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제194장 남궁혜와 풍채향의 대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검법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수십 개의 검기를 만들고, 또 그 검기가 흩어지지 않은 채로 몸 주변을 맴돌다니.
저걸로 적을 친다면 단번에 끝장을 낼 수 있으리라.
과연 자신을 철저하게 방어하면서 순식간에 적을 섬멸할 수 있는 정교하고도 기묘한 검법이었다.
풍채향이 남궁혜를 과소평가했다고는 하지만, 남궁혜 또한 너무 자만한 감이 없지 않았다.
풍운검가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 알았다면 풍채향이 먼저 공격하도록 두진 않았으리라. 게다가 신풍검 때문에 위력이 두 배는 강해지지 않았는가.
저런 경천동지할 검법을 남궁혜가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모두가 남궁혜를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남궁혜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풍채향의 검기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주변에 유리처럼 찬란한 성광이 번쩍였다. 이윽고 그녀가 야수처럼 검광과 부딪히자 성광 표면에 유리가 깨지듯 균열이 생겼으나 방어막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 이건 암우개의 방어 무공인데?”
풍채향은 남궁혜의 방어무공이 암우개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챘다.
남궁혜와 암우개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같은 무공을 연마했겠는가?
‘그 방어무공은 너무 강한데!’
지난날 암우개가 연체 9성의 실력으로 혼성술사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 강력한 방어무공 덕분이었다.
사실 풍채향은 자신의 풍운검가가 너무 강해서 자신도 모르게 남궁혜를 죽여 버리면 어쩔까 걱정했으나 지금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전력을 다해야겠어!’
푸른색 검기가 복잡하게 얽히며 폭풍처럼 앞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자 남궁혜는 이글거리는 화염 마력을 살짝 비틀어 자신의 몸 주변을 감싸며 소리 쳤다.
“분천권!”
두 개의 무시무시한 힘이 부딪히고, 남궁혜가 주먹으로 자신을 덮쳐오는 검기 대부분을 산산조각 냈다.
그 모습에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저렇게 무식한 여자가 다 있단 말인가!’
맨몸으로 신풍검의 검기에 맞서다니. 그 엄청난 힘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혼성 3성의 수련자도 저 검기를 주먹으로 막으면 제대로 서 있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검기의 수가 너무 많고 공격 각도도 너무 다양했다.
대부분의 검기를 주먹으로 쳐냈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검기는 그대로 남궁혜의 몸을 덮쳤다.
검기를 맞은 남궁혜의 비행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성광불멸체의 균열도 점점 많아졌다.
성광의 회복 속도가 균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풍채향은 약삭빠르게 물러섰다 공격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람 속성 수련자는 원래 빠른 속도가 특징인데, 그런 상대가 진퇴를 반복하니 남궁혜로서는 따라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 와중에 풍운검가까지 계속 내리꽂히자 더더욱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제 지켜보던 모두가 둘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공수를 겸비한 남궁혜는 폭발적인 힘이 특징이었다. 근거리 육탄전이 가능했다면 풍채향도 몇 합 버티지 못했으리라.
반면, 풍채향의 장점은 속도였다. 거기에 강력한 신풍검과 풍운검가까지 더해져 공격력의 차이를 메워주고 있었다.
속도에서 풍채향에 밀리는 남궁혜는 풍운검가의 몰아치는 공격 때문에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경기장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딜 가도 공격 범위 안에 있었다. 그래서 계속 압박을 받으면서도 풍채향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풍채향의 전략은 명확했다. 자신의 이점을 100% 활용한 공격이었다.
남궁혜는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전할 틈이 없자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성광불멸체가 곧 파괴되겠어!”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남궁혜가 졌군!”
“아! 어쩌지!”
조급해진 운소가 머리를 박박 긁었다.
천제현의 눈은 정확하다. 그런 그가 남궁혜의 패배를 예상했으니 저 난폭한 아가씨의 승산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좋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풍청운은 차가운 눈빛으로 코웃음을 쳤고, 사대 가문 사람들은 조용히 속닥거리며 풍채향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가 중주 4공자가 중주 5공자로 바뀔 거라면서.
한편,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성주가 풍운천을 보며 웃었다.
“형님, 채향이가 저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그 자신만 알리라.
풍운천도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아이의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보는구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남궁혜의 패배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남궁혜 역시 수세에 몰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젠장, 이 계집애가 이렇게 어려운 상대일 줄이야. 진작 알았더라면 시작하자마자 달려들어서 한 대 날리고 봤을 텐데. 귀신처럼 빠르게 날아다니니 잡을 수가 있나!’
만약 그 둘이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겨뤘더라면 남궁혜는 가능한 뒤로 물러나 성광불멸체를 손보고 다시 싸웠을 것이다.
마력은 자신이 더 강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경기장이라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숨으려야 숨을 곳이 없었다. 게다가 바람 속성 정령의 공격 거리는 꽤 긴 편이라 어딜 가도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성광불멸체의 회복 속도가 파괴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는 건가? 대장이 아래에서 보고 있다고! 이렇게 지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남궁혜는 자존심이 무척 센 여자였다.
