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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200화 (197/729)

# 200

제200장 일촉즉발

풍씨 가문이 중주성에 온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사대 가문조차 풍씨 가문의 체면을 봐줄 정도였다.

‘그런데 천제현이 풍운룡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하다니!’

사람들은 차마 입밖으로 놀라움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경악했다.

풍운룡이 어떤 인물인가?

그는 중주성의 성주이다.

어쨌든 중주를 통틀어 풍운룡이 가장 높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천제현은 젖비린내 나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놀랍게도 수만 명이 있는 앞에서 성주를 욕보이다니.

이 사건 만으로 중주성을 뒤흔들고도 남았다.

“이런 도둑놈! 미치광이 같으니!”

천산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광활한 기운이 대지와 충돌하니 굉장한 위력에 전체 비무장이 움푹 파였다.

“산하검(山河劍)!”

천산하가 양팔을 높이 들자 백색 마력이 하늘로 승천하여 순식간에 거대한 검으로 응집되었다.

검의 한 면이 산, 다른 한 면이 강으로 변하더니 장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성주조차 그 기운에 놀라 천산하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것이 천씨 가문 가주의 정령이란 말인가?’

산하의 검.

검진산하(劍振山河).

‘중주성 최고의 가문답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천산하는 진혼급에 가까운 마력을 지녔다.

지금 그가 검에 담은 힘은 고작 허혼기 밖에 되지 않은 천제현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일검이 천제현에 제대로 먹힌다면 그는 십중팔구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는 그저 경지나 마력이 조금 차이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였다.

“멈춰!”

노쇠한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하늘이 갑자기 검게 변하더니 무수한 뇌운이 몰려들었다.

겨우 3초 만에 두툼한 구름층이 상공에 가득 피었다!

쾅쾅쾅!

구름사이로 눈부신 번개가 번쩍이더니 천산하의 검에 떨어졌다.

막강한 천뢰의 위력이 산하검의 기세를 무형으로 만들었다.

이때 백발에 흰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무수한 뇌운 가운데 우뚝 서 있었고 주변에는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마치 전설의 뇌공이 세상에 강림한 것처럼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뇌운 정령! 과연 운천학이다!’

중주성 사람들은 오늘 엄청난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운씨 집안 정령의 속성은 모두 번개이다.

운천학은 뇌운 정령을 소유하고 있어 공기 중에 뇌운을 소환하여 번개의 힘으로 공격을 가한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운천학은 외적 사물을 빌리지 않고, 뇌운 자체의 힘을 직접 응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수준이 이미 진혼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감탱이!”

천산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감히 날 막다니!”

운천학은 천산하보다 서열이 더 높았다.

원래는 일찌감치 물러난 후 태상장로가 되어 새로운 가주를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천씨 가문의 사정상 운천학이 공신의 신분으로 물러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하여 100살을 앞둔 노인이 족장이자 가주를 맡는 것이며, 그간 이룬 경지 역시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운천학은 양손을 펼치니 하늘 가득히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이 무시무시한 위력은 천산하를 몇 장 밖으로 물러나게 했다.

항상 인자하고 선한 얼굴을 한 그가 이 순간만큼은 천신처럼 준엄했다.

“그를 공격하고 싶다면 먼저 나를 이기시오!”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마력으로 사람을 압박하다니! 내 보잘것없는 힘이라도 보태주겠소!”

다른 방향에서 흉폭한 기운이 폭발했다.

누군가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선홍색 정령을 소환했다. 이윽고 쌍두 늑대요괴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양씨 가문의 가주 양무도였다.

장내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천제현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은 천산하가 아닌 양무도였다.

천제현은 양씨 가문과의 은원이 가장 깊다.

당초 양씨 가문은 그 기세가 대단했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퍽 난처했다.

그 모든 것이 이 천제현 때문이 아니겠는가?

“천씨 가문의 일인데, 운 영감이 너무 깊이 간섭하는 거 아니요!”

낙씨 가문의 가주 낙연성까지 가세했다.

모든 이에 시선이 이곳에 쏠렸다.

중주 시합이 사대 가문의 대결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3대 1의 싸움이라니.

운천학이 미간을 찌푸렸다.

운천학은 이 세 사람에게는 손윗사람이었지만, 나이가 너무 많고 정점의 시기도 이미 지났기 때문에 마력이 감퇴하기 시작했다.

비록 진혼 고수라고 해도 혼성 7성의 경지는 아니었다.

이 세 가주는 모두 왕성한 나이에다 혼성 6성 정점의 실력을 가졌고, 이미 혼성 7성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젊었을 당시 가장 촉망받는 천재였던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운천학에 대적한다면, 운천학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운천학은 그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내가 어른으로서 사람을 겁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너희 셋이 한꺼번에 덤벼라!”

사대 가문이 일촉즉발의 상태가 되었을 때, 한기가 장내를 뒤덮었다.

투명하고 영롱한 눈꽃이 이 공간에서 흩날렸다.

삼대 가주의 안색이 바뀌었다.

