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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192화 (189/729)

# 192

제192장 일회전(2)

낙금사가 두 눈을 크게 뜨고 포효하자 그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와 금색의 거대한 사자로 변했다.

온몸을 금으로 만든 것과 같은 그 사자는 몸집이 매우 거대했고, 위풍당당하여 보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낙금사(洛金狮).

이름 그대로 그의 정령은 황금사자였다.

매우 높은 등급의 정령으로 용들을 찢어발길 수 있을 만큼 그 위력이 엄청났다.

낙금사의 몸에 황금사자의 정령이 더해지자 낙금사의 힘과 속도는 몇 배로 강해졌다. 여기에 낙씨 가문의 근접무공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인간파쇄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강하다! 과연 기세가 대단하군! 역시 현무원의 장원이야!’

임목은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은 낙금사가 사 공자처럼 넘어설 수 없는 그런 존재는 아니라고 여겼다.

기왕 경기장에 올라선 이상 어찌 물러설 수 있겠는가?

“갈!”

임목이 두 손을 높이 들자, 버드나무가 미친 듯이 자라나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십여 미터 높이까지 뻗어 올라갔다.

푸른빛이 사방을 뒤덮었고, 수천 개의 가지가 바람에 펄럭였다. 마치 마신의 머리카락이 미쳐 날뛰는 것 같았다.

“어? 식물류의 정령이군!”

거물급 인사들은 이를 보고 모두 기이하게 생각했다.

식물류 정령은 희귀한 정령에 속했는데, 희귀 정령들은 매우 약하거나 매우 강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모두 임목의 정령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낙금사가 성난 황소처럼 임목을 향해 돌진했다.

“목돌자(木突刺)!”

낙금사의 돌진을 본 임목이 빠르게 땅을 내리쳤다.

이내 낙금사의 밑에서 거대한 나무가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하지만 낙금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와 뛰어난 감지능력으로 땅에서 솟아오르는 나무들을 좌우로 피하며 임목을 향해 계속 돌진했다.

바로 그때,

“가둬라!”

임목이 두 손을 하나로 합치자 수많은 버드나무 가지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뻗어 나가 낙금사의 목과 사지를 감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령을 이용해 직접 공격을?’

허혼기의 정령은 매우 약해서 보통은 공격을 보조하는 정도로만 사용했다.

그런데 임목의 정령은 달랐다. 놀랍게도 직접 공격을 가했다.

낙씨 가문의 가문 무공은 근접전 위주였다. 그러므로 이렇게 허공에 매달리게 되면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낙금사가 허공에 매달린 것을 확인한 임목은 빠르게 마력을 모으며 포효했다.

이내 검은 기운이 임목의 몸을 감싸더니 피부가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매우 강력한 마공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다.

임목은 땅을 박차고 올라 낙금사를 향해 손을 내리쳤다.

동시에 수십 개의 날카로운 버드나무 가지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낙금사를 공격했다.

펑펑펑!

창처럼 날카로운 버드나무 가지가 빗발치듯 낙금사의 몸에 꽂혔다. 한바탕 폭우와 같은 공격이 끝나자 임목의 힘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의 오른 주먹이 칠흑처럼 검게 변했고, 낙금사의 몸을 향해 뻗어 나갔다.

낙금사의 몸을 방어하고 있던 마력은 이미 쇠약해졌다.

만약 이번 공격이 낙금사에게 적중된다면, 필시 큰 부상을 입게 될 것이었다.

“이게 다냐?”

낙금사의 황금사자 정령이 성난 듯 크게 울부짖자, 거대한 마력파가 요동치면서 그를 속박하고 있던 버드나무 가지가 모두 잘려나갔다.

“낙씨 가문의 무공을 그리도 보고 싶어 하니, 낙씨 가문의 사호쌍상(狮虎雙相)의 위력을 보여주마!”

낙금사가 오른 팔을 휘두르자 맹렬한 바람이 일면서 사자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그러더니 버드나무를 한 입에 물어 찢었다.

임목이 마공으로 만들어낸 버드나무가 모조리 찢겨졌고, 임목의 몸에 마치 사자에게 물린 것과 같은 거대한 상처가 생겼다.

“죽어라!”

낙금사가 주먹에 힘을 모아 뻗자 마력이 거대한 호랑이로 변해 하늘로 뛰어 올라 임목을 덮쳤다.

임목은 그 공격을 맞고 땅으로 떨어졌다. 방금 공격으로 임목의 뼈가 10군데도 넘게 부러졌다.

그러나 호랑이는 멈추지 않고 한 차례 더 공격을 가했다.

추가 공격에 의해 임목의 투구와 갑옷 등이 산산조각이 났다.

임목의 몸은 실 끊어진 연처럼 맥없이 경기장 아래로 떨어졌다.

낙금사는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살수를 펼쳤다.

배경도 없고, 실력도 없는 용병 따위를 죽인다 해서 크게 잘못될 건 없었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임목이 스스로 일어나더니 버드나무 정령을 소환했다. 그러자 그의 두 다리에 변화가 생겼다.

다리에서 나무뿌리처럼 생긴 것들이 튀어나오더니 땅바닥을 뚫고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내 임목의 몸 주변에 녹색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둑!

임목의 몸에서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부러진 뼈들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심각했던 상처들이 거의 다 회복되었다.

치료가 끝나자 버드나무 정령은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다. 하지만 버드나무 정령도 느린 속도로 천천히 회복하고 있었다.

풍운천은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랐다.

“저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정령의 능력은 피해를 흡수하는 거구나.”

사실 임목의 버드나무 정령은 임목이 입은 피해를 흡수할 수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정령이었다.

