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제202장 총원을 얻다
천제현은 잠시 고심하더니 짐짓 목소리를 깔며 대답했다.
“이 선택에는 위험이 따른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
“용병이 된 날부터 마음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희의 꿈은 자유로운 용병이 되어 세상을 누비며 모험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기적상회는 그럴만한 힘이 있습니다!”
“뜻과 꿈, 용기가 있군. 좋다!”
천제현이 두말없이 승낙했다.
“그럼 오늘부터 황천 용병단은 기적상회 그룹의 협력 용병단이야! 기적상회에서 용병단의 지분 5할을 인수하지. 우리가 너희에게 투자를 하고 규모를 키워주겠다. 또 인재와 자원을 제공하지. 너희는 용병단을 잘 이끌기만 하면 돼!”
“예!”
“총회장님께 인사 올립니다!”
두 사람이 기뻐하며 천제현에게 인사를 올렸다.
기적상회는 대형 상회이다.
대형 상회라면 어찌 자신의 사병을 양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황천용병단은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 되었다. 그래서 바탕과 내력이 깨끗하다.
용병단의 두 청년 단장은 고대 혈족의 피가 흐르는데다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지녔다.
여러모로 투자하기 적합한 대상이었다.
“단원의 명단과 이력, 재무상황 등의 기초 자료를 잘 정리해두어라. 내 사람을 보내 관련 계약과 수속을 마무리 지을 테니.”
천제현이 분부를 마치고 운씨 저택으로 떠났다.
운씨 가문도 이번에 커다란 이득을 보았다.
그러니 운천학이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천학은 연회를 열어 온가족과 함께 경축했다.
더욱이 천제현을 귀빈으로 더 극진히 대접했다.
이 사실이 성 전체에 퍼졌다.
이는 단순히 천제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천씨와 낙씨, 양씨 세 가문에 운씨 가문과 천제현이 견고한 동맹이며 앞으로 천제현을 건드리면 운씨 가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사대 가문은 늘 암투를 벌이며 충돌했다. 각 가문마다 각기 장단점이 있었고 서로의 장점을 견제해왔다.
그러나 천제현의 등장으로 인해 판도가 변할 것이다.
천씨, 낙씨, 양씨 세 가문은 연합하여 운씨 가문과 대적하려 할 것이 분명해졌고, 이는 운씨 가문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운천학은 천제현 하나가 세 가문의 연맹을 능히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와라! 우리 운씨 가문에서 받아주마!’
강자의 수로 보면 운씨 가문은 천씨 가문 하나에도 못 미친다.
사병의 규모로 봐도 운씨 가문은 양씨 가문에 못 미친다.
정치영향력을 따져도 운씨 가문은 낙씨 가문에 못 미친다.
하지만 운씨 가문은 운씨 가문만의 저력을 갖고 있다.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아!’
운씨 가문은 학자 집안으로 남하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생이 주성에 오니 주성이 시끄러워졌소!”
운천학이 껄껄 웃으며 만면에 희색이 가득하여 술을 몇 잔 들이켰다.
“그러나 중주성에 머물고자 하는데 본거지가 없어서 되겠소? 세 가문의 수단과 능력은 보통이 아니오. 수많은 결사대를 양성하고 있으니 불시의 기습에 대비해야 하오.”
천제현은 물론 이 말에 완전히 동의했다.
자신은 상관없어도 큰아가씨와 작은 아가씨의 안전을 생각해야 했다.
언제까지 위험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좋은 생각이 있으십니까?”
“운문에서 새로이 총원을 하나 짓고 있는데 이제 곧 완공이오. 무도관, 도장, 실험실을 다 갖추었소. 그곳이 괜찮다면 기적상회의 중주성 본부로 삼는 게 어떻소?”
‘이 늙은이 통도 크네!’
운문이 새로 짓는 총원이 누추할 리 있겠는가.
운천학은 운천학대로 계획이 있었다.
