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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04화 (201/729)

# 204

제204장 공서련의 발명품

남궁혜의 뒤에서 천제현이 천천히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공서련은 일부러 뒤에 나오는 천제현을 보지 않았다.

천제현은 그런 공서련을 보고 피식 웃더니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이고! 오늘 일어나자마자 오른쪽 눈꺼풀이 왜 이렇게 떨리나 했는데 아가씨가 와서 그런 거군요!”

공화련이 눈을 흘겼다.

“내가 와서 별로야?”

“그럴 리가요!”

천제현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한 번 안아봐야지요!”

천제현이 앞으로 나오며 공화련을 덥썩 안았다. 따뜻하고 탄력 넘치는 솜을 껴안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은 아가씨 몸매가 더 좋아졌네!’

공서련이 놀라서 자리에 얼어붙었다.

반항을 하기도 가만히 있기도 난처했다. 얼굴이 그 자리에서 새빨개졌다.

‘이 나쁜 놈이 사람들 앞에서 날 껴안다니! 변태 자식!’

천제현이 공서련을 놓더니 공화련 앞으로 갔다.

“큰아가씨는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포옹 한 번 해야지요!”

공화련이 미간을 찌푸리며 길고 아름다운 다리로 발길질을 날렸다.

천제현이 잽싸게 몸을 피했다.

“큰아가씨는 아직도 너무 딱딱하세요.”

천제현이 히죽 웃었다.

“다 한 식구 아닙니까.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세요?”

공화련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

천제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 들어가시죠! 우리가 환영회를 준비했어요.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진작 이랬어야지!”

공서련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언니의 손을 잡고 안으로 향했다.

“가자! 우리의 새 집으로!”

본부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장립청과 염천웅이 천제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장 대사님은 점점 더 젊어지시네요. 경지가 곧 혼성 3성이 되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천제현이 웃으면서 염천웅을 바라봤다.

“천웅 아저씨도 곧 혼성 2성이 되겠네요. 발전 속도가 역시 무척 빠르네요!”

“이게 다 자네 덕분이지!”

염천웅이 호쾌하게 웃었다.

“기적상회의 자원과 유성초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겠나?”

장립청이 수엽을 쓰다듬으며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운문 같은 대조직에서 자네를 귀빈으로 대접하다니 정말 대단하네!”

“운이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들어가시지요!”

기적상회의 직원들이 물건을 모두 본부로 들여놨다.

정련을 거친 수정의 눈물만 100여 통으로 언제라도 마력전지를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자주 사용하게 될 자재들이었다. 이밖에 대량의 유성초와 각종 제품이 가득했다.

천제현은 상단이 가져온 물건 중에 공서련의 물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무척 놀랐다.

무려 150여 상자나 되었다.

상자는 모두 크고 무거웠다.

“여기 안에 뭐가 있어요?”

“총회장님, 저희도 모릅니다. 공서련 아가씨가 천남성에서 발명하신 것들로 비밀병기라 하셨습니다. 중주성에서 사용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 작은 아가씨가 발명을 하다니?’

천제현은 일행을 데리고 본부로 들어가 운요와 운소 남매를 모두에게 소개했다. 이 두 사람은 그동안 중주성에서 천제현을 힘껏 도왔기 때문에 아군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적상회가 전면적으로 이곳에 진출했으니 이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천제현이 공화련과 상회의 초기 계획을 의논했다.

“천진상회에서 비밀리에 축음기 2천 대를 만들었고 자음탑 하나도 순조롭게 완공했습니다. 나머지는 자음탑은 지금 건설 중이에요. 수정통신기는 지금 공장에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이제 생각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시작할지 입니다.”

천제현이 가진 밑천은 거의 다 쓴 상태였고, 공화련은 금화 2천만 냥을 가지고 온 상황이었다.

천씨, 낙씨, 양씨 삼대 가문의 방해로 기적상회가 중주성에서 몸집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공장과 점포를 늘리는 것도 몹시 어려울 것이다. 이 세 가문은 반드시 엄청난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기적상회가 거금을 쥐고 있다 해도 뜻대로 되긴 어렵다.

진짜로 큰 공장과 자재 공급상은 현지의 중견 가문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 가문들이 공공연하게 삼대 가문을 거스르면서까지 기적상회를 돕기는 불가능했다.

“우선 마력 식당을 열어요!”

공서련이 자신만만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식음료업계는 모두 가장 작은 상회에서 하니까 중견 가문들처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몇 배 더 주고 인수해 버리면 그만이죠!”

공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서련이가 아주 괜찮은 음식을 생각해냈어. 이 시점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딱이야!”

천제현은 그 커다란 상자들을 떠올렸다.

‘작은 아가씨가 정말 뭔가를 발명했다는 거야?’

천제현은 공화련의 성격을 잘 알았다. 공화련이 저렇게 자신있어하는 걸 보니 근사한 발명품인 게 틀림없었다.