운천학은 잠깐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뿐만이 아닌 것 같군. 그의 몸은 일부가 원소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체내에 분명 특수한 피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의 조상은 엘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젊은이는 잠재력이 대단하군요!”

천제현은 이미 임목의 능력을 눈치채고 있었다.

실제로 임목의 몸에는 특수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는 신체를 잠시 원소화 할 수 있었다.

이는 고대 종족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다. 그는 분명 고대 종족의 후예일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혈통이 많이 희석되어 지금은 그 능력이 매우 약해졌지만, 그래도 매우 훌륭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흑풍채에 있을 때만 해도 임목은 그런 능력이 없었다.

이번 전투를 거치면서 각성한 것이었다. 과연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아무런 배경도 없지만, 젊은 나이에 이 정도 잠재력을 가진 자는, 데려다 키울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임목은 아직 더 싸울 힘이 있었지만, 경기장 밖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대회 규칙에 따라 실격패가 되었다.

임목은 지금 자신의 실력이 낙금사에게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일회전 경기가 금세 끝나 버렸다.

천제현의 조에서는 항호와 임목만이 떨어졌고 다른 사람들은 순조롭게 일회전을 통과했다.

이회전이 시작되면서 천제현은 백호원 5위의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상대는 혼성 2성의 실력으로 천제현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천제현은 검조차 뽑지 않고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5번 경기장! 방한 대 양흔!”

천제현이 이 소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

임목이 현무원 장원인 낙금사와 싸운 것도 모자라 방한도 백호원 장원인 양흔과 벌써 맞붙게 되었다.

양흔은 낙금사만큼 유명한 자였다. 당연히 실력 면에서도 전혀 그에 뒤지지 않았다.

방한과 임목은 비슷한 데가 많았다. 둘 다 희귀한 속성의 정령을 가지고 있었고 공격성이 강한 마공을 연마했다. 게다가 방한도 신체를 잠시 원소화 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고대 종족의 피가 흐르고 있던 것이다.

양흔의 정령은 대단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투명한 늑대 정령을 소환했다.

몸은 보이지 않고 두 눈만을 드러내놓고 있었는데, 두 눈 주위에는 동그란 회색 줄무늬가 겹겹이 있었다.

이 늑대 정령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체면에 걸린 것처럼 정신이 모호해진다.

환동마랑.

매우 위험한 정령이었다.

이런 종류의 정령은 물리적 능력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정신 공격이 가능했다.

게다가 정신 공격은 매우 괴이하여 쉽게 막아낼 수가 없었다.

양흔은 중주 젊은 세대에서 보기 드물게 정신 속성의 정령을 갖고 있는 자였다.

정신 공격을 하면 아무런 기미도 흔적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대개 정신 공격은 눈을 통해 걸리게 된다. 그래서 정신 공격 능력을 가진 자의 눈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방한은 양흔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양흔과 낙금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는 차라리 낙금사를 선택할 것이다.

적어도 그와 싸운다면 한 바탕 통쾌하게 싸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흔과 싸우게 되면 한 순간에 생사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미 대진표가 이렇게 결정 된 것을 어찌하겠는가.

방한은 이를 꽉 깨물며 자신의 얼음 거울 정령을 소환했다.

그러고는 얼음 거울 여러 개를 무질서하게 배치하여 양흔을 가두었다.

양흔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하니, 거울을 이용해서 그를 붙잡아두려는 심산이었다.

양흔은 전투력이 그렇게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임목은 정신 공격을 당하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임목과 방한 모두 머리가 좋고 전투 측면에서도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요랑변! 화신입체!”

양흔의 마랑 정령이 여러 줄기의 그림자로 갈라지더니 양흔의 몸과 합쳐졌다.

사람과 늑대가 하나가 되고, 영혼과 육신이 하나가 된다. 양씨 가문의 가문 무공인 요랑변이었다.

이 무공은 시전하려면 반드시 늑대 유형의 정령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과거 천남성에서 양천랑도 이 술법을 시전한 적이 있었다.

양흔이 요랑변을 시전하자 그의 몸이 점점 투명해졌다. 그러자 방한의 얼음 거울에 비치던 그의 모습도 덩달아 사라졌다.

방한은 매우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양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쨍!

이내 몇 줄기 검은 손톱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얼음으로 된 거울을 모두 깨트렸다.

그러고는 양흔이 얼음 거울의 파편을 지나쳐 줄무늬가 새겨져 있는 눈을 드러내며 방한의 눈앞에서 나타났다.

“으악!”

미처 눈을 감을 새도 없이 방한은 양흔과 눈을 마주쳐버렸다.

단지 눈을 마주친 것 뿐인데 방한은 곧바로 피를 토했다.

양흔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한의 몸에 주먹을 꽂았다.

단 한 방에 두꺼운 얼음 갑옷이 박살 나면서 방한은 큰 부상을 입고 경기장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방한!”

임목이 황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천제현도 다가와 그의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몸에 입은 상처는 크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큰 상처를 입었어.”

“어떻게 된 거지?”

“방한이 양흔과 눈을 마주친 순간 양흔의 환술에 걸린 거야. 우리가 보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한에게는 긴 시간이었을 거야. 즉, 긴 시간 동안 그의 환술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했겠지. 만약 그가 정신력이 약하다면 죽지 않는다 해도 미쳐버릴 거야.”

“무시무시하군!”

양흔은 경기장 위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롱어린 냉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양흔, 낙금사.

한 명은 정신 공격의 기재.

또 한 명은 근접전의 기재.

둘 모두 혼성 3성의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천부적 재능과 무공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강함은 보통 사람들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중주학당의 천무봉은 아직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이 둘보다 한 수 위라는 소문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고수들이 즐비하여 그 누구도 우승자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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