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196화 (193/729)

# 196

제196장 오만한 놈과 더 오만한 놈

풍청운은 풍채향이 남궁혜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해 정원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풍씨 가문은 시험 정원 하나를 얻은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가문의 숨겨둔 천재를 내세워 삼대 가문의 천재를 밟고 올라서게 할 심산이라는 것이다.

성주 풍운룡은 지금 이러한 반응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내 아들이라면 응당 이래야지!’

사대 공자는 중주 사람이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했다. 그러나 풍씨 가문은 가장 막강한 세력을 가진 집안이지만 사대 공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인재를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러니 성주의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하지만 풍청운이 내뿜는 강력한 기세는 삼대 가문의 천재를 충분히 압도할 만했다.

이번 일로 사람들은 풍씨 집안도 사대 공자에 버금가는, 심지어 사대 공자를 능가하는 걸출한 천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바로 풍씨 가문, 풍운룡의 아들이다.

“허풍이 심하군!”

삼대 천재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천무봉이 먼저 공격했다.

쨍!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더니 보검이 하늘로 치솟았다.

거센 검의 기운이 장내를 짓눌렀다.

천무봉이 도약하더니 예리한 빛을 내뿜는 보검을 단단히 쥐었다.

마력이 자색 빛을 띤 검의 정령으로 응집되었다. 세차게 끓어오르는 힘이 마치 강물이 흐르듯 보검 쪽으로 들이쳤다.

“혼검결! 참천식(斬天式)!”

천지를 가를 듯한 무시무시한 검의 기세가 순식간에 정점까지 응집되었다.

혼, 검, 인, 3자가 마치 혼연일체가 된 듯했다.

“감히 입을 함부로 놀리다니! 이 천가 보검의 분노를 받아라!”

천무봉의 검기가 마치 공기도 벨 듯한 기세로 뻗어 나갔다. 검기가 가로지르니 마치 종잇장이 찢기듯 단단한 비무장이 갈라졌다.

그 맹렬한 검기는 거침없이 뻗어 나가더니 단숨에 풍청운 앞에 이르렀다.

참천식.

혼검결 중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초식이었다.

당초 천제현이 성에 들어와 천성하와 만났을 때, 천성하는 이 초식으로 그를 공격했다.

설령 천제현과 천성하가 동급 경지였다고 해도 천제현은 하마터면 막아내지 못할 뻔했다.

이것은 천제현이 이 세계에 온 후, 처음으로 자신을 수세에 몰아넣은 초식이었다.

그러니 이것만 보더라도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천무봉의 혼검결은 천성하에 비해 크게 떨어지긴 해도 이미 대성 경지에 오른 상태이다.

따라서 그가 휘두른 검에는 이미 엄청난 위력이 담겨 있기에 혼성 3성의 고수라도 쉽사리 막아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풍청운이 이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쉬익!

검기가 풍청운의 몸을 둘로 갈라놓았다.

‘안하무인의 정석을 보여준 풍청운이 단 한 번의 검조차 막아내지 못했다?’

모두가 당황한 그때, 두 동강이 난 풍청운의 몸이 순식간에 흐릿해지더니 흩날리는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윽고 공중에서 녹청색 힘이 무수히 분출되더니 풍청운의 모습으로 응집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정확하게 맞지 않았어?”

이 장면을 목도한 사람들 모두 아연실색한 얼굴로 꼼짝하지 않았고, 사대 가문의 사람들조차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천성하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더니 이윽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정령은 바람이다. 그러니 저자는 바람에 관한 수련법을 계승했겠지. 그가 수련한 무공도 풍씨 가문과 판이할 것이다.”

그렇다.

풍청운의 정령은 바람이었다.

순수한 바람.

정령의 유형은 각양각색이다. 이 가운데 순수한 속성의 원소 정령은 어떤 형태로든 구현되지 않고 오로지 순수한 힘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정령은 드물게 존재하는 편이며, 장, 단점 역시 뚜렷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는 장점이 훨씬 부각된다.

자전공자 운요가 소유한 정령도 속성은 순수한 번개이다. 어떤 형태로 구현되지 않기에 그것 역시 원소 정령이라 할 수 있다.

풍청운의 정령은 속성이 바람이라는 것만 다를 뿐 유형 자체는 운요와 동일했다.

풍청운은 순수한 바람 정령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대의 수련법을 계승하여 무공을 통해 몸을 바람처럼 무형의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공격이든 무시할 수 있어 궁극의 상승 무공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대 공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정령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성하 다음으로 고대 수련법을 전승한 인물이었다.

풍청운은 실력과 잠재력 모두 사대 공자에 버금간다. 그는 동급인 상황에서 천무봉 등 3인이 혼자 상대하기는 상당히 벅찬 상대임에 틀림이 없다.

낙금사가 양흔에게 말했다.

“정신 공격으로 저놈을 공격하자!”

양흔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돼! 저놈은 계속 날아다닐 것 같단 말이지. 저놈을 한 곳에 묶어둘 방법이 없어!”

풍청운은 허공에 서서 아래를 굽어보며 세 천재를 비웃었다.

“왜 그래? 네놈들은 멍멍 짖기만 할 줄 알지, 재주가 고작 이것뿐이냐?”

