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
제197장 오만한 놈들의 싸움
그는 풍청운이 10살 되던 해 외지로 보내 수련토록 하였다.
풍청운은 15살 때 고대의 바람 속성 무공을 얻어 이를 계승하게 되었고, 현재 1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혼성 3성의 경지에 올랐다.
이 어린 나이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왕성을 통틀어서 대단한 천재의 출현이라 칭할 만 했다.
풍청운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혼성 4성을 달성하여 현혼기 강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천성하를 제외하고 중주성에서 풍청운의 적수가 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이번 시합은 성주가 풍청운을 위해 마련한 무대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중간에 딴지를 걸고 나타난 저 자유 수련자가 풍청운과 비슷한 나이에 풍청운보다 낮은 수준으로 풍청운의 기세를 압도하다니.
그는 막강한 정령을 소유하고 있으며, 수련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심안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검법은 천씨 가문의 검객에게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공격력 역시 막강했다.
풍청운의 기세는 이미 꺾일 대로 꺾인 상태였다. 덕분에 신고식은 이미 물 건너 가버렸다. 그러니 성주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천학도 속으로 적잖게 놀랐다.
‘역시 운소를 단 3일 안에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답군!’
그의 검 정령의 기운은 지극히 강렬하고 그 안에 혼돈의 기운을 담고 있어 남궁혜의 신급 정령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전방위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할 만하다.
이 정령만으로 천제현의 전투력은 몇 배나 더 강해졌다.
이로써 그는 동급 고수를 손쉽게 이길 수 있으며, 심지어 초월적인 힘을 가졌다 해도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천제현은 수련자라면 모두 다 꿈에 그리는 심안까지 열 수 있으니, 상대의 무공과 힘을 간파하여 더욱 쉽게 기선을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신비로운 소년이 아닐 수 없었다.
풍청운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홀연히 살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주변 공기를 뒤흔들었다.
“심안을 가졌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이제 네놈한테 내 진짜 힘을 보여주지!”
풍청운이 먹물 속에 떨어진 깨끗한 물처럼 순간 어지럽게 분산되더니 녹청색 힘을 형성하였다.
이윽고 바람의 칼과 창 수십 개가 생성되면서 천제현 쪽으로 미친 듯이 발사되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풍청운의 신법이 대단한 이유는 매 순간 여러 번 위치가 바뀌는 것이다.
아예 예측조차 할 수 없어 공격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검의 정령이 파멸의 힘을 방출하자 유명검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흑색 검기가 뻗어 나가더니 사방으로 공격해오는 바람의 칼과 창을 가볍게 깨뜨렸다.
풍청운은 극도로 커진 분노에 포효하자 사납게 몰아치는 광풍처럼 정령이 다시 용솟음쳤다.
이윽고 바람 속성의 마력이 대량 분출되면서 수 장 높이의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녹청색의 회오리바람.
순수한 바람 속성의 마력으로 빚은 것이다.
자잘한 바람의 칼날들이 수없이 형성되면서 마치 고기를 가는 기계처럼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파괴한다.
풍청운이 수련한 고대 무공의 진정한 정체는 암살형이 아니었다.
몸을 은닉할 수 있고 심지어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했다.
이 무공의 진정한 묘미는 바로 궁극의 속도와 엄청난 파괴력에 있다.
어느새 풍청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몸을 숨긴 채 육중한 바람의 마력을 이용하여 신식을 방해하고 있었다.
지금의 천제현은 회오리바람을 꿰뚫어 보고 풍청운을 고정된 위치에 묶어둘 만한 실력이 없다.
위치를 판단할 수 없다면 어떻게 상대를 이길 수 있겠는가.
“넌 오늘 죽은 목숨이다!”
풍청운의 목소리가 막 울려 퍼질 때,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바람의 칼날 천만 개가 한 데 모여 녹청색 급류로 변해 천제현 쪽으로 돌진했다.
천제현이 몸은 틀어 피하자 바람의 칼날들이 마치 폭풍처럼 천제현이 있었던 자리에 박혔고 비무장 중간이 움푹 파였다. 뒤이어 하나의 중심을 둘러싸고 빠르게 회전하더니 다시금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냈다.
그 속도는 대다수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회오리바람이 녹청색 급류로 변하다니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하는 듯이 옮겨 다니며 매순간 엄청난 파괴력을 형성했다. 천만 개에 달하는 칼날이 공중으로 가로질러 빠르게 나아가니 보는 사람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사실 회오리바람은 풍청운의 정령 마력이 만들어낸 것으로 풍청운 주변을 줄곧 감싸고 있었다.
풍청운이 신출귀몰한 신법으로 이동할 때마다 엄청난 힘도 그와 함께 이동했다.
천만 대군을 일거에 싹 쓸어버릴 듯한 빠르기와 무서운 중압감으로 모든 것을 무너뜨릴 정도의 기세였다.
“하하하! 이번 공격은 네놈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소년의 질박한 회색 도포가 광풍에 펄럭였다.
천제현의의 평범한 얼굴은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깊고 고요했고,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는 회오리바람을 머금고 있었다.
천제현의 입가가 서서히 올라갔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태연자약하게 서 있었다.
“죽어라!”
풍청운이 다시금 공격했다.
