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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98화 (195/729)

# 198

제198장 3 대 1의 싸움

양흔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천제현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이 정신의 환상 세계의 유일한 지배자다. 바깥세상에서 찰나의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몇 시간이나 되지. 네놈을 괴롭힐 시간이 내게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네놈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네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려주마!”

정신의 세계에서 시간은 물질의 세계와 다르게 흘러간다.

양흔이 정신의 세계에서 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괴롭힌다 해도 바깥세상으로 회귀할 때는 그저 찰나의 시간만 지났을 뿐이다.

이 무시무시한 정신 공격은 일반 방어 무공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점이 양흔이 이토록 득의양양해하는 이유였다.

양씨 가문의 삼대손.

천랑공자 양천랑이 천남성에서 온갖 추태를 부린 이 시점에서 양흔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재능은 사촌형인 양천랑에게 크게 못 미치지만, 양천랑의 명성이 손상된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지위를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저 암우개라는 놈은 풍청운조차 이길 만큼 막강한 실력을 지녔다.

지금 저녀석을 일거에 제거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명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양씨 가문 삼대가 배출한 걸출한 인물로 우뚝 설 것이다.

양흔이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벌을 받아라!”

그때 천제현이 싱겁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런 졸렬한 정신 환각술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퀴벌레 정도만 상대할 수 있을 뿐이지.”

순간 손과 발을 옭아맨 쇠사슬이 전부 끊어졌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형틀이 재로 변했다.

“네놈이 내 상대가 될 거라 생각했나봐?”

천제현이 바닥에 안착한 채 뼈마디와 근육을 움직여보았다.

“나랑 환각술로 겨뤄보겠다고? 넌 아직 멀었어!”

‘정신 공격을 막아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정신 정령을 각성한 후로 양흔의 정신 공격이 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소국인 남하국에서 정신과 관련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대단히 드물었기에 아무리 강한 수련자라 하더라도, 수련 무공이 아무리 심오하다고 해도 정신적인 부분에서 대부분 무방비한 상태라 방어 능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상대방의 경지가 양흔보다 현격히 높거나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 정신이 아주 강한 사람이 아니면 그의 공격을 깨뜨릴 재간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정신 공격을 깨트릴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수준은 본인보다 높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 피해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정신적 재능이 있다거나 정신 방어적 성질을 띤 무공을 연마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게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녀석의 정령은 분명 검의 정령인데!’

검의 정령은 가장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공격형 정령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정신과 같은 희귀 속성을 갖고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그가 방출한 검의 정령은 그 기운이 엄청나게 강했지만 정신의 힘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넌 내 힘을 막아낼 수 없는데!”

양흔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정신 공격이 이토록 쉽게 깨졌다. 그러니 양흔이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양흔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천제현의 두 눈동자가 기이하게 변했다.

눈동자 한 쪽은 금색, 다른 한 쪽은 은색으로 바뀌더니 눈동자 안에 7개 동공이 생겨났다.

저마다 다른 색깔을 띤 동공이 서로 중첩되면서 마치 일곱 빛깔의 활짝 핀 꽃잎처럼 서로 연결되었다.

고대의 신비한 기운이 눈동자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양흔은 순간 천지가 붕괴되는 것을 느꼈으며, 자기가 만든 정신적 환상 세계가 미궁에 빠졌다고 느꼈다.

불가항력의 힘이 단박에 그의 뇌를 잠식했고 그의 의식을 앗아갔다.

이 괴기스러운 눈동자가 마치 몇 배나 팽창된 것 같았다.

7개 동공이 천천히 움직이는 듯싶더니 회전하는 과정에서 기묘한 힘이 안에서 용솟음쳤다. 이토록 강력한 힘은 신마의 힘처럼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다.

“너의 환각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겠지?”

쾅!

환상 세계가 허물어졌다.

깨진 유리처럼 수많은 파편으로 흩어지더니, 그 조각들이 다시 모여 널찍한 고대 궁전을 형성했다.

고대 궁전은 어둡고 낡은 데다 신비로웠다.

양흔은 그 광경을 보며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사지가 기둥에 박혀 있었으며, 사방팔방에서 무시무시한 악령들이 떠돌아다녔다.

하나같이 흉악한 몰골에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그에게 다가가려고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안 돼! 안 돼! 저리가! 저리 꺼져!”

게다가 천제현이 있던 곳에는 그를 대신하여 거대한 마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신의 형체는 연기 같아서 알아볼 수 없었지만, 9개의 눈동자만은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모든 눈동자의 색깔이 달랐고, 저마다 믿을 수 없는 신마의 힘을 담고 있었다.

“날 죽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날 괴롭히고 싶다며?”

“환각술 좋아하잖아? 진정한 정신 환각술을 너한테 똑똑히 보여줄게!”

머리 위에 서 있던 거대한 신마가 천천히 손을 흔들자 무수한 악령이 그에게 광폭하게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미친 듯이 양흔의 피와 살을 먹어치웠고, 이 같은 환각은 무한히 반복되었다.

“크아아악!”