그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는 듯 아예 종잡을 수조차 없다.

“남궁 아가씨! 아가씨가 이 쓸모없는 셋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곳에서 당신이 유일한 제 상대지요!”

물속에 번지는 먹물 한 방울처럼 풍청운의 몸이 가물거렸다. 그가 여기까지 말하던 그때, 그의 눈빛이 다시 천제현에게 박혔다.

“너는 내가 손쓸 가치도 없다! 스스로 마력을 없애고 당장 꺼져라!”

기이한 무공, 엄청난 재능.

풍청운은 자신의 실력을 보임으로써 평범한 미치광이가 아닌 이 시합의 지배자가 되었다.

풍청운은 이 순간, 이 감정을 한껏 만끽했으며,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너같은 쓰레기도 이제 자기 분수를 알았겠지! 네 스스로 마력을 폐하고 기어나가든가, 아니면 죽던가. 선택해라!”

천제현이 담담히 말했다.

“난 둘다 싫은데?”

“그럼 내 손으로 널 직접 보낼 수밖에!”

풍청운의 그림자가 순간 몇 번 요동치더니 마치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천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천제현은 오른손을 들어 천천히 등 뒤로 가져가 유명검의 칼자루를 쥐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검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상에는 자기 분수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들이 왜 이리 많은 거야?”

혼돈의 기운이 천제현의 몸속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만 년 동안 꽁꽁 얼어 있던 장검이 완전히 뽑힌 순간, 뒤에서 검은색 고대검 정령이 떠올랐다.

중주성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령이었다.

그 기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그 안에는 신마에게서 비롯된 듯한 파멸의 힘이 담겨 있었다.

천제현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풍청운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앞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자색의 검광이 허공을 갈랐다.

강력한 검기가 굉음을 내며 분출되자 땅이 쩍하고 갈라졌다.

녹청색을 띤 그림자가 공중에서 찢어졌다!

“말도 안 돼!”

풍청운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슴에 난 상처를 쳐다보았다. 상처에서는 피가 계속 새어나왔다.

“네놈이 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고! 어떻게?”

이 순간, 풍청운은 자신의 몸을 훑고 있는 무형의 힘을 느꼈다. 그의 동공이 단번에 수축했다.

“심안이구나! 심안을 열었구나!”

그렇다.

천제현은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 심안을 열었다.

천제현이 느끼기에 풍청운의 무공은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나지는 않다.

풍성운은 몸을 원소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몸을 숨기고 진짜와 같은 가상의 그림자를 만들어 눈속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처음 상대한 천명과 다소 유사했다.

하지만 풍청운은 막강한 은닉 기술과 예상하기 어려운 기괴한 신법을 구사했기 때문에 천제현이라도 간파하기 쉽지 않았다.

매 순간 풍청운은 대여섯개 위치를 넘나들었다.

그러니 천무봉이 아무리 공격해도 그저 바람의 잔영만 맞출 뿐 그의 옷자락조차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이 무공은 유명염화검의 고대 무공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상당히 쓸 만했다. 마력이 조금 강하고,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면, 혹은 조금 더 심오한 경지까지 올랐다면 천제현이 심안을 써도 간파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풍청운은 아직 어린 데다 경지도 겨우 혼성 3성에 불과했다.

“왜 그래? 놀랐어? 네가 다른 사람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조롱할 때 어째서 생각하지 못한 거야? 네 자신도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이 말이 풍청운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풍청운은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신법을 깨뜨리다니.

성주 풍운룡의 낯빛도 어두워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완전히 예상 밖으로 돌아가고 있다.

‘저 애송이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건가? 저 녀석은 고작 혼성 2성의 수련자일 뿐인데!’

천제현의 검날에서 청백색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는 옆에 남궁혜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냥 구경만 하세요. 이 쓸모없는 네 사람은 저 혼자서 상대할 테니!”

대회장에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흘렀다.

아까까지만 해도 풍청운이 셋을 한꺼번에 상대하겠다고 거드름을 피웠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소년이 더 심한 망언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천무봉 등 3인뿐만 아니라 풍청운까지 포함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대회를 바라보던 모두의 얼이 빠졌다.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합의 형태가 이미 뭇사람의 상상을 뛰어넘어 버렸다.

삼대 가주가 일제히 일어났다.

‘빌어먹을! 저 미친놈은 또 누군야?’

’저놈은 대체 뭘 믿고 이리도 방자한 것인가!‘

사실 풍씨 가문은 중주성에 온 10여 년 동안 이런 천재를 배출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대회를 통해 단박에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 것이다.

그래서 풍청운이 아무리 거만하게 행동하며 삼대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이 될지라도 이들에게 빚진 셈 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암우개라는 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인가?

고작 이름 없는 자유 수련자에 불과한 놈인데.

그에게 이 정도의 실력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있다 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삼대 가문 전체를 겁박하고 그들의 존엄을 유린했으니 어찌 살려주기를 바라겠는가.

물론 가장 분노하는 사람은 중주성 성주인 풍운룡이었다.

성주는 아들 풍청운의 화려한 신고식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심지어 동생인 중주학당 원장의 힘을 빌려 대회의 규칙을 강제로 바꾸기까지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