“심빙우! 당신이 여긴 무엇하러 온 것이오!”

영롱한 눈꽃이 심빙우의 전신을 감쌌다.

그녀가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더니 삼대 가주의 뒤에 서서 운천학과 손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럿이서 한 사람을 공격하다니! 내 그 꼴은 절대 못 보겠소!”

성주, 원장 두 사람은 참지 못하고 다시 일어섰다.

“가문의 일이라지 않소!”

싸움에 끼어들겠다는 듯 두 사람이 가세했다.

‘끝났다! 이제 끝났어!’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성 사람들은 모두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전투가 시작되면, 중주성의 최고 전투력이 전부 합세한 터라 누가 이기든 중주성으로서는 대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성주까지 포함된 가주들은 모두 전례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천제현을 죽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느끼기에 천제현은 화약통과 같았다.

이제 막 등장했을 뿐인데 이토록 대단한 파급력이라니.

사대 가문, 학당, 풍씨 가문까지 이토록 엄청난 세력 간에 대치하는 상황.

중주성에서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었다.

천제현이라는 단 한 명의 소년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천산하, 양무도, 낙연성, 운천학, 성주 형제, 심빙우.

모두 중주성에서 최상급의 전투력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들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전체 대회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시합을 관람한 일반인들까지도 화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멈춰!”

장내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치닫고 있을 때,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내 앞에서 싸우려는 건가?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나보지?”

신풍후가 말하는 동안 그의 몸이 마치 중력을 잃은 것처럼 천천히 떠올랐다.

그의 기세는 그리 거세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위압감이 있었다.

신풍후는 아무도 해치지 않을 것처럼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실제로 마수령 전쟁에 참전한 왕족으로 그해 무수히 많은 적을 베었다.

그는 수년간 적장을 누비며 피로 목욕을 하였다. 악독한 마수령들조차 그의 이름만 들어도 사시나무 떨듯 떨었으니 그 역시 독종임에 틀림이 없다.

신풍후가 전면에 나서자 다른 이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천산하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마마, 설마 천씨 가문의 일에 간섭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신풍후가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너희 천씨 가문의 일에 전혀 관심 없다. 하지만 천제현이 채향의 절맥 체질을 고쳐주었으니 내가 그에게 빚을 진 것이다.”

‘풍채향의 절맥 체질을 치료한 것이 천제현이라니!’

가주들의 표정이 또다시 일그러졌다.

과연 신풍후가 천남성에 나타났던 것은 천제현을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도 신풍후는 천제현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그가 자리에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그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성주라면 성주로서의 품격과 기량을 갖추어야지.”

신풍후가 풍운룡을 힐난했다.

“졌으면 그냥 진거지. 풍청운의 경거망동은 눈감아주고, 천제현의 잘난 척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오? 재주가 남보다 못하면 이 또한 인정해야 하거늘. 풍씨 가문에는 이런 비겁한 사람은 없소!”

성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못 마땅해 죽겠군!’

“여러분 모두 지체 높은 사람들 아니오? 그런데 도량이 이토록 좁아서야! 중주성 명문세가의 기개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오? 정말이지 내가 다 창피하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어쩐지 배출한 자손들도 하나같이 오만하고 난폭하더라니. 걸핏하면 다른 사람의 마력을 폐하거나 강제로 노예를 만들고, 일시적인 감정에 애꿎은 목숨까지도 앗아가기 일쑤잖소! 이런 심성으로 어찌 큰 사람이 될 수 있겠소? 장차 가문을 책임지고 이끌어 왕국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하거늘, 이를 기대할 수나 있겠소! 반면 천제현은 언제나 절제할 줄 아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도의 정신이 아니겠소! 여러분 모두 이점을 본받아야 할 것이오!”

“마마의 가르침을 받잡겠습니다!”

천산하 등 가주들과 성주 형제는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체면 불고하고 인정하였다.

신풍후 풍운천이 천제현을 보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역시 놀랍도록 빨리 성장하는군.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보지 않았어. 이대로 잘 유지하게나. 언젠가 남하국의 기둥이 될 걸세!”

신풍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늘 성가신 일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제현도 공수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신풍후가 옷자락을 펄럭이며 순식간에 자리에 착석했다.

“대회를 계속 진행한다!”

신풍후의 체면을 저 버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일련의 소동이 벌어지긴 했으나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비무장에는 천제현과 남궁혜 두 사람만 남았다.

“대장! 정말 대단해! 인정할 수밖에 없네!”

남궁혜가 흥분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여태껏 겨뤄본 적이 없잖아. 그러니 오늘 이 기회에 한 번 겨뤄보는 게 어때?”

천제현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도발하듯 말했다.

“줄곧 저를 바닥에 꿇어앉히겠다고 호언장담한 미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요! 그 말을 듣고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잤는데 결과는 왜 이렇죠? 제가 양심껏 살살 응했는데 놀라다니요!”

“젠장! 널 무서워한다고? 똑똑히 보아라!”

마침내 천제현과 남궁혜가 대련을 시작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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