양흔은 실제로 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그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벗어나기는커녕 환각은 점점 더 생생해져서 현실보다 더욱 현실감이 짙어졌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은 환상. 그곳에서 양흔의 몸은 계속해서 찢겼다가 다시 합쳐졌다.

끝나지 않는 반복된 순환으로 수천 만 명의 양흔이 생겨났고, 그때마다 악령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는 형벌.

지옥이 있다면 양흔이 있는 이곳이 지옥이리라.

환상이 끝나고, 현실에서 양흔의 비명 소리가 천지를 가득 메웠다.

그는 눈, 코, 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그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졌다. 천제현이 온정을 베풀어 그의 목숨을 살려준다고 해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며, 회복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양씨 가문의 자랑인 천재가 빛을 잃고 말았다.

양씨 가문 사람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정신술을 펼친 건 양흔인데, 어째서 그가 쓰러진 거야.’

환상의 세계에서 싸우는 순간은 1초가 채 되지 않아 낙금사는 양흔의 참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낙금사는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천제현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사호쌍상!”

낙씨 가문 무공의 사납고 포악한 기운은 근거리 전투 시 파괴력이 엄청나다.

천무봉마저도 낙금사와 근거리 교전은 가급적 피할 정도이다. 그러나 천제현은 피하기는커녕 도리어 낙금사에게 곁을 내주었다.

“이때다!”

“저놈을 죽여라!”

낙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낙금사와 천제현이 충돌하려는 찰나.

천제현의 검이 홀연히 낙금사의 돌진을 막아내더니 유명검이 낙금사의 몸에 서려있던 힘을 흡수했다.

뒤이어 천제현의 몸에 유리와 같은 성광이 떠올랐다.

유명검이 흡수하지 못한 광폭한 힘이 유리성광에 부딪치자 유리성광이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이 와중에 천제현은 온힘을 다해 이를 반사시켰고, 엄청난 힘 대부분이 낙금사에게로 되돌아갔다.

두둑!

부러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려퍼졌다.

“아아아악!”

낙금사의 두 팔 모두 뼈마디가 조각났고, 그의 비명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하하하, 그깟 실력으로 감히 날 혼내주겠다는 헛소릴 지껄인 거야?”

낙금사의 얼굴이 순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전신의 힘을 담아 내지른 공격이 상대방의 방어를 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사되어 자기가 중상을 입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얼마 전 그는 천제현에게 낙가의 개가 되라고 하였고, 그를 가르쳐 주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었다.

그런 그가 천제현에게 당해 양팔이 부러지고 조롱당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제 꺼져!”

천제현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한 발로 차니 낙금사가 비무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는 그 자리에서 모든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는 양씨 가문에 이어 낙씨 가문 사람들이 분노할 차례였다.

낙금사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상대방의 방어력을 뚫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중상을 입다니.

게다가 낙금사의 수준은 천제현보다 위였다.

낙금사는 낙씨 가문에서 중점적으로 배출한 천재였는데, 전투력은 동급 고수보다 훨씬 높았는데, 어찌 무명소졸에게 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때, 기척을 죽이고 있던 천무봉이 천제현을 향해 빠르게 공격을 가했다.

“혼검결, 참천식!”

양흔, 낙금사가 줄줄이 패퇴하자 천무봉이 기운을 축적하여 다시금 혼검결 중 최강의 초식을 펼친 것이다.

천씨 가문의 검법은 중주 최고의 공격으로 명성이 높은 무학이며, 이중 참천식은 혼검결 중 가장 강력한 초식이었다.

‘네놈의 방어력은 칭찬해주지. 허나 아무리 강하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이미 깨져버린 무공인데!’

낙금사의 공격을 받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방어 무공이 이미 깨졌으니 짧은 시간이 응집하기는 불가능할 터였다.

게다가 그가 방금과 같은 강도의 방어를 완성할 수 있다한들 그게 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검이 단칼에 꿰뚫어버릴 텐데!’

하지만 천제현은 심안을 열어 이 모든 것을 간파했기에 이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천무봉의 날카로운 일검은 소성 단계의 성광불멸체로서는 막아낼 수 없다. 그러니 천제현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를 정면으로 막아설 리 없지 않겠는가.

“일어나라!”

천제현의 부름에 이끌리듯 유명검이 높이 솟아오르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타오르는 화룡이 뒤틀린 형태로 그를 휘감았다.

대량의 청백색 화염이 하나둘 분리되어 아름다운 불꽃처럼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쪼개졌고, 뒤이어 검날에 흡수되어 응집되었다.

하늘로 치솟은 불빛은 뜨겁기는커녕 오히려 현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강렬한 냉기를 발산했다.

쾅!

풍청운을 에워싸고 있던 화염이 천제현에게 흡수되었다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 여파로 주저앉아있던 풍청운이 바닥에 쓰러졌다. 겉으로는 전혀 내상을 입지 않은 듯 보이나, 실제로 그의 경맥과 힘의 근원이 모두 유명화에 타 버려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이미 반신불수나 다름없었다.

천무봉이 미간을 움찔거렸다.

‘저건 무슨 초식이지? 아니, 알아도 소용없다! 저놈은 반드시 단칼에 죽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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