소년은 얼음 거울처럼 매끈거리는 검날을 세웠다. 이내 청백색의 유명화가 용솟음치더니 순식간에 천제현의 몸을 삼켰다.
천제현의 모습도 화염이 방출됨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풍청운도, 천제현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비무장에서 모습을 감춘 이상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모르는 상황.
풍청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이 숨는다고 내가 널 어찌하지 못할 거라 착각하는 것이냐?”
녹청색 회오리바람이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더니 주위의 모든 것을 삼킬 듯 무시무시한 흡입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분출된 바람의 칼날들이 무시무시한 파괴의 힘으로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곳마다 추풍낙엽처럼 속절없이 파괴되었다.
천무봉, 낙금사, 양흔 모두 낯빛이 바뀌었다.
그들도 달갑진 않지만 회오리바람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순염참!”
바로 이때, 불타는 검광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소용없다! 넌 내 방어를 깰 수 없다. 더욱이 나도 벨 수 없지!”
풍청운은 회오리바람과 일체가 된 상태라 회오리바람의 어떤 위치에라도 있을 자신이 있었다.
타오르는 검광이 녹청색 회오리바람을 갈랐다. 마치 성냥불이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불타는 검광에 바람의 칼날들이 덧없이 아스러졌고, 성냥에 불붙듯 청백색 화염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렸다.
“어떻게?”
풍청운이 놀랄 새도 없이 다른 방향에서 검광이 날아와 회오리바람을 단숨에 가르고 유명화를 그 속에 넣었다.
세 번째 검격, 네 번째 검격, 다섯 번째 검!
천제현의 검은 속도가 너무 빨랐다.
불타는 검광 수십 개가 사방에서 교차되어 날아와 녹청색 회오리바람 주변을 에워쌌다. 이 검광이 끊임없이 녹청색 회오리바람을 잠식하더니 끝내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청백색의 화염이 끊임없이 회오리바람으로 들어가 짙게 깔린 바람의 마력을 태웠다.
태울수록 맹렬하고 커지더니 잠깐 사이에 절반은 불, 절반은 바람의 형상을 띤 회오리바람이 생겨났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귀화가 계속 달아오르더니 회오리바람 전체를 완전히 불태웠다.
바람 때문에 불이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풍청운이 마력을 운용하는 속도를 높일수록 유명화도 더 빠르게 풍청운의 바람을 잠식해 나갔다.
이에 풍청운도 완전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회오리바람 중앙에 있던 그는 자신의 힘을 더는 통제할 수 없었고, 사방에는 온통 살벌한 청색 귀화가 이글거렸다. 엄청난 힘이 그를 포위한 것이다.
“안 돼! 빌어먹을! 젠장!”
풍청운은 격분하며 울부짖었다.
성주 풍운룡도 분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미 다 잠식당한 회오리바람을 살기등등한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신풍후는 자리에 앉은 채 턱을 만지작거리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사태를 관전하고 있다.
모든 가문은 천제현의 절묘하고 기묘한 검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제현이 시전한 검법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검광만 보이는 기묘한 검법.
검광이 허공에서 반짝이며 마치 어둠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고, 검의 위력은 막강했다.
이토록 강력한 일격을 연속으로 가하는 무공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었다.
천제현이 혼성 1성이었을 때, 유명염화검 중 순염참을 통해 혼성 3성인 천통문을 이긴 적이 있었다.
지금의 천제현은 혼성 2성의 수준에 올랐다.
당연히 유명염화검법의 수련 경지도 상승하여 그 위력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안까지 사용했으니, 모든 공격이 정확하게 먹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풍청운이 반응하기도 전에 회오리바람 전체를 불태웠듯이.
“아! 아!”
풍청운이 분노로 일그러진 채 처참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는 스스로를 옭아맨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는 모든 마력을 사용해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었으나 뜻밖에도 유명화에 의해 전부 타 버렸다. 거기다 유명화가 그를 에워싸고 있으니 어떻게 무탈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천무봉, 낙금사, 양흔은 이 모습을 보며,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제길, 만만치 않은 놈이군.’
신출귀몰한 검술을 본 세 사람은 막아낼 수 없는 검법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회오리바람이 불꽃에 의해 사라지고 풍청운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모든 마력을 소진한 탓에 그는 더 이상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명염은 풍청운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천제현은 유명염에 휩싸여있는 풍청운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남아있던 삼대 가문 인원들을 향해 외쳤다.
“한꺼번에 덤벼!”
‘지금은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다!’
천무봉, 낙금사, 양흔이 서로를 바라봤다.
힘을 합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는데, 어찌 일대일로 겨뤄 저놈을 이길 수 있겠는가.
‘지느니 차라리 체면을 구기는 것이 낫다!’
양흔의 정신 공격은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가장 빨리 공격할 수 있다.
양흔이 재빨리 기습을 감행했다.
눈동자에 물결이 일더니 강렬한 정신의 힘이 방출되었다.
천제현은 모든 세계가 암흑에 빠진 듯 현기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형틀에 속박 당했음을 느꼈다.
양흔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기나긴 채찍을 들고 있었다.
주변에는 각종 형틀이 놓여 있고, 다양한 고문 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흥! 검법이 아무리 신출귀몰해도 내 손에 떨어진 이상 너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탓하려거든 네놈의 그 오만불손한 태도를 탓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