요. 전 대륙에서 오직 저희 기적상회만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마력 식당을 정식으로 열기 전에 매일 무료로 시식 행사를 열거예요. 오늘은 짭짤한 수육을 준비했어요. 질 좋은 만우 고기에 36가지 약재와 향료를 섞어 육수를 내어 독특한 맛을 냈습니다!”

“양이 많지 않아요. 선착순입니다!”

‘공짜라고?’

‘이렇게 좋은 일도 있다니!’

이미 모두가 고소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가 소녀의 말에 벌 떼처럼 몰려들었다.

풍채향은 어렵사리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칭찬을 쏟아냈다.

“맛있다!”

“너무 맛있어!”

“마수고기에서 이런 맛이 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형님, 내 건 다 먹었어요. 형님은 위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제게 넘기시죠?”

“저리 가! 내 고기를 빼앗으려고? 인연을 확 끊어 버릴 수도 있어!”

“…….”

게 눈 감추듯 먹는 사람들을 보자 공서련은 몹시 흡족했다.

수육은 그녀가 개발한 것으로 천남성에서도 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주에서 이렇게 인기를 끄니 그녀의 자신감이 크게 올라갔다.

“주인장!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더 없나요?”

“한 사람당 1인분밖에 무료로 드릴 수 없어요.”

공서련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아직 성에 차지 않으시면 기적상회에서 판매하는 통조림을 반값에 구매해서 맛보세요!”

이게 핵심이었다.

“통조림?”

“통조림이 뭐지?”

모두 전혀 들어본 바가 없었다.

“방금 맛보신 것과 똑같은 맛의 마수고기 통조림이에요! 저희 기적상회에서는 이미 여덟 가지 맛의 통조림을 개발했어요!”

공서련이 신이 나서 외쳤다.

“통조림은 모두 마력 요리 기술을 사용했어요. 소화도 잘 되고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켜주지요. 게다가 뼈와 근육을 강화시키고 마력까지 높여줘요!”

“고기 통조림은 맛도 좋고 유통기한이 길어서 1년은 보관할 수 있어요. 아주 덥고 습한 환경에서도 유통기한이 반년이에요! 그리고 일부 통조림은 이미 가열진법을 새겨놓았기 때문에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가열돼요. 어디에서나 맛있게 따끈따끈한 고기를 즐길 수 있죠!”

‘진짜야?’

‘그렇다면 이건 대단한 발명품인데!’

‘음식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야!’

공서련이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계속 목청을 높였다.

“매일 한 사람당 5개씩 구매할 수 있어요. 행사 기간에 기적상회 통조림을 구매하시면 추첨 기회까지 드려요. 기적상회의 축음기와 다른 상품들이 상품으로 걸려 있어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모두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했다.

“빨리 말을 하지!”

“구입할래요!”

“다섯 개 주세요!”

모든 사람이 앞다투어 통조림을 구입했다.

풍채향도 호기심이 일었다.

“우리도 두어 개 사봐요!”

“알겠습니다!”

항호가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로 가서 사오겠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19여 개의 상자에 담긴 통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통조림은 모두 마력 요리 기술로 만든 것이다. 내용물은 수육과 훈제, 구이, 절임 등이었다.

마수고기는 원래 잘 썩지 않는다. 또한 공서련이 통조림을 만들면서 특수한 양초들을 첨가하여 통조림을 1년 정도 변질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런 제품이 나왔으니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마력 식당은 비싸고 자리를 예약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마력 요리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판매하니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겠는가.

상인에게 이건 커다란 기회이다.

통조림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다른 도시에 판매하면 몇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용병이나 선원, 군대, 방랑하는 수련자에게 맞춤형 식품이다.

이런 직업의 사람들은 임무를 수행하거나 수행을 하러 나가서 한참 동안 도시로 돌아오지 않는다. 황량한 야외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은 난제이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마수고기 통조림은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한데다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수고기로 체질을 강화시키고 마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통조림은 그야말로 외부로 나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인 것이다.

‘통조림 맛이 어떨까?’

‘정말 그렇게 오랫동안 맛이 변질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호기심에 가득차서 검증해 보고자 했다.

***

천씨, 낙씨, 양씨 삼대 가문은 기적상회의 일을 계속 쉬쉬해왔다.

숨길 수 없는 큰일, 예를 들면 천제현이 세 집안의 장로를 죽인 일이나 양천랑을 생포한 일, 양무도를 물리친 일 같은 것 외 기적상회와 관련된 일체의 일은 현지 매체에 보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직 천제현에 대한 허위소문만 유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주성에서 소식이 빠르지 못한 백성과 중하급 수련자는 기적상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아예 무지했다.

그러나 이점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성의 백성들은 기적상회에 신선함을 느꼈다.

기적상회는 중주성에 진출하여 약간의 방법으로 백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서련은 반나절동안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치다보니 이미 지쳐서 온통 땀을 흘렸다.

하지만 통조림이 매진되어 가는 것을 보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통조림은 공서련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남궁혜가 천남성을 떠난 후 천남성 식당을 공서련 혼자 관리했다.

천남성에 연 식당 세 곳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일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때로는 며칠을 기다려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자리 예약을 둘러싼 전쟁이었다.

많은 자유 수련자와 용병들은 언제 어디서나 야외에서도 기적상회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적상회의 마력 요리 냄비는 비매품이어서 이런 희망은 공상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이런 불만이 공서련에게 영감을 주었다.

정말 그랬다.

기적상회는 기술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도 매우 신중히 고용했다. 분점을 내는 속도도 빠를 수가 없었다. 따라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마력 식품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이러면 큰 시장을 놓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공서련에게 갑자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력 요리를 특수한 용기에 포장하여 판매한다면 엄청난 시장을 창출하는 거잖아!’

공화련은 공서련의 아이디어를 듣고 곧바로 칭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화련의 지원을 받은 공서련은 자신감이 크게 증가했다.

곧바로 경험 많은 요리사 10여 명을 소집하여 밤낮을 연구한 끝에 통조림에 들어갈 음식을 개발해냈다.

사실 통조림은 기술적으로 전혀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위대한 제품은 순간 번뜩이는 영감과 독창적인 창의력의 부족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통조림의 탄생은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지어 기적식음료의 발전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러 세도가, 군대, 용병, 자유 수련자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까지 찾아와서 새로움을 맛보고자 구매할 것이다.

통조림은 야외 생존의 난제를 크게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영양을 보충해주고 몸과 정신을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공서련은 통조림 제작을 직접 감독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마침내 통조림을 완성했다.

하지만 천남성에서 출시 할 시간이 없이 중주성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내심 그녀는 통조림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혹시나 안팔리면 어떡하나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통조림이 판매 첫날부터 엄청난 인기와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기는 며칠간 고심하고 연구한 서련에게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중주성 사람들로서도 통조림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었다.

통조림만 있으면 이제 먼 여행을 떠날 때 딱딱한 건조식량으로 견디지 않아도 된다.

장기간 외부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도 더 이상 영양 결핍과 체질 약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통조림에 술 한 동이면 어디를 가든 기적상회의 맛 좋은 요리를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기적상회와 백성, 양측에게 도움이 되는 위대한 발명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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