***

무우곡.

풍채향이 궁중 예복 차림으로 검을 연마하고 있었다.

신풍검의 검기가 푸른 무지개처럼 펼쳐졌다. 여리고 고운 자태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숲 속에 강림한 선녀 같았다. 그러나 위압감 넘치는 칼끝에 기류가 움직이며 강하고 우아한 기운이 가득했다.

검무가 끝났다.

검이 칼집으로 빨려가듯 조용히 들어갔다.

“아가씨.”

항호가 푸른 잔디를 밟으며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나리께서 찾으십니다.”

풍채향이 솟구치는 마력을 가라앉히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나무집으로 들어섰다.

신풍후 풍운천은 딸의 호흡이 더 좋아지고 무공이 진일보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몹시 흡족해했다.

“중주탑이 곧 개방된다. 이번 시련은 의미가 아주 깊어. 친구에게 부탁하여 영단을 10여 알 만들었다. 네 마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게야. 가져가서 먹어라.”

신풍후가 작은 상자를 열었다.

10여 개의 정교한 옥으로 된 병이 들어 있었다. 기이한 약 냄새가 삽시간에 코를 찔렀다. 맡자마자 기운이 번쩍 드는 냄새였다.

신풍후가 옥으로 된 병속의 단약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옆에 있던 항호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약들은 품종과 품질 면에서 모두 최상품 중의 최상품이었다. 허혼기의 실력 향상에 현저한 효과를 보이는 약들이었다.

한 알마다 금화 백만 냥도 더 된다. 상자 안에는 최소 금화 2천만 냥에 가까운 단약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풍채향은 놀라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익숙하다는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이런 단약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자라면서 풍채향은 영약을 밥처럼 단약을 간식처럼 복용했다.

오랜 기간 풍채향에게 쏟아부은 약재는 중주 사 공자 급의 천재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오랜 기간 대량의 영약을 복용한 관계로 풍채향의 경맥과 피, 살에는 다량의 영기가 쌓여 있었다.

절맥 체질이 완치되어 경맥의 혈도가 뚫리자 풍채향의 마력은 순식간에 급성장했다.

“아버지도 알고 계시잖아요. 제 몸에 쌓인 영기를 발산시킬 수 없다는 걸요. 영단을 또 복용해 봤자 흡수를 시킬 힘이 없어요. 공연히 낭비하는 꼴이죠.”

풍채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게다가 제 몸에 쌓인 영기로도 충분히 현혼기를 돌파할 수 있어요. 이 단약들은 모두 허혼기에 사용하는 것이니 제게 별 도움이 안 돼요.”

신풍후가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그 말도 맞다. 게다가 이 단약들은 품질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구나! 아무래도 왕성에 다녀와야겠다. 거기에서 더 고급 영약을 구해와야겠어.”

항호는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이 부녀는 금화 수천만 냥에 해당하는 단약을 품질이 낮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신풍후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그럼 이 단약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저한테 맡기세요!”

풍채향이 약병 하나를 꺼내 옆에 있는 항호에게 던졌다.

“오라버니, 선물이에요!”

“감사합니다!”

항호가 감격해하며 단약을 받았다.

항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약병을 품에 깊숙이 앉았다.

풍채향은 싱긋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천제현이 제게 초대장을 보냈어요. 기적상회 식당 개업식에 참가하라고요.”

풍채향이 상자의 뚜껑을 닫고 항호에게 건넸다.

“뭘 선물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 단약이 딱이네요.”

신풍후는 수천만 냥에 달하는 단약을 선물하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걱정스러워했다.

“천제현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는데 겨우 가볍게 두어 번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은혜를 갚기 한참 모자르 것 같구나. 천제현은 단약 조제에 조예가 깊어. 이 단약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주 진귀한 것이나 그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게다가 혼성 2성을 돌파했으니 이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게다.”

“천제현 주변에 사람이 많잖아요. 이걸 그들에게 선물하죠. 첫 만남 기념으로요! 그렇게 해요!”

풍채향이 항호와 함께 곧장 자리를 나왔다. 풍운천은 딸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보며 마음 깊이 위안을 받았다. 그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뭔가를 떠올렸다.

그는 오래전에 죽은 처를 생각했다.

신풍후는 죽은 처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 그걸 어떻게든 풍채향에게 만회하고자 했다. 아무 효과가 없어도 그녀에게 대량의 약을 쏟아 부은 것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풍운천은 이런 행동이 도리어 딸에게 얼마나 큰 압박을 주는지 몰랐다.

풍운천의 행동으로 인해 풍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풍채향을 싫어했다.

중주성 백성들도 그녀를 비웃었다. 이런 압박감 때문에 풍채향은 몰래 집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가출이 풍채향의 운명을 바꾼 전환점이 되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채향이는 지금 아주 건강하니 마음 놓으시오.”

풍운천이 혼잣말을 하며 대나무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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