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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95화 (192/729)

# 195

제195장 결승전

경기의 승부가 난 것을 본 성주는 탄식하며 말했다.

“아깝구나, 아까워. 풍채향이 경솔했군요. 조금만 주의했다면 우승도 넘볼 수 있었는데요.”

“하하하하, 진 건 진 거지요. 우리 아이는 아직 남궁혜의 상대가 아닙니다.”

신풍후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우승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하단 말이오. 남궁 가의 저 아이는 차치하더라도 성주님 아들한테도 안 되겠지요. 어차피 떨어질 운명이었소!”

그의 말에 성주는 눈을 번뜩였으나 웃기만 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대전은 그가 일부러 배정한 것이었다.

이 경기의 우승자는 낙금사도, 양흔도, 천무봉도, 또한 남궁혜도 아닌 아무도 생각지 못한 사람이어야 했으니까.

“대장, 어때? 나 좀 멋지지?”

경기장 아래로 펄쩍 뛰어 내려간 남궁혜는 흥분한 표정으로 천제현에게 달려갔다.

“대장은 한 주먹 감도 안 될 거 같은데? 대장, 나중에 체면 구겼다고 나 원망하지 마! 봐주지 않을 거니까.”

천제현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 않고 대답했다.

“어쩌다 대열반경의 표지 한 번 쓰다듬었다가 우연히 남궁 가의 분천공과 위력이 결합된 거죠. 순전히 운이 좋았다는 뜻이에요. 그 정도 실력으로 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궁혜는 콧방귀를 끼며 대꾸했다.

“결승전에 가보면 알게 되겠지!”

정말 멋진 경기였다.

풍채향과 남궁혜의 대결 이후에는 이렇다 할 멋진 경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여섯 개 경기장에서 각각의 우승자가 나왔다.

그 여섯 명은 천무봉, 낙금사, 양흔, 남궁혜, 암우개, 풍청운이었다.

그중 네 명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으나 풍청운과 천제현은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천제현은 검 한 번 뽑지 않고 마지막까지 왔고, 풍청운 또한 아주 가볍게 모든 상대를 이겨 실력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다.

어쨌든 이 여섯 명 중에 대회 우승자가 나올 것이다.

“예선전이 끝나고 이제 순위전이 시작됩니다! 여섯 명의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섯 명의 도전자는 관중들의 시선을 받으며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위전이 시작될 것이다. 대회의 규칙에 따라 최후의 6인은 모두 중주 시련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물론 이 여섯 명이 이번 대회의 1~6위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경기는 예선전, 순위전, 도전경기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예선전이 끝나고 각 경기장의 우승자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순위전이 진행될 차례였다.

순위전은 여섯 명의 선수가 다 같이 경기장에 들어가 난투를 벌이고, 심판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점수를 매긴다. 그렇게 순위가 나오면 그 다음엔 도전 경기가 시작된다.

도전 경기는 순위에 불만이 있는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도전하는 형식으로, 누구든 6명 중 한 명을 쓰러뜨리면 새로운 최후의 6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2명이 나올 때까지 대결을 한 후, 최강자들의 결전이 시작된다.

순위전은 여섯 명의 혼전으로 이뤄지므로 경기장 밖으로 떨어지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되는 등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경기장 위에는 이미 여섯 명의 선수가 올라가 있었다.

천무봉은 약간 마른 청년으로 천씨 가문의 복장을 하고 등에는 보검을 메고 있었다. 생김새는 평범한 편이었지만 두 눈만은 날카로운 검날처럼 예리했다.

낙금사는 거구의 몸에 수사자를 연상시키는 우악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경기장에 올라가자 거대한 사자가 초원에 모습을 드러낸 듯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양흔은 평범한 몸에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 냉기가 흐르는 눈빛 때문인지 음험한 기운을 풍겼다.

마치 숲 깊은 곳에 몸을 숨긴 채 기회를 노리는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암컷 늑대처럼 서늘한 느낌이었다.

이 세 명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이 셋은 중주학당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천재 중의 천재들이었으니까.

관중들 중 열에 아홉은 이번 대회의 우승자가 이들 중에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셋 중에서는 그나마 남궁혜가 눈에 띄는 축이었다. 다만 풍채향과 격렬한 전투를 마친 터라 완전히 회복됐는지 여부는 미지수였다.

‘그렇다면 풍청운과 암우개라는 자는?’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풍청운은 성이 풍 씨인 걸로 봐서 풍채향과 같은 중주성 풍씨 가문 사람이 분명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을 봤을 때, 그리 대단한 인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암우개는?’

이름 그대로 ‘아무개’ 같은 사람이리라. 실력은 좀 있는 것 같지만 여태까지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결승 무대에 올라온 것도 순전히 운이 좋았던 탓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풍청운은 최소한 눈부신 가문을 등에 업기라도 했지,

‘저 암우개라는 자는 일개 자유 수련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 자가 더 이상 보여줄 게 뭐가 있을까?’

다만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은 어째서 그 운소가 저 자와 겨뤄보기도 전에 항복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를 주의 깊게 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대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 여섯 명은 서로를 탐색했다.

