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
제201장 남궁혜 대 천제현
남궁혜는 가늘고 긴 다리로 하늘 높이 도약했다.
온몸에서는 홍색 마력이 분출되었고, 이내 봉황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봉황의 청아한 울음소리가 비무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신수의 위력이 순식간에 용솟음치더니 남궁혜의 주먹에 눈부신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그 기세를 몰아 남궁혜는 천제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봉황의 기운이 담긴 공격이 연속으로 천제현 쪽으로 치달았다.
신급 전령은 전투력을 대폭 증대시킨다.
남궁혜는 봉황의 힘을 빌려 파괴력이 수배로 증폭된 상태다.
그녀는 혼성 3성에 미치지 못했지만 공격력은 혼성 3성의 호신 마력을 충분히 부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
천제현의 유명검이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검광이 이글댔다.
천제현은 검광을 이용해 남궁혜의 공격을 막았다.
남궁혜의 불타는 주먹이 유명검 검날을 때리자 대부분이 검날에 흡수되거나 타버렸다.
하지만 흡수 되지 않은 힘이 유명검을 넘어 천제현에게 닿았다.
봉황의 힘은 절대적이라 유명화라고 해도 완전히 태우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생각지도 못한 천제현은 순간적으로 성광불멸체를 시작하여 신마의 검 정령을 소환했다.
수중의 장검이 신마의 힘을 흡수하더니 파괴력이 수배로 폭증했다.
“유명순염!”
천제현이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검광이 나타나더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검광은 무서운 속도로 남궁혜를 향해 날아갔다.
남궁혜는 천제현이 수련한 검법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터라 바로 성광불멸체를 시작했고, 동시에 봉황 정령의 힘을 극도로 높였다.
금홍색 화염이 남궁혜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쌌다.
이 화염은 성광불멸체 외에도 또 다른 힘의 보호막을 형성했다.
“부서져라!”
남궁혜가 주먹으로 검광을 때리니 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랍게도 엄청난 위력을 발산하는 유명순염참의 방향이 틀어졌다.
하지만 대량의 청백색 화염이 분출되며 남궁혜 주변에 떨어졌다.
유명순염은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 시 추가되는 유명화 역시 치명적이다.
어떤 방어 무공이든 그 위력을 감퇴시키고,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남궁혜는 유명검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유명검이 정점의 상태까지 회복되지 못했지만, 풍채향 수중의 신풍검보다 더 위험했다.
따라서 남궁혜는 유명검에 대비할 방법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다.
성광불멸체 방어뿐만 아니라 봉황의 힘으로 형성한 화염 방어막을 추가한 것이 그 대책이었다.
봉황의 힘은 그 강도가 대단히 세서 천제현의 유명화로도 쉽게 불태우지는 못할 것이다.
남궁혜는 이 특수한 방어력을 앞세워 일시적이나마 이 기괴하고 변화무쌍한 유명염화검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하! 너의 검은 나한테 소용없어!”
남궁혜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검광을 막으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천제현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어쨌든 남궁혜는 자기 사람이었으므로 만약 중상이라도 입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궁혜가 여유롭게 순염참을 막아내는 것을 보며 천제현 역시 안심했다.
‘좋아! 좋아! 남궁혜는 역시 최고의 천재다!’
재능과 정령만 가지고 보면, 그녀는 천성하보다도 한 수 위였다.
단지 기회와 훈련이 부족한 것뿐이다. 현재 천제현의 실력은 일반 혼성 3성의 고수도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남궁혜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남궁혜는 일반 혼성 3성의 고수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천제현은 마음이 든든했다.
신마검의 검광이 밝아왔다.
천제현은 전신에 퍼져있던 신마의 힘을 유명검에 모았다.
곧 검광이 순식간에 두 배 이상 폭발하듯 늘어났다.
천제현은 그 엄청난 기세를 담아 남궁혜를 향해 검광을 날렸다.
남궁혜는 날아오는 검광을 보며 양팔로 화염을 끌어안고는 정면으로 그 공격을 맞았다.
펑!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남궁혜의 성광이 깨졌고, 네 장 이상 밀려나 하마터면 비무장에서 떨어질 뻔했다.
천제현이 가볍게 검날을 흔드니 공중에 화염이 떠올라 바로 검신에 응결되었다.
3척 반의 장검이 순식간에 1장 이상의 거대한 화염검으로 변했다.
“유명노염참!”
유명염화검법을 소성까지 연마하면 순염참을 시전할 수 있다.
소성 상태를 돌파하여 무공을 융합하고 연결한 후 정통한 단계에 이르러야 노염참을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노염참은 순염참에 비해 그 속도가 더욱 빠르고 폭발력과 파괴력도 훨씬 대단했다.
다만, 노염참은 힘을 비축할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천제현이 유명염화검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무공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진화시켰다.
천제현은 힘을 비축하는 단계를 순화참을 사용하는 과정에 융합시켜 적들이 방해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것으로 승부를 보자!”
남궁혜가 소리쳤다.
그녀도 가만히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남궁혜의 봉황이 분해되어 수많은 황금색 화염으로 변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며 황금색 거대한 봉황으로 변신했다.
이것이 남궁혜가 이제 막 익힌 초식이었다.
그녀는 대열반경에서 영감을 얻어 대열반경의 일부를 남궁 가문의 분천공과 결합하였다.