천제현은 자기 상대가 아니라고 잔뜩 도발해 놓고 정작 자신이 예선전에서 진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건 너무 창피하잖아!’
하지만 풍채향을 상대할 방도가 없었다.
‘아니! 방법이 하나 남아 있다! 아직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긴 하지만…….’
관중들은 풍운검가 앞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남궁혜를 보며 이 경기의 승리자가 풍채향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그러나 남궁혜는 이렇게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난 아직 지지 않았어!’
얼마 전, 남궁혜가 천남성을 떠나 중주성으로 향할 때, 천제현이 무공 대열반경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때 남궁혜는 대열반경이 성광불멸체처럼 어마어마한 무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후 중주성에 도착해 대열반경을 펼친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대열반경은 고대 기공으로서 성광불멸체를 뛰어넘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성광불멸체보다 열 배는 어렵고 복잡한 데다 필요한 수련 재료들 역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라 익히고 싶어도 익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천제현 또한 남궁혜에게 주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미래에서 가져온 절정 무공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중 성광불멸체는 꽤 유용했지만, 기본기를 다져주는 무공으로 초중기 수련자에게 적합할 뿐이었다.
한편, 대열반경은 나중까지도 꾸준히 수련할 만한 무공이었다.
천제현에게 그런 무공은 여러 종류가 있었으나 대체로 수련 난이도가 너무 높고 필요한 재료들을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 당장은 수련할 방법이 없었다.
그가 대열반경을 남궁혜에게 준 이유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그 오묘한 무공을 깨우쳐 향후 다른 무공, 특히 남궁 가의 분천공 수련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남궁혜가 크게 일갈하며 다시 한 번 주먹으로 풍채향의 검기를 가격했다. 그러자 풍채향은 신풍검을 끌어당겨 일고여덟 개의 검기를 교차시키며 감옥처럼 남궁혜를 가둬 버렸다. 그 감옥은 점차 공간을 줄이며 맹렬하게 남궁혜를 압박했다.
쨍!
유리가 깨지듯 성광불멸체가 폭발하더니 무수히 많은 별빛이 되어 사라졌다.
‘깨졌다! 드디어.’
‘이런! 성광불멸체가 깨지다니!’
풍채향의 공격 속도가 너무 빨랐다. 잠시도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어대니 불멸체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풍채향은 6~7할 정도의 마력을 소모했고, 남궁혜는 3할 정도를 사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풍채향은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 승리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만 하죠! 더 하면 다치게 될 거예요!”
남궁혜가 암우개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아챈 풍채향은 방어막이 깨진 남궁혜를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흥!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남궁혜가 패배를 인정할 리 없었다.
그녀는 거대한 마력을 모으며 혼신의 일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풍채향도 어쩔 수 없었다. 어물거리는 틈에 남궁혜가 다시 성광불멸체를 시전하기라도 하면 남은 마력으로 그녀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병사들을 호령하듯 신풍검을 휘두르자 주변의 검기가 일제히 남궁혜에게 덮쳐들었다.
남궁혜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사방팔방에서 덮쳐오는 저 검기의 습격을 막아내지는 못하리라.
승부가 경각에 달린 그 순간.
남궁혜가 고함을 지르더니 어렴풋이 형태만 보이던 봉황이 기름에 불이 붙은 듯 미친 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화염은 금홍색을 띠며 성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저게 뭐지…….”
“저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신풍후와 성주, 4대 가문의 가주까지 모두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들의 눈에 경악의 빛이 맴돌았다.
‘저건 남궁 가의 분천공이 아닌데!’
어느덧 남궁혜의 모습은 사라지고 금색 화염으로 불타오르는 봉황만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푸른 검기가 봉황의 몸에 떨어졌으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봉황의 형체만 키우고 말았다.
본디 불은 바람을 맞으면 더 커지는 법.
길게 한 번 울부짖은 봉황은 질풍 같은 속도로 풍채향을 향해 달려들었다.
풍채향은 그 작열하는 힘에 얼이 빠져 있었다. 바닥까지 내보인 남궁혜가 이렇게 강력하게 반격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곧 봉황의 형체에서 이글거리는 남궁혜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풍채향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 어마어마한 힘은 풍채향의 몸에 닿기도 전에 호신 마력을 산산조각 냈다.
풍채향은 그 강력한 일격을 맞고 피를 토하며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다.
“졌다!”
“풍채향이 지다니!”
남궁혜는 천천히 내려와 경기장 중앙에 섰다.
그녀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혼신을 다해 힘을 폭발시키고 난 그녀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풍채향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옷 여기저기가 불에 그슬려 엉망이었으나, 남궁혜가 마지막에 힘을 뺀 덕분에 몸은 멀쩡했다.
그녀는 신풍검을 주워 다시 허리춤에 꽂고 남궁혜에게 인사를 했다.
“훌륭한 실력입니다. 제가 졌습니다!”
“운도 좋군요!”
남궁혜는 거만하게 대꾸했다.
“마력이 달렸기에 망정이지 온힘을 다했다면 앞으로 반년은 침상 신세를 졌어야 했을 거예요!”
천제현이 남궁혜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하여튼 허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