운문의 자원을 기적상회에 제공하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운씨 가문 학자들은 더욱 편하게 기적상회에 드나들며 공부할 수 있다.
기린무도관에서 직접 지식을 배우고 기적상회에서 첨단 기술까지 익힐 수 있다.
‘이건 서로 이득이 되는 좋은 일이다!’
천제현도 사양하지 않았다.
운천학은 일이 성사되었다고 여겼다.
“일을 지체하면 안 되니 운요와 함께 총원으로 가서 돌아보시게.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즉시 이 늙은이에게 이야기하시오.”
운요가 천제현을 데리고 새로 지은 총원으로 갔다.
운문에는 이미 사용 중인 총원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북원이고 나머지 한 곳은 남원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짓는 총원의 규모는 기존의 두 곳보다 훨씬 컸다.
외관으로 봤을 때 이 총원은 아홉 개의 문이 있는 궁전식 구조로 외부에 있는 4층짜리 저택 지역에서만도 몇 천 명은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아름다운 인공호수와 섬세한 화원에 대형 마수차장 그리고 실험용 양식 구역까지 있었다.
호화롭기가 세도가의 저택보다 더했고 중주성에서 견줄만한 곳이 몇 안 될 정도였다.
게다가 견고하다, 안전하다.
총원 주위는 경계 마력진으로 가득했다. 곳곳에 초소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보안 요원들은 모두 운씨 가문의 고수들로 천씨나 낙씨, 양씨 심지어 풍씨 가문의 힘으로도 진입하기 힘들었다.
천제현은 외부를 한번 보고나서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운천학이 설명한대로 총원 안에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었다.
무도관 여섯 곳과 도장 열 곳, 여러 유형의 실험실, 대형 장서고, 자재창고 등 대가족이 쓰기에 충분했다.
“지금 보는 것 일부분에 불과해.”
운요가 천제현과 함께 석가산으로 갔다.
“이 석가산만 해도 이 안에 견고한 밀실이 몇 개 있어. 지하의 총 면적은 총 면적의 1/4이야. 비밀 통로 여러 개는 운씨 가문의 비밀제단과 연결되어 있어.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사용할 수 있지.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야!”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괜찮네요. 있을 건 다 있고요. 고칠 필요는 없겠어요!”
운요는 천제현이 우쭐대는 모습에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 가문에서 2년에 걸쳐서 지었다고. 중주성 안에 이렇게 지으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알아? 보호 구역과 안의 각종 설비의 가치는 또 얼만데!’
이때였다.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앞의 석가산에서 날아왔다.
“누구냐!”
삼대 가문 세력에서 이렇게 급하게 자객을 보내 천제현을 제거하려는 걸까.
운요가 이곳의 경비가 얼마나 삼엄한지, 이곳의 환경이 얼마나 안전한지 자랑을 마치기도 전에 자객이 공격해왔다. 체면이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멈춰라!”
운요가 분노하며 외쳤다.
그리고 세차게 날아가며 온몸의 섬광을 상대에게 날렸다.
검은 그림자가 가볍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며 운요의 손목을 잡아 슬쩍 밀었다.
운요가 곧바로 땅에 떨어져 몇 걸음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놈이!”
운요가 노여운 기색을 보였다. 상대방이 이런 고수일 줄 생각도 못했다.
운요가 정령을 소환하여 전력으로 붙으려고 할 때 상대방이 움켜쥔 부위에서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더니 경맥까지 퍼지면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온몸으로 번졌다.
운요는 뼈까지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심지어 마력까지 얼어붙어 방출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엄청나게 강하다! 내 상대가 아니야!’
운요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싸울 의도가 없는지 몸을 돌려 도망쳤다.
“아이고, 오밤중에 날아다니시다니 심 원장님께 그런 취미가 있는지 몰랐네요.”
천제현이 유유자적하게 한 마디 했다.
“기왕 오셨는데 왜 그렇게 급히 가시나요? 그러지 말고 차나 한 잔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뭐라고? 심빙우라니!’