자신이 만든 이 절학은 아직 이름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그 위력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천제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남궁혜를 보며 씨익 웃었다.
남궁혜 역시 천제현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둘의 미소가 사라지는 순간.
불타는 거대한 검광과 황금빛 화염 봉황이 격돌했다.
그 둘이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비무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청백색 화염과 금홍색 화염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늘로 승천하더니 버섯구름을 형성했다.
‘대단하다!’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풍청운 등 중주에 이름 난 천재들이 진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천제현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풍청운이 남궁혜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남궁혜는 공격 범위가 넓고 파괴력도 막강하기 때문이다.
풍청운의 환각술과 신법이 아무리 정교하고 심오해도 비무장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토록 거센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폭발이 잦아들고, 먼지도 바람에 휘날리고나서야 사람들은 비무장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천제현과 남궁혜는 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착이 났다.
천제현은 검을 휘두르며 화염을 가르고는 남궁혜에게 돌진했다.
천제현의 공격에 남궁혜의 성광 방어막은 산산조각이 났고, 남궁혜는 그 충격으로 날아가 무참히 바닥에 떨어졌다.
천제현이 화염에서 걸어 나올 때 그의 유리성광체도 완전히 깨져 있었다.
“아가씨 공격 범위는 대단히 넓지만 힘에서 저에게 밀렸어요. 제 방어력이 조금 더 약했다면, 혹은 아가씨의 파괴력이 조금 더 강했다면 아마 오늘은 제가 졌을 거예요.”
“어쨌든 진 건 진 거지! 인정할게!”
남궁혜는 일어서다가 살짝 비틀댔다. 하지만 이내 똑바로 서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천제현은 마지막에 그녀를 봐주었기에 그녀의 방어만 깨졌을 뿐 중상을 입지는 않았다.
“너한테 져도 부끄럽지 않아! 그렇지만 너도 너무 득의양양해하지 말라고! 내가 곧바로 네 뒤를 바짝 쫓아갈 테니까!”
마침내 시합이 끝났다.
1등, 천제현
2등, 남궁혜
3등, 풍청운
4등, 천무봉
5등, 양흔
6등, 낙금사
이 순위에 어떤 이견도 없었다.
그러나 이 시합에서 발표된 순위가 최후의 순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관례에 따라 선발 시합, 순위 시합, 도전 시합을 치러야 하고, 지금으로서는 2개 시합을 치렀으니 이제 마지막 도전 시합이 남았다.
도전 시합은 순위 시합이 끝난 후, 시합에 참여한 사람이 순위에 불복할 경우, 상대에게 도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운소가 과감하게 뛰어나와 말했다.
“천무봉에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천씨 가문의 낯빛이 일그러졌다.
천무봉은 천제현의 일검에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폐인이 되었다.
이럴 때 운소가 천무봉에게 도전하는 것은 순위를 날로 먹겠다는 심보와 다름 없었다.
그렇게 운소가 천무봉의 자리를 대체했다.
임목 역시 낙금사에게 도전했고, 방한이 양흔에게 도전했다.
마지막 풍청운조차 풍채향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풍청운은 이미 반신불수가 되어 3 안에 병상에서 내려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6강을 차지한다고 해도 시험에 참여할 수 없으니 다른 풍씨 가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것이 성주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상위 6인의 순위가 바뀌었다. 상위 여섯 명이 천제현, 남궁혜, 풍채향, 운소, 방한, 임목이 된 것이다.
천씨, 낙씨, 양씨 가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빌어먹을 저 씹어먹어도 성치 않을 녀석만 나타나면 언제나 일이 꼬이는군!’
‘언젠간 죽여버리겠다!’
삼대 가문이 느끼는 것처럼 천제현만 나타나면 그들 가문에게 항상 큰 피해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삼대 가문의 천재들을 이겼을 뿐만 아니라 단시간에 회복할 수 없는 중상을 입혀 그들이 중주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까지 빼앗았다.
중주 시험은 천재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자 향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과도 같은 것이다.
3인 모두 강했기에 중주 시험에 참여하여 수련한다면 분명 더 높은 단계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제현으로 인해 그들에게 주어졌어야 할 기회가 모두 날라간 것이다.
결국 그 기회는 운씨 가문의 도련님과 용병 2명이 얻게 되었다.
중주성 사람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대회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시련을 받을 정원이 모두 정해졌다.
귀하기 그지없는 여섯 자리 중 천씨, 낙씨, 양씨 세 가문은 하나도 배정받지 못했다.
다행이 가망이 없던 운씨 가문에서는 한 자리를 건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삼대 가문의 탄식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께서는 흑풍채에서 제 목숨을 구해주신데다 이번에 이렇게 커다란 기회까지 얻게 해주셨습니다.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임목과 방한이 천제현에게로 와서 허리를 굽혀 절했다.
“저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황천용병단은 기적상회의 휘하에 들어가 형님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방한이 말을 이었다.
“처음 흑풍채에서 형님은 제대로 큰일을 벌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계속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진심으로 형님 휘하에 들어오고자 하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시련 기회가 얼마나 귀한가.
시련 자격을 얻기 위해 이미 양씨 가문과 낙씨 가문의 노여움을 샀다.
그리고 그 노여움은 일개 작은 용병단의 실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엄청난 보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기적상회와 합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