천무봉이 먼저 차가운 시선으로 천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꽤 실력이 있어 보이는데 천씨 가문과 척지지 말고 알아서 포기하라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우리 가문에 들어와서 충성을 맹세한다면 가주님께 널 용서해달라고 청해 보겠다!”

“천씨 가문은 이미 사람이 넘쳐 나니 노비 한 명 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

낙금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차라리 낙씨 가문에 들어오지 그래? 내가 직접 널 가르쳐 주겠다. 어떠냐?”

그들을 지켜보던 양흔은 차갑게 냉소를 지은 후 무형의 정신파동을 내보냈다.

“우리 가문에 들어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서 경기장을 내려가지 못할 것이야!”

삼대 가문은 이미 천제현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 같았다.

비록 그의 진짜 정체는 모른다고 쳐도 천성하의 일검을 받고도 죽지 않은 일화는 유명했다. 게다가 그가 기린무도관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정보도 돌고 있었다.

그러니 가문에 영입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하하하하!”

남궁혜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와! 정말 인기 많네! 질투가 다 날 지경인데?”

“어쩔 수 없잖아요. 저 같이 멋있고 뛰어난 사람은 숨으려야 숨을 수가 없다고요!”

천제현의 시시덕거리는 태도에 삼대 가문의 선수들은 화가 치솟았다.

‘저 망할 자식이 감히 우리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

바로 그때.

댕!

종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며 결승전의 시작을 알렸다.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천무봉, 낙금사, 양흔 등 삼대 천재의 관심은 온통 천제현에게 쏠렸다.

이 정체불명의 소년은 대담하게도 천씨 가문 전체를 도발하고 그들의 체면까지 깎아내렸다.

이토록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는 자유 수련자를 어찌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우리가 먼저 저 거추장스러운 쥐새끼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어!”

천무봉이 나서서 의견을 냈다.

“이후에 우리의 우열을 가리는 게 어떤가?”

낙금사가 동의했다.

“나 또한 바라는 바요!”

양흔이 차갑게 말했다.

“자유 수련자 주제에 삼대 가문을 우습게 보다니? 오늘 그 어리석음의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게 해주지! 이 세상에는 네놈이 절대 원한을 사서는 안 될 사람이 있는 법이다!”

“네놈들의 사고방식대로라면, 너희가 날 노비로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감격스러워 기쁨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한다는 거네?”

천제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네놈들의 머리도 정상은 아니구나!”

“우리 중 누구든 널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쉬운 일이지!”

“네놈한테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가문의 개가 되라는 건데, 이것도 네놈한테는 큰 은혜나 다름없지!”

낙금사가 호통을 쳤다.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체면을 세워주려는 걸 스스로 차 버리다니! 저놈을 처단하자!”

“하하하!”

세 사람이 공격하려던 그때,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무장에서 천제현을 제외하고 가장 나이 어린 소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양흔이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우스운 거지?”

“난 그저 네까짓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날뛰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장내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풍청운이 비무장 중앙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는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식겁할 말을 했다.

“그런 잔재주만 믿고 중주성에서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한 거야? 가련하기 짝이 없는 우물 안의 개구리들 같으니!”

이때, 풍청운의 눈빛이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 듯 흉흉하게 바뀌었다.

오만불손한 태도와 알 수 없는 광기가 온몸에서 풍겼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그의 녹청색 도포 자락이 일렁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풍청운의 주변에 깔린 자잘한 회오리바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낙금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뭐라고!”

풍청운의 몸이 흐느적거렸다. 마치 무형의 힘이 그의 몸을 지탱하는 것 같았다.

“똑똑히 들어라! 네까짓 것들은 그저 멍멍 짖기만 할 줄 아는구나!”

삼대 천재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삼대 가문 사람들의 낯빛도 어두워졌다.

사대 공자를 제외하고 그들을 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중주성에서 같은 연배 가운데 사대 공자에 버금가는 천재로 꼽히는 그들이다.

그런데 지금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망언을 퍼붓고 있는 데다 그들을 폐물 취급하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남궁혜 역시 놀람과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풍청운이 내뿜는 기운은 남궁혜조차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갈수록 강렬해졌다.

남궁혜는 침을 삼켰다.

‘저 녀석 안하무인이긴 해도 한 가지는 절대 부정할 수 없겠구나! 이 녀석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세 마리가 짖어대는 통에 살 수가 있어야지! 더는 못 참겠네!”

풍청운이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시간 낭비할 것 없지! 너희에게 기회를 줄 테니 셋이 한꺼번에 덤벼!”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안하무인격으로 삼대 천재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이들과 동시에 싸우겠다니.

이번 시합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들이 아닌가.

천씨, 낙씨, 양씨 가문 모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풍청운은 성주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그가 비무장에서 이토록 기고만장할 수 있는 것은 성주가 이미 묵인했거나 심지어 성주가 바라는 뜻일 수도 있었다.

운천학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주를 힐끗 쳐다봤다.

‘어쩐지 원장이 의도적으로 정원을 늘린 이유가 있었군! 모두 풍씨 가문을 위한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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