운요는 몹시 놀랐다.
‘어쩐지 상대가 안 되더라. 심빙우는 정말 귀신같은 마력을 지녔잖아!’
천제현의 말을 들은 건지 검은 그림자는 몇 초 머뭇거리다 가볍게 뛰어올랐다.
이내 그림자는 가벼운 눈꽃처럼 석가산에 사뿐히 착지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꽉 끼는 검은 옷이 그녀의 풍만하고 성숙한 몸을 싸매고 있었다.
우뚝 솟은 두 봉오리에 복숭아처럼 둥근 둔부는 관능미를 뿜어냈다.
가늘고 길며 탄력 있는 허벅지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했다. 만져보지 않아도 탄력과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정말 잘빠진 몸매다!’
천제현이 알고 있는 여인 중 공화련만이 상대가 될 듯했다.
심빙우가 천제현을 보며 겸연쩍은 얼굴을 했다.
그녀는 냉랭하고 내향적인 성격으로 언변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딱딱하게 한 마디 던졌다.
“무례를 범했군요.”
“연회장에서부터 내 뒤를 밟았지요?”
천제현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뭘 어쩔 생각이에요? 설마 내가 잘생겼다고 납치라도 하려고요?”
운요는 천제현의 주둥이를 세게 내리치고 싶었다.
‘이 자식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네가 빙설여왕에게 장난을 칠 주제가 되는 줄 알아?’
심빙우는 성격이 안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했다. 아니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를 건드리는 사람은 모두 얼음조각이 되 버리니까.
말주변이 없는 심빙우는 사실대로 해명했다.
“당신이 연회장을 나선 후부터 누군가가 미행했어요. 눈에 띈 김에 내가 처리하고 나서 줄곧 당신 곁을 지켰지요. 천산하 무리들이 손을 쓸까봐 염려돼서요.”
“어라? 그럼 정말 제대로 감사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천제현이 다소 조심스러운 그녀를 쳐다본 후 다시 옆의 운요를 쳐다봤다.
“됐습니다. 운요 아가씨는 돌아가서 쉬십시오. 심 부원장님과 단독으로 할 말이 있습니다.”
심빙우는 대회에서 천제현을 도운 적이 있다. 게다가 기린무도관에 가입하려는 생각도 있다. 분명 나쁜 의도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심빙우는 경지가 무척 높다.
만약 정말 천제현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다면 운요가 있든 없든 아무 도움이 못 된다. 따라서 운요는 곧장 인사를 건네고 빠져나왔다.
천제현이 서리처럼 차갑고 언변에 능하지 않은 여인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제 해도 됩니다.”
“예!”
그녀의 나이는 분명 눈앞의 소년보다 많았다. 수준 또한 훨씬 높았다. 그러나 이 소년 앞에 서면 거대한 우주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 광활하고 심오한 신비감 때문에 그녀는 소년을 다소 어려워했다.
심빙우가 족자 하나를 꺼냈다.
“제 경지는 이미 2년 동안 진전이 없고 수련을 하면서 여러 장애에 부딪쳤습니다. 그러나 해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좀 봐주세요.”
“그랬군요. 어디 봅시다.”
모든 사람이 심빙우 앞에서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유독 이 소년은 여유만만하고 편안하게 행동했다.
마치 좋은 친구 아니, 심지어 손아랫사람 대하듯 했다.
그러나 심빙우는 아무 불만도 가지지 않았다.
그녀는 천제현이 소년의 탈을 쓴 늙은 요괴 같다고 생각했다.
심빙우는 무공에 미친 사람이다. 천남성의 염천웅과 같은 부류였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그다지 세속적이지 않다.
나이나 수준 때문에 상대를 얕잡아보지 않는다.
특히 그녀는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은 많으며 절세의 천재는 존재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천제현이 족자를 펼쳐 훑어보았다. 대충 보고도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음,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